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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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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묵산이란 곳을 지날 때 그 곳 호수에서 우연히 상처입은 이무기를 구하였는데,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무척이나 지혜롭고 총명하여 천지간에 있는 귀신들의 일을 모두 알고 있으니 황제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이무기를 우대하여 황궁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황제는 이무기에게 사명천군이라는 호와 함께 관과 적의를 내려주고는 나라의 신수로 대하였다.
황제와 백성들은 그를 덕망이 있는 임금이 다스리는 시대에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신령스러운 용이라 여기고 그의 승천을 기도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
그가 나타난 이후로 나라에는 여러 차례 묘하고 기이한 일이 많아서, 황궁에는 한동안 신비한 향기와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 오르곤 하였다.
"얼굴이 많이 나아지셨어요. 약의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나나 봅니다."
연목치는 빈 약그릇을 시녀에게 던지듯이 건네고는 거울을 꺼냈다. 시녀는 그릇을 놓칠 뻔 했으나 가까스로 잡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얼굴에 생겼던 비늘이 옅어졌다. 이것이 과연 탕약의 효과일까.
시녀는 연목치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빈그릇을 들고 몸을 낮추며 방을 나갔다. 시녀가 나가자 연목치는 옷을 벗어 어깨를 드러냈다. 그러자 비늘로 덮여있는 어깨가 드러났다. 쇄골 근처부터 어깨 뒤까지 이어져있는 검은 비늘은 새하얀 피부와 대조적이었다.
탕약이 효과가 있다고? 그렇다면 몸도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몸은 점점 비늘이 늘어나고 있었다.
지난 번 한참을 공을 들여 약을 먹인 사녀가 죽어버렸다. 때에 맞춰 그녀를 취해 양기를 흡수하지 못했으니 자신의 몸 상태가 더욱 나빠져야했다.
연목치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얼마 전 다루의 최고층에서 피곤함에 몸을 뉘이고 있던 연목치는 익숙한 향을 맡았다. 이것이 발정향이라는 걸 깨닫고는 향을 뿜은 자를 찾던 중 온객행을 발견하고 잠시 창가에 서 그를 지켜봤다. 괴로울 텐데도 겉으로 드러내지않고 사람들 속에 섞여 돌아다니는 그의 자제심에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제가 아끼는 시비가 벌써 이틀째 몸을 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진정을 시키는 탕약을 먹여도 효과가 미비한건 이 땅의 기운인 방합과 삼합이 시비와 뒤틀어져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회유를 해도 온객행은 넘어오지 않았다. 성격대로라면 당장 목숨을 앗아도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행여 그의 마음이 바뀌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분을 참고 그들을 놓아줬다. 하지만 시비는 결국 죽고 말았다.
수십,수백명의 시비가 있는 연목치에게 시비 한명이 죽는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시비가 몇 년간 정성으로 약초들을 먹여온 약시비라면 달랐다. 더구나 그 아이는 겨울에 오기 전 취해야 할 아이였다.
연목치는 주자서가 닿았던 얼굴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묘한 아이.
세상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두 황궁 안에 있다. 황제는 나라의 안정은 관심이 없고 기력을 상하게 할 정도로 색을 좋아하며 아름다운 것에 한없이 약했다.
실로 황궁 안은 여인과 보석과 진귀한 물건 등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넘쳤다.
그 아이는 예뻤지만 그 정도의 미모는 황실에 널렸다.
하지만 그 아이가 더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모습은 과연.....
연목치의 얼굴에 일순 빛이 돌았다. 눈이 호선을 그리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더니 결국 귓가에 닿았다. 곧 그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아이야. 너는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반반이구나. "
연목치가 몸을 일으켜 소매를 가볍게 흔들자 중지 손가락 정도 길이의 뱀들이 튀어나왔다. 뱀들이 연목치의 발 밑에 모여 그를 올려다봤다.
"그들이 지금 어디있는지 알아와라."
-------
등.
물기젖은 손가락이 온객행의 등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온객행은 맨 등을 내놓은 채 나른하게 물가에 엎드려 있었고 하반신은 물에 잠겨있었다. 주자서는 그의 등 뒤에 자리잡고 온객행의 등에 글을 썼다.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고는 매달려 계속 글씨 연습을 했다.
주자서는 흙바닥에서 글씨 연습을 할 때 틀리면 전부 휘젓고 다시 쓰는 습성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틀릴 때마다 손바닥으로 온객행의 등을 쓸었다. 몇 번이고 쓰더니 재미가 없는지 그의 등에 얼굴을 기댔다.
"왜?"
주자서가 등에 글을 썼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
주자서가 온객행에 등에 얼굴을 비볐다. 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가을 바람은 스산했고 몸은 아직 뎁혀지지 않았다. 이 호수는 온천의 뜨거운 물이 호수로 흘러들어 호수의 물과 합쳐져서 식는다. 그래서 겨울에도 온객행과 주자서는 호수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요즘 두 사람은 집 안에서 씻는 일이 많아서 이 곳에 온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더 있고 싶어.'
"그러자."
호숫물은 따뜻했고 온객행의 등은 서늘했다. 열이 오른 얼굴을 대고 주자서는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함께 붙어있으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게된다. 온객행은 어젯밤 그를 안았고 주자서도 그걸 받아들였다. 온객행의 등에는 주자서가 남긴 손톱자국이 가득했다.
쾌감에 정신을 못차릴 때 생긴 것들이라 온객행은 아픈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 자국을 따라 주자서가 그림을 그리듯 선을 그리면서 손톱을 더 바짝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아?'
그의 등에 글씨를 쓰니 온객행이 바로 대답했다.
"아니."
'상처가 생겼어. 많이.'
"난 괜찮아. 네가 원하면 더 만들어도 돼."
'......'
원하다니!
이 상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떠오르자 주자서의 얼굴이 갑자기 새빨개졌다.
'이건 네가 어제 놔주지 않으니까 그런거잖아.'
서둘러 글자를 쓰니 엉망진창이 된다. 주자서는 어젯밤을 떠올리자 갑자기 서러워졌다. 어젯밤 그는 늘 그렇듯이 온객행보다 먼저 절정에 다다랐고 온객행은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몸을 움직였다. 멈추지 않는 끝없는 떨림에 주자서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일부러 하체를 세게 올려치는 온객행의 등을 긁고 꼬집었지만 온객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말이지 침상에서 악독하게 굴었고 결국 우는 것은 주자서였다. 참으로 얄밉고 간교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오늘은 따로 자야겠다는 생각이 즉흥적으로 들었다.
주자서는 그의 등에 손가락에 또박또박 힘을 줘 글을 썼다.
'넌.나.빠. 그러니까 오늘은 같이 자지 않을거야.'
놀란 온객행이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았지만 주자서는 혀를 쏙 내밀고는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달빛이 희미하게 호수 안으로 스며들어 온다. 주자서는 몸을 감싸는 물살에 휩쓸리며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수면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온객행이 따라 들어온 것 같았다. 분명 그를 쫓을테니 주자서는 작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몸을 움직여 그와 거리를 벌렸다.
온객행은 물에 잠겨 미약한 파동을 느끼려고 눈을 감았다. 주자서는 잡기놀이를 하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저어낸 물살을 느낀 온객행은 방향을 그쪽으로 틀어 조용히 움직였다.
온객행은 일부러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아, 밑에서 올려다보며 그가 있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향했다.
호수 속은 어두운 잿빛이었다. 아무리 밝은 달빛도 깊은 호수 속을 비추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주자서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단 하나의 빛이었다.
주자서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사방을 경계했지만 정작 밑까지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온객행이 갑자기 그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겼을 때는 혼이 빠지게 놀라 폐 안에 남았던 숨이 한번에 다 빠져나갔다. 힘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으니 주자서는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완강한 손길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온객행은 수초처럼 얼굴을 가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치우고 주자서를 바라봤다. 입을 꾸욱 다물고 당황하는 표정으로 온객행을 노려보는 모습이 꽤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가 웃자 주자서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자신은 화가 났는데 이렇게나 여유로운 미소라니!
주자서는 그의 팔을 꼬집고는 팔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그를 밀며 위로 올라갔다.
가까스로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숨을 들이켜기 무섭게 이내 뒤따라온 온객행에게 잡혀 끌려갔다.
그는 도망친 주자서에게 벌을 주듯이 거칠게 입을 맞췄다. 숨을 쉬기에 바빴던 주자서는 고개를 비틀어피했지만 그는 끈질겼다.
결국 주자서는 눈물을 흘리며 입을 벌리고 그의 입맞춤을 견뎌야했다. 주자서를 충분히 맛본 온객행은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그의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화내지마. 너를 안을 때마다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
'.......'
"다시는 힘들게 안 할께. 그러니까 도망가지 마."
내가 잘못했어.
입맞춤을 끝낸 두 사람의 호흡은 거칠었다. 주자서는 마치 산사나무의 열매를 잔뜩 먹은 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배 아래 쪽이 뜨끈하다. 온 몸이 젖어가는 느낌. 입맞춤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열기가 온 몸을 맴돌고 있다. 이 갈증은 오직 그만이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주자서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리고 그의 허리를 감싸며 몸을 앞뒤로 문질렀다. 단단하게 선 온객행의 성기가 엉덩이에 닿았다. 예민한 살에 닿는 거센 자극이 주자서의 머리 속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런 눈.
온객행은 길게 뻗은 눈꼬리에 유혹을 가득담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주자서를 보며 생각했다. 누구도 이런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참을 수 없을 거라고. 달아오른 체온 때문에 붉어진 그의 눈가를 손 끝으로 쓰다듬자 주자서는 눈을 감았다.
주자서의 뜨거운 숨이 목덜미에 닿자 온객행은 더이상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그의 몸을 열고 좁은 길을 벌리며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끝까지 밀어넣고 고개를 숙여 밭은 숨을 내쉬고 있는 주자서의 턱을 들어 입을 맞췄다. 뭉근하게 안을 짓이기며 허리를 움직이자 주자서의 입이 벌어지며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쩔 줄 모르는 감각에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를 붙잡고 살을 뜯듯 잡아당겼다.
예민한 부분을 찌르고 끊임없이 안을 짓찧는 행동에 마치 온객행이 온 몸을 헤집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약속대로 부드럽고 다정하게 움직였지만 이렇게 매달린 자세에서는 그가 너무 깊게 들어와 주자서의 눈시울이 축축하게 젖었다.
온객행이 움직일 때마다 물 속에서 주자서의 몸은 쉽게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아랫배에 머물던 쾌감이 가슴까지 올라오자 주자서의 고개가 뒤로 떨궈졌다. 감은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온객행이 혀로 핥으며 속도를 높였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등과 허리를 단단하게 잡고 깊고 빠르게 추삽질을 했다.
'으응! 아...천천히...흐읏!'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를 붙들고 몸을 세우려고 했지만 물기에 손이 미끄러져 오히려 더 깊이 앉아버리고 말았다. 어느 때보다도 깊이 들어온 성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아찔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온객행의 품 안에서 주자서의 온 몸이 파르르 떨렸다. 동시에 뱃속에 뜨거운 것이 퍼져나갔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열린 입 사이로 작은 혀를 빨아들이며 거칠게 혀를 감았다. 온객행은 아직 그의 몸 안에서 나오지 않은 채 그를 느끼고 있었다.
긴 입맞춤으로 달아오른 주자서의 입술은 더욱 붉어져, 이마를 맞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온객행은 손을 뻗어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내일...새 연을 사러가자. 날이 좋을 때 같이 날릴
수 있어. "
거친 호흡 사이로 온객행이 말했다. 주자서는 그렇게 좋아하던 풍쟁을 충분히 갖고 놀지 못했다. 요 며칠동안 온객행은 그가 글연습을 하고 다 써버린 선지를 몇 번이고 조용히 바람에 날리던 것을 봤다.
그는 이마를 맞댄 채 주자서의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호흡이 진정되며 전신에 꽃이 피 듯 붉게 변했던 주자서의 피부가 점점 제 색으로 돌아왔다.
주자서는 이마를 떼고 거절의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눈빛에선 방금까지의 여운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어렸다.
다시 마을로 갔을 때 그 사람과 만나게 될까봐 두려웠다. 다루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그의 향은 어디선가 맡아본 그립고도 반가운 향기였다. 아득한 기억 속 무언가가 주자서의 발길을 잡았다.
도무지 떠올릴수가 없어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맛을 본다면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행동에 옮겼다.
하지만 향기와 다르게 그 맛은 오물이었다. 썩은 고기들이 훨씬 나을정도였다. 뱃 속을 휘젓는 구역감에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는 거짓이었다.
거짓향을 뿜고 가짜 웃음을 짓는다.
주자서는 그 자가 싫었다.
"왜?"
온객행이 궁금증을 담아 물었지만 주자서는 눈썹을 한껏 내리고는 고개만 저었다.
"잃어버려도 속상하지 않게 많이 사자. 가게에 있는 걸 전부 사줄게, 응? "
"....."
"사탕도 배부르게 먹어도 아무 말 안할게. 약속해."
온객행은 주자서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조를 작정이었다.
싫어. 가고 싶지 않아.
뜨거웠던 몸이 한순간에 식었다.
주자서는 입모양으로 뜻을 전하고는 그의 어깨를 밀어제치고 물가로 향했다.
객행자서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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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묵산이란 곳을 지날 때 그 곳 호수에서 우연히 상처입은 이무기를 구하였는데,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무척이나 지혜롭고 총명하여 천지간에 있는 귀신들의 일을 모두 알고 있으니 황제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이무기를 우대하여 황궁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황제는 이무기에게 사명천군이라는 호와 함께 관과 적의를 내려주고는 나라의 신수로 대하였다.
황제와 백성들은 그를 덕망이 있는 임금이 다스리는 시대에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신령스러운 용이라 여기고 그의 승천을 기도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
그가 나타난 이후로 나라에는 여러 차례 묘하고 기이한 일이 많아서, 황궁에는 한동안 신비한 향기와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 오르곤 하였다.
"얼굴이 많이 나아지셨어요. 약의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나나 봅니다."
연목치는 빈 약그릇을 시녀에게 던지듯이 건네고는 거울을 꺼냈다. 시녀는 그릇을 놓칠 뻔 했으나 가까스로 잡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얼굴에 생겼던 비늘이 옅어졌다. 이것이 과연 탕약의 효과일까.
시녀는 연목치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빈그릇을 들고 몸을 낮추며 방을 나갔다. 시녀가 나가자 연목치는 옷을 벗어 어깨를 드러냈다. 그러자 비늘로 덮여있는 어깨가 드러났다. 쇄골 근처부터 어깨 뒤까지 이어져있는 검은 비늘은 새하얀 피부와 대조적이었다.
탕약이 효과가 있다고? 그렇다면 몸도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몸은 점점 비늘이 늘어나고 있었다.
지난 번 한참을 공을 들여 약을 먹인 사녀가 죽어버렸다. 때에 맞춰 그녀를 취해 양기를 흡수하지 못했으니 자신의 몸 상태가 더욱 나빠져야했다.
연목치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얼마 전 다루의 최고층에서 피곤함에 몸을 뉘이고 있던 연목치는 익숙한 향을 맡았다. 이것이 발정향이라는 걸 깨닫고는 향을 뿜은 자를 찾던 중 온객행을 발견하고 잠시 창가에 서 그를 지켜봤다. 괴로울 텐데도 겉으로 드러내지않고 사람들 속에 섞여 돌아다니는 그의 자제심에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제가 아끼는 시비가 벌써 이틀째 몸을 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진정을 시키는 탕약을 먹여도 효과가 미비한건 이 땅의 기운인 방합과 삼합이 시비와 뒤틀어져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회유를 해도 온객행은 넘어오지 않았다. 성격대로라면 당장 목숨을 앗아도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행여 그의 마음이 바뀌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분을 참고 그들을 놓아줬다. 하지만 시비는 결국 죽고 말았다.
수십,수백명의 시비가 있는 연목치에게 시비 한명이 죽는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시비가 몇 년간 정성으로 약초들을 먹여온 약시비라면 달랐다. 더구나 그 아이는 겨울에 오기 전 취해야 할 아이였다.
연목치는 주자서가 닿았던 얼굴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묘한 아이.
세상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두 황궁 안에 있다. 황제는 나라의 안정은 관심이 없고 기력을 상하게 할 정도로 색을 좋아하며 아름다운 것에 한없이 약했다.
실로 황궁 안은 여인과 보석과 진귀한 물건 등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넘쳤다.
그 아이는 예뻤지만 그 정도의 미모는 황실에 널렸다.
하지만 그 아이가 더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모습은 과연.....
연목치의 얼굴에 일순 빛이 돌았다. 눈이 호선을 그리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더니 결국 귓가에 닿았다. 곧 그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아이야. 너는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반반이구나. "
연목치가 몸을 일으켜 소매를 가볍게 흔들자 중지 손가락 정도 길이의 뱀들이 튀어나왔다. 뱀들이 연목치의 발 밑에 모여 그를 올려다봤다.
"그들이 지금 어디있는지 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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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물기젖은 손가락이 온객행의 등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온객행은 맨 등을 내놓은 채 나른하게 물가에 엎드려 있었고 하반신은 물에 잠겨있었다. 주자서는 그의 등 뒤에 자리잡고 온객행의 등에 글을 썼다.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고는 매달려 계속 글씨 연습을 했다.
주자서는 흙바닥에서 글씨 연습을 할 때 틀리면 전부 휘젓고 다시 쓰는 습성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틀릴 때마다 손바닥으로 온객행의 등을 쓸었다. 몇 번이고 쓰더니 재미가 없는지 그의 등에 얼굴을 기댔다.
"왜?"
주자서가 등에 글을 썼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
주자서가 온객행에 등에 얼굴을 비볐다. 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가을 바람은 스산했고 몸은 아직 뎁혀지지 않았다. 이 호수는 온천의 뜨거운 물이 호수로 흘러들어 호수의 물과 합쳐져서 식는다. 그래서 겨울에도 온객행과 주자서는 호수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요즘 두 사람은 집 안에서 씻는 일이 많아서 이 곳에 온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더 있고 싶어.'
"그러자."
호숫물은 따뜻했고 온객행의 등은 서늘했다. 열이 오른 얼굴을 대고 주자서는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함께 붙어있으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게된다. 온객행은 어젯밤 그를 안았고 주자서도 그걸 받아들였다. 온객행의 등에는 주자서가 남긴 손톱자국이 가득했다.
쾌감에 정신을 못차릴 때 생긴 것들이라 온객행은 아픈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 자국을 따라 주자서가 그림을 그리듯 선을 그리면서 손톱을 더 바짝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아?'
그의 등에 글씨를 쓰니 온객행이 바로 대답했다.
"아니."
'상처가 생겼어. 많이.'
"난 괜찮아. 네가 원하면 더 만들어도 돼."
'......'
원하다니!
이 상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떠오르자 주자서의 얼굴이 갑자기 새빨개졌다.
'이건 네가 어제 놔주지 않으니까 그런거잖아.'
서둘러 글자를 쓰니 엉망진창이 된다. 주자서는 어젯밤을 떠올리자 갑자기 서러워졌다. 어젯밤 그는 늘 그렇듯이 온객행보다 먼저 절정에 다다랐고 온객행은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몸을 움직였다. 멈추지 않는 끝없는 떨림에 주자서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일부러 하체를 세게 올려치는 온객행의 등을 긁고 꼬집었지만 온객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말이지 침상에서 악독하게 굴었고 결국 우는 것은 주자서였다. 참으로 얄밉고 간교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오늘은 따로 자야겠다는 생각이 즉흥적으로 들었다.
주자서는 그의 등에 손가락에 또박또박 힘을 줘 글을 썼다.
'넌.나.빠. 그러니까 오늘은 같이 자지 않을거야.'
놀란 온객행이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았지만 주자서는 혀를 쏙 내밀고는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달빛이 희미하게 호수 안으로 스며들어 온다. 주자서는 몸을 감싸는 물살에 휩쓸리며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수면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온객행이 따라 들어온 것 같았다. 분명 그를 쫓을테니 주자서는 작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몸을 움직여 그와 거리를 벌렸다.
온객행은 물에 잠겨 미약한 파동을 느끼려고 눈을 감았다. 주자서는 잡기놀이를 하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저어낸 물살을 느낀 온객행은 방향을 그쪽으로 틀어 조용히 움직였다.
온객행은 일부러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아, 밑에서 올려다보며 그가 있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향했다.
호수 속은 어두운 잿빛이었다. 아무리 밝은 달빛도 깊은 호수 속을 비추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주자서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단 하나의 빛이었다.
주자서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사방을 경계했지만 정작 밑까지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온객행이 갑자기 그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겼을 때는 혼이 빠지게 놀라 폐 안에 남았던 숨이 한번에 다 빠져나갔다. 힘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으니 주자서는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완강한 손길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온객행은 수초처럼 얼굴을 가리는 그의 머리카락을 치우고 주자서를 바라봤다. 입을 꾸욱 다물고 당황하는 표정으로 온객행을 노려보는 모습이 꽤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가 웃자 주자서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자신은 화가 났는데 이렇게나 여유로운 미소라니!
주자서는 그의 팔을 꼬집고는 팔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그를 밀며 위로 올라갔다.
가까스로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숨을 들이켜기 무섭게 이내 뒤따라온 온객행에게 잡혀 끌려갔다.
그는 도망친 주자서에게 벌을 주듯이 거칠게 입을 맞췄다. 숨을 쉬기에 바빴던 주자서는 고개를 비틀어피했지만 그는 끈질겼다.
결국 주자서는 눈물을 흘리며 입을 벌리고 그의 입맞춤을 견뎌야했다. 주자서를 충분히 맛본 온객행은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그의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화내지마. 너를 안을 때마다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
'.......'
"다시는 힘들게 안 할께. 그러니까 도망가지 마."
내가 잘못했어.
입맞춤을 끝낸 두 사람의 호흡은 거칠었다. 주자서는 마치 산사나무의 열매를 잔뜩 먹은 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배 아래 쪽이 뜨끈하다. 온 몸이 젖어가는 느낌. 입맞춤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열기가 온 몸을 맴돌고 있다. 이 갈증은 오직 그만이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주자서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리고 그의 허리를 감싸며 몸을 앞뒤로 문질렀다. 단단하게 선 온객행의 성기가 엉덩이에 닿았다. 예민한 살에 닿는 거센 자극이 주자서의 머리 속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런 눈.
온객행은 길게 뻗은 눈꼬리에 유혹을 가득담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주자서를 보며 생각했다. 누구도 이런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참을 수 없을 거라고. 달아오른 체온 때문에 붉어진 그의 눈가를 손 끝으로 쓰다듬자 주자서는 눈을 감았다.
주자서의 뜨거운 숨이 목덜미에 닿자 온객행은 더이상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그의 몸을 열고 좁은 길을 벌리며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끝까지 밀어넣고 고개를 숙여 밭은 숨을 내쉬고 있는 주자서의 턱을 들어 입을 맞췄다. 뭉근하게 안을 짓이기며 허리를 움직이자 주자서의 입이 벌어지며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쩔 줄 모르는 감각에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를 붙잡고 살을 뜯듯 잡아당겼다.
예민한 부분을 찌르고 끊임없이 안을 짓찧는 행동에 마치 온객행이 온 몸을 헤집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약속대로 부드럽고 다정하게 움직였지만 이렇게 매달린 자세에서는 그가 너무 깊게 들어와 주자서의 눈시울이 축축하게 젖었다.
온객행이 움직일 때마다 물 속에서 주자서의 몸은 쉽게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아랫배에 머물던 쾌감이 가슴까지 올라오자 주자서의 고개가 뒤로 떨궈졌다. 감은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온객행이 혀로 핥으며 속도를 높였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등과 허리를 단단하게 잡고 깊고 빠르게 추삽질을 했다.
'으응! 아...천천히...흐읏!'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를 붙들고 몸을 세우려고 했지만 물기에 손이 미끄러져 오히려 더 깊이 앉아버리고 말았다. 어느 때보다도 깊이 들어온 성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아찔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온객행의 품 안에서 주자서의 온 몸이 파르르 떨렸다. 동시에 뱃속에 뜨거운 것이 퍼져나갔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열린 입 사이로 작은 혀를 빨아들이며 거칠게 혀를 감았다. 온객행은 아직 그의 몸 안에서 나오지 않은 채 그를 느끼고 있었다.
긴 입맞춤으로 달아오른 주자서의 입술은 더욱 붉어져, 이마를 맞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온객행은 손을 뻗어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내일...새 연을 사러가자. 날이 좋을 때 같이 날릴
수 있어. "
거친 호흡 사이로 온객행이 말했다. 주자서는 그렇게 좋아하던 풍쟁을 충분히 갖고 놀지 못했다. 요 며칠동안 온객행은 그가 글연습을 하고 다 써버린 선지를 몇 번이고 조용히 바람에 날리던 것을 봤다.
그는 이마를 맞댄 채 주자서의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호흡이 진정되며 전신에 꽃이 피 듯 붉게 변했던 주자서의 피부가 점점 제 색으로 돌아왔다.
주자서는 이마를 떼고 거절의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눈빛에선 방금까지의 여운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어렸다.
다시 마을로 갔을 때 그 사람과 만나게 될까봐 두려웠다. 다루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그의 향은 어디선가 맡아본 그립고도 반가운 향기였다. 아득한 기억 속 무언가가 주자서의 발길을 잡았다.
도무지 떠올릴수가 없어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맛을 본다면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행동에 옮겼다.
하지만 향기와 다르게 그 맛은 오물이었다. 썩은 고기들이 훨씬 나을정도였다. 뱃 속을 휘젓는 구역감에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는 거짓이었다.
거짓향을 뿜고 가짜 웃음을 짓는다.
주자서는 그 자가 싫었다.
"왜?"
온객행이 궁금증을 담아 물었지만 주자서는 눈썹을 한껏 내리고는 고개만 저었다.
"잃어버려도 속상하지 않게 많이 사자. 가게에 있는 걸 전부 사줄게, 응? "
"....."
"사탕도 배부르게 먹어도 아무 말 안할게. 약속해."
온객행은 주자서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조를 작정이었다.
싫어. 가고 싶지 않아.
뜨거웠던 몸이 한순간에 식었다.
주자서는 입모양으로 뜻을 전하고는 그의 어깨를 밀어제치고 물가로 향했다.
객행자서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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