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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22:48
요마 퇴치하는 천사 방다병과 떠돌이 의원 하지만 당연히 과거 이상이인 이연화가 센티넬 가이드스러운 관계인거 bg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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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처소에 들어온 이연화는 들창을 열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검지와 중지를 붙이고 작게 인을 그렸다. 손가락 끝에서 붉은 빛이 피어 올랐다. 조금 전 방다병과 수련장에서 겨우 뿜어내는 척 했던 푸르스름한 술인과 사뭇 다른 기운이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흐르듯 칠흑같은 검푸른 나비가 나타났다. 시체의 즙을 빨아 먹는다는 명계의 시호였다. 이연화는 검은 나비에 무어라 속삭였다. 그의 말은 붉은 글자가 되어 허공에 머물다 나비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나비 날개에 붓으로 찍은 듯한 붉은 점이 생겼다. 나비를 들창으로 날려보낸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탁자 앞으로 와서 앉았다.
이연화는 예상보다 천기산장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생각을 했다. 칠일 가량 머무를 계획이었는데 완전히 어그러지고 말았다. 자신이 펼친 미혼술에 어리숙하게 정신줄을 놓은 이가 방다병인 것까지는 좋았다. 그를 숲에서 기다린 것은 다름 아닌 이연화였다. 시호가 따라 붙어 지도를 그려낸 덕에 이연화는 우연인 척 방다병을 만날 수 있었다. 천기산장에 들어온 것은 계획대로였지만 이 방공자가 연형제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 이를 어쩐담.
이연화는 식은 차를 마시고 인상을 썼다. 오래 전 이상이였던 그도 당시 명문 문파였던 사고문의 문주이자 천사였다. 그에게는 연형제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있었을지 몰랐으나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외면했다.
교완만.
교완만은 사고문의 원로였지만 몸이 허약하여 천사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치유술로 아직 연형제를 찾지 못한 천사 수련생들을 대충이라도 치료했다. 당시에는 요마와의 전투가 치열했던 때라 연형제가 없는 이들도 전장에 나섰고 그만큼 많이 죽거나 다쳤다. 이상이는 연형제가 없었으나 무공은 물론 술법도 남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지라 혼자서도 전장을 휩쓸었다. 그래서 기존의 규칙을 깨고 예외적으로 천사장이자 문주로 추대 받았다.
혼자인 그는 자연스레 교완만에게 치료를 받았다. 그녀의 치유비술은 몸을 사리지 않는 이상이의 부상을 감당할 수 없었다. 교완만은 언제나 미안한 마음으로 이상이가 연형제를 하루 속히 찾기를 소망했다.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이상이의 연형제이길 간절히 바랬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등의 상처를 치료하던 어느 날인가, 교완만은 이상이의 깊은 상처에 비술이 통하지 않자 속상함에 눈물을 흘렸다. 이상이는 사고문 천사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 하루가 머다하고 요마전에 나서 동료들을 무리하여 구하느라 늘 상처 투성이였다.
[문주의 연형제는 어찌 이토록 나타나지 않으시는지요. 너무도 원망스럽습니다.]
고운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우는 교완만에게, 이상이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졌다.
[교완만. 당신이 있는 한 이상이가 연형제를 두는 일은 절대로 없어.]
놀라서 동그랗게 커진 눈에는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이상이는 조용히 웃어보였다.
그녀와 연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이는 전장에서 경맥이 들끓는 경험을 했다. 지척에 연형제가 있는게 틀림없었다. 반가움보다는 당혹스러운 마음이 앞선 그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군과 적군이 이리저리 흩어져 싸우고 쓰러져 있어 누가 연형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고문으로 돌아오자 은은한 열감이 남았을 뿐 다른 형제들 사이를 아무리 지나다녀도 몸에 어떠한 반응이 없었다. 어쩌면 연형제에 감응한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 이상이는 한 켠으로는 실망했고 또 동시에 안도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서로 잊혀지고 어디 있었을지 모를 그의 연형제도 없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 갑자기 새파랗게 어린 연형제라니, 이제는 필요도 없을 연형제라니. 이연화는 골이 아파와 이마에 손을 댔다. 독에 잠식되어 내력이 3할 남은 몸으로도 경맥에 휘돌아 감기는 활기를 느꼈더랬다. 경맥을 공유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술법을 수련할 때에 방다병은 무척 적극적이었으나 이연화는 일부러 기를 막아 벽을 쳐댔다. 힘든 척 하는 그에게 방다병은 지치지도 않고 밝게 말했다.
"이연화, 힘들어? 오래 수련한 사람에게도 경맥의 기감을 세우는 일은 어려운거야. 네가 하지 못하는건 당연해."
"그러니 이쯤하고 그만하는게 어때? 약을 쓸 때도 매한가지야. 처음에 써보고 영 안 듣는다 싶으면 미련하게 먹일게 아니라 다른 약재를 써야하는 법이지. 너한테 나는 안 맞는다니까."
방다병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더 덧붙이려던 이연화는 그 표정에 입을 닫았다. 상처 입은 얼굴을 한 자에게 소금을 뿌리는 취미는 없었다. 어차피 고향에 정인도 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중얼대려던 말이 쏙 들어갔다.
쓰게 웃는 방다병을 돌려보내고 와서인지 차를 제대로 우리지 못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썼다. 이연화는 새로 차를 내리려고 주전자로 손을 뻗었다.
그 때 등줄기에 선득한 느낌이 순간적으로 타고 올라왔다. 요기를 느낀 그는 벌떡 일어나 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중정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연화는 경공을 쓸지 잠시 고민하다가 중앙으로 향하는 문으로 뛰어가 문을 밀었다. 문을 열자 방다병이 보였다.
"이연화?"
"비명 소리가 들려 나왔어. 왜 여기 있는거야? 어서 가보지 않고."
"네가 무사한지 보러왔어. 요마 하나가 겁없이 침입했다가 고모한테 잡혔지. 먹을거리를 훔치러 온 하급 요마인 모양인데 누가 뒤늦게 보고 놀란 모양이야."
"먹을거리를 훔치러 왔다고?"
이연화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그는 아직도 희미하게 요기를 느낄 수 있었고 이는 결코 하급 요마의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연화만 느낄 수 있을만큼 요기를 능숙하게 감추는 상급 요마일지 몰랐다.
과연 중정에는 창살이 달린 덫 속에 강아지 크기 정도의 붉고 못생긴 두더지같은 요마가 하나 있었다. 입에는 떡이며 과일을 물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뭐가?"
"도성 안에 이 정도 하급 요마는 무서워서 들어오지도 못할텐데 이렇게 대범하게 그것도 천기당 한복판에 들어올 수 있을리가 없어."
방다병은 요마와 이연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기도 이상하다 여겼지만 요기가 더는 느껴지지 않고 하급 요마라도 눈 앞에 갇혀 있으니 더 생각하지 않았더랬다.
"혹시 우리 주의를 돌리려고 이런 하급 요마를 일부러 여기 풀어둔거라면?"
방다병의 가설에 이연화가 급히 맞장구 쳤다.
"어서 찾아봐야해."
"넌 위험하니 오지마."
뛰려고 몸을 돌린 이연화를 방다병이 황급히 막아섰다. 귀찮게 됐네.
"언제는 연형제라며?"
"아직 아니잖아."
"요마가 어딨는지는 알고?"
이연화의 질문에 방다병이 잠시 집중하는 듯 눈을 감았다. 인상을 쓰는걸 보니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천기당의 다른 이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이연화는 자기에게만 선득하게 느껴지는 요기를 어찌 드러내 보여야할지 고심했다. 자기가 따라갈 수도 없고 우연히 발견하는 척하기도 부자연스러웠다. 이연화는 눈을 잠시 데룩 굴리고나서 몸을 크게 휘청이며 방다병 쪽으로 넘어졌다.
방다병은 놀랄 틈도 없이 자기에게 안겨들다시피 넘어지는 이연화를 덥썩 받아 안았다. 어찌된 일인지 넘어지는 힘이 무척 강했다. 그도 모자라 방다병 발에 이연화의 발목이 겹쳐 걸리더니 바닥에 그대로 자빠져 첫날 방다병이 바닥에 쓰러지던 때와 같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연화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방다병! 몸이 말을 안 들어, 아무래도 귀신이.."
이연화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방다병의 입술을 제 입술로 포개어 덮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뒷말은 방다병이 먹어버렸다. 방다병의 눈이 커드래졌다. 이연화는 그가 놀란 틈을 타 혀를 얽어 깊이 접문을 했다.
이런, 처음일텐데 미안해서 어쩌나.
머리 속으로 사과를 한 이연화는 방다병을 더 밀어붙였다. 눈을 감아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혀의 감각으로 상대의 혀를 더듬어 나갔다. 방다병의 몸처럼 그의 혀도 잔뜩 굳어 있었다. 이연화는 마음이 급해져 혀를 세우고 굴려 방다병의 혀를 희롱했다. 요마가 빠져나가기 전에 경맥을 일부 통해야했다. 딱딱하게 굳은 혀와 함께 방다병의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방다병의 힘있고 큰 손이 이연화의 뒷목을 감싸왔다. 그리고는 자기 쪽으로 누르듯이 당겨 이번에는 방다병 쪽에서 고개를 틀어 깊이 얽혀 왔다.
옳지.
이연화가 속으로 칭찬했다. 쑥맥 도련님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입 안이 달게 느껴져 이연화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참았다. 방다병은 부드럽지만 잡아먹을 듯 덤벼왔다. 이연화는 목적한 바가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방다병의 혀를 빨아들였다. 방다병에게서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잠시간이지만 둘 사이에서는 타액이 질척이며 혀와 함께 농밀하게 휘돌아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연화는 이만하면 충분하겠다 싶어 입술을 떼었다. 어쩌면 과했을지도 몰랐다. 그는 갑자기 떨어져 나가는 연기를 잊지 않고 파사보를 가벼이 써서 몸을 퉁겨 보기 좋게 나동그라졌다.
"이연화!"
방다병은 눈이 풀리고 숨도 거칠었다. 심지어 앞섶이 곤란해진 와중에도 그는 이연화를 부르며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으윽. 발을 접지른 모양이야."
아프다는 시늉을 한껏 하면서 이연화가 앓는 소리를 냈다. 걱정을 얼굴에 가득 담은 방다병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곧 등을 타고 느껴지는 예리한 감각에 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요마가 있어."
"난 괜찮으니 어서 가."
이연화는 이때다 싶어 잽싸게 방다병의 등을 떠밀었다. 방금의 접문으로 방다병의 감각이 일시적으로 예민해졌다. 자신만큼은 아니겠지만 요기를 숨긴 요마를 찾아내기엔 충분했다. 낯부끄러운 방법이긴 했지만 효과는 좋았고, 이연화는 이런 일에 일일히 연연하지 않을만큼의 세월을 보냈기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아니, 개의치 않을거라 생각했다. 방다병이 겪을 후폭풍이 우려되긴 했지만 나중 문제였다.
방다병은 담을 넘어 하늘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며 이연화는 일어서서 옷을 툭툭 털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제 입술을 매만졌다.
꽤나 격렬한 접문이었다. 얼만큼의 내력을 불어넣고 경맥을 공유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 살살 할 겨를이 없었다. 얼어있던 방다병이 접문에 응하자 목덜미의 털이 거꾸로 솟는 느낌이어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낼 뻔 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중간부터는 이연화 자신도 게걸스럽게 방다병을 탐했다. 경맥이 들끓어 상대를 향해 기운을 뻗쳐 내기에 갈급해지는 것은 당연했지만 이 정도로 강렬할 줄은 몰랐다.
목적이 있어 한 행위였음에도 이연화의 생각과 달리 예감이 좋지 않았다. 모르는 이의 눈에는 천기당 방다병에게 이연화라는 연형제가 나타난 일일 터였다. 이연화는 저만 아는 사실에 기가 막혀 고개를 저었다.
최강 문파인 사고문의 문주이자 극강의 천사장이었던 이상이가, 처음으로 연형제를 만난 것이었다.
"이거 큰일났군."
밤이 깊어 붉어진 얼굴을 가려 다행이었다.
연화루 이연화 방다병 다병연화 상이다병? 성의 츼츼 증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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