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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22:14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별 볼일 없는 밤의 시간이 지나고 히라는 조금 늘어지는 몸 이끌고 집으로 돌아감 어제 키요이가 말했던 오무라이스 재료 사서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 키요이 깨기 전에 얼른 밥해야 하니까
그런데 문을 열기 전부터 뭔가 기분이 묘한 히라임 열쇠로 문 열고 신발 벗는데 집안이 서늘함 피곤탓이려니 생각하며 20분 뒤에 키요이 깨워서 밥먹여야 하니까 일단 밥부터 하기로 하고 얼른 요리하고 방문을 여는데 키요이 씻으러 간건지 이불 흐트러진 채로 텅 비어있음 그런데 욕실에 아무도 없음 자기 마중나올때면 건물 문 앞에서 만났을텐데 만나지 못했음 이상하다 싶어서 전화하는데 전화기는 방 안에서 울림
히라 문에 기대 서서 텅 빈 방안을 바라보다 식탁위에 하트 그려진 오무라이스 올려놓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봄 10분이 지나고 30분, 1시간, 3시간이 지나도록 오무라이스 주인은 나타나질 않고 히라는 다 식은 오무라이스 우걱우걱 먹어치우겠지
꿈도 없는 잠을 자고 일어나 습관처럼 담배를 피우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버스정류장에서 키요이를 기다리다 마지막 버스가 지나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 히라 그날은 주인 잃은 키요이 폰 만지작 거리면서 키요이가 찍어둔 자기 사진만 바라보면서 시간 보냄
키요이가 사라진 이튿날 아침 히라는 다시 오무라이스에 하트 그려넣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진하게 탄 커피 한잔에 담배 피우면서 창문 타넘어 들어오는 소음들에 귀 기울이다가 정오가 지날 무렵 오무라이스 먹어치우고 역시 아무런 꿈도 없는 잠을 자다가 평소처럼 일어나 씻고 키요이 마중갔다가 마지막 버스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옴
오무라이스를 아침밥으로 먹은지 일주일째 되는 날 밤에는 하는 일이 생각보다 커져서 히라도 집에 못들어 갔는데 뒷날 들어간 집은 온기 없이 서늘했음
키요이가 사라진지 열흘째 되던 날은 비가 내렸는데 그날따라 히라 너무 답답해서 키요이가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숨겨둔 마지막 약봉투 집어들었다가 실망한 키요이 모습 보고싶지 않아서 변기에 전부 쏟아붓고 우산도 없이 동네 휘적거리고 돌아다니다 공원 그네에 앉아서 키요이가 자주 흥얼거리던 누구 노랜지 모를 노래 잠시 흥얼거리다 집으로 돌아갔음
키요이가 사라진지 열흘하고도 이튿날, 히라는 길어진 일 때문에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는데 현관문 손잡이를 잡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바닥에 땀이 슬쩍 배서 마른 침을 삼켰음
조용히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집안에, 정확히는 주방에서 싱크대에 서서 뭔가에 집중한 키요이 뒷모습이 보였음
히라는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눈에 새겨 넣듯이 한참 말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키요이에게로 다가갔음 키요이의 곁에 서서 키요이 옆모습을 바라보는데 키요이는 자기가 만드는게 뭔가 마음에 들지않아보였음
히라, 오믈렛에도 설탕을 넣어?
응. 티스푼으로 하나.
어쩐지! 간이 안맞더라.
천진하게 웃은 키요이는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부어서 오믈렛을 만들었음 주방은 금새 달걀 익는 냄새로 가득찼고 히라는 식탁 의자에 앉아 키요이를 바라봤음
너 이거 먹고 잘거야?
아니. 넌?
난 먹고 씻고 출근해야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설거지는 히라 네가 해줘.
키요이랑 나란히 마주보고 앉은 히라는 말없이 키요이 오므라이스에 케찹으로 하트를 그려줬고 키요이는 빙그레 웃고는 아침을 먹었음
키요이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설거지를 마친 히라가 창가에 서서 담배를 두 개피 째 피울때 머리에 물기를 털며 거실로 나온 키요이가 출근하기 싫다고 툴툴거리면서 쇼파 앞에 앉으면 히라 가만히 담배 끄고 키요이 머리 말려주기 시작함
손에 닿는 차가운 물기와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 부드러운 키요이 머리카락, 작고 동그란 머리, 제 양 무릎에 올려놓은 두 팔, 부드러운 냄새, 오르내리는 어깨, 살아있는 키요이.
히라는 그간 꿈 없이 잠들어야 했던 밤들에 바랐던 꿈이 아님에 안도하고 묵묵히 키요이 머리만 말려줌
히라는 키요이 손잡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나중에 보자면서 손 흔들어 줄 뿐임
엄청나게 깊고 큰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무언가를 잡고 겨우 물 밖으로 나오는 꿈을 꾸고 일어나 담배를 피우려다 그냥 물 한잔 마시고 씻고 집을 나서는 히라
히라 정류장 가는길에 있는 작은 농구장에서 애들이 던진 공 잡아서 잠깐 놀아주고 오늘 식당 쉬는 날이라 그냥 지나치고 대신 청과상에 들러서 키요이가 먹고싶다고 한 귤 한봉지 사서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하릴없이 사람 구경 차 구경함
평소보다 30분 늦어진 버스에서 키요이 한숨까지 쉬면서 도로록 내려오면 히라는 손에 들린 귤 담긴 봉투 흔들면서 키요이 맞이할거고 키요이 죽어있던 얼굴은 활짝 피겠지
손 꼭 잡고 발걸음 맞추고 걸어가면 해는 벌써 지고 가로등만 점점이 밝혀진 좁은 골목에 두사람 발소리만 들릴듯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같이 샤워하고 불꺼진 방 안에서 서로 꼭 끌어안고 아무말도 안하는 두사람인데 먼저 키요이가 말 꺼냄
우리 어디 시골가서 살래?
히라 제 품에 단단히 안긴 키요이 머리에 제 턱 얹고 잠시 생각에 잠김
어디로 가고싶어?
그냥... 도시랑 먼데로 가고싶어. 조용하고 한적한데.
알겠어.
히라랑 키요이 그날은 그저 서로 꽉 끌어안고 잠드는데 늦은 밤에 히라 키요이한테 입맞추고 이마 한번 쓰다듬고 일하러 감
히라 원래도 일할때 섬뜩하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어떤때보다 난폭하고 거칠어서 다들 혀를 내둘렀음
일 마무리 짓고 옷에 묻은 거 툭툭 턴 히라 그날치 수당 받고는 생전 일터에서는 웃는 일 없었는데 씩 웃더니 두번다시 볼 일 없을거라고 잘들 살라고 하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떠남 다들 멍하니 그런 히라 바라보다가 결국 쟤도 미쳤다면서 다들 멀쩡한 옷으로 갈아입고 흩어짐
키요이가 집에 돌아온지 나흘만에 둘은 필요한 짐만 꾸려서 그 낡고 작은 집에서 벗어나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 뒷자석에 앉아서 서로에게 기대서 짧은 잠에 빠져들었음
목적지도 없이 가는 길에 잠에서 깬 키요이가 배고픈데 아직 멀었냐고 물으면 히라가 주전부리 입에 넣어주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달래고 히라가 잠깐 잠들다 깨면 키요이가 가만히 히라 바라보고 있음
그러다 둘이 창 밖에 펼쳐진 풍경 바라보다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뭔가 기억 났다는 듯이 짐 꾸려서 내리겠지
둘이 그렇게 자기들도 어딘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린 곳에서 새로운 시작 아닌 시작 하는거 보고싶다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
그런데 문을 열기 전부터 뭔가 기분이 묘한 히라임 열쇠로 문 열고 신발 벗는데 집안이 서늘함 피곤탓이려니 생각하며 20분 뒤에 키요이 깨워서 밥먹여야 하니까 일단 밥부터 하기로 하고 얼른 요리하고 방문을 여는데 키요이 씻으러 간건지 이불 흐트러진 채로 텅 비어있음 그런데 욕실에 아무도 없음 자기 마중나올때면 건물 문 앞에서 만났을텐데 만나지 못했음 이상하다 싶어서 전화하는데 전화기는 방 안에서 울림
히라 문에 기대 서서 텅 빈 방안을 바라보다 식탁위에 하트 그려진 오무라이스 올려놓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봄 10분이 지나고 30분, 1시간, 3시간이 지나도록 오무라이스 주인은 나타나질 않고 히라는 다 식은 오무라이스 우걱우걱 먹어치우겠지
꿈도 없는 잠을 자고 일어나 습관처럼 담배를 피우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버스정류장에서 키요이를 기다리다 마지막 버스가 지나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 히라 그날은 주인 잃은 키요이 폰 만지작 거리면서 키요이가 찍어둔 자기 사진만 바라보면서 시간 보냄
키요이가 사라진 이튿날 아침 히라는 다시 오무라이스에 하트 그려넣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진하게 탄 커피 한잔에 담배 피우면서 창문 타넘어 들어오는 소음들에 귀 기울이다가 정오가 지날 무렵 오무라이스 먹어치우고 역시 아무런 꿈도 없는 잠을 자다가 평소처럼 일어나 씻고 키요이 마중갔다가 마지막 버스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옴
오무라이스를 아침밥으로 먹은지 일주일째 되는 날 밤에는 하는 일이 생각보다 커져서 히라도 집에 못들어 갔는데 뒷날 들어간 집은 온기 없이 서늘했음
키요이가 사라진지 열흘째 되던 날은 비가 내렸는데 그날따라 히라 너무 답답해서 키요이가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숨겨둔 마지막 약봉투 집어들었다가 실망한 키요이 모습 보고싶지 않아서 변기에 전부 쏟아붓고 우산도 없이 동네 휘적거리고 돌아다니다 공원 그네에 앉아서 키요이가 자주 흥얼거리던 누구 노랜지 모를 노래 잠시 흥얼거리다 집으로 돌아갔음
키요이가 사라진지 열흘하고도 이튿날, 히라는 길어진 일 때문에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는데 현관문 손잡이를 잡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바닥에 땀이 슬쩍 배서 마른 침을 삼켰음
조용히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집안에, 정확히는 주방에서 싱크대에 서서 뭔가에 집중한 키요이 뒷모습이 보였음
히라는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눈에 새겨 넣듯이 한참 말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키요이에게로 다가갔음 키요이의 곁에 서서 키요이 옆모습을 바라보는데 키요이는 자기가 만드는게 뭔가 마음에 들지않아보였음
히라, 오믈렛에도 설탕을 넣어?
응. 티스푼으로 하나.
어쩐지! 간이 안맞더라.
천진하게 웃은 키요이는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부어서 오믈렛을 만들었음 주방은 금새 달걀 익는 냄새로 가득찼고 히라는 식탁 의자에 앉아 키요이를 바라봤음
너 이거 먹고 잘거야?
아니. 넌?
난 먹고 씻고 출근해야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설거지는 히라 네가 해줘.
키요이랑 나란히 마주보고 앉은 히라는 말없이 키요이 오므라이스에 케찹으로 하트를 그려줬고 키요이는 빙그레 웃고는 아침을 먹었음
키요이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설거지를 마친 히라가 창가에 서서 담배를 두 개피 째 피울때 머리에 물기를 털며 거실로 나온 키요이가 출근하기 싫다고 툴툴거리면서 쇼파 앞에 앉으면 히라 가만히 담배 끄고 키요이 머리 말려주기 시작함
손에 닿는 차가운 물기와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 부드러운 키요이 머리카락, 작고 동그란 머리, 제 양 무릎에 올려놓은 두 팔, 부드러운 냄새, 오르내리는 어깨, 살아있는 키요이.
히라는 그간 꿈 없이 잠들어야 했던 밤들에 바랐던 꿈이 아님에 안도하고 묵묵히 키요이 머리만 말려줌
히라는 키요이 손잡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나중에 보자면서 손 흔들어 줄 뿐임
엄청나게 깊고 큰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무언가를 잡고 겨우 물 밖으로 나오는 꿈을 꾸고 일어나 담배를 피우려다 그냥 물 한잔 마시고 씻고 집을 나서는 히라
히라 정류장 가는길에 있는 작은 농구장에서 애들이 던진 공 잡아서 잠깐 놀아주고 오늘 식당 쉬는 날이라 그냥 지나치고 대신 청과상에 들러서 키요이가 먹고싶다고 한 귤 한봉지 사서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하릴없이 사람 구경 차 구경함
평소보다 30분 늦어진 버스에서 키요이 한숨까지 쉬면서 도로록 내려오면 히라는 손에 들린 귤 담긴 봉투 흔들면서 키요이 맞이할거고 키요이 죽어있던 얼굴은 활짝 피겠지
손 꼭 잡고 발걸음 맞추고 걸어가면 해는 벌써 지고 가로등만 점점이 밝혀진 좁은 골목에 두사람 발소리만 들릴듯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같이 샤워하고 불꺼진 방 안에서 서로 꼭 끌어안고 아무말도 안하는 두사람인데 먼저 키요이가 말 꺼냄
우리 어디 시골가서 살래?
히라 제 품에 단단히 안긴 키요이 머리에 제 턱 얹고 잠시 생각에 잠김
어디로 가고싶어?
그냥... 도시랑 먼데로 가고싶어. 조용하고 한적한데.
알겠어.
히라랑 키요이 그날은 그저 서로 꽉 끌어안고 잠드는데 늦은 밤에 히라 키요이한테 입맞추고 이마 한번 쓰다듬고 일하러 감
히라 원래도 일할때 섬뜩하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어떤때보다 난폭하고 거칠어서 다들 혀를 내둘렀음
일 마무리 짓고 옷에 묻은 거 툭툭 턴 히라 그날치 수당 받고는 생전 일터에서는 웃는 일 없었는데 씩 웃더니 두번다시 볼 일 없을거라고 잘들 살라고 하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떠남 다들 멍하니 그런 히라 바라보다가 결국 쟤도 미쳤다면서 다들 멀쩡한 옷으로 갈아입고 흩어짐
키요이가 집에 돌아온지 나흘만에 둘은 필요한 짐만 꾸려서 그 낡고 작은 집에서 벗어나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 뒷자석에 앉아서 서로에게 기대서 짧은 잠에 빠져들었음
목적지도 없이 가는 길에 잠에서 깬 키요이가 배고픈데 아직 멀었냐고 물으면 히라가 주전부리 입에 넣어주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달래고 히라가 잠깐 잠들다 깨면 키요이가 가만히 히라 바라보고 있음
그러다 둘이 창 밖에 펼쳐진 풍경 바라보다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뭔가 기억 났다는 듯이 짐 꾸려서 내리겠지
둘이 그렇게 자기들도 어딘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린 곳에서 새로운 시작 아닌 시작 하는거 보고싶다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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