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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0:51
슬램덩크
사소하게 투닥대다가 갑자기 불 붙어서 서로 언성 높아지더니 더이상 여기에 있고싶지 않다면서 태섭이가 그대로 대만이 자취방을 나와버렸는데.... 화나서 계속 걷기만 하다가 문득 자신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뒤늦게 깨달은 거야. 이미 차는 끊겼고 옷은 벙벙한 정대만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인데다 가장 중요한 가방은 정대만의 자취방에 그대로 두고 온 상태, 즉 오갈 데 없는 빈털털이라는 뜻이었음.
그나마 바지는 내거라서 다행인가. 아니었으면 싸우고 나온 주제에 우습게 바지춤을 붙잡고 어기적대며 걸어야했으니까. 싱거운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싸우고 나왔으니 바로 돌아가기는 싫어서 조금 더 걸어서 나온 편의점 앞 테이블에 털썩 앉겠지. 이제 어쩌나싶어 두 발만 내려다보는데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고 이제 여름 다 갔다고 밤이 되니까 으슬으슬 추워지는 거야. 두 팔로 제 몸을 감싸고 열심히 문질러보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했음. 정대만이랑 크게 싸우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를 배회하다가 손도 시렵고 발도 시려워지니까 왜인지 눈물이 핑 돌았음. 아이씨.... 팔로 눈을 벅벅 문지르면서 조금 새어나온 눈물을 지워버리는데 어디서 송태섭!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지금만큼은 별로 듣고싶지 않아서 벌떡 일어났는데 목소리의 주인은 그새 태섭이 앞에 서서 태섭이 팔을 잡았음.
너, 헉, 너 또, 어디 가려고, 헉....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손힘은 어찌나 억센지 태섭이는 저도 모르게 아파요.. 소리를 흘렸지. 그러면 화들짝 놀란 대만이가 손의 힘을 풀었지만 놓아주지는 않았어. 겨우 숨을 고르고 태섭이를 쳐다보는데 태섭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음. 잡았던 손을 올려 팔을 만져보니 차가워서 또 한 번 한숨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챙겨온 대학교 져지를 태섭이 어깨에 둘러주었음. 무슨 짓이냐는 것처럼 눈썹이 살짝 올라가다가 너 추위 많이 타잖아, 라는 대만이 말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누그러진 태섭이는 말없이 져지를 여몄음.
어디 가지 말고 있어. 잠깐만 기다려. 가면 안 된다, 진짜.
당부에 당부를 하더니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바깥에 있는 태섭이를 좇겠지. 그렇게 불안하면 옆에 달고 들어가던가..... 대만이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아서 얌전히 그 자리에 다시 앉아 바닥만 보는데 문이 딸랑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태섭이 두 손에 유리병에 든 따끈한 두유가 쥐어졌음. 두유를 쥐어준 손을 따라 고개를 들자 녹갈색의 눈 한 쌍과 정면으로 눈이 맞아 다급하게 눈을 피했지.
뭔데요.
너 손 차가워.
근데.
쥐고 있으라고.
그러더니 서늘한 태섭이의 발이 뜨끈한 대만이의 손으로 감싸졌지. 으아아아?! 깜짝 놀라서 이상한 소리를 냈지만 아까처럼 정대만의 악력을 이길 수는 없어 고스란히 발을 내주어야했음.
엄청 차갑네.
아직 여름이 다 간 것도 아니고 그다지 오래 나와있던 것도 아닌데 유난을 떠는 남자친구를 보니... 솔직히 기분 좋았음. 걱정스러운 듯 인상을 쓰는 얼굴을 내려다보니 겸사겸사 섹시하기까지 했지. 잠깐만 왜 내가 선배를 내려다보고있는데. 그 생각에 다시 급하게 눈을 돌리니 대만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것도 부상 당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있어서 기함을 했음.
선배 무릎!
내 무릎 괜찮다고 백번은 말했어.
그래도요!
두 손으로는 두유를 꼭 쥐고서는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제 무릎을 걱정하는 애인이 귀여워서 당장 뽀뽀라도 하고싶었지만 일단 발을 녹이는 게 먼저였지. 하지만 자꾸 난리를 치는 태섭이 때문애 대만이는 못 이긴 척 일어나야했어. 일부러 으쌰- 소리까지 내니 같이 일어나던 태섭이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지.
형아 진짜 괜찮아.
원래 그럴 때 더 관리 잘해야되는 거 몰라요?
아니까 너는 네 손이나 녹여.
....이제 괜찮거든요?
어디 보자.
자연스럽게 태섭이 손을 만지면서 져지 안의 팔도 만져보더니 아직 멀었다며 다시 두유를 꼭 쥐어주고 자신은 태섭이 뒤에 서서 꼭 안았음.
가자.
이렇게요?
너 아직 몸 차갑다니까.
우리 싸운 건 기억해요?
응. 그래서 너 갔을까봐 헐레벌떡 잡으러 나왔잖아.
어이없네. 그래놓고 아까는 그렇게 화를 냈어요?
그거는-! 내가 미안하지...
됐어요. 나도 잘한 건 없으니까.
우리 화해하자. 나 너 보내기 싫어.
그게 뭐야. 완전 제멋대로.
그러면서 왜 웃는데? 화해하자는 거지?
아 화해해, 화해해.
오케- 화해 완료.
혼자 왔던 길을 대만이와 함께 돌아가면서 찔끔 눈물까지 났었던 막막하던 기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지. 뭐 때문에 싸웠는지도 흐릿해. 그냥 대만이랑 있어서 좋을 뿐이었음. 대만이가 자신을 위해 가져온 져지도, 자신을 위해 사온 따뜻한 두유도, 대만이랑 나누는 실없는 대화도 좋았지. 크게 싸웠던 게 우스울 정도로 온통 좋은 것 뿐이었어.
사소하게 투닥대다가 갑자기 불 붙어서 서로 언성 높아지더니 더이상 여기에 있고싶지 않다면서 태섭이가 그대로 대만이 자취방을 나와버렸는데.... 화나서 계속 걷기만 하다가 문득 자신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뒤늦게 깨달은 거야. 이미 차는 끊겼고 옷은 벙벙한 정대만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인데다 가장 중요한 가방은 정대만의 자취방에 그대로 두고 온 상태, 즉 오갈 데 없는 빈털털이라는 뜻이었음.
그나마 바지는 내거라서 다행인가. 아니었으면 싸우고 나온 주제에 우습게 바지춤을 붙잡고 어기적대며 걸어야했으니까. 싱거운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싸우고 나왔으니 바로 돌아가기는 싫어서 조금 더 걸어서 나온 편의점 앞 테이블에 털썩 앉겠지. 이제 어쩌나싶어 두 발만 내려다보는데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고 이제 여름 다 갔다고 밤이 되니까 으슬으슬 추워지는 거야. 두 팔로 제 몸을 감싸고 열심히 문질러보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했음. 정대만이랑 크게 싸우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를 배회하다가 손도 시렵고 발도 시려워지니까 왜인지 눈물이 핑 돌았음. 아이씨.... 팔로 눈을 벅벅 문지르면서 조금 새어나온 눈물을 지워버리는데 어디서 송태섭!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지금만큼은 별로 듣고싶지 않아서 벌떡 일어났는데 목소리의 주인은 그새 태섭이 앞에 서서 태섭이 팔을 잡았음.
너, 헉, 너 또, 어디 가려고, 헉....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손힘은 어찌나 억센지 태섭이는 저도 모르게 아파요.. 소리를 흘렸지. 그러면 화들짝 놀란 대만이가 손의 힘을 풀었지만 놓아주지는 않았어. 겨우 숨을 고르고 태섭이를 쳐다보는데 태섭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음. 잡았던 손을 올려 팔을 만져보니 차가워서 또 한 번 한숨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챙겨온 대학교 져지를 태섭이 어깨에 둘러주었음. 무슨 짓이냐는 것처럼 눈썹이 살짝 올라가다가 너 추위 많이 타잖아, 라는 대만이 말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누그러진 태섭이는 말없이 져지를 여몄음.
어디 가지 말고 있어. 잠깐만 기다려. 가면 안 된다, 진짜.
당부에 당부를 하더니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바깥에 있는 태섭이를 좇겠지. 그렇게 불안하면 옆에 달고 들어가던가..... 대만이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아서 얌전히 그 자리에 다시 앉아 바닥만 보는데 문이 딸랑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태섭이 두 손에 유리병에 든 따끈한 두유가 쥐어졌음. 두유를 쥐어준 손을 따라 고개를 들자 녹갈색의 눈 한 쌍과 정면으로 눈이 맞아 다급하게 눈을 피했지.
뭔데요.
너 손 차가워.
근데.
쥐고 있으라고.
그러더니 서늘한 태섭이의 발이 뜨끈한 대만이의 손으로 감싸졌지. 으아아아?! 깜짝 놀라서 이상한 소리를 냈지만 아까처럼 정대만의 악력을 이길 수는 없어 고스란히 발을 내주어야했음.
엄청 차갑네.
아직 여름이 다 간 것도 아니고 그다지 오래 나와있던 것도 아닌데 유난을 떠는 남자친구를 보니... 솔직히 기분 좋았음. 걱정스러운 듯 인상을 쓰는 얼굴을 내려다보니 겸사겸사 섹시하기까지 했지. 잠깐만 왜 내가 선배를 내려다보고있는데. 그 생각에 다시 급하게 눈을 돌리니 대만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것도 부상 당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있어서 기함을 했음.
선배 무릎!
내 무릎 괜찮다고 백번은 말했어.
그래도요!
두 손으로는 두유를 꼭 쥐고서는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제 무릎을 걱정하는 애인이 귀여워서 당장 뽀뽀라도 하고싶었지만 일단 발을 녹이는 게 먼저였지. 하지만 자꾸 난리를 치는 태섭이 때문애 대만이는 못 이긴 척 일어나야했어. 일부러 으쌰- 소리까지 내니 같이 일어나던 태섭이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지.
형아 진짜 괜찮아.
원래 그럴 때 더 관리 잘해야되는 거 몰라요?
아니까 너는 네 손이나 녹여.
....이제 괜찮거든요?
어디 보자.
자연스럽게 태섭이 손을 만지면서 져지 안의 팔도 만져보더니 아직 멀었다며 다시 두유를 꼭 쥐어주고 자신은 태섭이 뒤에 서서 꼭 안았음.
가자.
이렇게요?
너 아직 몸 차갑다니까.
우리 싸운 건 기억해요?
응. 그래서 너 갔을까봐 헐레벌떡 잡으러 나왔잖아.
어이없네. 그래놓고 아까는 그렇게 화를 냈어요?
그거는-! 내가 미안하지...
됐어요. 나도 잘한 건 없으니까.
우리 화해하자. 나 너 보내기 싫어.
그게 뭐야. 완전 제멋대로.
그러면서 왜 웃는데? 화해하자는 거지?
아 화해해, 화해해.
오케- 화해 완료.
혼자 왔던 길을 대만이와 함께 돌아가면서 찔끔 눈물까지 났었던 막막하던 기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지. 뭐 때문에 싸웠는지도 흐릿해. 그냥 대만이랑 있어서 좋을 뿐이었음. 대만이가 자신을 위해 가져온 져지도, 자신을 위해 사온 따뜻한 두유도, 대만이랑 나누는 실없는 대화도 좋았지. 크게 싸웠던 게 우스울 정도로 온통 좋은 것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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