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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2:52
농구부 후배치고는 좀 특별하고 각별하고 하여간에 보통 사이는 아닌 송태섭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묘하게 서운한 마음이 든 건 왜였을까. 대만이는 그저 부러움이라 생각하며 뭉개고 좋은 선배로서의 모습만 보였음. 짜식 축하한다! 너 꽤 하는 놈이니까 가서도 쫄지말고 잘해. 근데 왜 자꾸 가지말라고 하고 싶었을까. 그것 참 희한하지.

초반에 어떻게 이어지던 연락은 시간이 지나자 당연하다는 듯이 끊겼고 그렇게 송태섭을 잊고 살았던 정대만은 5년 만에 그 후배한테 연락을 받았음. 며칠 뒤에 잠깐 들어가는데 둘이서 볼 수 있냐고. 연락 안 한 세월이 얼만데 그 물음 하나로 그래. 보자. 도착하는 날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갈까? 라는 말이 뭐가 그렇게 쉽게 나오던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길래 또 쉽게 알았어. 오면 전화해. 라며 통화를 마쳤음. 그러고보니 이 번호도 벌써 6년째 쓰고있구나. 실없는 생각이었지.

며칠 뒤 태섭이가 저녁 즈음 보자는 말에 대만이는 맛있다고 들은 고깃집을 예약했음. 저녁시간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태섭이를 데리러가서 픽업한 다음 - 여기까지 뭐하러 왔어요. 가게 앞에서 만나지. / 후배님 피곤할까봐. - 식당으로 갔지. 5년의 공백 때문에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음. 얼마 안 있어 둘은 편하게 대화를 나눴음. 술만 없었더라면 꼭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지. 이렇게 편했던 적이 얼마 만이지? 태섭이와 함께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떠드니 마음만 먹으면 태섭이를 만날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리워졌음. 마음이 말랑해져버린 건 그래서일까.

내가 너 보고싶었나봐.

입 밖으로 꺼내고서야 자신이 태섭이를 꽤 보고싶어했다는 걸 알았음. 근데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는데 건너편 후배한테는 꽤 놀랄 일이었는지 눈을 살짝 크게 뜨고 있었음. 그걸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겠지.

얌마 우리가 보통 사이냐. 비록 처음엔 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긴 했다만.... 그래도 우리처럼 각별한 선후배 사이는 없지.
그렇죠. 선배가 거하게 잘못 끼긴 했지.

금세 원래 눈으로 돌아온 태섭이를 보니 어딘가 아쉬워졌음. 아까가 더 나은데. 귀엽고. 하지만 후배는 남자다운 걸 선호했으니 입을 다무는 편이 나았지. 이쯤부터였나 태섭이의 술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음. 누가 쫓아오냐. 갑자기 왜 이렇게 달려. 막아보려고 해도 괜찮다며 빠르게 소주 한 병을 비우더니 한 병을 더 비우자마자 대만이한테 소주잔을 빼앗겨버렸지. 급하게 마신 탓에 급격하게 취해 눈이 풀린 태섭이었음.

내 수울....
수울- 은 무슨. 벌써 혀는 반쯤 풀린 게... 어, 야!

태섭이 몸이 한쪽으로 기울려고 하길래 대만이가 얼른 일어나 태섭이 옆에 앉아 단단히 어깨를 붙잡았음. 그러자 이번엔 고개가 떨어지려고 해서 이번엔 두 손으로 아직 동그란 두 볼을 턱 감쌌지.

하여간에 진짜. 천천히 마시라고 했냐 안 했냐.
시원해....

따끈하게 열이 오른 볼을 제 시원한 손에 잔뜩 부비는 후배 탓에 대만이는 당황스러웠음. 왜? 고작 볼 부빈 거 갖고 유난 떨지마.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이제 가자고 하려는데.

정대만.

조금은 풀린 말투로 제 이름을 불러오는 건방진 후배였지. 근데 싫지는 않았고 그냥 웃음이 나왔음. 얘는 참 술 취해도 귀엽네.

정대만? 술 취했다고 맞먹으려고 하냐.
정대마안....
왜애 송태섭.

여전히 따끈한 볼에 자신의 손을 얹어둔 채로 물으면.

내가 너 좋아하거든....

그 손이 살짝 굳어버리고.

근데 이제 안 좋아하려고.....

그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고.

나 이제 정대만 좋아하는 거 그만할래.....

왜 그 말에 화가 나던지. 그제야 대만이는 자신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음. 왜 미국에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고 여태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았으며 간만에 온다는 말에 당연하게 공항으로 나가려고 했는지. 왜 송태섭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그 시절이 그리웠는지.

안 돼.

이제 알았는데.

정대만 계속 좋아해.
안 해.....
송태섭. 정대만 계속 좋아하라고.
왜....!

태섭아.

정대만도 송태섭 좋아하니까.

그만두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