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보통 총애를 받는게 아님 여기서 견평은 남성음인

견평을 향한 경염의 감정은 길고 복잡했음 두사람이 아직 어려서 견평이 적염군의 한낱 병졸이었을 무렵에는 풋내나는 첫사랑이었고 적염군 몰살 이후 정왕과 강좌맹 일원으로서 다시 만났을 때는 너무 오랜만에 꺼낸 갈피를 잡지못한 감정이었겠지 대의를 함께하고나서 부터는 신뢰하지만, 그러나 은애하는 감정을 드러낼수는 없었던 서글픈 마음이었고, 임수를 잃고 나서는 그의 편린을 견평으로부터 갈구하게 된 위태로운 사랑이 되어있겠지
임수가 죽고, 황제가 된 경염에게 남은 것은 단 세가지였음 임수를 그리워하는 슬픔과 견평을 향한 사랑, 그리고 견평과 함께했었던 임수와의 시간 이 세가지가 슬픔으로 섞여서 견평을 향한 맹목적인 총애라는 결과로 나타났겠지
견평을 향한 경염의 총애는 정말 대단하고 맹목적이었어 그의 의사를 전혀 묻지않고 그를 후궁으로 들였고 남성음인은 생산력이 약하고 불길하다며 핀잔을 늘어놨던 몇 신료들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죽임당했지 처음엔 거부하던 견평은 경염에 의해 더 많은 피해가 날까봐 결국 굴복하고 맘
귀족이나 관료도 아니었던 한낱 평민 사내였던 견평은 후궁 중 으뜸인 귀비로 책봉되어 궁에 들어옴 귀비에게는 가장 좋은 궁이 하사되고, 가장 좋은 진상품들을 내려주었으며, 가장 진귀하고 좋은 것들로만 먹이고 입혔겠지 귀비의 봉호 임(林)은 황제가 어떤 마음으로 견평을 품에 가두는지 알려주었을 듯
견평이 후궁으로 책봉되고 나서 경염은 정사를 돌보러 편전이나 정전에 있는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견평의 수소궁(殊蘇宮)에서 머물렀음 다른 후궁들의 처소로 걸음하기는 커녕 황제의 침전으로도 안가고 오로지 견평의 궁에서만 살았음
총애가 어느정도라야 다른 후궁들이 질투를 하던가 하지 경염의 애정은 오로지 견평에게만 쏟아질 뿐 다른 후궁들에게는 티끌만큼도 떨어지지 않아서 이건 뭐 질투할 건덕지조차 없겠지 심지어는 경염이 정사를 돌보는 잠깐의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경염의 품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견평의 낯색이 하루가 다르게 어두워져가 다른 후궁들은 그를 질투하기는 커녕 동정하겠지
경염은 정말 한시도 쉬지않고 견평을 품에 안았음 사랑하는 사람이고 임수의 편린인 그였기에 티끌만큼도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조급함이 경염을 몰아붙인것임 아침에 일어나면 견평은 경염의 품에 안겨서 눈을 뜨고 경염의 입맞춤을 받고 그의 품에서 밥을 먹고 품에 안겨서 옷을 입고나서야 겨우 경염에게서 벗어날 수 있음
그마저도 경염이 잠깐 조회에 나가기 때문이고 조회가 끝난 두시진 후면 도로 경염의 품에 안겨야하겠지 하루종일 견평을 품에 두면서 성적인 접촉을 안할리가 없었음 아니 오히려 태의가 만류할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견평을 안았겠지 견평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경염의 입맞춤을 받으며 젖꼭지를 애무당하고 그의 품에 안겨 밥을 먹으면서 그의 입술에 목덜미를 내어줘야했고 상소를 읽는 경염의 무릎 위에 앉아 경염의 것을 아래로 품고있어야 했으며 산책을 하다가도 갑자기 벽에 밀쳐져 입맞춤을 받으며 경염에게 몸을 내어줘야 했음
이런 것들도 전부 견평을 소유하고 싶었던 경염의 조급함이었음 견평과의 사이에서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남성음인은 원래 임신이 어려운데다 오랜세월 무인으로 몸을 혹사했고 적염군 몰살사건 때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느라 수시로 몸을 붙어먹는데도 임신은 되지 않겠지
견평도 알고있었어 그래서 다른 후궁에게 가 황손을 낳으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경염은 듣지 않았겠지 경염에게 필요한것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과 견평의 아이였으니까 결국 견평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혹사당함 하루종일 경염의 품에 안기고 몇번이나 그의 것을 아래로 품다가 경염이 잠깐 조회에 나가면 얼얼한 아랫도리를 치료받고 경염이 돌아오면 다시 그에게 안기는 나날의 반복이겠지
견평은 점점 무서워져 감 처음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이었고 나중에는 동정과 연민이었음 그런데 경염은 어느정도에서 그칠줄을 몰랐고 그저 맹목적이기만 할 뿐이라 견평은 끝이 날리가 없는 이 계주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질런지 공포가 닥쳐왔어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말로 경염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경염은 더더욱 과거에 사로잡히고 벗어나지 못하게 될거야 두려웠음
그런 나날을 반복하던 어느날 여느 때처럼 경염의 품에 안겨서 밥을 먹던 견평은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토악질에 쓰러졌음 머리가 하얗게 질린 견평은 두려운 눈빛으로 경염을 바라보았음 그런 견평을 마주보는 경염의 눈빛에 서린 것은 달성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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