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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08:28
전편
https://hygall.com/588941595
"보스, 보스!"
햇볕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던 백기는 아리의 방정맞은 목소리에 미간을 찌뿌리고 아리를 올려다봤다.
"차...차가...!"
제 팔을 붙잡고 잡아끄는 아리의 호들갑스러운 행동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백기는 차가 통채로 자갈밭을 구른 것 같은 몰골인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을 때 백기는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 날 이후 백기가 예쁘게 폈다며 션웨이에게 자랑한 백기네 집 정원에 핀 꽃은 하룻밤 사이 왠 돌풍에 휘말린 것처럼 줄기가 꺾여 쓰러져있었고, 션웨이가 맛집을 찾았다며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날에는 샴푸로 머리를 감던 중에 배관이 막혀 물이 끊겼으며, 오늘따라 피곤하다는 션웨이의 말에 커피를 사들고 갔던 백기는 제 몫의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먹자마자 바닷물로 만든 듯한 짠 맛을 견디지 못하고 뿜어버렸다. 그 뿐이랴, 비가 퍼붓던 날에 분명히 꽉 닫고 잠들었던 집 창문은 누가 일부러 열어놓은 듯 활짝 열려 집 안에 빗물이 흥건했고, 기껏 흥건한 물을 쓸고 닦아 청소를 끝내자 두꺼비집이 내려가 전기가 끊겼다. 백기가 능력있는 식집사였던 덕에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던 화분의 식물들은 물을 흠뻑 먹고 뿌리가 썩어 시들어버렸고, 백기가 좋아하던 책은 늘 두던 자리에서 발이 달린 것처럼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누구의 짓인지 짐작은 갔으나 잡지는 못한 탓에 애써 꾹꾹 눌러 참던 백기의 분노는 션웨이가 맛있는 것을 해주겠다며 제 집으로 초대한 날, 지붕에 올려놓은 적도 없던 화분이 지붕에서 떨어지며 제 머리를 스쳐 바닥에 떨어져 바스라지던 때 폭발하고 말았다.
"야 이 미친놈아!!!!"
"그래서...이 짐은 다..."
백기는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나타난 저를 보며 두 눈을 껌벅이는 션웨이의 앞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야존인지 야좆인지 한 번 해보자구요. 제 집은 마음대로 부쉈어도 설마 교수님 집을 부수지는 않겠죠."
만화였다면 머리 위로 부글부글 끓는 그림이 있을 것 같은 기세에 놀란 션웨이가 한 발 뒤로 물러나 백기에게 길을 터줬다.
"야존이... 나타난겁니까?"
조심스럽게 묻는 션웨이의 목소리와 다르게 아직 분이 안풀린 백기는 들고온 짐을 쇼파 옆에 던지듯 내려놓고 씩씩거렸다.
"나타났으면 벌써 멱살을 잡았겠죠! 이 자식이 비겁하게 나타나지는 않으면서 야비하게...!"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던 백기가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의 션웨이를 발견하고 황급히 손을 내렸다.
"아니 뭐...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요. 하하."
"죄송합니다. 제 동생 때문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션웨이를 황급히 붙잡은 백기가 션웨이를 말렸지만 션웨이는 동생이 한 잘못은 제 잘못이라며 피해는 꼭 배상하겠다고 백기에게 거듭 사과했다. 애초에 집이든 물건이든 큰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닌 백기가 서둘러 화제를 돌리기 위해 션웨이 뒤에서 션웨이의 어깨를 붙잡고 주방으로 살살 밀었다.
"그냥 교수님은 저기 거실에 쇼파나 하나 내어주시고, 꼬르륵거리는 제 배를 채워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백기씨가 집에서 지내지 못하는 게 제 동생 때문인데 어떻게 백기씨를 소파에서 재웁니까? 제가 소파에서 잘테니 백기씨는 침대를 쓰시죠."
"집주인을 소파에서 재우는 손님이 어딨습니까. 자자. 진정하고 우리 밥부터 먹을까요?"
저를 가스레인지 앞까지 밀어놓은 백기의 완강함에 션웨이는 어쩔 수 없이 가스불을 켜 이미 끓여놓은 찌개를 데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주방을 한 번 쓱 둘러본 백기는 냄비 받침과 수저를 챙겨 식탁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의외네요?"
집에서 요리라고는 하지 않는 것처럼 조미료나 식재료가 없던 냉장고와, 사용감이 없던 싱크대를 떠올린 션웨이가 놀란 표정으로 백기를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의외라는 겁니까?"
"백기씨 집 냉장고나 주방 상태가 요리를 좋아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았거든요."
백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등 션웨이에게 다가갔다. 백기는 션웨이가 쥐고 있던 칼을 뺏어 들고 대파가 놓인 도마 앞에 섰다. 능숙하게 빠른 칼질로 얇고 균등하게 파를 썰고 그 파를 칼 옆면으로 들어올려 끓고 있는 찌개 위에 살포시 얹은 백기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영물은 하루 이틀 밥을 안먹는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필요도 없는데 굳이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먹을만큼 먹고 싶은 것도 없고요. 영물이 밥을 먹는 건 어디까지나 살아있을 때부터 이어지는 습관같은 겁니다."
백기의 말에 밥을 담던 션웨이의 손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야존이 제 머릿속의 상상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션웨이는 배불리 먹은 기억 없이 죽은 야존이 불쌍해서 먹을 것이 생길 때마다 야존을 챙겨줬지만 실제로 그 음식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나중에 션웨이를 만질 수 있게 됐을 때에야 야존은 션웨이가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제 앞에서 저와 함께 밥을 먹었지만 그 외에는 물이든, 음식이든 야존 혼자서 뭘 먹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럼 오늘 제가 괜한 일을 했나봅니다. 요즘 피곤한 일이 많아 보여서 든든하게 먹으면 백기씨 기분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자책하는 듯한 션웨이의 말에 놀란 백기가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 살기 위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습니까?"
"...좋아하는 사람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말을 곱씹는 션웨이의 표정에 제가 더 놀란 백기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그럼요! 그럼 제가 교수님을 좋아하지 싫어하겠습니까? 교수님도 좋고, 맛있는 음식도 좋고... 그런 거죠."
순진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던 션웨이가 허둥지둥거리는 백기를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백기씨가 그렇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니 여기 계시는 동안 제가 잘 챙겨드려야겠네요."
"네? 아니 뭐 번거롭게 그러시지 않아도...가뜩이나 마음대로 재워달라고 쳐들어온 사람한테 무슨 밥까지..."
"아니요. 제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막 던진 말에 너무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션웨이의 모습에 당황해서 입만 벙긋거리던 백기를 지켜보던 션웨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션웨이를 본 백기도 절 놀렸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런 션웨이가 그저 귀엽게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화기애애한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하얀 인영이 옆에 있던 가로등을 움켜쥐었다. 그가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듯 쇠로 된 가로등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만년비 룡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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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보스!"
햇볕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던 백기는 아리의 방정맞은 목소리에 미간을 찌뿌리고 아리를 올려다봤다.
"차...차가...!"
제 팔을 붙잡고 잡아끄는 아리의 호들갑스러운 행동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백기는 차가 통채로 자갈밭을 구른 것 같은 몰골인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을 때 백기는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 날 이후 백기가 예쁘게 폈다며 션웨이에게 자랑한 백기네 집 정원에 핀 꽃은 하룻밤 사이 왠 돌풍에 휘말린 것처럼 줄기가 꺾여 쓰러져있었고, 션웨이가 맛집을 찾았다며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날에는 샴푸로 머리를 감던 중에 배관이 막혀 물이 끊겼으며, 오늘따라 피곤하다는 션웨이의 말에 커피를 사들고 갔던 백기는 제 몫의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먹자마자 바닷물로 만든 듯한 짠 맛을 견디지 못하고 뿜어버렸다. 그 뿐이랴, 비가 퍼붓던 날에 분명히 꽉 닫고 잠들었던 집 창문은 누가 일부러 열어놓은 듯 활짝 열려 집 안에 빗물이 흥건했고, 기껏 흥건한 물을 쓸고 닦아 청소를 끝내자 두꺼비집이 내려가 전기가 끊겼다. 백기가 능력있는 식집사였던 덕에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던 화분의 식물들은 물을 흠뻑 먹고 뿌리가 썩어 시들어버렸고, 백기가 좋아하던 책은 늘 두던 자리에서 발이 달린 것처럼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누구의 짓인지 짐작은 갔으나 잡지는 못한 탓에 애써 꾹꾹 눌러 참던 백기의 분노는 션웨이가 맛있는 것을 해주겠다며 제 집으로 초대한 날, 지붕에 올려놓은 적도 없던 화분이 지붕에서 떨어지며 제 머리를 스쳐 바닥에 떨어져 바스라지던 때 폭발하고 말았다.
"야 이 미친놈아!!!!"
"그래서...이 짐은 다..."
백기는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나타난 저를 보며 두 눈을 껌벅이는 션웨이의 앞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야존인지 야좆인지 한 번 해보자구요. 제 집은 마음대로 부쉈어도 설마 교수님 집을 부수지는 않겠죠."
만화였다면 머리 위로 부글부글 끓는 그림이 있을 것 같은 기세에 놀란 션웨이가 한 발 뒤로 물러나 백기에게 길을 터줬다.
"야존이... 나타난겁니까?"
조심스럽게 묻는 션웨이의 목소리와 다르게 아직 분이 안풀린 백기는 들고온 짐을 쇼파 옆에 던지듯 내려놓고 씩씩거렸다.
"나타났으면 벌써 멱살을 잡았겠죠! 이 자식이 비겁하게 나타나지는 않으면서 야비하게...!"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던 백기가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의 션웨이를 발견하고 황급히 손을 내렸다.
"아니 뭐...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요. 하하."
"죄송합니다. 제 동생 때문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션웨이를 황급히 붙잡은 백기가 션웨이를 말렸지만 션웨이는 동생이 한 잘못은 제 잘못이라며 피해는 꼭 배상하겠다고 백기에게 거듭 사과했다. 애초에 집이든 물건이든 큰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닌 백기가 서둘러 화제를 돌리기 위해 션웨이 뒤에서 션웨이의 어깨를 붙잡고 주방으로 살살 밀었다.
"그냥 교수님은 저기 거실에 쇼파나 하나 내어주시고, 꼬르륵거리는 제 배를 채워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백기씨가 집에서 지내지 못하는 게 제 동생 때문인데 어떻게 백기씨를 소파에서 재웁니까? 제가 소파에서 잘테니 백기씨는 침대를 쓰시죠."
"집주인을 소파에서 재우는 손님이 어딨습니까. 자자. 진정하고 우리 밥부터 먹을까요?"
저를 가스레인지 앞까지 밀어놓은 백기의 완강함에 션웨이는 어쩔 수 없이 가스불을 켜 이미 끓여놓은 찌개를 데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주방을 한 번 쓱 둘러본 백기는 냄비 받침과 수저를 챙겨 식탁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의외네요?"
집에서 요리라고는 하지 않는 것처럼 조미료나 식재료가 없던 냉장고와, 사용감이 없던 싱크대를 떠올린 션웨이가 놀란 표정으로 백기를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의외라는 겁니까?"
"백기씨 집 냉장고나 주방 상태가 요리를 좋아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았거든요."
백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등 션웨이에게 다가갔다. 백기는 션웨이가 쥐고 있던 칼을 뺏어 들고 대파가 놓인 도마 앞에 섰다. 능숙하게 빠른 칼질로 얇고 균등하게 파를 썰고 그 파를 칼 옆면으로 들어올려 끓고 있는 찌개 위에 살포시 얹은 백기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영물은 하루 이틀 밥을 안먹는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필요도 없는데 굳이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먹을만큼 먹고 싶은 것도 없고요. 영물이 밥을 먹는 건 어디까지나 살아있을 때부터 이어지는 습관같은 겁니다."
백기의 말에 밥을 담던 션웨이의 손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야존이 제 머릿속의 상상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션웨이는 배불리 먹은 기억 없이 죽은 야존이 불쌍해서 먹을 것이 생길 때마다 야존을 챙겨줬지만 실제로 그 음식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나중에 션웨이를 만질 수 있게 됐을 때에야 야존은 션웨이가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제 앞에서 저와 함께 밥을 먹었지만 그 외에는 물이든, 음식이든 야존 혼자서 뭘 먹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럼 오늘 제가 괜한 일을 했나봅니다. 요즘 피곤한 일이 많아 보여서 든든하게 먹으면 백기씨 기분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자책하는 듯한 션웨이의 말에 놀란 백기가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 살기 위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습니까?"
"...좋아하는 사람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말을 곱씹는 션웨이의 표정에 제가 더 놀란 백기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그럼요! 그럼 제가 교수님을 좋아하지 싫어하겠습니까? 교수님도 좋고, 맛있는 음식도 좋고... 그런 거죠."
순진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던 션웨이가 허둥지둥거리는 백기를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백기씨가 그렇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니 여기 계시는 동안 제가 잘 챙겨드려야겠네요."
"네? 아니 뭐 번거롭게 그러시지 않아도...가뜩이나 마음대로 재워달라고 쳐들어온 사람한테 무슨 밥까지..."
"아니요. 제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막 던진 말에 너무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션웨이의 모습에 당황해서 입만 벙긋거리던 백기를 지켜보던 션웨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션웨이를 본 백기도 절 놀렸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런 션웨이가 그저 귀엽게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화기애애한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하얀 인영이 옆에 있던 가로등을 움켜쥐었다. 그가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듯 쇠로 된 가로등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만년비 룡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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