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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망기는 서조모인 혜귀태비와 함께 후원을 거닐고 있었음. 혜귀태비는 예순이 가까운 나이였지만 여전히 눈에 총기가 가득하고 살결이 희고 고와서 도저히 그 나이대로는 보이지가 않았어. 망기는 잠시 상념에 빠져있다가 혜귀태비가 황상하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음. 혜귀태비가 망기의 손등을 어루만지면서 황상이 장성해서 슬하에 자식을 여럿 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을 꺼냄. 망기가 웃으면서 할머님께서 소손을 잘키워주신 덕분에 이리 무탈하게 자라 진심으로 연모하는 이와 사이에서 자식까지 볼 수가 있었다고 대답함. 혜귀태비가 할머님이라는 말에 당황한듯 황상이 이 사람을 할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태황태후께서 들으시면 몹시 언짢아하실텐데 그리 부르지 말라고 만류했음. 망기가 언제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궁에서 모후와 소손을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시고 보살펴주신게 할머님이시니 친할머님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을 했더니 혜귀태비가 황상이 그리 말씀을 해주시니 감개무량하다고 환하게 웃었어. 잠시후에 혜귀태비가 영견을 쥔 손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더니 저쪽에 금등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이 사람과 함께 가보지 않으시겠냐고 함. 망기는 혜귀태비와 같이 주홍색의 금등화를 구경하던중에 꽃을 만지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제지를 당함. 황상 금등화는 되도록이면 만지지 마세요. 금등화의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망기가 날이 밝는대로 금등화 줄기를 뿌리채 뽑으라고 명을 내리겠다고 했음. 혜귀태비가 그런 말이 있다는거지 진짜 실명을 하는게 아니니 이대로 두시라는 말에 의아해서 꽃에 독이 있는게 아니냐고 되물음. 황귀태비가 눈에 들어가면 상처가 나는 정도이고 실제로 실명이 된 이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함.





혜귀태비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황상께서는 금등화에 대한 설화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음. 망기가 고개를 가로젓자 혜귀태비가 금등화의 잎을 만지며 말을 이었어. 금등화는 능소화라고도 불리지요. 옛날 어느 왕조에 도화빛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답니다. 소화는 뛰어난 자색으로 인해 왕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고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날 이후 왕은 다시는 소화를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화는 자신을 찾지 않는 왕을 향한 그리움으로 심신에 병을 얻었답니다. 그이는 병든 몸을 하고도 제 처소의 담장 아래를 서성이고 그 너머를 보다가 내일이라도 오실 왕을 기다리겠노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 소화를 안타깝게 여긴 궁녀들이 그녀가 머물던 처소 담장 아래에 시신을 묻었다고 하지요. 소화가 죽은 이후 여름에 담장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꽃입니다. 망기가 그런 설화가 있는지 몰랐다고 하자 혜귀태비가 일국의 군주이신데 여인들이 애환이 녹아든 꽃에 대해 알리가 있냐며 웃었음. 금등화는 구중궁궐의 꽃이라고도 하지요. 이 구중궁궐의 담장안에 갇힌 여인들이 궁밖의 풍경을 그리거나 오지 않는 임을 그리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니 말입니다. 혜귀태비는 황상 어떠셨습니까. 이 사람이 말한 설화를 들으실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하고 물었어. 망기가 소화라는 궁녀가 왕을 무척이나 연모한것 같다고 하자 혜귀태비가 그게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었음.






혜귀태비가 한숨을 쉬며 지아비인 왕에게 잊혀진 여인의 한이 얼마나 깊었으면 죽은 후에도 꽃으로 다시 태어나 왕을 기다리겠습니까. 그거 아십니까. 금등화 나무는 다른 꽃나무들과는 달라서 다른 물체의 도움없이는 스스로 서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담장이나 나무에 의지하여 타고 오르며 자라지요. 아무리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자란다고 해도 다른 물체에 매인 몸일뿐입니다. 이는 구중궁궐의 여인들의 신세와 같지요. 이 궁궐에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황제의 총애만을 간절히 바라다가 끝내 잊혀진 사람이 되어 고독속에서 살다가 죽어나가는지 아십니까. 황상께서는 모르실겁니다. 사내가 여인의 마음과 처지를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다. 어느 왕조의 태후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여인이 입궁하면 인생의 즐거움이 없어지고 음식을 먹는것과 기거하는것에는 자유가 없으니 유폐와 똑같은 일이라구요. 망기가 귀태비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혜귀태비가 모르는척을 하고 싶으신건 아니십니까? 하고 웃었어. 혜귀태비가 망기의 손을 붙잡고는 황상이 연귀비를 진심으로 연모하고 계신다는것 이 사람도 익히 들어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왕이 한 사람의 여인만 총애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지요. 이 사람 역시 선제로부터 분수에 넘칠만큼의 총애를 받았으니 육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이 사람 또한 다른 비빈들이 행한 음모술수와 간계에 당해 숱한 위험에 빠져서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고 지난날을 회상하는듯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음.






혜귀태비가 손에 영견을 감싸쥐고는 예전에는 그들이 죽을만큼 미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측은지심이 생기더군요. 어쩌면 그들이 원망하고 싶었던건 이 사람이 아니라 명문가의 여인으로 태어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을 총애하는 낭군이었겠지요. 황상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주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황궁에 사내는 황상 한분뿐이고 여인들은 수없이 많으니 공평하게 애정을 나눠줄 수가 없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그이들이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에 몸과 마음이 병든 나머지 다른 원망의 대상을 찾지 않게 어쩌다 한번이라도 찾아주세요. 황상을 위해 이 구중심처에 들어온 가련한 여인들이 아닙니까? 꽃나무를 가꾸는것처럼 관심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애정을 주며 돌봐주세요. 망기가 소손 할머님의 말씀을 명심하겠다고 대답을 했더니 혜귀태비가 아까 이 사람이 한 말을 기억하시냐며 말을 이음. 이 금등화의 꽃가루에 독이 있어 만지면 실명을 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어쩌면 궁중의 여인들의 금등화와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하여서 생긴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음. 눈물을 많이 흘리면 눈이 갑자기 나빠지기도 하지요. 그리고 아무리 예쁜 꽃도 꽃잎을 자꾸 만지고 짓이기면 문드러지니 말입니다. 그래서 여인들이 이 꽃이 자신들의 속처럼 문드러지고 볼품없이 짓이겨지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담장을 타고 임이 계신 곳까지 멀리 뻗어나가길 소원한 나머지 그런 과장된 소문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음.






강징은 저를 끌어안은 무선은 거세게 밀치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음. 영녕군주는 돌산의 입구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가 강징이 나오는것을 보고는 벌써 이야기가 끝이 났냐고 물었음. 강징이 영녕군주를 노려보며 군주 내 오늘의 일은 결코 잊지 않을겁니다. 두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서 허무맹랑한 언행으로 내 눈과 귀를 상하게 하고 심신을 어지럽혔는진 모르겠으나 이번 일로 나와 아이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군주와 표기장군을 응징하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벗어났음. 강징은 갑작스러운 일에 충격이 컸는지 속이 메스껍고 현기증이 일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없이 비틀거리다가 버드나무에 몸을 기대고 잠시 휴식을 취했음. 그때 멀리 떨어져있던 연희궁의 궁인들이 귀비를 찾아다니다가 강징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달려옴. 강징이 궁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걸음을 옮기다가 근처에 폐하가 계신다는 말에 희게 질린 얼굴로 폐하와 마주쳐서는 안된다고 말을 함. 본궁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것을 폐하께서 아시면 크게 걱정을 하실게다. 그러니 폐하가 계신곳을 피해서 연희궁으로 돌아가자고 하고는 흐려지려는 의식을 겨우 붙잡았음. 강징은 가마에 오르자마자 갑작스러운 복통에 배를 끌어안고 신음하다가 아래에서 뭔가 흐르는 느낌에 경악함. 옆에 서서 걷고 있는 상궁에게 지금 당장 태의감에 가서 태의를 불러오라고 하고 가마의 팔걸이에 몸을 반쯤 기대다시피 해서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씀.





강징은 연희궁으로 돌아오자마자 놋대야를 붙잡고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다가 또 다시 느껴진 복통에 몸을 웅크리고는 신음했음. 강징은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에 살피다가 하의에 피가 묻어나는것을 보고 결국 평정심을 잃었음. 염리는 연희궁의 정전에서 사촌 아우인 채를 보살피다가 강징이 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동쪽 전각으로 건너옴. 염리는 손에 묻은 붉은 피를 보고 아연실색해서 몸을 벌벌 떠는 강징을 보고 놀라서 당장 태의를 불러오라고 소리를 질렀음. 그리고는 강징을 부축해서 침상으로 데리고 가서 앉히고는 피가 많이 나냐고 물어봄. 강징이 잘모르겠다고 울먹이는데 염리가 이럴때일수록 마마께서 평정심을 잃지 않으셔야 한다고 안아서 달랬음. 강징이 회임 초기도 아니고 저번처럼 넘어져서 배를 부딪힌것도 아닌데 피가 왜 비치는지 모르겠다고 태중의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고 울먹임. 염리가 일시적인 증상일거라고 안심을 시키면서 궁인들에게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와 면포를 가지고 오라고 일렀음. 강징을 침상에 눕히고 영견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는데 두려움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모습에 염리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힘. 염리가 사가에 있을때처럼 다정하게 아명을 부르며 아징 괜찮을테니 울지말라고 달래다가 정신을 다잡고는 어머니를 모시고 올까요? 하고 물어봄. 강징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과 어른들께 심려를 끼치기 싫다고 힘없이 고개를 저었어. 그때 문이 열리고 상궁이 태의를 데리고 들어오는데 피가 난다는 말에 태의가 급하게 진맥을 할 준비를 함.






망기는 뒤늦게 강징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연희궁으로 달려왔음. 연희궁의 정전으로 들어가려다가 연희궁의 상궁이 귀비께서는 정전이 아닌 동쪽 전각에 계신다는 말에 몹시 대노해서 지금 당장 강징의 사촌 아우를 담가에 실어서 춘희전으로 옮기라고 명령함. 그리고는 동쪽 전각의 굳게 닫힌 문을 부술것처럼 거칠게 열어젖히고는 아징하고 강징의 이름을 불렀음. 강징이 침상에 반쯤 기대어있다가 황제를 보고 울먹이는데 그 모습에 이성을 잃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상앞으로 달려듬. 망기는 침상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강징의 얼굴을 만지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안색이 좋지 않은데 괜찮은거냐고 물었음. 강징이 갑자기 피가 나서 놀랐는데 이제 괜찮아졌다고 말을 하니 피라는 말에 동요해서는 침상 옆에 서 있던 태의에게 소리를 지름. 도대체 피가 왜 나냔 말이다! 귀비를 어찌 돌봤기에 피를 보게 만들었냐고 태의를 잡아죽일듯이 노려보았음. 황제의 진노에 태의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소신이 무능하여 귀비마마를 잘보살피지 못했다며 벌을 내려달라고 청했음. 강징이 태의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 태의를 탓하지 마시라고 하자 금세 표정이 풀려서는 강징의 얼굴을 어루만짐. 강징이 천만다행으로 황손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짐에게는 태중의 황손들보다 그대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땀에 젖은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줌. 그리고는 태의와 궁인들에게 물러가라고 손짓을 함. 망기는 강징을 끌어안고는 갑자기 하혈을 해서 많이 놀랐을텐데 그대가 아플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어. 강징이 그런 말을 하시지 말라고 하고는 망기의 어깨에 기대고는 몸이 무척이나 고단해서 눕고 싶다고 함. 망기가 편히 쉬라고 말하며 침상에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계수도 가슴팍까지 덮혀주고 밤새 곁을 지키고 있겠다고 함. 강징은 황제가 제 이마와 머리를 차례로 쓸어주고 부푼 배도 부드럽게 쓰다듬는것을 느끼며 수마에 빠져들었음.







자녕궁의 태후는 연회가 파하자마자 연귀비와 조모를 자녕궁으로 초대해서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고 조모가 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외조모에 대한 험담과 제 손녀인 강징을 어여삐 여겨주시라는 부탁의 말이었음. 태후는 강징의 조모와 친분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조모를 극진히 대접하고 조모가 춘희전으로 돌아갈때 진귀한 물건들을 선물로 주었음. 잠시후에 태후는 침수에 들 준비하다가 연귀비가 갑자기 하혈을 했다는 상궁의 말을 듣고 놀라서 회임 초기도 아닌데 하혈을 왜 하느냐고 물음. 상궁에게 연귀비 태중의 황손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거냐고 물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대답이 들려옴. 황제는? 연귀비의 궁으로 행차했다고 하더냐 하고 물었는데 상궁이 대답하기를 폐하께서 혜귀태비와 후원을 산책하시다가 연귀비가 하혈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연희궁으로 향하셨다고 함. 연귀비의 전담 태의를 호되게 질책하시고는 연희궁에 계속 계시는것으로 안다 그리 말했음. 태후가 한숨을 쉬면서 내일 날이 밝거든 연희궁에 동아아교를 넣은 죽과 도화첩을 보내고 연희궁의 궁인들에게 연귀비를 모시는데 한치의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이르라고 명함. 태후는 상궁에게 황후가 이때를 틈타 허튼 짓을 못하도록 경인궁에 사람을 심어 황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음 .






경인궁의 황후는 연귀비가 갑자기 하혈을 해서 연희궁에 발칵 뒤집혀졌다는 상궁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짓고는 그래서 태중의 황손이 떨어졌다더냐? 귀비가 사산을 하였냐고 물었어. 상궁이 천만다행으로 하혈이 멈춰서 임부와 태중의 황손들 모두 무탈하다는 말을 하자 일그러진 표정으로 상궁을 힘껏 밀쳤음. 황후가 도대체 뭐가 다행이라는 말이냐! 천한 계집이 운도 좋구나! 태중의 황손들도 명줄이 그리 질긴것을 보니 필시 제 어미를 닮은 계집애들이 분명하다며 잔뜩 화가 나서 씨근덕거림. 상궁이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시라고 하자 황후가 짜증을 부리며 속이 타니 산매탕을 가져오라고 이름. 황후가 침전을 살피더니 다른 궁녀에게 강아지는 어디 있냐고 묻고는 이리로 데리고 오라고 함. 잠시후에 열린 문으로 이제 부쩍 자란 강아지가 궁녀의 품에 안겨들어왔음. 황후는 황제가 제게 준 강아지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해서 어린 자식을 대하듯 애지중지 키우는 중이었음. 황후는 강아지를 건네받아서 제 무릎에 앉히고 내 보배 우리 진주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며 하얀 털을 쓰다듬음. 황후는 진주를 안아들어 납작하게 눌린 코를 부비며 예뻐했어. 타국의 황실에서 소맷자락에 넣어 키울만큼 예뻐하는 견종이라더니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이었지. 타국에는 이 견종이 충성심이 무척이나 강해서 주인이 죽으면 저승에서도 주인을 지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할 정도였음. 진주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면서 내 보배 오래오래 본궁과 함께 하자꾸나. 황후가 네가 없었으면 의지할 이 하나없는 구중궁궐에서 무슨 낙으로 살았을지 모르겠다. 이 하연에게는 너밖에 없단다하자 강아지가 그 말을 알아든건지 왕하고 대답을 하듯 짖었음. 황후가 이전에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환한 미소로 우리 진주는 참으로 영특하기도 하지하고 강아지를 어루만졌음.





황제는 연희궁 정전의 텅빈 침상에 걸터앉아서 장군부에 심어두었던 대내시위에게 보고를 받았음. 대내시위는 표기장군 위무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장군부의 노복으로 들어가서 동향을 살피다가 이제는 영녕군주의 감시까지 맡은 이였지. 대내시위가 이르기를 연회가 파하자마자 영녕군주께서 표기장군과 함께 후원을 거닐었고 밤이 깊어지자 표기장군은 경친왕 내외와 함께 출궁을 하겠다며 궁문이 있는쪽으로 갔다고 했음. 영녕군주가 후원의 한구석에서 공주 아기씨와 함께 산책을 하고 계시던 연귀비를 마주치고는 같이 돌산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음. 그 이후에 두분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진 모르겠으나 몹시 충격을 받은 귀비께서 대노하시어 영녕군주를 질타하시고 급히 자리를 뜬 후부터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셨다고 자신이 본 바를 모두 아뢰었음.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울만큼의 표정으로 너는 지금 당장 태의에게 가서 귀비의 증상과 하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오라고 명했음. 그리고는 총관 태감을 불러서 날이 밝는대로 영녕군주를 양심전의 동쪽 처소인 체순당으로 불러오라고 명을 내렸음. 황제는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주인의 온기가 사라진 원앙금침을 움켜쥐며 이제는 도저히 두고만 볼수가 없구나 하고 읊조렸어. 설령 그것이 하늘의 상제라도 짐에게서 귀비를 빼앗아갈수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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