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5245147
view 3254
2024.05.27 20:16


잠깐 촬영장에서 졸았는데 눈 떠보니 레알 연화루 세계관으로 타임슬립한 성의.

처음엔 막 잠에서 깨가지고 상황 판단 안됬음. 그런데 주변이 온통 초록의 수목 천지이고 카메라며 조명은 커녕 촬영팀 한명도 안보이고. 언제 세트장 이렇게 리얼로 지었나, 그런데 감독님이랑 스탭들은 다 어디 갔지? 졸다가 일어나면 헤메코 당담이 쪼르르 달려와 머리 정리해주고 얼굴 분장 수정도 해주는데 그런것도 없고. 연화루 계단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불쑥 나타남.


-...승희? 


아무도 안보이는데 마침내 아는 얼굴이 나타다 안심이 되어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증순희 반쯤 울것 같은 얼굴이 됨. 성의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어도 보고 눈 앞에 손을 흔들며 뭔가 확인 하는듯 하기도 하고. 얘가 뭐하나 약간 귀찮아져서 증순희 손을 살짝 내려침.


- 이연화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는거야? 승희라니?


울망한 눈빛으로 저를 보는데 성의는 증순희가 장난 친다고 생각했음. 촬영장에서 중간중산 휴식을 취할때마다 각자의 배역으로 롤플레잉을 하며 장난 치는건 흔했으니까. 


- 그래그래 방다병 공자님. 감독님이랑 다른 스탭들은 어딨어? 우리 객잔씩 찍을거 아니었어? 순요형, 다들 어디갔어? 우리 촬영 순서 바뀌었어?
- 뭐? 적비성 지금 이연화 하는 소리 들었어? 감독? ㅅ...스...뭐 스으탭? 지금 무슨 헛소리 하는거야. 순요형은 또 누구야. 우리 정말 못알아보겠어?

옆에 서 있던 초순요의 얼굴이 더욱 굳었음. 이 형은 정색하면 정말 무서운 얼굴이 된다니까. 살짝 쫄았지만 성의는 두 사람이 짜고서 자신을 놀리는거라 생각 했음.


증순희와 초순요는 성의를 뚫어지게 바라봤음. 그들의 얼굴에는 염려, 경악, 혼란이 점철되어 성의는 증순희와 초순요가 이대로만 하면 아카데미 상 하나쯤은 거뜬히 쥘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음. 휴식 시간이 길어져봤자 퇴근 시간만 늦어질뿐이니까 성의는 장난 적당히 치라고 한마디 하려했는데 어디서 갑자기 한무리의 검은 복면인이 나타났음. 뭐...액션 사인도 없었는데? 몰카인가? 성의는 얼빠져 있다가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게 느껴졌음.

소픔으로 쓰는 칼은 저렇게 날카롭지도 않거니와 부딪힐때 챙챙 거리는 소리도 나지 않음. 게다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아무리 봐도 가짜 피같아 보이지 않았음. 게다가 초순요와 증순희가 와이어도 없이 날아다니며 특수효과 없이 장풍을 쏘고 있어! 성의는 무의식중에 자기 어깨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잡았는데 두피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음. 당황해서 머리를 여기저기 만져보니 진짜 자기 머리임, 게다가 허리보다 더 긴 장발인!


그제야 성의는 사태 파악을 했음. 여긴 진짜 연화루 세계이고 자신은 진짜 이연화인 것이다. 그럼 저기서 날뛰고 있는 두 사람은.... 싸우는 무리를 보다 복면인 하나와 눈이 마주쳤음. 그는 성의가 혼자 오도카니 서 있는걸 보고 바로 검을 찔러왔음. 여긴 고대이고 강호이고 저 사람은 정말로 날 죽이려고 하고... 성의는 놀라 꼼짝도 할수 없었는데 바로 적비성과 방다병이 날아와 성의를 보호했음.


복면 무리를 다 잡고난 적비성과 방다병은 성의에게 다가왔음. 실제로 피를 보니 앞날이 더욱 막막해졌음.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됬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는 방법은 또 어떻게 찾아야 하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끝을 보니 정말 사람 목숨이 초개처럼 사라지는 낯선 세계이구나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 앉은 성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음. 주저앉는 저를 부축하는 방다병과 굳은 표정의 적비성을 보며  성의는 일단 이연화인척 하기로 결심함.


어차피 저는 사실 몇천년이후 이연화라는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 성의랍니다, 라고 밝힌듯 방다병이나 적비성이나 자기가 중독되서 이제 정신도 이상해져 헛소리 하는구나 하고 여기겠지 어디 믿기나 하겠음. 당장 자기만 해도 적비성이나 방다병이 초순요나 증순희로 나타나서 사실 나는 얘가 아니고 갸다, 그래도 못믿을텐데. 지금 당장 기댈수 있는 사람도 이 둘뿐이고, 돌아가는 방법도 찾아야 하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성의는 마음을 다 잡았음. 

-고...고마워 아비, 방소보. 나 이제 괜찮아, 아까 잠에서 덜 깼었어.


자신을 제대로 부르는 이연화에 방다병과 적비성의 얼굴은 한결 풀렸지만 아직 창백한 이연화를 보니 아까의 상황이 떠올라 간담이 서늘해졌음. 벽차지독의 중독이 심해지면 제정신을 잃을수 있다는데, 게다가 내력을 많이 잃긴했어도 이연화는 전강호 최고의 고수였음. 아까 그 복면인의 공격쯤은 가볍게 처리할수 있었는데 반응조차 못한거 보면 몸상태도 보기보다 더 악화된게 틀림없음.  이렇게 이연화를 포기할수 없다며 두 남자들은 어떻게든 기필코 이연화를 살리겠다고 굳게 마음 먹음.


**



성의 이연화 연기하는거 자체는 어렵지 않았음.  타임라인 보니 이연화가 편지 남기고 떠난 몇개월 이후인것 같음. 그래서 성의가 좀 허술해도 적비성과 방다병은 이연화가 몸이 너무 안좋아서 그러는거라고 납득하고 넘어가버림.  두 사람이 호들갑 떨어서 약마가 가져온 약이니, 관하몽이 가져온 약이니 쓰고 이상한 맛 약을 참고 마시는것이 고역이었음. 그리고 강호최고 고수 이상이였다는 전적이 문제였음. 독때문에 내력은 사라졌어도 외공은 여전하니 그래도 장정 한둘쯤은 거뜬히 상대할수 있어야 하는데 성의, 아니 이연화는 무술선생에게 배운거 조금하고 꾸준히 한 운동으로 대충 흉내는 내도 어설프기 그지 없어라. 


게다가 아무리 배우지만 어떻게 24시간 내내 다른 사람인척 하나. 가끔 힘 풀려서 은은하게 성의가 흘러나오는데 이연화의 얼굴로 도무지 정체를 알수 없는 말랑뽀짝함이 느껴져 결국 적비성이랑 방다병 눈치 챘을것 같음. 결국 두 사람에게 사실을 말하는 성의.


적비성과 방다병은 눈 앞에 분명히 이연화가 있는데 이연화가 아니라고 하는 성의라고 하는 사람에게 복잡한 심정이 됨. 이연화가 또 이상한 꼼수를 부리는것은 아닐까, 하지만 여기저기 드러나는 정황이 이 사람은 이연화가 아니라는걸 확인시켜줫고 무엇보다 닳고 닳은 이연화는 성의처럼 순박한 모습은 없었음. 하지만 성의가 너무 제대로 이연화를 연기해서 그를 볼때 마다 한사람은 가슴이 아렸고 한 사람은 가슴이 텅 비었음. 


설마 이연화는 정말 죽고 대신 성의라는 사람이라도 보내준걸까, 아니면 이연화도 성의처럼 어느 낯선 공간을 해매이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의 곁에 성의가 말한 초순요와 증순희란 이가 함께 있어 외롭지 않길 바래봄. 


이연화가 약한척이었다면 성의는 레알 약한거라 적비성이랑 방다병이랑 과보호 했음 좋겠다. 강호인이 아닌것일뿐 몸 자체는 문제 없는데 무공 못하는거 외에 병약하던 이연화 떠올라 그냥 자기들도 모르게 이연화 다루듯이 하는거. 성의도 그 마음 모르지 않아서 그냥 모르는척 다 받아주고 이렇게 성의는 적비성 방다병과 함께 돌아갈 방법을 찾는 여정을 떠나며 연화루 2를 찍게 되는데...


연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