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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료헤이의 실종수인 사진을 입수하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음. 타니는 아몬의 현장직 복귀를 바라며 고사를 지내는 중이라 갑자기 자료를 요청해도 옳거니 하고 제깍제깍 전송해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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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보다 더 새끼라고 상상 부탁)


‘틀림없어.’


아몬은 배냇털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마블무늬를 영상 속 마루오와 대조했음. 그리고 동일 개체임을 확신했지.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마루오의 성장속도야. 수인의 성장은, 성체가 되는 기간 동안에는, 인간보다 빠르고 동물보다 느려. 작은 새끼였던 마루오가 2년 만에 저 만큼 커진다는 건 불가능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닌데 만약 아몬이 생각한 그거라면...


세번째 순서는 이인삼각이었음. 줄다리기 경기를 지고 미조구치는 승리에 한이 맺혔어. 안 되겠어. 이인삼각 만큼은 무조건 아몬이 해줘야 해.


“코타로 상! 빨리요. 코타로 상이 아니면 누구랑 해요. 네? 네에?”


미조구치는 어째서인지 근엄하게 운동장만 쳐다보는 아몬을 마구 끌어당겼음. 아몬은 건성으로 응, 잠시만 대답하다가 노보루에게 옆구리를 쿡 찔리고 나서야 즈그 여우의 성난 아우성을 발견함. 미조구치는 부아가 치밀어선 아몬이랑 다리를 묶겠다고 끈을 흔들고 있었어.


“그래. 같이 달리자.”


할 수 없다. 일하는 중도 아니고, 경기 좀 다녀온다고 운동회에 참가중인 마루오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지금은 내 여우부터 챙겨야 함.


“가요, 가요!”


아몬미조구치는 함께 이인삼각 대기줄에 섰음. 다리를 묶고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선 경주들의 결과가 썩 좋지 않음. 상대팀에 우등반 애들이 더 많아서인지 이번에도 미조구치네 팀이 질 것 같음. 힝구 울상이 된 미조구치를 힐끔 본 아몬이 묻겠지.


“이기고 싶어?”


승점 1점이라도 더 올리고 싶은 미조구치 결연하게 고개를 꾸닥꾸닥함. 아몬은 말없이 미조구치의 허리를 당겨 안아봄.


“사이좋게 호흡 맞춰 달릴래, 이길래?”
“에.. 응? 호흡이 맞아야 이기는 거 아니에요?”
“하나를 골라. 원하는대로 해줄게.”
“..이길래요.”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이겨야 하는 미조구치는 후자를 택했음. 아몬미조구치의 차례가 되자 아몬은 미조구치의 허리를 꽉 끌어 안더니 힘을 빼라고 했음. 탕—! 출발 총성이 울리고


“으아아아아아!!!!!!”


아몬은 완력만으로 미조구치를 옆구리에 ‘매달고’ 전력질주 함. 시킨대로 힘을 뺀 미조구치는 깃대에 달린 깃발처럼 맥없이 팔랑거렸지. 그리고 으아아아 소리지르는 그 짧은 시간에 달리기가 끝남. 어이없을 정도로 금방 넘어버린 결승선ㅋㅋㅋ 미조구치는 벌써 끝? 이라는 생각에 두리번거리겠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다 벙쪄서 이거 치팅 아닌가 웅성웅성 하는데 따져보면 어긴 규칙이 없음ㅋㅋ 이인삼각을 이렇게 하는 건 처음 봐서 다들 자리로 돌아오는 아몬미조구치 우사미 눈으로 쳐다볼 듯ㅋㅋㅋㅋ 민망해진 미조구치 속으로 그냥 사이좋게 달릴 걸 후회함ㅋㅋ 아 그리고 결국 미조구치네 팀이 짐.


네번째 순서는 손 쓰지 않고 간식 먹기임. 이건 미조구치가 꼭 나가고 싶은 경기였지만 불참했어. 안타깝지만 지금은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되는 컨디션이기 때문에ㅇㅇㅇ 그래도 미조구치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음. 양팀 모두 접전을 벌이는 와중에 의외의 복병인 마루오가 밀가루에 파묻힌 사탕과 실에 매달린 과자를 다 먹어치움. 진짜 빠름. 특히 슈를 먹을수록 행복해 보였어. 매달린 슈는 마루오가 다 먹은 듯도 해. 이렇게 해서 또 미조구치네 팀이 짐. 처참한 성적..ㅎ


은근히 팀의 에이스인 마루오는 모두의 관심을 받았어. 마루오는 사방팔방에서 자기만 쳐다보니까 얼어버린 채 울상이 됐지. 점심시간이 되어 삼삼오오 도시락을 까기 시작하자 마루오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음. 그런 애가 다시 나타난 건 마츠모토가 주먹밥을 나눠주면서였는데 주먹밥 얻어먹은 수인들이 맛있다고 줄을 서서 받으니까 마루오도 줄 다 끝날 쯤 기어나와서 자기도 하나 달라고 한 거임.


“아. 미안. 이제 안 남았어.”


마츠모토가 빈 쇼핑백을 보여주자 마루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 어디로 사라지려고 했어. 미조구치는 얼른 애 불러세워서 자기 거 나눠줌.


“마루오! 이거 먹어! 난 다른 음식도 많아.”


진짜임. 미조구치에겐 아몬이 싸준 점보스페셜 5단 영양만점 도시락이 있었음. 주먹밥 들어갈 배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 마루오에게 준 거지. 마루오는 몹시 눈치를 보며 주먹밥을 받았어.


“같이 먹을래?”


사람과 어울리는데 서툰 애인 건 알지만 일단 권해보는 미조구치. 그때 아몬이 망설이기만 하던 마루오를 스윽 밀어서 자연스럽게 돗자리에 앉힘. 아몬은 마루오를 좀 더 자세히 봐야 했거든. 마루오는 어어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미 앉아버린 걸 물릴 순 없었음. 그리고 걱정한대로 쟈근 마루오에겐 질문폭풍이 불어닥쳤지.


“너 경기 잘하더라. 맨날 수학문제만 푸는 거 같았는데.” (미조구치)
“야. 너 몇 살이야?” (야마토)
“마루오 군은 마블폭스야?” (마츠모토)
“너네 주인님은 안 오셨어?“ (소라)


주먹밥 먹다 체하겠음.. 마루오는 살려달라는 듯이 미조구치를 쳐다봤지만 눈치없는 미조구치는 바삭바삭한 새우튀김을 씹으며 얘가 뭐라고 하나 빤히 쳐다볼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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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벙어리가 된 마루오를 냅두고 서로서로 떠들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끈기있게 말을 붙인 건 소라였음. 학교에 다니고 싶어진 소라는 보호자도 없는 어린 수인도 학교에 다니는 걸 보고 용기를 얻은 거지.


“그럼 보호소에서 다니는 거라고?”
“네.”
“몇 살이야? 너 정도 나이에 보호소 출신이면 글을 배울 기회도 없었을텐데.”
“글은... 혼자 익혀서...”
”흐응..“


아몬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어. 생년 미상. 마루오는 절대 나이를 말하지 않아. 마치 불편한 주제를 철저하게 피하듯이. 학교 측은 알고 있을테니 나중에 조사해봐야겠음.


운동회가 재개되자 마루오는 자신의 팀으로 떠났어. 아몬은 아무도 모르게 마루오에게 다가가 물었음.


“타카하시 료헤이를 아니?”
“......”
“가루베 다이키치는?”


타카하시는 모른다고 한 마루오는 가루베의 이름을 듣자 놀란 반응을 보였어.


“경찰이시죠..?”
“맞아.”
“가루베 형은.. 형아였어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한 가지만 더 질문할게. 열병을 앓았었니?“
”네.. 자주요.“
”알려줘서 고마워. 가봐. 경기 잘 하고.“


마루오는 아몬을 물끄러미 돌아보고는 쌩하니 사라졌음.


다음 경기는 이어달리기였어. 출전은 수인 한명 당 보호자 한명으로 제한. 이번에도 당연히 아몬이 주자가 될 줄 알았더니 미조구치는 엄정한 심사로 후보를 정했음. 승부욕 쩌는 야마토, 체대생 마츠모토, 특수요원 아몬. 미조구치는 머리 터지게 고민하다가 푹 한숨 쉬겠다. 우리팀은 어벤져슨데 왜 이길 수가 없을까...


”내가 나갈까?“


마츠모토가 나섰어.


”자신 있어? 저쪽 팀엔 표범수인도 있는데.“
”달리기는 나름 빠른 편이라.“
”나름으론 안 돼. 확실히 빨라야 해.“
”맡겨줘.“


미조구치는 약간 못미더웠어. 근데 마츠모토가 자신감 있게 노보루에게 촬영을 맡기고 몸을 푸니까 이제 못말리겠더라고.


미조구치는 먼저 계주를 달리고 마츠모토에게 바톤을 넘겨주기로 되어 있었음. 근데 망충한 미조구치 그렇게나 승부에 집착하더니 정작 본인은 달리다가 도중에 우당탕쿵탕 슬라이딩을 하고 맘. 미조구치는 자기 때문에 다 망한 줄 알고 구슬프게 바톤을 넘겼으나 마츠모토가 정말 미친듯이 빠르더라고.. 상대편 표범수인과의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좁히더니 간발의 차로 승리함. 응원석에선 함성이 터졌음. 계주는 배점이 높아. 3:0으로 형편없이 지고 있던 승부가 3:2가 됨.


“마츠모토!!! 최고야!!!”


미조구치는 마츠모토랑 얼싸안고 방방 뛰었음. 저 멀이서 ‘야 이 미친놈아’ 하는 소라의 목소리가 메아리쳤지. 아차 싶어서 그쪽을 보니까 목청껏 욕할 땐 언제고 고새 아몬 옆에서 쫄아있음ㅋ


운동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어. 이어진 파도타기에서 미조구치네 팀은 승리를 이어갔고 3:3 동점을 기록했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각팀 응원전을 시작하자 미조구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이 다 쉬어버림.


마지막 경기는 박터트리기였음. 역시 대미의 장식은 아몬과 함께지. 미조구치는 아몬을 데리고 경기장에 나섰어.


“요스케. 이번에도 이기고 싶어?”
“그렇긴 한데 너무 부끄럽게는 말구요.”
“부끄럽게 하지 않을게.”


아몬은 심판에게 동물폼으로 경기를 해도 규칙 위반이 아닌지 물었음.


“상관없어요. 하지만 동물폼으론 손을 못 써서 불리할텐데요? 어떻게 콩주머니를 던지겠어요?”


다 생각이 있지. 아몬은 나직하게 같은 팀을 불러모았음. 여기 모인 사람들 다 오늘 아몬을 처음 봤는데 부르면 부르는대로 무슨 자석 마냥 모임. 역시 고급 스킬(카리스마)ㅋㅋ 아몬은 수인과 보호자에게 각자의 미션을 줌. 경기가 시작되면 어찌저찌 하라고 지시했지.


그렇게 마지막 경기가 시작됨. 미조구치네 팀은 아몬의 지휘를 따라 보호자들이 콩주머니를 던지고, 수인들은 동물로 변해 떨어진 콩주머니를 물어다 재장전해주었음. 아몬도 콩주머니를 던졌는데 기가 막힐 정도로 백발백중이었음.


상대팀에서 헛저격한 콩주머니가 난무하고 그걸 줍는데 정신이 없는 동안 미조구치네는 굉장한 단합력으로 힘, 스피드, 적중률 무엇 하나 놓치지 않았음. 당연한 결과지만 미조구치네 박이 먼저 터졌어. 알록달록한 색종이가 흩날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좌라락 펼쳐짐. 여우구치는 승리의 함성을 앵앵거리면서 아몬에게 여우점핑을 함. 다른 수인들 모두 보호자에게 달려가 안겼지.


“앵- 애앵!!!”
“그래. 우리가 이겼어.”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