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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5:47
bgsd 어나더 3나더
"케이, 개 좋아해요? 강아지."
"좋아해."
그렇게 물어본 건 오랜만에 노부의 집에 와서 몇 시간 동안 함께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이었다. 그동안은 케이가 그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잠자리를 피했다가 오랜만에 가진 시간이라 그런지 케이가 평소보다 더, 물론 노부도 평소보다 더 달아올라던 터라 오랜만의 잠자리는 거칠고 길었다. 덕분에 개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노부의 목소리도,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케이의 목소리도 완전히 쉬어 있어서 두 사람은 키득키득 웃었다. 케이는 웃다가도 몸이 힘들어서 심술이 나는지 노부의 가슴을 꼭꼭 깨물기 시작했다. 뭐, 케이가 이갈이하는 아깽이처럼 사람을 물어대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케이의 등을 토닥거리다가 엉덩이로 슬쩍 손을 내리자 가슴에 이를 세우고 있던 케이가 갑자기 가슴을 세게 콱 물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다시 손을 올려서 등을 토닥이자 케이가 여전히 쉰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 강아지 데려오고 싶어?"
"그건 아니고, 오늘 누가 묻길래."
"강아지는 외로움을 많이 탄대.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힘들어한다고 하던데."
"그래요? 고양이는 괜찮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한데, 독립적인 성격이 많긴 하지. 고양이 데려오고 싶어?"
"아니요."
노부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나 괜히 얘기했어. 같이 살던 고양이가 떠난지 몇 년째인데 아직도 흔적을 정리를 못하는 사람한테 무슨 짓이냐, 스즈키 노부유키. 노부는 여전히 노부의 가슴을 잘근거리는 케이의 등을 토닥여주다가 가슴이 따끔따끔거려서 케이의 고개를 들고 입을 맞췄다.
"난 그냥 케이 키울래요."
케이는 노부를 매섭게 노려 보더니 못 깨물게 된 가슴 대신 노부의 입술을 콕 깨물었다.
"키우긴 뭘 키워? 누가 키우게 해 준대?"
"키우게 해 줘요."
"싫어."
"사귀게 해 주지도 않으면서 키우게는 해 줘야지."
"무슨 헛소리야."
"케이는 정말 너무해요."
"시끄러워."
"너무해. 케이는 나한테 제일 너무한 사람이야."
케이는 대답 대신 또 노부의 어깨를 꼭 깨물어서 응징했다. 거짓말했으니 벌 받아도 싸지. 제일 너무하기는. 케이는 노부에게 유일하게 너무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노부를 혐오하거나 무서워하느라 눈도 못 마주치는 가족들을 보라. 심지어 어머니는 노부를 보려고 하지도 않는데. 자기가 낳아놓고는. 노부는 기분좋게 노부의 어깨를 꼭꼭 깨물고 있는 케이를 안아들고 일어섰다.
"씻으러 갑시다."
"갑시다."
케이가 오늘따라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기 때문에 노부는 케이를 안고 욕실로 가면서 속삭였다.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요?"
"아니."
"자고 가요."
"안 돼."
"한 번만 자 봐요."
"안 돼."
"그럼 내가 케이 집에 가서 잘게요."
"안 돼."
"전에 많이 잤잖아요."
"이제 혼자서도 잘 자니까 안 돼."
쉽지 않네...
지금까지 몇 년간 순탄하게 거래해 왔던 거래처에서 이번 시즌에는 타사와 입찰을 하기로 했다고 전달해 왔다. 경쟁사에 꽤나 유능한 인사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경쟁사의 오너가에는 자식이 외동아들 하나뿐이고 그 아들이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차기 CEO로 내정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유능한 인사는 외동아들과 연인 사이지만 오너가 매우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고.
그 유능한 인사가 이번에 예비장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는지 스즈키그룹의 거래처에서 입찰 기회까지 얻어낸 것이었다. 물론 스즈키 쪽도 그냥 물러나 줄 생각은 없었기에 기획 1팀과 마케팅 2팀도 공을 들여서 기획안을 수정하고 회심의 상품을 내놓았다. 아무리 준비를 잘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긴장됐지만 자신있었다. 그리고 입찰 프리젠테이션 당일에는 상품 기획을 맡은 기획 1팀의 케이와 미야무라 소라, 노부와 마케팅 2팀의 부팀장 넷이 거래처를 방문했고 노부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경쟁사의 프리젠테이션을 보지는 못했지만 노부의 회사보다 먼저 했다고 알고 있었다. 프리젠테이션은 성공적이었고 거래처의 반응도 좋았다. 다른 회사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거래처 임원들의 표정이 밝았기에 마음을 놓은 노부는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노부의 회사팀에 주어진 대기실로 돌아갔다. 당일에 결과가 발표나는 건 아니라서 짐을 챙기고 돌아가야 했지만 마케팅2팀 부팀장은 거래처의 담당직원을 만나러 갔고 케이는 화장실에 갔다. 미야무라는 일이 있어서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먼저 떠났기에 노부 혼자 대기실에 남아 케이와 부팀장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부팀장이나 케이가 아니라 경쟁사에서 온 이번 프리젠테이션 책임자. 유능하다는 소문의 그 남자. 아마미야 료이치로의 새 애인이었다.
서로 수고했다는 둥의 형식적인 인사를 마친 뒤였다. 상대방에게 관심도 없고 딱히 대화할 의욕도 없지만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글로벌 경기, 이번 기획에 광고 모델로 내정돼 있는 연예인 이야기 등등. 나중엔 하다하다 기후변화 이야기까지 하고 지겨워서 미칠 지경이 됐지만 남자는 나가지 않았다. 그저 안면도 틀 겸 인사나 하러 온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리고 한참을 떠든 뒤에야 남자는 어딘가 비릿하게 웃더니 노부에게 바짝 다가와서 속삭였다.
"스즈키 가에 수인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남자의 소문만 듣고 능력이 있는 인물일 거라고 여겼던 자신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자타공인 똥차콜랙터인 그 아마미야 료이치로가 고른 남자가 똥차가 아닐 리가 없는데, 이번엔 애인이라는 이 놈의 소문이 좋아서 아마미야가 드디어 똥차가 아닌 놈을 골랐나 했더니. 쯧. 걘 진짜 뭐가 문제일까? 그래서 아마미야 료이치로의 새로운 똥차인 이 자식은 능력으로 스즈키 그룹과 장기간 거래를 해 왔던 거래처에게서 입찰 기회를 따낸 게 아니라 비싼 술을 잔뜩 먹이고 두툼한 돈봉투라도 잔뜩 안기고 로비를 해서 따낸 건가?
"제가 스즈키 가의 큰 형님과 둘째 형님은 파티에서 뵌 적이 있는데 두 분 형님께서 막내동생 이야기는 전혀 하질 않으시더군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재벌가 자제들의 모임 같은 사석에서도 막내분은 전혀 만난 적이 없어서 궁금했거든요. 정말로 수인이라서 어디 해외에라도 보냈나 했지요. 수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나라들 있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시는지?"
"스즈키가 희귀한 성이 아니긴 합니다만... 설마 같은 회사에서 가족이 아닌 척하고 일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뭡니까."
능력이 좋은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제 살 길을 찾는 인간이었군. 그 길이 살 길이 아니라 죽을 길인 것도 모르고. 노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었던 오랜 연인과 헤어진 뒤로는 무슨 저주라도 걸린 것마냥 유구하게 똥차만 만나는 악우, 아마미야 료이치로를 생각했다. 그 바보 녀석의 새로운 똥차가 곧 살길이 없어질 테니 악우가 다시 솔로가 되겠다는 하릴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그렇게 이 녀석이 본격적으로 협박하길 기다리며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스즈키 회장님이 막내아들이 수인이라는 걸 그렇게 숨기려 애쓰신다던데..."
"원하는 게 뭡니까?"
들어나 보자.
"입찰 포기하시죠."
"우리 프리젠테이션은 보지도 못했으면서 벌써 겁을 먹었습니까? 그렇게 그쪽 상품에 자신이 없어요?"
대답은 없었지만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오늘 결과가 결정 안 난다고 하더니 내부에서는 이미 스즈키 그룹의 신상품으로 결정이 난 모양이었다. 저 자식은 그동안 술을 먹였는지 돈을 먹였는지 공을 들인 내부직원에게 입찰 결과를 미리 들은 모양이지.
"그쪽은 수인이라는 게 드러나도 괜찮을지 몰라도 스즈키 회장님은 막내아들이 더럽고 야만적인 수인이라는 걸 그렇게 혐오하고 감추려 한다는데... 나이 드신 아버지의 심기를 어지럽혀서 되겠습니까? 나이 드셔서 건강도 안 좋으실 텐데 효도하셔ㅇ-"
그러나 이 비열한 자식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문이 벌컥 열리는가 싶더니 케이가 말도 다 듣지 않고 놈의 허리를 걷어찼기 때문이었다. 케이는 놈의 등 뒤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으니 바로 걷어차면 등을 걷어차는 게 편했겠지만 케이가 걷어찬 건 놈의 옆구리였다. 놈의 등을 걷어차면 그 자식이 노부 쪽으로 날아올 테니 노부의 품에 그런 자식을 안겨주긴 싫었나.
귀엽긴. 그래요. 내가 케이 말고 다른 놈 끌어안는 건 싫죠? 그러니까 우리 어서 연인 사이로 땅땅하자니까.
놈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지만 케이는 아무런 대답없이 기껏 일어난 놈을 다시 걷어차서 쓰러뜨리고는 놈을 올라탔다. 아니, 왜 그딴 놈을 올라타. 실실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불쾌해진 노부가 케이를 잡아 일으키기도 전에 케이는 한 손으로 놈의 멱살을 꽉 잡더니 다른 손을 들어서 놈의 얼굴 앞에 가져갔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뺨이라도 후려치려나 했었지만.
손가락을 쫙 펼쳐서 손톱 끝을 놈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대고 놈의 얼굴을 긁어내릴 듯이 위협하고 있는 케이의 손 끝에서는
무시무시하게 번쩍거리는 날카로운 손톱... 아니 발톱이...
그리고...
"다시 지껄여 봐."
낮게 으르렁거리는 케이의 입술 사이로는 섬뜩한 송곳니가 삐죽 튀어나와 제 위용을 뽐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갈이하는 고양이 같은 게 아니라...
정말 고양이였군.
짜릿하네.
놉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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