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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강징은 제게 깍듯이 인사를 올리는 부친과 모친에게 그러지 마시라고 만류했음. 제 아무리 혈육지친이라도 지위고하가 엄연하니 황제의 후궁인 자신에게 예를 올리는게 마땅했지만 그게 썩 내키지가 않았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이 저를 자식이 아니라 황제의 비빈으로 대하는게 싫었어. 강징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제 부른 배를 쳐다보는 어머니의 손을 가져와 배 위에 올리고는 태중의 아이들도 건강하고 저도 무탈하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킴. 강풍면이 강징의 낯빛을 살피고는 안색이 좋지 않으신데 무슨 다른 근심거리라도 있으시냐고 물었음. 태후가 강징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황후도 황제의 총비인 강징을 질시하여 시도때도 없이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이 모르는 또 다른 근심거리가 있나 해서 꺼낸 말이었지. 강징은 제 부모님에게 심려를 끼치기 싫어서 요즘 몸이 고단해서 그런것뿐이라고 둘러대고 자리에 앉으시라고 권함.




그때 아릉과 함께 수강궁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었던 염리가 안으로 들어왔음. 우자연이 몇달 못본 사이에 부쩍 자란 아릉을 보고 몹시 반가워하며 팔을 뻗자 염리가 아이를 품에 안겨주었어. 염리가 부모님께 인사를 올리자마자 강풍면과 우자연이 거의 동시에 사위인 금자헌의 안부를 물으며 자리에 앉음. 염리는 요즘 이부의 일이 무척 바빠서 내일은 되어야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수가 있을거라고 대답하고 강징의 옆자리에 앉았어. 강징의 조카인 아릉은 평소에 낯을 가리는 편이고 까탈스러웠지만 외조모의 품만큼은 불편하지 않은건지 방긋 웃었음. 그러다 우자연의 머리 장식이 신기한건지 손을 뻗으며 칭얼거리기 시작함. 우자연이 구름처럼 탐스럽고 풍성한 운환에서 채를 빼내 알알이 꿰인 진주 장식을 눈앞에 흔들어주자 꺄르륵 숨이 넘어갈듯이 웃었음. 강징이 그런 조카가 퍽 사랑스러워 오동통한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고는 연희궁의 상궁에게 차와 다과를 올리라고 일렀어. 잠시후에 강풍면과 우자연은 탁자에 용정차와 궁중 연회에서나 볼법한 진귀한 재료로 만든 다과가 연이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음. 고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명문가인 운몽 강씨의 가주 내외도 생전 처음 보는 호화로운 음식들이었음. 강징이 부모님의 반응을 살피고는 살포시 웃으면서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이니 부담스러워하지 마시라고 하고는 다완을 들어서 차를 한모금 마셨음.





잠시후에 강징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이 여즉 도착하지 않자 의아해하는데 강풍면이 조부모님들은 입궁을 하자마자 폐하를 알현하러 양심전에 가셨다고 말함. 강징이 고개를 끄덕이곤 지나가는 말로 조모님과 외조모님은 아직도 사이가 좋지 않으시냐고 물었는데 그 말을 들은 우자연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어. 강징의 조모는 군왕의 외손녀라는 자부심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서 자신보다 출신 성분이 낮은 외조모를 무시했거든. 물론 강징의 외조모도 종실의 여식이기는 했지만 조모에 비할 바가 못되었지. 강징이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차가 식기 전에 드시라며 다시 한번 차를 권했음. 강징은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다탁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표기장군의 혼례 이야기를 꺼냈음. 그러다 우자연으로부터 표기장군과 영녕군주의 혼인 소식을 들은 첫째 이모가 자리를 보전하고 누웠다는 말에 다완을 내려놓음. 우자연이 하나뿐인 자식이 병약해 요절을 한것도 가슴에 사무치는데 사위가 재취를 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 속이 오죽하겠냐고 기나긴 한숨을 쉬었어.




강징은 일찍 세상을 뜬 사촌 동생의 말간 얼굴을 떠올리고는 마음이 무거워져서 기분이 울적해짐. 염리가 분위기를 전환한답시고 채의 혼기가 찼는데 혼담이 오고 가고 있냐고 물었다가 부모가 마치 입이라도 맞춘것처럼 동시에 한숨을 쉬는 것을 듣고는 당황스러워함. 채는 강징의 숙부와 둘째 이모가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 않고 야합을 통해 낳은 사생아였음. 그런 흠때문에 강징의 조모가 강씨 성을 주는 것을 극구반대하고 본가에도 들이지 않는 바람에 채는 미산과 운몽의 연화오에서 오고 가며 부모가 아닌 친척들의 손에서 자랐음. 염리는 조모님의 앞에서 채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이니 절대 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부모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임. 강징이 어린 시절 저와 한몸처럼 붙어 다녔던 채의 얼굴을 떠올리고 지금 미산에 있는 외가에 있냐고 물었음. 채가 외조모를 따라 궁에 입궁했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음. 강징이 제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주려고 조만간 폐하께 청을 올려서 채의 혼처를 찾아볼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음.





경인궁의 황후는 상궁으로부터 오늘 연귀비의 일가가 입궁했다는 말을 듣고 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지려다가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애꿎은 옷자락만 엉망으로 구겼음. 그 계집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저는 황후로 책립된지 2년이 다 되도록 모친은 커녕 수시로 궁에 들어오는 부친과도 대면한게 한 손에 꼽을 정도였음. 그러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귀비가 회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궁중의 법도까지 어겨가며 은혜를 베푸는게 이상하기만 했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 궁중에 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어디 귀비 한 사람뿐이던가. 황후는 골머리가 아파서 이마를 짚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가 경인궁의 궁녀가 귓가에 속살거리는 말에 눈을 가늘게 떴음. 궁녀가 말하기를 조금전에 내무부에서 비단을 받아오다가 화원에서 태황태후와 연귀비의 외조모가 거니는 모습을 보았는데 처음 보는 미인도 함께 있어서 무척 의아했었다고 함. 그 미인의 생김새가 연희궁의 귀비에 버금가는 용모 아니 귀비보다 더 아름다운 용모였다고 하자 황후가 그래 그렇단 말이지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음. 황후가 궁녀에게 그 미인이 누구인지 상세하게 조사해오라고 분부한 다음에 제 측근 상궁에게 본궁은 금족령을 받아서 바깥 출입이 어려우니 태후께 경인궁으로 잠시 오시라고 해라.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면 지체하지 않고 오실것이라고 말했음.





황후는 경인궁의 앞뜰에서 태후가 오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가 태후가 당도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태후를 반겼음. 태후가 아직 거동이 불편한지 평소보다 느릿느릿하게 걷는것을 보고 잽싸게 부축해서 경인궁의 내실로 모시고는 상궁과 태감을 모두 물렸음. 태후가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고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황후궁까지 불렀냐고 하자 황후가 대뜸 후궁 간택은 언제쯤 하실것이냐고 물었어. 태후가 연귀비가 해산을 하고 나면 예부에 명을 내려 후궁 간택 준비를 할거라고 했더니 황후가 간택 절차가 너무 복잡하지 않느냐며 정식 간택보다는 공신 가문의 여식을 내정해서 후궁으로 들이는게 더 나을것 같다고 말을 올림. 태후는 그 말을 듣고 황후의 부친이 황후에게 저와 가까운 관료의 여식을 후궁으로 들일것을 청하라고 부추겼나 싶어서 기분이 몹시 불쾌해짐. 그래서 육궁에 새로운 후궁이 들어온다고 해도 연귀비만큼 총애를 받을수가 있을것 같냐고 역정을 냄. 황후가 사내란 족속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언제나 새로운 미인을 좋아하는 법이라고 말을 했는데 태후는 황제가 연귀비의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 총애하는게 아니라고 했음. 황후가 그 말을 듣고 의아해하자 태후가 마뜩찮은 표정으로 황제가 어릴적에 선황과 함께 운몽에 시찰을 갔을때 실족해서 호수에 빠지는 바람에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는데 그때 연귀비가 구해준것으로 안다며 태감에게 들은대로 말함. 황후는 연귀비가 황제가 진심으로 연모하는 이이자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태후의 소매를 붙잡고 애원했음. 태후마마께서는 영명하시니 연귀비가 실총을 할만한 계책을 알고 계실것 아니냐고 매달림. 황후는 태후에게 황제의 성정상 천지가 개벽을 해도 절대 다른 여인을 총애할 일은 없을것 같으니 앞으로는 귀비와 맞서지 말라는 말을 듣고 울상을 지음. 태후가 한숨을 쉬며 황후의 연치가 아직 어리고 몸이 건강하니 회임만 하면 황후의 자리를 무사히 지킬수가 있을거라고 말을 하자 황후가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림.





강징은 하루의 반을 가족들과 보내고 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과도 차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 가족들이 수안궁의 부속 전각인 춘희전에서 숙식을 한다는 말에 수안궁의 태감에게 제 가족들이 궁에서 머무는 동안 살뜰이 보살펴달라고 은자가 두둑이 든 전낭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음. 강징은 궁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세욕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황제가 정무에 바빠서 양심전에서 혼자 진선을 한다는 말에 죽과 야채 절임 몇가지로 간단하게 끼니를 떼웠음. 그간 이런저런 일이 많아 심신이 고달파서 그런지 식욕이 돌지 않아서 허기를 면할 정도로만 먹었지. 오늘따라 몸이 무겁기도 해서 서책을 조금 보다가 궁인들을 모두 물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 침상에 누워서 잠이 들려는 찰나에 태중의 아이들이 거세게 발길질을 해서 깜짝 놀람. 강징이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는 부친께서 오지 않으시니 화가 난게야? 부친께서 해주시는 태담이 듣고 싶어서 이리 요란하게 발길질을 하는거냐고 웃었어. 강징이 평소보다 유난히 태동이 심한 배를 둥글게 쓰다듬고는 아이들의 성별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해함. 내심 태중의 황손들이 황자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저와 아린을 닮은 어여쁜 공주들이어도 좋을것 같았거든. 황제는 제 태중의 황손들이 성별이 무엇이든 어여뻐해줄텐데 괜한 욕심에 황자들이길 바랐던게 한심스러워서 배를 쓰다듬으며 태담을 건넴. 어미의 뱃속이 어둡고 좁더라도 조금만 더 버티려무나. 그 말을 알아들은건지 태동이 점점 잦아들었음. 강징이 아이들이 춥지 않게 명주로 만든 계수를 배에 덮고는 눈을 감았어.






황후는 궁녀로부터 연귀비의 외조모와 함께 있던 미인의 정체를 전해듣고 박장대소했음. 고귀한 황실의 혈통을 이어받은데다 성품과 용모 나무랄것 하나 없는 연귀비에게도 그런 치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웃음이 절로 났음. 고소 제일의 명문가인 운몽 강씨 가문에 숨겨놓은 사생아가 있었단 말이지. 후안무치한 계집 같으니 그래놓고서 그동안 정숙한척 고결한척을 했다니 낯짝이 두껍기도 하지. 황후는 그래 연귀비의 사촌 아우라는 계집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하더냐하고 질문을 함. 궁녀가 주변을 살피고는 이름까지는 모르겠고 연귀비의 외조모가 데리고 들어온 사가의 노비들에게 듣기로는 부친이 따로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모에게 정식으로 혼인을 한 부군이 따로 있어서 운몽 강씨 가문의 족보에도 미산 우씨 가문의 족보에도 이름을 못올렸다고 함. 황후가 그 생부라는 작자는 무엇을 한다더냐하고 묻자 궁녀가 웃음을 겨우 참으며 그것이 아뢰옵기 참으로 민망하오나 한림원 대조라고 합니다. 황후는 생부의 관직이 겨우 종9품의 미관말직이라는 말에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음. 미산 우씨라면 고소의 8대 귀족중에 하나인데 그런 보잘것없는 사내에게 여식을 주었단 말이냐고 몹시 의아해함. 궁녀가 황후에 귀에 속삭이는데 그것이 그 작자가 연귀비의 이모의 정조를 유린해서 억지로 혼인을 한거라는 말을 듣고 소매로 입을 가리고 소리없이 웃음. 그렇단 말이지? 그 계집을 가까이서 한번 보았으면 좋겠는데 경인궁으로 데리고 올수가 있겠냐고 함. 궁녀가 노력을 해보겠다고 하자 그 대답이 매우 흡족한듯 상궁을 불러 궁녀에게 상으로 비단을 한필 내리라고 함.






망기는 늦은 시각까지 양심전에서 상소를 읽다가 자시가 조금 지나서야 양심전을 빠져나옴. 오늘따라 정무가 바빠서 연희궁에 들리지 못한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잠든 모습이나마 보고 올 요량이었음. 야심한 시각이라 떠들썩하게 행차를 하고 싶지 않아 뒤따르는 이들을 물리고 총관 태감과 시위 두엇만을 데리고 연희궁으로 가는 중이었음. 연희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연못을 지나치는데 누가 연못앞에 서 있었음. 근처에 있는 전각의 궁인인가 싶어서 무시하고 지나치려는 찰나에 연못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물에 들어가기 시작함. 망기는 설마 자진을 하려는건가 싶어서 시위에게 당장 저 사람을 물에서 끌어내려고 명을 내리려다가 연못에 들어간 이가 입고 있는 의복의 색을 보고 경악함. 왜 이렇게 낯이 익나했더니 의복의 색이 강징이 간택때 입었던 청죽색의 의복과 같은것이었음. 그리고 그것은 운몽과 미산의 귀족들이 즐겨입는 색이었어. 망기가 왜인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저도 모르게 만음하고 강징의 이름을 불렀고 어느새 연못의 중앙까지 들어간 이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돌아봄. 교교한 달빛 아래 드러난 고운 얼굴은 온통 눈물로 젖어있었고 흑단같이 짙은 머리카락은 물에 흠뻑 젖은 상태였지만 연꽃이 수놓인 비단 끈으로 매듭을 지은 덕분에 엉망으로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었음. 망기는 지금으로부터 십사년전에 연화호에 입수한채 울고 있던 인어와 그의 모습을 겹쳐보고 태감이 말릴새도 없이 연못으로 뛰어들었음.












망기강징 망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