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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21:51
ㅇㅅㅈㅇ
ㅇㅅㅍ
여공남수 먹음
여남박ㅈㅇ
얼마 안 지나서 둘째 소식 있었겠지
여의는 사실 녕원주 좀 더 건강해지고나서 고민해보고 싶었는데 둘이 눈만 마주봐도 분위기 잡히고 녕원주도 거의 매일 둘째 얘기 하니까 뭐 어쩔 수 없었음. 그냥 자기가 옆에서 더 잘 챙겨줘야지 생각한거 뿐이고
둘째 가졌다는 말에 황후도 기뻐하고 다들 좋아하고, 그렇게 기다렸던 소식이라 녕원주도 되게 좋아했음. 여의만 좀 걱정했겠지 뭐.. 무공 잃은 건 아니어도 예전만큼은 체력이 안되니까 힘들어하고 찬술 못 마시는 거 뿐만 아니라 그냥 찬 음식 자체를 못 먹고 그럼. 다 걱정스럽고, 지금 좋게 지내지만 매일 후회하는데 와중에 둘째 임신이라니 솔직히 함부로 좋아하는 것조차 미안했음
둘째 가진 후에 여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뭐 하나하나 먹는 거 다 봐주고 계속 옆에 있음
첫째 가졌을 땐 녕원주 뭐 어떻게 되든 알바 아니라서 가만 뒀던 건데 원래 음인이 임신하면 양인이 옆에서 지켜줘야 되는거니까. 이걸 제대로 안해줘서 몸이 상한것도 있으니까 두 배로 더 신경쓰고 잘해줄 듯. 아직 배도 하나도 안나와서 말랐는데 옷도 새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먼저 걱정하고, 본인은 추위도 그렇게 안타서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서 녕원주 춥다고 녕원주 겉옷을 자기가 들고 다님
남성 음인이 애 가지는 거 쉬운 일이 아니어서 녕원주 많이 고생할거임. 그건 찹쌀이때도 똑같았는데 그땐 여의가 관심이 없어서 몰랐겠지. 하루종일 어지럽고 기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다가 겨우 죽이나 조금 먹고 자기 다리베고 잠든 거 다독이면서 지금은 이렇게 조금이나마 챙겨주기라도 하는데 이전에는 이걸 어떻게 그냥 버텼나 싶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음
입덧을 하는게 아니라 입 맛도 없고 기운이 없어서 잠이 든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상태로 며칠을 보내는데 불안해 죽겠는거지. 얼굴은 창백하고 기운없고 누가봐도 정상적이지 않은데 여의도 그렇고 녕원주도 그렇고 결벽적일 정도로 아무일도 없다는 듯 지낼 거임. 집안에 있는 모두가 다 그런 상황이었음
불안한 얘기는 조금도 하지 못하게 하고 다만 안태약이나 보양에 좋은 약만 계속 달여먹음.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약을 달이고 좋은 차를 끓이고 하느라 군주부 전체에 약 냄새 밖에 안남
거의 한달을 그렇게 누워서 지내다가 매운 거 먹고 싶다고 여의 졸라서 밖에 나갈 듯. 여의는 지금 녕원주 불안불안한데, 자기 지금 먹고 싶은 거 있다고 계속 집안에 있어서 갑갑하다고 팔자 눈썹하고 조를때도 흔들렸는데 점점 시무룩해지는 거보고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그래.. 내가 죄인이지 다 내탓이야 그래 가자.. 하고 데리고 나옴. 그나마 먹기는 잘 먹어서 한시름 덜긴 했을 거임. 아무것도 못 먹다가 그게 진짜 먹고 싶었는지 매운 요리 가져다 주니까 잘 먹음. 여의도 얼굴이 반은 울상인데 그래도 잘 먹는거 보고 그래그래.. 먹자 다 먹자.. 하고 옆에서 힘없이 응원하고 있음
매운 새우 요리 같은 거 먹는데 여의는 그냥 옆에서 껍질 다 까주고 양념이 매우니까 맨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그럼
너무 자상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듯
근데 여의 눈에는 사람들이 자길 보는게 아니라 녕원주 보는 걸로 해석돼서 얇은 휘장 가져오라고 해서 다 막아버림. 어차피 담장보다 키가 큰 사내라 숨길 수도 없지만 굳이 남들 다 보여줄 이유는 없지
먹을만큼 먹고 왠지 기분도 좋고 해서 유달리 잘 웃음. 슬쩍 여의 손 잡고 쳐다보고 나 매일매일 이렇게 많이 먹다가 뚱뚱해지면 어떡할거냐고 하는데 여의가 커지면 커진만큼 더 예쁘겠지 하고 어르고 달래줌
길가다 보니 오늘 누군가 혼례를 하는지, 그것도 꽤 사는 집에서 하는지 종이 꽃 날리고 돌담에 얇고 붉은 천을 길게 매어놓아서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게 참 요란해보였음. 살랑살랑 길게 흩날린 천이 녕원주 뺨을 살짝 스치고 갔는데 간지러운지 눈 가늘게 뜨면서 웃는 게 너무 예뻐 보여서 여의는 그저 흐뭇하게 보고 있었단 말임. 녕원주 눈가에 닿는 거 보고 여의가 자기 손으로 얼굴 감싸주면서 요란도 하다. 하면서 살짝 자기 쪽으로 당겼음. 녕원주는 혼례는 좋은 일이지. 하고 계속 쳐다보면서 웃는 거
혼례 음악이나 밝은 대낮에도 걸어놓은 등롱이나 홍색이고 금색이고 녹색이고 한 장식들 보면서 좋아하는데 여의 또 명치 쪽이 차가워짐. 저렇게 좋아하는데, 본인 혼례에는 붉은 등도 하나 걸어주지 않았음
좋은 예물이 오간 것도 아니고 없는 살림에도 마련해서 입은 홍색옷도 입혀주지 않았고
잘해준게 정말 없다는 생각 들어서 돌덩이가 심장을 누르는 것처럼 갑갑해짐. 그렇다고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좋아하는 녕원주 기분 망치기 싫어서 그냥 손 잡아 당겨서 손등에 가만히 입술이나 누르고 억지로 웃어줬음
그때는 아무 마음이 없어서 녕원주가 겪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지도 않았고 그게 자기 책임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었겠지. 업보라는 게 이렇게 길게 원을 그리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 구나 싶어서 망연해졌음
여의의 그런 고뇌와는 상관없이 녕원주는 좋았음
사실 밖에 나오면 안되는 상태인 것도 알고, 최선을 다해 무시하고 있지만 불안한 상황인 것도 알고 있는데 여의가 자기 고집에 져주고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기만 돌봐주는게 좋아서
여의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조금은 아니까. 워낙 냉정하고 자신에게도 감정을 허락하지 않던 사람이라 사람을 걱정하고 마음에 상처가 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보이는데도 이제 자기한텐 지극하게 해주는거 모를 수가 없음. 여의 세상에서 어느정도 특별한 사람이 된거 같아서, 갑자기 시작한 그 오래 묵은 짝사랑이 더이상은 그리 처량해보이지 않았음
시장 돌아다니면서 여의가 계속 손 잡아주고, 부축해주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면 은근히 녕원주 못 보게 하려고 감싸고 그러는 거 전부 너무 달콤하고 기분 좋은거지.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녕원주 키가 크니까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면 여의가 미간 팍 찌푸리고 녕원주 자기 쪽으로 당겨서 걷는 거 보고 질투하는 구나 싶어서 막 속이 간지러웠음. 여의 마음에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자기한테 욕심내고, 지켜주고 이런 거 다 너무 달콤해서 머리가 저릿함
그러다 녕원주 습관처럼 달콤한 거 먹고 싶어하니까 너무 당연하게 여기 장안에서 가장 좋은 집으로 데려가서 고르게 해줌
잔치날이나 선물용으로 파는거라 가격이 말이 안되는 건 당연하고 과하고 과한 곳인데도 여의가 이것도 먹어볼래? 이거는? 하고 막 골라주는데 이상할 정도로 다 자기 취향인거지. 여의가 골라주는 건데 싫다고 하기도 싫고 솔직히 지금 참새가 방앗간 안에 있는거라 거절할 수 없었음 절대
점원도 여의를 알아보고 오셨냐고 막 반가워 하는 거부터 응? 싶었는데 항상 녕원주 방안에 있던 그 적자주색 주머니가 여의 품에서 나오는 거
입안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때 정말 공기까지 달다고 느꼈을 거임
녕원주는, 정말 여의한테 아주 오랫동안 본인이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좀 더 오래, 깊이 자길 생각해 준 것같아서 막 갑자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음. 오랜 시간 동안 버려져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까지는 아니었던거구나 싶은 거.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작은건데 녕원주가 그렇게나 세상이 캄캄하다고 느낄때도 여의는 적어도 자기 생각 해줬던 던거였음
여의는 간식거리 좀 사줬다고 너무 행복해하는 녕원주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함
이게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정말 내가 못해줘도 너무 못해줬구나 싶어서 지금 어지러운 지경임
하루종일 시간 잘 보내고 돌아왔는데 저녁에 녕원주 쓰러짐.
이미 황후가 며칠에 한번 태의를 보내줄 정도로 중시하는 녕원주인지라 태의 금방 도착했는데, 사실 이번 임신은 처음부터 그리 좋지가 않아서 녕원주 돌보던 의원들은 어느정도 눈치채고는 있었음. 심지어 여의도 그랬고. 조심스럽게 들떠 있던 분위기가 가라 앉는 것도 그래서 한순간이었겠지. 올게 왔다는 반응들이라서.
입단속 시킬 것도 없이 다들 조용히 납득하고, 서로 묻고 더 시끄러울 것도 없이 조용히 아무렇지도 않게 할일 함.
그래도 녕원주가 너무 기다리던 둘째 소식이라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안된거임
여의가 녕원주에게 해주려는 것들이나 해주고 싶은 것들 갑자기 아무 의미가 없는거 아닌가 싶은 순간이었을 거. 깨어나면 속상할 것 같아서 하혈한거 흔적도 남지 않게 다 손수 치워주고 옷도 갈아입혀두고 여의는 잠시 슬퍼할 시간도 없었음. 한때는 침상이 붉게 물든 것 가지고도 비웃었었는데, 그것도 어찌보면 결국 이렇게 돌아온 업보라서 정말 가슴이 망가지는 것 같겠지. 그걸 자기가 겪어야 되는 건데 왜 녕원주가 겪는지도 모르겠고
첫째때 그렇게 고생 안시켰으면 결국 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생각만함 전부 자기 탓이라고
차마 울 자격도 없는 거 같아서 녕원주 있는데선 울지도 못하고, 그나마 소리도 못내고 혼자 삭힘
그러면 안 되는 거였음. 그냥 여의가 그랬으면 안 되는 거였음
지금 겪는 거 본인에게는 당연한데 녕원주에게는 생기면 안되는 일인데.. 그냥 그거 때문에 미칠 거 같겠지. 이제 여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인데 과거 자기가 했던 일들 때문에 망가졌고 지금은 뭐든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
근데 또 녕원주 깨자마자 여의부터 찾을 듯. 어디 가지 말고 옆에 있어 달라고 하는데 여의는 울지도 못하고 응, 하고 조용히 이불 고쳐서 덮어줌.
녕원주도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들긴 한데 사실 자기 몸이라 본인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으니까
물론 예전같았다면 죽고 싶었겠지만 이제는 여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확신이 든터라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적이지는 않았음. 아직 초기라서 녕원주 몸이 심하게 상한 건 아니라서 그나마 그거 하나 다행일거임. 여의가 가만히 앉아있다가 간신히 눈물 참으면서 꼭 안아줌.
다 괜찮을 거라고, 괜찮아 질거라고 다독이는데 여의 본인은 그 말을 믿지도 않으면서 계속 그렇게 말함
그 거짓말이 제법 대단해서 녕원주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거라고 믿고 싶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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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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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지나서 둘째 소식 있었겠지
여의는 사실 녕원주 좀 더 건강해지고나서 고민해보고 싶었는데 둘이 눈만 마주봐도 분위기 잡히고 녕원주도 거의 매일 둘째 얘기 하니까 뭐 어쩔 수 없었음. 그냥 자기가 옆에서 더 잘 챙겨줘야지 생각한거 뿐이고
둘째 가졌다는 말에 황후도 기뻐하고 다들 좋아하고, 그렇게 기다렸던 소식이라 녕원주도 되게 좋아했음. 여의만 좀 걱정했겠지 뭐.. 무공 잃은 건 아니어도 예전만큼은 체력이 안되니까 힘들어하고 찬술 못 마시는 거 뿐만 아니라 그냥 찬 음식 자체를 못 먹고 그럼. 다 걱정스럽고, 지금 좋게 지내지만 매일 후회하는데 와중에 둘째 임신이라니 솔직히 함부로 좋아하는 것조차 미안했음
둘째 가진 후에 여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뭐 하나하나 먹는 거 다 봐주고 계속 옆에 있음
첫째 가졌을 땐 녕원주 뭐 어떻게 되든 알바 아니라서 가만 뒀던 건데 원래 음인이 임신하면 양인이 옆에서 지켜줘야 되는거니까. 이걸 제대로 안해줘서 몸이 상한것도 있으니까 두 배로 더 신경쓰고 잘해줄 듯. 아직 배도 하나도 안나와서 말랐는데 옷도 새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먼저 걱정하고, 본인은 추위도 그렇게 안타서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서 녕원주 춥다고 녕원주 겉옷을 자기가 들고 다님
남성 음인이 애 가지는 거 쉬운 일이 아니어서 녕원주 많이 고생할거임. 그건 찹쌀이때도 똑같았는데 그땐 여의가 관심이 없어서 몰랐겠지. 하루종일 어지럽고 기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다가 겨우 죽이나 조금 먹고 자기 다리베고 잠든 거 다독이면서 지금은 이렇게 조금이나마 챙겨주기라도 하는데 이전에는 이걸 어떻게 그냥 버텼나 싶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음
입덧을 하는게 아니라 입 맛도 없고 기운이 없어서 잠이 든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상태로 며칠을 보내는데 불안해 죽겠는거지. 얼굴은 창백하고 기운없고 누가봐도 정상적이지 않은데 여의도 그렇고 녕원주도 그렇고 결벽적일 정도로 아무일도 없다는 듯 지낼 거임. 집안에 있는 모두가 다 그런 상황이었음
불안한 얘기는 조금도 하지 못하게 하고 다만 안태약이나 보양에 좋은 약만 계속 달여먹음.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약을 달이고 좋은 차를 끓이고 하느라 군주부 전체에 약 냄새 밖에 안남
거의 한달을 그렇게 누워서 지내다가 매운 거 먹고 싶다고 여의 졸라서 밖에 나갈 듯. 여의는 지금 녕원주 불안불안한데, 자기 지금 먹고 싶은 거 있다고 계속 집안에 있어서 갑갑하다고 팔자 눈썹하고 조를때도 흔들렸는데 점점 시무룩해지는 거보고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그래.. 내가 죄인이지 다 내탓이야 그래 가자.. 하고 데리고 나옴. 그나마 먹기는 잘 먹어서 한시름 덜긴 했을 거임. 아무것도 못 먹다가 그게 진짜 먹고 싶었는지 매운 요리 가져다 주니까 잘 먹음. 여의도 얼굴이 반은 울상인데 그래도 잘 먹는거 보고 그래그래.. 먹자 다 먹자.. 하고 옆에서 힘없이 응원하고 있음
매운 새우 요리 같은 거 먹는데 여의는 그냥 옆에서 껍질 다 까주고 양념이 매우니까 맨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그럼
너무 자상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듯
근데 여의 눈에는 사람들이 자길 보는게 아니라 녕원주 보는 걸로 해석돼서 얇은 휘장 가져오라고 해서 다 막아버림. 어차피 담장보다 키가 큰 사내라 숨길 수도 없지만 굳이 남들 다 보여줄 이유는 없지
먹을만큼 먹고 왠지 기분도 좋고 해서 유달리 잘 웃음. 슬쩍 여의 손 잡고 쳐다보고 나 매일매일 이렇게 많이 먹다가 뚱뚱해지면 어떡할거냐고 하는데 여의가 커지면 커진만큼 더 예쁘겠지 하고 어르고 달래줌
길가다 보니 오늘 누군가 혼례를 하는지, 그것도 꽤 사는 집에서 하는지 종이 꽃 날리고 돌담에 얇고 붉은 천을 길게 매어놓아서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게 참 요란해보였음. 살랑살랑 길게 흩날린 천이 녕원주 뺨을 살짝 스치고 갔는데 간지러운지 눈 가늘게 뜨면서 웃는 게 너무 예뻐 보여서 여의는 그저 흐뭇하게 보고 있었단 말임. 녕원주 눈가에 닿는 거 보고 여의가 자기 손으로 얼굴 감싸주면서 요란도 하다. 하면서 살짝 자기 쪽으로 당겼음. 녕원주는 혼례는 좋은 일이지. 하고 계속 쳐다보면서 웃는 거
혼례 음악이나 밝은 대낮에도 걸어놓은 등롱이나 홍색이고 금색이고 녹색이고 한 장식들 보면서 좋아하는데 여의 또 명치 쪽이 차가워짐. 저렇게 좋아하는데, 본인 혼례에는 붉은 등도 하나 걸어주지 않았음
좋은 예물이 오간 것도 아니고 없는 살림에도 마련해서 입은 홍색옷도 입혀주지 않았고
잘해준게 정말 없다는 생각 들어서 돌덩이가 심장을 누르는 것처럼 갑갑해짐. 그렇다고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좋아하는 녕원주 기분 망치기 싫어서 그냥 손 잡아 당겨서 손등에 가만히 입술이나 누르고 억지로 웃어줬음
그때는 아무 마음이 없어서 녕원주가 겪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지도 않았고 그게 자기 책임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었겠지. 업보라는 게 이렇게 길게 원을 그리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 구나 싶어서 망연해졌음
여의의 그런 고뇌와는 상관없이 녕원주는 좋았음
사실 밖에 나오면 안되는 상태인 것도 알고, 최선을 다해 무시하고 있지만 불안한 상황인 것도 알고 있는데 여의가 자기 고집에 져주고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기만 돌봐주는게 좋아서
여의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조금은 아니까. 워낙 냉정하고 자신에게도 감정을 허락하지 않던 사람이라 사람을 걱정하고 마음에 상처가 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보이는데도 이제 자기한텐 지극하게 해주는거 모를 수가 없음. 여의 세상에서 어느정도 특별한 사람이 된거 같아서, 갑자기 시작한 그 오래 묵은 짝사랑이 더이상은 그리 처량해보이지 않았음
시장 돌아다니면서 여의가 계속 손 잡아주고, 부축해주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면 은근히 녕원주 못 보게 하려고 감싸고 그러는 거 전부 너무 달콤하고 기분 좋은거지.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녕원주 키가 크니까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면 여의가 미간 팍 찌푸리고 녕원주 자기 쪽으로 당겨서 걷는 거 보고 질투하는 구나 싶어서 막 속이 간지러웠음. 여의 마음에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자기한테 욕심내고, 지켜주고 이런 거 다 너무 달콤해서 머리가 저릿함
그러다 녕원주 습관처럼 달콤한 거 먹고 싶어하니까 너무 당연하게 여기 장안에서 가장 좋은 집으로 데려가서 고르게 해줌
잔치날이나 선물용으로 파는거라 가격이 말이 안되는 건 당연하고 과하고 과한 곳인데도 여의가 이것도 먹어볼래? 이거는? 하고 막 골라주는데 이상할 정도로 다 자기 취향인거지. 여의가 골라주는 건데 싫다고 하기도 싫고 솔직히 지금 참새가 방앗간 안에 있는거라 거절할 수 없었음 절대
점원도 여의를 알아보고 오셨냐고 막 반가워 하는 거부터 응? 싶었는데 항상 녕원주 방안에 있던 그 적자주색 주머니가 여의 품에서 나오는 거
입안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때 정말 공기까지 달다고 느꼈을 거임
녕원주는, 정말 여의한테 아주 오랫동안 본인이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좀 더 오래, 깊이 자길 생각해 준 것같아서 막 갑자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음. 오랜 시간 동안 버려져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까지는 아니었던거구나 싶은 거.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작은건데 녕원주가 그렇게나 세상이 캄캄하다고 느낄때도 여의는 적어도 자기 생각 해줬던 던거였음
여의는 간식거리 좀 사줬다고 너무 행복해하는 녕원주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함
이게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정말 내가 못해줘도 너무 못해줬구나 싶어서 지금 어지러운 지경임
하루종일 시간 잘 보내고 돌아왔는데 저녁에 녕원주 쓰러짐.
이미 황후가 며칠에 한번 태의를 보내줄 정도로 중시하는 녕원주인지라 태의 금방 도착했는데, 사실 이번 임신은 처음부터 그리 좋지가 않아서 녕원주 돌보던 의원들은 어느정도 눈치채고는 있었음. 심지어 여의도 그랬고. 조심스럽게 들떠 있던 분위기가 가라 앉는 것도 그래서 한순간이었겠지. 올게 왔다는 반응들이라서.
입단속 시킬 것도 없이 다들 조용히 납득하고, 서로 묻고 더 시끄러울 것도 없이 조용히 아무렇지도 않게 할일 함.
그래도 녕원주가 너무 기다리던 둘째 소식이라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안된거임
여의가 녕원주에게 해주려는 것들이나 해주고 싶은 것들 갑자기 아무 의미가 없는거 아닌가 싶은 순간이었을 거. 깨어나면 속상할 것 같아서 하혈한거 흔적도 남지 않게 다 손수 치워주고 옷도 갈아입혀두고 여의는 잠시 슬퍼할 시간도 없었음. 한때는 침상이 붉게 물든 것 가지고도 비웃었었는데, 그것도 어찌보면 결국 이렇게 돌아온 업보라서 정말 가슴이 망가지는 것 같겠지. 그걸 자기가 겪어야 되는 건데 왜 녕원주가 겪는지도 모르겠고
첫째때 그렇게 고생 안시켰으면 결국 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생각만함 전부 자기 탓이라고
차마 울 자격도 없는 거 같아서 녕원주 있는데선 울지도 못하고, 그나마 소리도 못내고 혼자 삭힘
그러면 안 되는 거였음. 그냥 여의가 그랬으면 안 되는 거였음
지금 겪는 거 본인에게는 당연한데 녕원주에게는 생기면 안되는 일인데.. 그냥 그거 때문에 미칠 거 같겠지. 이제 여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인데 과거 자기가 했던 일들 때문에 망가졌고 지금은 뭐든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
근데 또 녕원주 깨자마자 여의부터 찾을 듯. 어디 가지 말고 옆에 있어 달라고 하는데 여의는 울지도 못하고 응, 하고 조용히 이불 고쳐서 덮어줌.
녕원주도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들긴 한데 사실 자기 몸이라 본인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으니까
물론 예전같았다면 죽고 싶었겠지만 이제는 여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확신이 든터라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적이지는 않았음. 아직 초기라서 녕원주 몸이 심하게 상한 건 아니라서 그나마 그거 하나 다행일거임. 여의가 가만히 앉아있다가 간신히 눈물 참으면서 꼭 안아줌.
다 괜찮을 거라고, 괜찮아 질거라고 다독이는데 여의 본인은 그 말을 믿지도 않으면서 계속 그렇게 말함
그 거짓말이 제법 대단해서 녕원주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거라고 믿고 싶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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