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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1
이연화가 기르는 댕댕이 불여우는 애기때부터 생존과 관련한 특출난 영특함을 지니고 있었음 남들은 불여우의 외관을 슬쩍보고 고놈 참 노릇노릇하고 옆집 강아지같이 낯도 안가리는 게 어디 시장바닥에서 동전 몇닢 주고 데려온 녀석인 줄 알겠지만 이연화는 맹세컨대 돈을 주고 이 귀여운 객식구를 늘린 기억이 없었음 그저 어느 봄날에 나타나 며칠이고 낑낑 소리를 내고 눈이 마주치며 연화의 시각과 청각을 신경쓰이게 만들기에 작은 관심을 좀 줬을 뿐이었지 뭔가를 먹으면 떠나려나 싶었던 강아지는 연화가 내어준 부드럽게 바른 닭고기를 챱찹 소리를 내면서 해치우더니 그날부터 잃어버렸던 주인을 찾은 것처럼 연화를 따르며 지냈음 불여우는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개를 기르는 것과 연이 없던 연화와 큰 불편함을 만들지 않았음 가끔은 불여우가 자기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지 게다가 벽차지독으로 발작하는 제 곁에 다가와 촉촉한 코를 부비며 낑낑거리면 정신을 잃다가도 힘겹게 다잡을수밖에 없었을거야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연화는 일상을 공유하는 불여우를 점점 더 예뻐하고 신뢰하게 됐을듯
그런데 어느날 밖에서 놀다온 불여우가 난데없이 웬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음 그것도 한마리도 아니고 무려 두마리씩이나. 딱봐도 이미 불여우의 귀엽고 알맞은 크기는 몇 배를 넘긴 놈들인데 발 크기를 보아하니 아직도 한창 자라는 중이라 다 크면 정말 범보다도 더 크게 클지도 모르겠다고 이연화가 좀 기겁함 연화는 혹시 두 짐승들이 불여우를 괴롭힐까봐 일찌감치 쫓아낼까하다가 그래도 처음 친구를 데리고 온 딸자식 기르는 아비같은 심정이 되어 사이좋게 놀라고 희고 검은 개들에게도 차례로 삶은 고기를 좀 내어줬을거임 개들은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박고 고기를 뜯어먹었음 그 뒤로도 개들은 연화에게 함부로 짖지도 않고 물건을 물어뜯지도 않는 느긋한 태도로 배를 깔고 엎드려 한 자리씩 차지했음. 음, 기본 예의범절은 제법 갖춘 녀석들이군 싶어 개아범이 다 된 연화의 경계심도 자연스럽게 누그러들었지 그 거대한 녀석들의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면 그래도 강아지(?)들이라고 연화의 손길에 두 마리 다 꼬리가 팔랑팔랑거리는 게 덩치가 큰데도 꽤 귀여웠어. 옳지 예쁘다. 우리 불여우는 어떻게 만났어? 길을 잃었니? 이렇게 착한 걸 보면 누군가 아껴 기르는 개들일 것 같은데 어쩐다.. 한번만 안아봐도 돼? 아잇, 얘들아 핥지는 마. 하하, 간지럽다니깐?
그런데 연화의 걱정이 무색하게 고기를 뜯은 개들은 며칠을 내리 연화에게 잔뜩 예쁨받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렸음. 연화는 그 큰 녀석들이 혹 발치에 걸리진 않을까 조심하며 지내다가 없어지니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겠지만 그래도 잘 돌아갔겠지 하고 안심했을거임
그런데 연화가 무 밭에 물을 주고 돌아오는 사이에 낑낑거리는 불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려 연화루로 얼른 뛰쳐들어와 봤거든
이연화는 내가 데려갈거다. 애송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이연화한테 물어는 봐야지! 그리고 누구 맘대로? 나도 이연화가 좋아!
그니깐 웬 시커먼 장정 둘이 깨장창 깨지고 다 쓰러진 물건들이랑 나뒹굴고 있는데 연화는 저놈들 대체 뭔가 싶고...??? 그런데 가만히 하는 얘길 들어보면 기운이라던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은 있어서 우리가 서로 구면이었던가 의아할뿐임. 하지만 연화는 곧 이들의 대화에서 정체를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이익, 이거 놔!!! 적비성!! 이 시커멓고 재수없고 무식한 똥개야!!!
방다병 너야말로 좋을 때 놔라! 허연 털에서 먼지나도록 맞고싶지 않으면!
하....너희 설마 며칠 전 그 녀석들이야??? 당장 서로 그만두지 못해? 그리고 일어나서 무슨 일인지 똑바로 해명해!
로 시작하는 수인물 비스무리한 그런 거 보고싶다. 당연히 개라고 생각했던 두 놈들 개는 말도 안되는 늑대수인 내지는 늑대신수들인데 서로 자기 평생의 짝 이연화로 찜해서 티격태격 세같살하게되는 그런거 좋잖아. 연화야... 조금 많이 큰 개들은 어떠니...?
연화루 다병연화 비성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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