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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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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명일까요?"

 

갑자기 던져진 말에 이정환은 떫은 표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를 바라봤음. 그의 앞에는 레몬에이드를 하나 시켜놓고 빙글빙글 웃고 있는 남자가 앉아 있었음. 이름이 뭐랬더라? 그래, 윤태협.

 

"윤대협이에요."

 

...윤대협.

 

이정환이 윤대협을 처음 본 것은 일주일 전에 있었던 화재 복구 현장에서였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은 시간에 설렁설렁 와서는 이미 이정환 같은 능력자가 있는데 자신이 있을 필요가 없냐고 투정 부리다가 능남의 대표이사인 유명호에게 엄청 혼나는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고 생각한 것이 처음이었음.

 

정환과 비슷한 급의 초능력자가 능남에 왔다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기는 했지만 저렇게 맥 빠진 녀석일 줄은. 결국 귀 한쪽이 새빨개져서 (꼬집힌 바람에) 건물 복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애군, 하고 생각한게 첫인상이었음.

 

그 후로는 능남과 겹칠 일이 없어 스치듯 본 기억도 없었는데, 갑자기 다이너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을 찾아와 앉아서 한다는 말이 운명이 어쩌고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였음.

 

"그렇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이상하다. 저는 바로 느꼈는데."

"난 운명 같은 거 안 믿어."

 

정환은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를 포크로 자르며 무심하게 말했음.

 

"아침 좀 먹게 비켜주겠어?"

"합석하면 안돼요?"

 

정환은 그가 단골처럼 앉는 테이블과 주변의 몇몇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는 실내를 둘러봄.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정환의 질문에도 아랑곳않고 대협은 커피를 리필해주러 찾아온 웨이트리스에게 주문을 넣기 시작했음. 팬케이크 세트 주세요. 계란은 스크램블드, 사이드는 베이컨이요.

 

대협이 먼저 자리를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음. 정환은 자신이 먼저 먹고 일어서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먹기 시작함. 그 동안에도 윤대협의 시선은 따갑게 그를 향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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