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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1:37
뭐야 씨발. 니가 왜 여기 오는데?
초대 받았으니까.
지랄. 우리 형 결혼식에 니가 왜 오냐고?
이혼한 지 무려 3년이 되었건만, 강만음은 혈기왕성한 스무살처럼 열불을 냈어. 남망기가 결혼식 같은 데 얼굴 잘 비추는 타입도 아니고, 아무리 학창시절 친한 친구였다지만 강만음이랑 이혼하면서 자연스레 그의 이복 형인 위무선과도 멀어진 줄로 알았거든. 두 사람이 최근까지도 종종 만나서 차를 마시고 등산을 했을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형 결혼식에 니가 오는 게 웬 말이야.
그쯤 하지. 축하하는 자리에서 소란 그만 피우고.
남망기, 씨발. 존나 어른스러운 척 하네.
강만음 너는 어른스러운 척이라도 하지 그래?
남망기가 여유롭게 웃기까지 하면서 하객석 한켠에 앉았어. 이어 다른 동창들도 많이 도착했지. 요즘도 친하게 지내는 놈들이 몇명 있고,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못알아본 놈들도 꽤 있었어. 근데 분명 다들 나랑 더 친했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남망기 주위에 몰려간단 말이야. 강만음은 더 더 배알이 꼴렸어.
존나 싫어, 진짜.
강만음이 이렇게까지 빡친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남망기가 잘 어울리고 귀티나는 정장 차림으로 식장에 들어왔다는 점. 두 번째는 몇년이 흐른 사이에 이제 제법 서글서글 웃을 줄도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는
어? 강만음 너 거기있었냐? 왜 구석에 있어? 너도 이리와.
어? 어.. 그..
야! 너 왜 그러냐… 쟤랑 남망기랑 좀.. 그렇잖아.
순식간에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겠지. 곧 식이 시작할 텐데 새삼 위무선에게 미안해지려고 해. 아씨, 그러니까 남망기가 왜 여기 와가지고!
난 괜찮은데. 만음아 불편해?
와, 씨발 소름. 남망기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데 진짜로 소름이 돋았어. 좋은 사람인 척, 쿨한 척, 그 길고 지쳤던 부부싸움과 이혼 과정은 다 잊은 척.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나는 이 세상 누구한테 져도 괜찮지만 오직 남망기한테는 절대 질 수 없는 인간이니까.
아니? 불편할 게 뭐 있어? 다 같은 동문이잖아.
강만음이 아무렇지 않은 척 동창 무리로 다가가니까 다들 다시 왁자지껄 해졌지. 강만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과장되게 반갑다고 말하며 마음 속으로는 내내 남망기한테 온 신경이 다 쏠려있었어.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다시간이 지나가고, 곧 식이 시작되니 다들 자리에 앉아달라고 하는 안내 멘트가 나왔을 거야.
나는 가족석으로 가야겠다.
강만음은 이제야 좀 속이 편해지겠다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불편한 자리를 뜨려고 했지. 근데 웬걸, 남망기도 같이 일어나. 넌 뭐냐는 눈빛을 보내봐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가족석으로 향하지.
위영이 나한테 뭐 부탁한 게 있어서. 나도 가족석 바로 옆에 앉아야 해.
….
이제 뭐지. 지금 무슨 상황이지? 강만음이 잘 이해도 못 하고 있을 때 상황은 빠르게 흘러갔고, 심지어 내 친척들이 남망기를 엄청나게 반겨주기까지 했지. 진짜 뭐하자는 건가 싶으면서도 위무선 결혼식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참았어.
신랑 입장!
위무선이 꼬까옷 입고 버진로드를 걷는데, 어찌나 마당발인지 수백명의 사람이 박수를 치고 ‘잘생겼다’ 외치고 난리가 났겠지. 강만음도 이제 남망기 생각은 하지 말고 위무선한테 집중해 보려 했어.
망기삼춘이다!!!!
사촌조카 놈이 남망기를 발견하고 반가움이 소리를 질렀지. 사촌누나도 나도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쉿! 소리를 냈는데, 애들이 말을 잘 들으면 그게 애겠냐고. 하객들 주의가 이쪽으로 집중되려는 찰나, 남망기가 사촌조카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랬지. 그러니까 애가 남망기 말은 냉큼 듣더라고? 어이가 없어서.
그니까 니가 왜 여기 앉아, 앉기를?
….
야, 씹냐? 애들 앞에서는 가식 오지게 떨더니. 존나 웃겨, 남망기.
나 처형 결혼식 때도 여기 앉았었잖아.
? 그게 뭐?
그날 생각난다.
그때 신부가 입장하고 식장은 엄숙해지고 둘도 소곤소곤 이어가던 대화를 멈췄겠지. 그러고 삼십분 간은 조용히 결혼식에 집중했을 거야. 강만음은 마음 속으로 누나의 결혼식 날을 떠올렸지만. 그날도 남망기랑 심하게 싸웠지. 유치한 이유였는데 가족 결혼식에서 심하게 싸워서 두고두고 후회했어. 누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오늘은 정말 그러면 안 되겠다. 위무선은 나한테 진짜 중요한 사람이니까.
위무선한테 뭔가를 부탁 받았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결혼식 후반부에 남망기가 앞으로 나갔어. 그리고 고금을 연주했지.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르는데, 강만음은 괜히 심란해졌을 거야.
… 다시 연주 하나보네?
응.
다신 안 할 거라며.
맞아, 그랬었는데…. 사람은 변하니까.
남망기 너도 변했어?
응.
내가 보기엔 그대로인데.
어쩌다 보니 기념 사진도 바로 옆에 나란히 서서 찍게 됐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참 기분이 싱숭생숭해. 어느덧 사진 촬영은 끝나고 친구놈들이 어서 밥먹으러 가자고 성화지. 그렇게 친구들이랑 뷔페로 갔어. 또 남망기 옆에 앉게 됐는데 이번에는 남망기가 구태여 옆으로 온 건 아니야. 그냥 강만음이. 그냥.
야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운심고 애들끼리 술 먹으러 가자!
가야지, 가야지. 안 갈 수가 없지.
야, 나는 지금 세 시간 걸려서 온 거다. 너네 바쁘다고 빼고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식사와 곁들인 와인 한두잔에 다들 좀 흥이 올라서 미니 동창회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어. 강만음은 가고 싶기도 하고 가기 싫기도 해서 이리저리 눈치만 살폈지.
미안. 난 뒤에 일정이 있어서.
남망기가 평소처럼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식사만 단정히 마치고 자리를 뜨려고 해. 강만음이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지.
나, 나도! 친척분들 인사도 드려야하고…! 조만간 꼭 모이자!
야, 남망기!
왜 강만음?
우리끼리 한 잔 할래?
나 뒤에 일정 있다니까.
째.
강만음 너 진짜 여전히 이기적이다.
남망기가 또 미운 말을 했는데 이번에는 말투가 포근해. 좀 아이러니 한데 좋기도 하고 그랬지. 놀랍게도 남망기가 진짜로 일정을 취소했어. 상대에게 전화해서는 몸이 안 좋다며 뻔뻔스레 거짓말을 하는데 참 기분이 이상했지.
내가 이기적이라서 이혼하자고 했냐?
뭐?
남망기 니가 좀 전에 그랬잖아.
나는 위스키를 두 잔째 비웠고, 남망기는 첫 잔의 반도 안 마셨지. 남망기는 눈도 안 깜빡이고 날 빤히 바라봤어.
이혼하자고 한 건 강만음 너잖아.
내가 언제!?
….
정확하게 ‘이혼’이라는 단어는 말 안 했지. 이혼 이야기는 니가 꺼냈잖아.
나랑 하루라도 더 살면 확 죽어버릴 거 같다며.
…. 그러니까. 그게 이혼하자는 말은 아니잖아.
남망기가 말 없이 남은 술을 쏟아부어. 저 알쓰 새끼 저정도 먹으면 진짜 취하는데 집은 어떻게 가려고 그러나. 남망기 취하면 되게 머리 아파하는데. 혼자 하는데 누가 챙겨주나.
그럼 내가 이혼 이야기 안 꺼냈으면, 이혼 안 했을 거야?
…. 몰라. 닥쳐. 꺼져.
….
남망기 니가 나 질려서 떠났겠지. 그때 집 나가나 몇달 더 있다가 나가나 그 차이였을걸.
결국 내가 떠났을 거라고?
그래. 뭐! 아니야? 너 나 질려했잖아.
아닌데.
뭐가 아닌데?
나는 강만음 너 질린 적 없어. 처음만난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거짓말 하네.
거짓말 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술을 쭉 들이켰다. 벌써 세 잔 째다. 술이 약하진 않지만 아직 해도 안 진 초저녁인데 이래도 되나 싶다.
야, 남망기.
왜?
넌 나랑 왜 결혼했어?
사랑해서.
아, 씨발. 소름!
….
그럼 나랑 왜 이혼했는데? ’이제 안 사랑해서‘ 하게?
아니.
그 뒤에 남망기가 뭐라고 했더라? 필름이 뚝 끊겨버렸다. 뭔가 깔깔대고 웃은 기억이 나는데. 계속 목이 말랐던 기억도 나고. 호텔 로비에서 칫솔을 두 개 달라고 했던 것 같고.
근데 왜 홀딱 벗은 남망기랑 내가 이렇게 딱 붙어서 누워있는지는 전혀 모르겠고.
망기강징 망징 싸섹비
초대 받았으니까.
지랄. 우리 형 결혼식에 니가 왜 오냐고?
이혼한 지 무려 3년이 되었건만, 강만음은 혈기왕성한 스무살처럼 열불을 냈어. 남망기가 결혼식 같은 데 얼굴 잘 비추는 타입도 아니고, 아무리 학창시절 친한 친구였다지만 강만음이랑 이혼하면서 자연스레 그의 이복 형인 위무선과도 멀어진 줄로 알았거든. 두 사람이 최근까지도 종종 만나서 차를 마시고 등산을 했을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형 결혼식에 니가 오는 게 웬 말이야.
그쯤 하지. 축하하는 자리에서 소란 그만 피우고.
남망기, 씨발. 존나 어른스러운 척 하네.
강만음 너는 어른스러운 척이라도 하지 그래?
남망기가 여유롭게 웃기까지 하면서 하객석 한켠에 앉았어. 이어 다른 동창들도 많이 도착했지. 요즘도 친하게 지내는 놈들이 몇명 있고,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못알아본 놈들도 꽤 있었어. 근데 분명 다들 나랑 더 친했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남망기 주위에 몰려간단 말이야. 강만음은 더 더 배알이 꼴렸어.
존나 싫어, 진짜.
강만음이 이렇게까지 빡친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남망기가 잘 어울리고 귀티나는 정장 차림으로 식장에 들어왔다는 점. 두 번째는 몇년이 흐른 사이에 이제 제법 서글서글 웃을 줄도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는
어? 강만음 너 거기있었냐? 왜 구석에 있어? 너도 이리와.
어? 어.. 그..
야! 너 왜 그러냐… 쟤랑 남망기랑 좀.. 그렇잖아.
순식간에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겠지. 곧 식이 시작할 텐데 새삼 위무선에게 미안해지려고 해. 아씨, 그러니까 남망기가 왜 여기 와가지고!
난 괜찮은데. 만음아 불편해?
와, 씨발 소름. 남망기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데 진짜로 소름이 돋았어. 좋은 사람인 척, 쿨한 척, 그 길고 지쳤던 부부싸움과 이혼 과정은 다 잊은 척.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나는 이 세상 누구한테 져도 괜찮지만 오직 남망기한테는 절대 질 수 없는 인간이니까.
아니? 불편할 게 뭐 있어? 다 같은 동문이잖아.
강만음이 아무렇지 않은 척 동창 무리로 다가가니까 다들 다시 왁자지껄 해졌지. 강만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과장되게 반갑다고 말하며 마음 속으로는 내내 남망기한테 온 신경이 다 쏠려있었어.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다시간이 지나가고, 곧 식이 시작되니 다들 자리에 앉아달라고 하는 안내 멘트가 나왔을 거야.
나는 가족석으로 가야겠다.
강만음은 이제야 좀 속이 편해지겠다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불편한 자리를 뜨려고 했지. 근데 웬걸, 남망기도 같이 일어나. 넌 뭐냐는 눈빛을 보내봐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가족석으로 향하지.
위영이 나한테 뭐 부탁한 게 있어서. 나도 가족석 바로 옆에 앉아야 해.
….
이제 뭐지. 지금 무슨 상황이지? 강만음이 잘 이해도 못 하고 있을 때 상황은 빠르게 흘러갔고, 심지어 내 친척들이 남망기를 엄청나게 반겨주기까지 했지. 진짜 뭐하자는 건가 싶으면서도 위무선 결혼식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참았어.
신랑 입장!
위무선이 꼬까옷 입고 버진로드를 걷는데, 어찌나 마당발인지 수백명의 사람이 박수를 치고 ‘잘생겼다’ 외치고 난리가 났겠지. 강만음도 이제 남망기 생각은 하지 말고 위무선한테 집중해 보려 했어.
망기삼춘이다!!!!
사촌조카 놈이 남망기를 발견하고 반가움이 소리를 질렀지. 사촌누나도 나도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쉿! 소리를 냈는데, 애들이 말을 잘 들으면 그게 애겠냐고. 하객들 주의가 이쪽으로 집중되려는 찰나, 남망기가 사촌조카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랬지. 그러니까 애가 남망기 말은 냉큼 듣더라고? 어이가 없어서.
그니까 니가 왜 여기 앉아, 앉기를?
….
야, 씹냐? 애들 앞에서는 가식 오지게 떨더니. 존나 웃겨, 남망기.
나 처형 결혼식 때도 여기 앉았었잖아.
? 그게 뭐?
그날 생각난다.
그때 신부가 입장하고 식장은 엄숙해지고 둘도 소곤소곤 이어가던 대화를 멈췄겠지. 그러고 삼십분 간은 조용히 결혼식에 집중했을 거야. 강만음은 마음 속으로 누나의 결혼식 날을 떠올렸지만. 그날도 남망기랑 심하게 싸웠지. 유치한 이유였는데 가족 결혼식에서 심하게 싸워서 두고두고 후회했어. 누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오늘은 정말 그러면 안 되겠다. 위무선은 나한테 진짜 중요한 사람이니까.
위무선한테 뭔가를 부탁 받았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결혼식 후반부에 남망기가 앞으로 나갔어. 그리고 고금을 연주했지.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르는데, 강만음은 괜히 심란해졌을 거야.
… 다시 연주 하나보네?
응.
다신 안 할 거라며.
맞아, 그랬었는데…. 사람은 변하니까.
남망기 너도 변했어?
응.
내가 보기엔 그대로인데.
어쩌다 보니 기념 사진도 바로 옆에 나란히 서서 찍게 됐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참 기분이 싱숭생숭해. 어느덧 사진 촬영은 끝나고 친구놈들이 어서 밥먹으러 가자고 성화지. 그렇게 친구들이랑 뷔페로 갔어. 또 남망기 옆에 앉게 됐는데 이번에는 남망기가 구태여 옆으로 온 건 아니야. 그냥 강만음이. 그냥.
야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운심고 애들끼리 술 먹으러 가자!
가야지, 가야지. 안 갈 수가 없지.
야, 나는 지금 세 시간 걸려서 온 거다. 너네 바쁘다고 빼고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식사와 곁들인 와인 한두잔에 다들 좀 흥이 올라서 미니 동창회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어. 강만음은 가고 싶기도 하고 가기 싫기도 해서 이리저리 눈치만 살폈지.
미안. 난 뒤에 일정이 있어서.
남망기가 평소처럼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식사만 단정히 마치고 자리를 뜨려고 해. 강만음이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지.
나, 나도! 친척분들 인사도 드려야하고…! 조만간 꼭 모이자!
야, 남망기!
왜 강만음?
우리끼리 한 잔 할래?
나 뒤에 일정 있다니까.
째.
강만음 너 진짜 여전히 이기적이다.
남망기가 또 미운 말을 했는데 이번에는 말투가 포근해. 좀 아이러니 한데 좋기도 하고 그랬지. 놀랍게도 남망기가 진짜로 일정을 취소했어. 상대에게 전화해서는 몸이 안 좋다며 뻔뻔스레 거짓말을 하는데 참 기분이 이상했지.
내가 이기적이라서 이혼하자고 했냐?
뭐?
남망기 니가 좀 전에 그랬잖아.
나는 위스키를 두 잔째 비웠고, 남망기는 첫 잔의 반도 안 마셨지. 남망기는 눈도 안 깜빡이고 날 빤히 바라봤어.
이혼하자고 한 건 강만음 너잖아.
내가 언제!?
….
정확하게 ‘이혼’이라는 단어는 말 안 했지. 이혼 이야기는 니가 꺼냈잖아.
나랑 하루라도 더 살면 확 죽어버릴 거 같다며.
…. 그러니까. 그게 이혼하자는 말은 아니잖아.
남망기가 말 없이 남은 술을 쏟아부어. 저 알쓰 새끼 저정도 먹으면 진짜 취하는데 집은 어떻게 가려고 그러나. 남망기 취하면 되게 머리 아파하는데. 혼자 하는데 누가 챙겨주나.
그럼 내가 이혼 이야기 안 꺼냈으면, 이혼 안 했을 거야?
…. 몰라. 닥쳐. 꺼져.
….
남망기 니가 나 질려서 떠났겠지. 그때 집 나가나 몇달 더 있다가 나가나 그 차이였을걸.
결국 내가 떠났을 거라고?
그래. 뭐! 아니야? 너 나 질려했잖아.
아닌데.
뭐가 아닌데?
나는 강만음 너 질린 적 없어. 처음만난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거짓말 하네.
거짓말 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술을 쭉 들이켰다. 벌써 세 잔 째다. 술이 약하진 않지만 아직 해도 안 진 초저녁인데 이래도 되나 싶다.
야, 남망기.
왜?
넌 나랑 왜 결혼했어?
사랑해서.
아, 씨발. 소름!
….
그럼 나랑 왜 이혼했는데? ’이제 안 사랑해서‘ 하게?
아니.
그 뒤에 남망기가 뭐라고 했더라? 필름이 뚝 끊겨버렸다. 뭔가 깔깔대고 웃은 기억이 나는데. 계속 목이 말랐던 기억도 나고. 호텔 로비에서 칫솔을 두 개 달라고 했던 것 같고.
근데 왜 홀딱 벗은 남망기랑 내가 이렇게 딱 붙어서 누워있는지는 전혀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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