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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0:17
도쿄에 살던 엄마친구아들이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마침 방이 남는 영수네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잠이 덜 깬 아침식사 자리에서 듣게 됨. 그 애도 농구를 하고 그러니까 같이 다니기 좋을 거라는 얘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뭐 가족들이랑 떨어져서 다른 도시에 온 거니까 적응을 잘 도와주라는 둥, 엄마의 반잔소리 같은 말에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음.

그 대화가 있고 며칠 후 주말에 더플백이랑 캐리어 하나를 단촐하게 들고 온 윤대협을 처음으로 보고 안영수는 뭔가 운명 같은 것을 느낌. 어쩐지 이 녀석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았고 그냥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오싹함 정도였음.

아무튼 윤대협은 키가 크고 훤칠했고, 길에서 지나가다 보면 누구라도 돌아볼 정도의 깔끔한 미남이었음. 목소리라도 모기 같기를 바랐는데 목소리도 듣기 좋은 중저음이라서, 모든 걸 다 가진 인간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윤대협이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임.

같은 농구부? 잘 부탁해.

이게 그냥 농구부 활동에 대한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야!!!! 윤대협!!!"

영수는 배꼽 아래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듯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쳤음. 거리가 꽤 있기는 하지만 아마 그 소리에 모였던 물고기들도 싹 도망갔을 거임. 그 때문인지 턱을 괴고 있던 윤대협이 고개를 들고 영수 쪽을 바라보더니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음. 그 행동마저도 굼떠서 영수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었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집을 나가는 윤대협이 성실한 농구부 동기가 아니라 나사 하나가 빠진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아침도 안 먹고 나갔다는 말에 당연히 체육관에 있을 줄 알고 갔는데, 체육관에는 그 뾰족머리의 끄트머리조차 보이지 않았음. 시간이 흐를 수록 심기가 불편해지는 유감독님과, 그런 감독님의 무언의 시선을 받는 영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음.

오전 연습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갔을 때, 창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윤대협을 발견하고 영수는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혈압이 머리 꼭대기까지 솟는다는 것을 느낌. 홧김에 의자 다리를 걷어차니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면서 한다는 말이 '벌써 점심 시간이야?' 였음. 이 녀석의 시간 관념은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냐. 영수는 앞으로의 미래가 캄캄하다고 생각했음.





영수대협 대협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