https://hygall.com/607056107
view 1896
2024.10.05 01:36
있다는 소문이 요족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졌으면 좋겠다 대요호 분량 실종ㅈㅇ

"보는 요족이건 사람이건 홀려서 죽이는 귀물이라던데."
"아니야! 앉은 자리에서 오만 리를 내다볼 수 있는 안경이래."
"머리는 소를, 뱀의 비늘이 뒤덮인 몸체는 범을, 날개는 신천옹을 닮은 짐승이라고 했어. 어찌나 까다로운지 고운 비단을 몇백 겹 쌓아야 잠이 든다지?"
"어느 사멸한 부족의 단지인데, 삼천 밤을 기도하고 삼천 밤을 치성하고 삼천인 분의 피를 바치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대."

소문은 발도 없이 멀리 퍼져 나가고, 이런저런 추측과 의심이 팽배한 가운데 모두의 의문은 하나로 모아질 거야. 대체 무슨 보물이기에 그 대요호의 꼬리털 하나도 보이질 않는 거야?

어느 요족 아이가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날렸어. 어떻게 접으면 이게 멀리멀리 날아간다고 했는데, 바람을 타다가도 중간에 툭 떨어지기 일쑤였지. 접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해도 어른들은 너무 바쁘고 오빠와 언니들은 자기들끼리 놀러가버렸어.

"나도 날개가 있으면 좋았을 걸!"

그치만 날렵하고 균형감각이 좋은 건 포기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종이새를 만들어서 날리는 거야. 어차피 남는 건 시간이지. 모양을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종이새가 또 한 번 아이의 손끝을 떠나갔어. 금세 떨어질 것 같던 가냘픈 날개가 우연히 불어온 바람에 실려 두둥실 날아갔지. 어어! 아이는 기쁜 마음에 종이새를 따라 달렸는데 아뿔싸, 어느 담장 너머로 종이새가 넘어가버리고 말았어.

"실례합니다아."

고민하던 아이는 결국 조심스럽게 담장을 타고 넘어갔어.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옳은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이건 정말 몇백 번의 실패 후에 태어난 역작이란 말이야. 어떻게 접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어린 머리에 맞게 합리화를 하면서.
집은 정말로 조용했고 이따금 풍경 울리는 소리가 적막을 두드렸지. 아이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나가려고 했어. 자기가 찾던 종이새가 어떤 손에 잡혀있지만 않았더라면. 열어둔 문으로 길게 드리운 장막이 흔들렸지.

"앗!"
"하하. 처음 보는 손님이 방문했네."
"갑자기 들어와서 정말 죄송해요. 그렇지만 그건 제 거예요. 돌려주시겠어요?"
"그래? 네가 접은 거야? 종이비행기라니, 참 오랜만이야."
"비행기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새예요. 딱 봐도 알잖아요?"
"으음─ 이거 잘 날아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라는 거야. 얼른 뺏어서 나가버려야지. 그런데 주인일 남자의 손이 쑥 사라졌다가 마루 위로 다시 나타났어. 색색의 빳빳한 종이 여러 장을 들고. 그의 손은 느리지만 정교하게 종이의 귀퉁이를 맞추어 접고는 한 번 날려보라고 아이에게 건네주었지. 흥, 이런 이상한 모양. 그런데 놀랍게도 남자의 종이새는 지금까지중에 가장 멀리 날아갔어.

"우와! 어떻게 한 거예요?"
"내가 옛날에 종이접기 행사 보조를 했었는데 말야…."

얘기하는 건 여전히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초대받지 않은 소란스러운 손님이 떠난 건 해가 기울며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때야. 위험하니 담장을 넘지 말고 정문으로 나가라는데, 흥, 요족에게 이 정도가 뭐가 위험해? 아이는 종이새 여러 개를 입에 물고 담장을 풀쩍 뛰어넘었어. 이걸 언니 오빠들에게 보여주면 대단하다고 감탄하겠지… 이번에야말로 나를 데리고 갈 거야. 콧노래를 부르며 야트막한 오솔길을 뛰어가던 아이는 그 이상한 집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어. 저 남자는 뭐였을까? 끝까지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손은….

"아야!"
"조심해야죠."

아이가 나동그라졌어. 오늘은 무슨 날이지. 이상한 남자를 둘이나 만나네. 이슬을 맞은 꽃을 한아름 들고 있는 남자는 아주 아름다웠고 기묘하게도 무서웠지. 보통 이런 때는 일으켜주지 않아? 부딪힌 게 미안하긴 하지만 아무튼. 아이는 쭈뼛 선 경계본능을 애써 누르면서 속으로 구시렁거렸어. 떨어뜨린 종이새를 급하게 주워 모은 후에, 죄송해요! 후다닥 달아나는 작은 등을 남자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굽혔지. 자기 신발 아래의 종이새, 아니, 종이비행기를 주워들기 위해서.

"도련님."
"왔어? 오늘은 외출이 길었네."
"그 긴 외출동안 내내 문을 열고 있었던 건 아니겠죠? 설마, 그 약해빠진 몸뚱이가 또 앓아 눕는 걸 즐기는 게 아니라면야."
"봐줘.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잖아. 햇볕도 따뜻했구."
"모르는 손님도 방문했고?"
"역시 들켰네! 어떻게 된 거야, 대요호님.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방문객이 왔다구."
"너무 하찮은 요력이라 막을 필요도 없었을 뿐이에요."

남자, 큐야는 마루 위에 모서리가 구겨진 종이비행기를 올려두었어. 나부끼는 얇은 장막 아래로 튀어나온 손이 종이비행기의 날개를 만지작거렸음.

"꽤 잘 접지 않았어? 봐. 내 녹슬지 않은 실력."
"돌이나 흙에는 녹이 슬 일이 없죠."
"큭, 정론이야. 아파…. 그래도 아이가 좋아했잖아."
"도련님이 더 즐거워한 건 아니고요?"
"물론 그것도 맞지."

에이트가 소리내어 웃자 큐야의 얼굴에도 호선이 그려졌어. 여전히 빼죽 튀어나온 손이 양옆으로 흔들리며 무얼 찾았음. 큐야는 그가 찾는 게 무엇인지 알았지.

"이제 그만 얼굴을 보여주지 그래. 이젠 장막 너머로 들어오지도 않는 거야?"
"대요호의 얼굴을 보는 게 얼마나 영광인 일인지 도련님이 알아야 할 텐데요."
"너무 잘 알아서 그 으리으리한 집이 싫었던 거잖아! 그런데도 자꾸 애를 태우시고 말예요, 대요호님."
"후후. 이번에야말로 정말 굴에 들어가버릴까."

큐야는 꽃을 안고있지 않은 손으로 에이트의 주름진 손을 살며시 잡았어. 마주잡아오는 힘은 아주 연약했지만 큐야가 느낄 수 있었으니 괜찮았지. 장막을 걷어 올리며 방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사랑하는 귀중한 이가 여전한 미소와 애정으로 큐야를 반기고, 도련님의 말대로 햇살이 아주 좋아서 오늘은 병상을 더 오래 문 가까이에 두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대요호는 사르르 웃었음.

큐야에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