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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18:00
짧은 짝사랑 부정기 끝낸 마코토가 "저 미야타가 아니라 마코토예요" 하면서 로빈한테 고백했으면 좋겠다.
코이니도 드라마 촬영은 다 끝났지만 로빈이랑 마코토 자주 만났을 듯. 화보 촬영이나 인터뷰처럼 스케쥴 때문에 만난 것도 있고 그냥 사적으로 만나서 술 마시거나 밥 먹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로빈은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거야. 마코토를 만날 때마다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활짝 웃어주고 나란히 서있거나 할 때면 너무 당연한 듯이 어깨를 꽉 감싸안거나 기대오거나 했겠지. 근데 마코토는 그런 로빈의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 자꾸 떨리고 두근거렸으면 좋겠다.
마코토 처음에는 당연히 그냥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했겠지. 아직 역할에서 못 벗어나는 바람에 미야타로서 타카시 선배를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라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지금의 이 감정은 알아서 잘 사그라들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자고. 근데 아무리 지나도 두근거림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커져서 이건 잠깐 스쳐지나가는 마음이 아니라 완전히 사랑이라고 마코토 본인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을 듯.
다행히 짝사랑 자체는 힘들지 않았어. 상대가 동성인 것도 뭐, 며칠 놀라긴 했지만 그건 그동안 몰랐던 자기 자신의 숨겨진 면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놀랐을 뿐 그 이상으로 충격을 받지도 않았고. 문제는 오히려 엉뚱한 곳에 있었겠지.
"마코토군은 미야타를 잊었지만, 저는 아직도 타카시로서 계속 미야타군을 보고 있으니까요."
이상하지. 상대가 자꾸 나를 귀여워하고 어딜 가도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설레고 기뻐야 하는데 마코토는 그럴 수 없었을 거야. 마코토를 많이 좋아한다고, 귀여워서 견딜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로빈은 그 끝엔 꼭 아직도 타카시로서 미야타를 보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으니까. 그래서 자꾸 로빈이 자기를 끌어안을 때도, 자기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고 눈을 맞추다 먼저 배시시 웃을 때도 마코토는 그게 심장 떨릴만큼 좋으면서도 동시에 한편으로 좀...슬펐을 것 같다. 저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내가 연기했던 미야타군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상대가 자꾸 되새겨주니까.
그래. 아무래도 로빈상은 나보다 어른이고, 그래서 절대 자기 감정을 헷갈리지 않겠지. 나한테 자꾸 이렇게 다정한 건 내가 미야타이기 때문이야. 날 좋아하게 될 일도 없을거야. 이렇게 생각한 마코토는 자기 마음을 로빈한테 전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접었을 듯. 근데 자꾸 로빈이 자기한테 다정하니까 그동안 꾹 눌러왔던 감정이 기어이 흘러넘쳐버려서 마코토 결국에는 자기 마음을 고백해버렸으면 좋겠다.
마코토가 자기 마음을 고백한 장소는 로빈의 집. 그날도 밖에서 만나 술을 마시다가 장소를 로빈 집으로 옮겼는데, 조금 취한 듯한 마코토를 보고 로빈이 귀엽다고 말을 꺼낸게 시작이었지. 술 때문인지 마코토 손끝이 발갛게 물든 걸 보면서 로빈은 자연스럽게 마코토 손을 가져간 다음 신기하다는 듯이 만지작거렸을 것 같다.
"전에도 느낀 건데, 마코토군 술 마시면 금방 빨개지네."
마코토는 손을 붙잡힌 채로 웃기만 했어. 로빈상이랑 손 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까. 얼마 전이었나. 그날도 같이 밥을 먹고 밤이 늦었으니 데려다주겠다며 로빈이 같이 택시를 타고 마코토네 집 앞까지 간 적 있는데, 그 때 택시 뒷자석에서 로빈이 대뜸 가만히 앉아있는 마코토 손 가져가서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 잡고 있었을 듯. 로빈상 취하면 스킨십이 많아지는 편이니까, 하면서 마코토 크게 의미부여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로빈이 손을 뻗어 자기 뺨을 만졌을 땐 자기도 모르게 숨을 헙 들이마시고 말았어.
"따뜻해. 하얗고 따뜻하고 말랑해. 호빵 같아."
귀여워. 마주보고 앉아있던 것도 아니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었던 거라 로빈의 얼굴은 말 그대로 마코토 코앞에 있었을 것 같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다정한 말들을 잔뜩 속삭이며 웃는 로빈을 보고 있으니 마코토는 심장이 쿵쿵쿵 뛰었겠지. 이대로 입을 열면 입에서 심장이 툭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거세게.
"좋아해요."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숨이 차는 바람에 살짝 벌어진 입술. 그 사이를 심장 대신 고백이 비집고 나왔어. 마코토가 불쑥 내뱉은 좋아한다는 그 말 한마디에 마코토의 뺨을 어루만지던 로빈의 손이 멈췄지.
"미야타가 아니라, 하세가와 마코토로서 로빈상을 좋아해요."
당신은 타카시로서 나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줄곧 인간 후루야 로빈을 좋아했어요. 마코토는 조용히 하지만 올곧게 자기 마음을 전했어. 큰일났다 저질러버렸네. 이제 따로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려나. 앞으로 같이 홍보 돌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만약에 정말 정말 만약에 영화나 후속편 같은 걸 찍으면 어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대로 쭉 이어질 것만 같았던 고민은 갑자기 뚝 끊겼을 것 같다. 로빈이 웃으면서 양손으로 마코토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오는 바람에.
분명 갑작스러운 고백 공격을 받은 건 로빈인데 어쩐지 눈 앞의 8살 연상은 너무 차분하고 정작 당황한 건 마코토겠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마코토 때문에 로빈은 자꾸 웃음이 나왔어. 말 한마디만 꺼냈을 뿐인데 그동안 어떤 고민을 했을지 투명하게 다 보이는 게 너무 귀여웠거든. 그치만 이대로 못 참고 웃어버리면 기껏 용기낸 마코토가 상처받을지도 모르니까 로빈은 웃음을 꾹 참고 말했을 듯.
"나도 좋아해. 하세가와 마코토를."
좋아한다고? 나를? 로빈상이? 마음이 통할 거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마코토 대답도 못하고 그저 놀라서 눈만 깜박였겠지. 머릿속에선 그동안 로빈상이 자기에게 했던 다정한 말과 행동이 영화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그 모든 행동들을 곱씹다보면 결국 그동안 자길 맘 졸이게 했던 문제의 그 말이 생각나버려서, 로빈이 고백하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마코토 겨우 입을 열었을 것 같다.
"타카시로서 미야타를 좋아하는 마음과 헷갈리는 거라면 그만두세요."
"분명 못 미더운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 일단은 서른세 살 아저씨니까 말야."
"..."
"이런 걸 헷갈릴 나이는 아니야. 절대로."
평소의 마코토라면 절대 하지 않을 조금은 가시 돋힌 말. 하지만 그마저도 다 이해한다는 듯 로빈은 엄지손가락으로 마코토의 볼을 살살 쓸었내렸어. 로빈의 손가락 끝에 언제 흘렸는지도 모를 눈물이 묻어나왔고. 벌써 눈시울이 붉어진 마코토와 한참 눈을 맞추다가 로빈은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촉촉하게 젖은 눈가에 입 맞췄겠지.
그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입술. 조금만 말을 해도 금방 입술이 닿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에서 로빈은 허락을 구하듯 잠시 멈췄을 것 같다. 그리고 마코토가 스르르 눈을 감는 걸 본 뒤에야 천천히 입술을 포갰고. 서툰 고백과 입맞춤을 계기로 이렇게 두 사람의 연애가 첫 발을 내디뎠으면 좋겠네...
그동안 인터뷰에서 내내 말은 저렇게 해왔지만, 사실 로빈은 처음부터 줄곧 마코토를 좋아했겠지. 애초에 미야타를 사랑했던 것도 드라마 속의 미야타가 실제의 마코토와 닮은 점이 많아서였을 듯.
로비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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