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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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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청이 션이 술 대신 먹어주던데 얼레리꼴레리


두청팀 오랜만에 회식하게 되어서 다들 신났음. 모아놓고보면 인원 엄청 많고 풍기는 인상도 일반 회사원들같지 않아서 어어 저사람들 뭐야 싶은데 술 먹는것도.. 왠지 조금 먹을 것 같지가 않아... 전부 모이는 날이 드물기도 하다보니 다들 안빼고 걍 내일없이 들이부음

그러니까 션이도 사람들이랑 분위기에 먼저 취해서 주량조절 실패해야지.

전에 이미 션이가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있던 두청은 걱정이 되어 틈틈히 션이를 살펴보긴 했음. 근데 자리가 멀어서 본인한테 상태 확인까진 못하고 걍 멀리서 봤을 때, 주변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있길래 아직은 괜찮은가보다 했을거야. 근데 얼마 뒤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션이와 멀리서 눈이 마주치자 션이가 두청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조금 옆으로 기울이는거임

그러더니 션이가 입모양으로 '팀장님' 저를 부르고는 배시시 웃었음


"........저거 완전 취했네."


분별없이 웃는 거 보면 99퍼 취했지. 안그래도 이상하게 신경쓰이는데 션이가 방긋방긋 웃으면 두청은 어쩔 힘이 없었음. 두청이 홀린듯이 벌떡 일어나 션이 쪽으로 다가갔음. 가까이서 봐도 사람을 귀엽게 올려다보는 게 상태가 아주 위험했지. 두청이 전방위로 잔소리를 쏟아냈음.


"아니, 애한테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먹였어? 너 그거 이리 내놔. 그만 먹어."


두청이 션이의 맥주잔을 뺏어들었다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깔끔하게 한 번에 마셔 비워냈음. 우우우 팀장님이 그걸 왜 먹어요! 맞아요!! 션 선생님 그거 마시고 3차도 가기로 했는데! 먹잇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승냥이떼들이 두청에게 야유해도 두청은 꿋꿋하게 션이를 일으켜 세웠음. 션이가 조금 비틀거리며 일어났음.


"봐. 엄청 취했잖아. 딱 보면 모르냐?"
"...저 취했어요?"
"에이, 멀쩡하신데요, 뭘. 션 선생님 괜찮죠?"
"아...네에..."
"얘 지금 안 멀쩡해. 내일 출근은 해야 할 거 아냐? 못 일어나면 책임질래? 몽타주는 너희가 그릴 거야?"


션이에게 능글거리면서 들러붙는 놈들 때문에 괜히 초조해진 두청이 질척거리는 권유를 대신 잘라내고 션이를 붙잡아 끌고 나왔음. 션이가 멍하게 눈을 깜빡거리다가 저 집에 가요? 물어봤지. 밖은 시원한 밤바람이 불었는데도 션이를 바라보면 두청은 이상하게도 자기까지 덩달아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음. 그래. 데려다줄게. 두청이 얼른 택시를 잡아 션이와 함께 탔음. 그리고 션이는... 알콜의 영향까지 더해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하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절해버렸음

까딱이는 고개에 목이 아플 것 같아서 가는동안 두청이 션이가 머리를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빌려줬음. 근데 이렇게 취했는데도 션이가 가방끈을 꾹 잡고있는 걸 발견하고 조금 소리내서 웃을 뻔 했겠지. 얘는... 무슨 숨소리도 이렇게 작아. 두청은 션이가 혹시 자는 게 아니라 어디 큰일난 건 아닌가 파르르 떨리는 션이의 가지런한 속눈썹을 간간히 들여다봐야했음. 그리고 그럴 때마다 무심코 손을 뻗어 눈을 가리는 션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치워주고 싶다는 순간의 충동을 흠칫거리면서 내리눌러야 했겠지

근데 그러다보니 뭐 얼마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션이네 집 근처야. 두청이 션이를 살짝 흔들어 깨우는데도 션이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 진짜 완전히 취해서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가 않나봐. 바로 집 앞까지는 골목을 지나쳐 걸어들어가야 하는데... 근데 이런 상황인데도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션이가 걱정되어서, 또 두청도 알콜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어쩐지 두청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좀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고야 마는거지.


*


션이는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 팔을 좀 더 꾹 끌어안으며 따뜻하고 탄탄한 뭔가를 껴안았음. 근데.. 술김에도 이게 좀 어색하고 이상하긴 한거야. 간신히 눈을 뜨니 왠지 시야가 높았음. 뭐지, 지금...? 그때 멍하니 깨어난 션이의 다리를 누군가가 안정적으로 고쳐잡았음. 그래서 알게됐지. 자신이 지금 술에 취해서 어떤 사람한테 업혀 있다는 걸.


"션이, 일어나. 이제 진짜 너네 집 근처인데."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에 션이는 자길 업고 있는 사람이 두청인것도 알게 되었음. 과도한 음주로 머릿속이 흐려진 탓에 션이는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을 할 수가 없었지. 그때엔 이런저런 생각보다, 단순하게 느끼는 감각의 인상이 더 컸음. 팀장님...되게 크고, 힘 세고, 따뜻하다 뭐 이런거. 그리고


"...팀장님.."
"어, 일어났네. 꽉 잡아. 떨어지지 말고."


두청이 어쩐지 무척 다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음. 그러니까 의문이 들잖아. 일단 션이는 자제할 수가 없는 상태였음. 그래서 그만 평소에 가지고 있던 궁금함을 더해 냅다 꽉찬 돌직구를 두청에게 갖다 박아버렸음.


"팀장님..근데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두청은 웅얼거리면서 물어보는 션이의 질문에 조금 말문이 막혔음. 얘가 뭐래냐. 취하니까 진짜 별 소릴 다 하네. 두청이 당황해서 대수롭지 않은 척 아무 말이나 막 내뱉었음. 그럼 션이는 그걸 또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혼란스러워하는거야.


"..죄송해요...그냥....가끔...좀 헷갈려서요."
"....뭐, 고마우면 물이나 한 잔 주던가. 다 왔어."


두청이 션이를 조심스럽게 내려 부축했음. 떨어뜨릴까봐 업고 있을때보다 배는 신경써서 내려줬거든.

근데 그렇게 조심한 게 무색하게도 현관문을 열고, 센서등이 켜짐과 동시에 션이가 발을 헛디뎌 크게 휘청거렸음. 두청이 션이를 낚아채려다가 순간 중심이 무너져 두 사람은 쏟아지듯이 우당탕 현관 바닥을 구르게 되었지. 어떻게 넘어졌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음. 일단 아픈 것보다도 너무 놀라서 두청은 그대로 션이를 품에 꽉 안고 있었음.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음. 술기운이 한 순간에 모두 증발되어버린 것 같았음. 괜찮아? 어디 안 부딪혔어? 아파? 두청이 겨우겨우 정신을 붙들고 션이에게 물어보는데


"...이거봐요. 자꾸 잘해주면서..."


이녀석이 물어보는 말은 신경도 안쓰고 품 속에서 조금 억울하다는듯이 자기 할 말만 속삭이잖아. 아니, 억울한 쪽이 누군데? 두청이 욱씬거리는 어깨의 통증을 뒤늦게 느끼면서 저거 술 깨면 보자 속으로 별렀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지 션이는 속도 좋게 두청에게 안겨 금방 또 잠이 들고 말았음.

두청은 어두운 현관에 누워 센서등이 다시 켜질때까지 오래도록 션이를 안고있었음

그리고 두청은 잠든 션이와 달리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을 잘 수 없었을거임






후...왜겠냐고요....



두청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