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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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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기는 회궁하자마자 자녕궁에 들었다가 태후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들었음. 태후는 황제가 호위도 거느리지 않고 귀비와 단 둘이서 출궁을 했다는 점과 오늘이 요절한 대황자의 탄일인데도 그 사실을 잊고 궁문이 모두 닫힌 야심한 시각에야 회궁한 사실에 대단히 분노했음. 황제가 정사를 돌보지 않고 궁밖에서 나가 총비와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오다니 제정신인거냐고 못마땅해하는데 망기가 한숨을 내쉬니 이 어미가 걱정되는 마음에 질책 좀 했기로서니 그리 대놓고 언짢은 내색을 비추냐며 화를 내었음. 망기가 굳은 표정으로 어마마마께서 도대체 언제부터 소자를 그리도 생각하셨냐고 따져물음. 태후가 그 말을 듣고 당황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가 망기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어. 망기는 그런 태후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아서 소자가 실언을 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청함. 태후가 목이 마른지 다탁에 놓인 다완을 들어서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내일 이른 오전에 수강궁에 들러 황귀태비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올리라고 함. 망기가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모후께선 고모님을 싫어하시는게 아니었냐고 물음. 태후가 고모님이라는 호칭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 어미가 황귀태비의 윗사람인데 좋아하고 싫어할게 무에 있냐며 윗사람은 아랫 사람을 살뜰히 보살펴야 하니 신경을 쓰는것일뿐이라고 함. 망기가 그 말에 더 이상 묻지 않고는 모후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하다가 뭔가 이상한듯 손을 들어서 태후의 눈가를 매만졌음. 태후가 갑작스러운 행동에 흠칫 놀라 이 어미의 얼굴에 티끌이라도 묻었냐고 어색하게 웃고는 망기의 손을 떼어냄. 망기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어찌 눈물을 보이셨냐고 캐물으니 태후가 당황해서 울기는 누가 울었다고! 이 어미가 황상의 앞에서 단 한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적이 있냐고 딱 잡아뗌. 망기가 한숨을 쉬고는 밤이 깊었으니 이만 물러나보겠다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남. 그리고는 자녕궁을 나오면서 태후의 최측근 상궁을 불러서 짐이 출궁을 한 사이에 모후께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문함. 상궁으로부터 태후께서 돌아가신 선대 황제를 그리워하며 아주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셨단 말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져서 상궁의 입조심을 시키고는 그 자리를 벗어남.






강징은 염리에 품에 안겨서 간식을 먹고 있는 공주를 보면서 조용히 웃었어. 공주가 오랜만에 보는 이모가 낯선건지 평소와 다르게 무척 낯을 가리길래 유모에게만 줄곧 맡겨두었다가 염리가 공주가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었다길래 데리고 오라고 이른거였음. 염리는 슬하에 자식이라고는 아들 하나밖에 없다보니 공주를 안고 무척이나 예뻐하는데 강징이 그 모습을 보고 웃고는 언니가 나중에 딸을 낳으면 그 아이가 고소 제일의 미인이 될거라고 말함. 염리가 공주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영견으로 닦아주고는 부군과 아이는 하나만 낳기로 약조했다고 했어. 강징이 의아해하니 염리가 얼굴을 붉히면서 제가 부군이 회임 기간 내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울상이더니 산고를 겪는걸 보고는 충격을 받았는지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갔었다고 대답함. 부군이 아이는 아릉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아릉의 동생을 보는 일은 없을거래. 강징이 형부가 충격을 크게 받았나보다며 역시 경성 제일의 애처가답다고 이 고소에서 언니만큼 행복한 여인이 또 어딨겠냐고 함. 잠시후에 강징은 유모를 불러서 공주를 데리고 가라고 한 다음에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이 아이들이 황자여야 조금 안심이 될텐데 걱정이라고 함. 염리가 폐하께서 황자를 원하시는거냐니까 강징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음. 폐하께서는 성별이 무엇이든 기뻐하실거라고 말을 하면서도 슬하에 황자가 더 있어야 육궁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가 있다고 하고는 길게 한숨을 쉼. 정궁인 황후나 명문가의 여식인 서비가 황자를 낳는다면 그 아이가 아윤에게 위협이 될게 분명하다는 말에 염리가 예전처럼 아징하고 이름을 부르며 강징의 손을 붙잡음. 강징이 오늘은 폐하께서 양심전에서 침수를 드신다고 했으니 밤새 소일거리나 하며 수다나 떨자고 말하고는 궁인에게 자수틀과 지필묵 그리고 불경을 가지고 오라고 이름.




강징은 이른 아침에 태후에게 문안 인사를 하러 자녕궁으로 향함. 태후가 어젯밤 또 고질병이 도져서 자리 보전을 하고 누웠다는 말을 듣고 생강탕과 원기 회복에 좋은 녹두죽을 손수 만들어 가지고 갔음. 태후는 밤새 앓았는지 초췌한 얼굴로 치장조차 하지 않고 침의만 입은채로 침상에 기대어 앉아있었음. 강징이 무거운 몸으로 예를 올리려고 하자 태후가 몸도 무거운데 예는 올리지 말라고 만류함. 그리고는 날도 더운데 문안 인사를 왜 왔냐고 가볍게 타박했음. 회임한 몸이라 약도 함부로 못쓰는데 그러다 열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리고 날이 무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찾지 말아라. 그러다 탈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입맛이 없다고 끼니를 걸러서도 안된다고 잔소리만 잔뜩 늘어놓다가 이리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함. 태후가 강징의 부른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는 출산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음. 강징이 산달까지 석달도 채 안남았다고 대답을 하니 태중의 황손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는데 몸이 무척 고되지 않냐며 무사히 출산을 할수 있게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거라. 뭐가 되었든 태중의 황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조만간 태황태후께 말씀을 올려서 너의 순산을 기원하는 법회를 열어야겠다고 말함.





강징이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마마께서 편찮으시다는 말에 신첩이 직접 생강탕과 녹두죽을 만들어왔으니 신첩의 성의를 생각하셔서 조금이라도 드셔보시라고 궁인을 불러서 음식을 가지고 오게 함. 태후의 상궁이 생강탕을 작은 그릇에 덜어서 건네주자 뭔가 또 못마땅한듯 표정이 안좋아짐. 그리고는 존귀한 지위의 귀비가 어찌 음식까지 손수 만드느냐. 이런 일은 아랫것들에게 시킬것이지하고 또 타박함. 강징이 자식이 부모에게 효를 행할때 정성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어찌 궁인들에게 맡기겠냐고 말을 하니 표정이 조금 풀어져서는 생강탕을 한숟갈 떠서 먹고는 네가 만든것이 어다방의 것보다 더 좋구나. 몸도 무거운데 만드느라 수고했다하고 웬일로 칭찬을 다 해줌. 강징이 싱긋 웃으며 마마의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라고 하자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피부가 까칠한것을 보니 요새 잠을 통 못자는것 같은데 괜찮으냐고 물어봄. 강징이 웃으면서 근래에 태동때문에 잠을 설쳐서 피부가 상한것 같다고 대답을 함. 태후가 자녕궁에 내무부에서 올린 최상등품의 율부산과 구자방이 있으니 가져가서 쓰라고 함. 태후가 사내들은 백옥 같은 피부를 좋아하니 아름다운 용모가 쇠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지 않냐기에 조용히 웃어보임. 강징은 이른 아침부터 문안을 드느라 몸이 고단할테니 나가보라는 말에 인사를 올리고 나옴.





강징은 그 길로 곧장 황귀태비의 거처인 수강궁으로 향했음. 황귀태비가 이른 아침부터 침전에 있는 불당에서 예불을 올리는 중이라길래 예불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음. 그로부터 일각후에 강징은 황귀태비가 핼쓱한 얼굴로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서 부축을 함. 황귀태비가 무거운 몸으로 예까지는 어쩐 일이냐고 물음. 강징이 어제가 대황자의 탄일인줄도 모르고 폐하를 따라 출궁을 했다고 신첩의 생각이 짧았으니 용서해달라고 사죄하는데 황귀태비가 기일도 아니고 탄일인데 귀비까지 신경을 쓸게 무에 있냐고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함. 강징이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는 밤새 불경을 필사해서 보화전의 법사에게 태우라고 명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시간이 날때마다 보화전으로 가서 대황자의 극락왕생을 빌겠다고 말했음. 황귀태비가 그 말에 감격을 했는지 강징의 손을 붙잡고는 용모만 아름다운줄 알았더니 심성도 어찌 이리 곱냐며 감탄함. 그러고는 육궁에 귀비와 같은 성품을 가진 이들만 있다면 평온할터인데 하더니 강징이 입은 하엽색의 의복을 살펴보고는 오늘은 평소와 다른 색상의 의복을 입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궁금해 함. 황귀태비는 귀비 자네는 자색과 담자색 비단으로 만든 의복을 즐겨 입기에 그런 색상을 더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거냐고 몹시 의아하게 여김. 강징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마마께서 대황자의 일로 상심이 매우 크시고 태후마마께서도 병환중이신데 신첩이 어찌 화려하고 밝은 색의 옷을 입어 윗분들의 눈과 심기를 어지럽히겠나이까. 그 말을 하자마자 황귀태비가 귀비의 마음 씀씀이가 이리 어여쁘니 황상이 과연 총애할만하다고 본궁의 둘째 공주도 윗사람의 마음을 잘헤아리고 심성이 무척 고왔다며 귀비를 볼때마다 타국에 시집을 간 여식들이 생각난다고 말했음. 강징이 조용히 웃으니까 웃는것도 어여쁘다고 무척 흐뭇해함. 그 이후 두 사람은 한참동안 시간가는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다가 황귀태비가 피곤할텐데 처소로 돌아가서 쉬라고 수강궁 문앞까지 배웅을 해줌.






강징은 연희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경사방의 총관 태감이 올린 장부 사이에 끼워져 있는 서신 한장을 발견하고 궁인들을 모두 물림. 강징에게 서신을 보낸 이는 다름아닌 운혜로 황후가 마마를 해치려고 한다며 내무부에서 올리는 식자재들을 꼭 검수하시라고 적혀 있었어. 강징은 서신을 갈기갈기 찢어서 화로에 넣어 불태우고 상궁을 불러서 태극전으로 보낸 아이들에게 별다른 소식이 없냐고 물었음. 상궁이 말하길 어제 낮에 운혜가 경인궁으로 가는것을 본 아이가 있다고 말하고는 황후가 간악한 술수를 부리려는게 분명하다고 했음. 강징이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고는 운혜와 태극전에 보낸 아이들의 동태를 잘살피라고 함. 상궁이 운혜를 못믿으시는거냐고 묻는데 강징이 피식 웃으면서 공자께서 이르시길 무신불립이라 하였느니라. 믿음이 없으면 결코 일어설 수가 없는 법이지. 본궁이 어찌 나에 대한 운혜의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겠느냐. 운혜가 본궁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자네도 잘알지 않나. 그리고 운혜가 아니었다면 본궁을 향한 음모와 중상모략의 술수를 어찌 알고 대비하였겠어. 운혜가 본궁을 배신할 아이가 아니란것을 잘알고 있으니 수족처럼 부리는게지. 상궁이 그런데 어찌 다른 아이들에게 운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명을 내리셨냐고 물음. 강징은 황제가 하사한 옥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미리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지 않느냐 그리 말하고는 다완을 들어 차를 한모금 마셨음. 여상한 표정으로 한번 화살에 맞은 새는 구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놀라는 법이지. 지난날 친자매처럼 여겼던 심상재에게 배신을 당하고 난후부터 자꾸만 이 가슴에 의심과 두려운 마음을 품게 된다고 말함. 연희궁의 상궁이 심상재는 폐하의 진노를 사서 품계를 강등당해서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지 않았냐고 아직도 심상재를 경계하시냐고 물었음. 강징이 끈 떨어진 뒤웅박이라고 해도 아직 재기할 가능성이 있잖나. 본궁이 하사품으로 자신을 궁지로 몰았다는 것을 안다면 심상재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는 무는 법이니 다신 간악한 술수로 다른 이를 해치지 못하게 하여야겠지. 심상재가 지난 일로 나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으니 본궁 또한 심상재에게 골수까지 파고 들만큼 깊은 깨우침을 주고 싶구나. 강징이 그 말을 마치고 몹시 지친듯한 표정으로 피곤하니 오수에 들어야겠다고 하고 상궁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남.





강징은 누군가 제 뺨을 쓰다듬는 느낌에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황제인것을 확인하고 아잠하고 아명을 부르고 품에 와락 안겨들었음. 망기가 웃으면서 많이 고단하였냐고 묻는데 강징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벌써 해가 져서 안팎이 어두컴컴해진것을 알고 깜짝 놀람. 신첩이 얼마나 잠들어 있었냐고 하는데 휘장 근처에서 시립하고 있던 상궁이 마마께서 오수에 드신지 세시진(6시간)은 족히 되었다고 해서 정말 놀랐음. 강징이 상궁에게 폐하께서 언제 오셨냐고 묻는데 한시진은 되었다고 대답함. 그 말을 듣고 폐하께서 오셨는데 왜 깨우지 않았냐며 상궁을 질책함. 망기가 짐이 깨우지 말라고 시켰으니 상궁을 탓할것이 없다고 상궁에게 나가보라고 손짓을 하고는 강징의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뒤로 넘겨주었음. 강징이 신첩을 왜 깨우지 않으셨냐고 툴툴거리는데 잠든 모습이 어여뻐서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도 뭐가 또 마음에 안드는지 입을 삐쭉임. 신첩이 잠든 모습을 보고 며칠전처럼 혼자 수음을 하신건 아니구요? 그렇게 말해놓고 스스로도 크게 놀라서 신첩이 실언을 하였으니 용서해달라고 청하는데 망기가 웃으면서 회임을 한 이가 그런 음담을 하면 어쩌는게요. 부인 회임중이니 말을 가려서 해야지요 하고 웃고 맒.





강징이 망기의 목을 끌어안고 신첩이 음전하지 못하여 싫으시냐고 아양을 떨었음. 망기가 모름지기 사내란 낮에는 요조숙녀를 밤에는 요부를 좋아하는 법이라고 말하니 강징이 눈을 흘기면서 그럼 제가 요부란 말씀이냐고 토라짐. 망기가 웃으면서 사내를 이렇게 안달나게 하는데 그대가 요부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장난을 쳤음. 강징이 살살 눈웃음을 치면서 신첩이 요부라면 폐하를 신첩의 치마폭에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감싸야 하는데 어찌 그러겠냐고 말함. 그리고는 슬쩍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신첩의 치마폭은 너무 좁아서 이미 장성하신 폐하를 숨기기엔 무리인듯하다고 할거야. 거기다 뱃속에 이미 아이들까지 품고 있는데 어찌 부군까지 품을수 있겠냐고 함. 황제가 웃으면서 어제는 그리도 잘품어놓고서는 아닌척 하냐며 치마안으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는데 강징이 허벅지 사이로 손이 들어오니까 아야하고 인상을 찡그림. 망기가 깜짝 놀라서 어디가 아프냐고 살피는데 허벅지 사이가 쓸려서 발갛게 부어오른 상태였음. 망기가 계수를 끌어와 드러난 다리를 가리고 상궁에게 고약을 가지고 오게 함. 그리고는 상처가 난 곳에 조심스럽게 고약을 발라주는데 강징이 약을 바를때마다 따갑고 쓰라린건지 미간을 잔뜩 찌푸림. 망기는 자기 욕심을 채우자고 회임한 이를 상대로 정교를 흉내내는 행위를 한게 죄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한숨을 내쉬며 사죄의 말을 늘어놓음. 강징이 그리 말씀하시면 순진무구한 여인을 희롱한 불한당같다니까 망기가 고약을 다 바르고 강징을 끌어안음. 예전에 가슴을 만지는 것도 희롱이라고 할때는 언제고 이제는 희롱이 아니라고 하냐며 웃었어. 강징이 반쯤 농으로 폐하 신첩이 아닌 다른 비빈의 치마폭에 휩싸이시면 안되어요하고 속삭이는데 그 말에 장난기가 돌아 침상에 눕혀서 몸을 간질임.





야심한 시각에 강징은 자개함에 고이 넣어놓은 머리카락을 보고는 음울한 낯빛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음. 황제와 제 머리카락을 꺼내 손에 쥐고 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서 주위를 살핌. 염리가 탕약을 들고 오다가 강징이 손에 쥔것을 보고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어. 강징 폐하께서 정표로 주신것이라고 말하자 염리가 유심히 살피더니 폐하께서 마마를 진심으로 은애하시는게 확실해보인다고 했음. 강징이 그 말에 기쁜 내색은 커녕 어두운 표정으로 폐하께서 한낱 첩실에 불과한 저를 결발처로 인정하겠다고 하시고 추후에 정궁 황후로 책립하시겠다고 약조하셨다고 말을 꺼냄. 염리가 폐하께서 마마께 변치 않는 연심을 맹세하신게 아니냐며 이제 실총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겠다고 하겠지. 강징이 머리카락을 자개함에 넣고 다른쪽으로 치우더니 남녀간의 연모지정이 영원할것이라는 말은 안믿는다고 함. 그리고는 염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언니 세상에서 제일 간사한게 무엇인지 아세요? 제일 간사한 것이 사람의 혀이며 가장 믿을수가 없는것이 사람의 마음이에요. 폐하께서 아무리 저를 총애하신다고 해도 사가의 부부처럼 지낼수는 없는걸요. 저는 폐하의 후궁이기 전에 신하이기도 하니까요. 정궁인 황후조차 폐하를 군신의 예로 대하는데 첩실인 제가 다를게 있겠습니까. 염리가 마마께서는 폐하를 은애하시는게 아니었냐고 묻자 한숨을 쉬며 폐하를 진심으로 은애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부른 배를 쓰다듬었음.





강징이 심란한 표정으로 제가 필부의 아내였다면 평생을 지아비가 주는 애정에 기대어 무탈한 삶을 살았겠지요. 다른 여인들이 그러하듯 지아비의 그늘 아래에서 평온한 삶을 영위하겠으나 황궁에서는 그럴수가 없어요. 저는 폐하를 진심으로 은애하지만 설령 은애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궁중에서 살아가려면 좋든 싫든 폐하의 총애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더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앞으로도 폐하의 총애가 지속될지 장담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어찌 폐하의 총애만 기대고 있겠어요. 저는 무력한 여인이지만 슬하에 자식이 있으니 이제 이전처럼 나약한 여인으로는 살아갈수가 없어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을 가져야 해요. 폐하는 고소의 황제이시지만 황권의 기반이 약하시지요. 운몽 강씨는 고소에서 제일 가는 명문 귀족이나 단 한번도 권력의 정점에 선적이 없고 할아버님이나 아버님은 권력에 욕심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만약 가문에 군공을 쌓을 수 있는 남자 형제라도 있거나 조정에 세라도 가지고 있으면 폐하께 힘이 되어드릴텐데 하고 우울해하니 염리가 손을 꼭 붙잡고 마마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함.






강징이 한숨을 쉬고는 폐하께 힘이 되어 드릴수 없는 처지이니 저는 그저 육궁에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폐하의 의지처가 되어드리고 황손들을 낳아 기르고 육궁통솔권을 가진 귀비이니 육궁을 자애롭게 다스리는 것 그게 제게 주어진 본분이지요. 염리가 폐하께서 마마의 이런 마음을 아신다면 상심이 크실거라고 하는데 강징이 고개를 저음. 그래서 단 한번도 이런 제 생각을 드러낸적이 없어요. 언니, 폐하는 무척 예민하시고 늘상 불안해하세요. 항상 애정을 확인받고 싶어 하시지요. 그래서 폐하께서는 제 철없는 행동을 좋아하십니다. 저는 그저 이렇게 어여쁨을 받기만 하면 됩니다. 제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낸다면 그때도 저를 총애하실까요. 폐하께서는 여인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가장 좋아하시는데 제가 심계로 사람을 해쳤다는 것을 알면 저를 경멸하실게 분명하다고 눈물을 뚝뚝 흘림. 염리가 영견으로 눈물을 닦아주니 비빈의 삶이 이리 고통스러울줄은 몰랐다고 함. 그리고는 잔뜩 붉어진 눈으로 구중심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끔찍한 고통속에서 살지만 이 궁의 주인이신 폐하조차 이곳안에서 자유로우실수 없다는 것을 잘압니다. 폐하께서는 천자이시지만 태후마마의 유일한 아들이시고 비빈들의 지아비이시며 아이들의 부친이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좌의 무게 때문에 다른 사내들처럼 쉽게 마음을 드러낼수도 없으시지요. 만승지존의 고독이란 저같은 여인이 감히 헤아릴수가 없는 것이니 이를 어찌합니까. 폐하는 늘 애정에 목말라하시니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는것만 같아요. 제게 애정을 갈구하시는 모습을 볼때마다 너무나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차마 이런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들다고 말함. 염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히고는 나한상에 앉은 강징의 눈물을 닦아주려는데 강징이 고개를 도리질침. 염리는 강징이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것을 알고 자리를 비켜주었음. 강징은 둥근 창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보고 이백의 장상사 한구절을 읊었음. 햇빛은 다하려 하고 꽃은 안개를 머금었더니 달은 흰 비단처럼 밝아 근심에 잠 못 이루네. 그리고는 팔목에 낀 옥팔찌를 빼내 손에 쥐고는 중얼거림. 폐하 이렇게 영롱한 보석도 언젠가는 빛이 바라겠지요. 제 외모가 변하거나 후궁에 다른 여인이 들어와도 그때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실건가요? 백년해로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저 저를 향한 폐하의 연심이 너무 쉽게 바래지 않길 간절히 바랄뿐. 강징이 일렁이는 촛불을 보다가 눈을 감았음.





망기강징 망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