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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태후는 황후의 부친이 보낸 서신을 손에 쥐고는 긴 한숨을 쉬며 봉투를 개봉했음. 일전에 오대산으로 출가했던 태황태후와 황귀태비가 환궁한다는 말을 듣고 국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서신을 보냈었는데 이제서야 답신이 온거였음. 국구가 서신에 쓰길 폐하께서 대신들과 궁중의 비빈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서신을 검열하고 계셔서 뒤늦게 답신을 보낸다며 답신이 늦어서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함. 마마께서 보내신 서신을 받고 제 나름 방책을 강구해보았다고 쓰여 있길래 기대감에 가득차서 재빠르게 읽어내려감. 연귀비의 부친은 관직이 없어 조정에 별다른 세력이 없으나 조부는 선대 황제의 외손인데다가 영시위내대신직과 군기대신직 대학사직을 두루 역임한 고관으로 조정에는 아직도 그를 따르는 관료들이 매우 많다고 함. 그로 인해 현재 파벌이 나뉜 조정 대신들의 세력을 하나로 규합하더라도 귀비의 부친과 조부를 견제하기 위해 계책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듯 하다 그리 적혀 있었음. 황후께서 하루라도 속히 황자를 생산하시는 것이 연귀비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인듯 하나 황후께서 회임을 하실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신과 가까운 관료의 여식을 후궁으로 간택하여 황후께 힘을 실어드리는게 어떻겠냐는 말로 끝맺음. 태후는 서신을 읽자마자 분기탱천하여 서신을 찢어발기고는 화로에 그대로 던져넣었음. 그리고는 연지가 발린 입술을 짓씹으며 쓸모 없는것 같으니! 평소에 애가를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감히 이딴것을 계책이라고 써서 보낸단 말이냐! 새로 후궁을 간택해서 황후에게 힘을 실어줘? 누구 마음대로! 잔뜩 화가 나서 씨근덕거리자 상궁이 진정을 하시라며 음료를 대령함.







황귀태비는 오늘이 일찍 세상을 뜬 대황자의 탄일이라 보화전에서 홀로 불공을 드리고 있다가 불단에 올려놓은 유품과 헝겊으로 만든 호랑이 인형을 보고 울컥 치미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서 크게 소리내어 울었음. 그 모습에 멀찍이 서 있던 수강궁의 상궁이 다가와서 황귀태비를 일으키는 대신에 피풍의를 덮어줌. 황귀태비가 여섯살의 어린 나이에 요절한 아들의 탄일이나 기일때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거의 실신을 하기 직전까지 오열을 하는 것을 잘알고 있었기에 진정이 될때까지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는 수밖에 없었거든. 황귀태비는 반시진이 지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고 해질 무렵이 다 되서야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보화전을 나왔음. 이른 저녁에 자녕궁에 있는 불당의 앞에 앉아서 불경을 외던 태후는 황귀태비가 몸을 못가눌 정도로 크게 오열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쥔 염주를 여러차례 굴리더니 상궁에게 원기 회복에 좋은 녹두죽을 만들어서 황귀태비에게 올리라고 명했음. 상궁이 마마께서는 황귀태비를 무척 싫어하시는줄로만 알았다고 몹시 의아해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후의 팔을 잡고 부축함. 태후가 애가는 후궁 시절부터 황귀태비와는 줄곧 대립하는 관계였으니 견원지간보다 더 사이가 나빴지만 대황자는 육궁에 있는 모든 후궁들이 귀여워할 정도로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고 말하고는 땅이 꺼질듯 깊은 한숨을 쉬었음. 그 아이는 황제가 태어났을때 매일같이 애가의 승건궁을 찾아와서 강보에 싸인 황제를 친동생처럼 어여뻐하며 귀여워해주었지. 대황자는 돌아가신 선제를 닮아서 성정이 어질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 정도로 매우 영특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장성했다면 황제와 함께 고소를 지탱하는 대들보가 되었을텐데 타고난 명이 짧아 참으로 안타깝구나하고 말끝을 흐림. 태후는 침전으로 향하다가 마음이 답답하다며 후원에 나가서 잠시 걷고 싶다고 했어. 태후는 자신의 뒤를 따른 다른 궁인들을 모두 물리고 상궁 하나만 거느리고 후원을 산책을 하다가 후원 한구석에 있는 고목을 만지며 27년전에 이 나무 아래에서 선대 황제를 처음 뵈었었다고 아련한 옛기억을 떠올림.




태후가 자녕궁의 상궁을 돌아보며 권문세가의 여식이 아닌 애가가 궁에 어찌 들어왔는지 아느냐. 내 나이가 열살도 채 되지 않았을때 고향에 역병이 돌아 한날한시에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었다. 가까운 친척이라고는 어머니의 배다른 아우뿐이었지. 그래서 나는 정든 고향을 떠나 황성에 있는 이모님의 집에 몸을 의탁해야만 했다. 창졸간에 사고무친의 신세가 된 것도 서러운데 이종 자매인 황후의 어미가 어찌나 못살게 구는지 매일밤마다 울며 잠들기 일쑤였지. 열세살의 나이에 우연한 계기로 궁녀로 선발되어 황궁에 들어왔지만 다른 궁녀들의 모진 괴롭힘과 고된 노동으로 하루라도 몸과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어느 여름날이었던가. 그날도 다른 궁녀들에게 호되게 괴롭힘을 당한터라 이 고목 밑에 앉아서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었는데 당시 5황자셨던 선대 황제께서 나를 보시고 어찌 그리 서글프게 우느냐 하문하셨어. 그래서 소인은 완의국의 궁녀인데 세답을 하는 것이 너무 고되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뵙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다고 대답을 했더니 꾀죄죄한 몰골이 꽤나 안쓰러우셨는지 혜귀비의 영수궁으로 근무지를 옮겨주셨다. 그분께서는 참으로 다정한 분이셨지. 상궁이 태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것을 보고는 영견을 건넸음. 태후는 도화꽃이 수놓인 영견을 가만히 쥐고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음.





당시에 혜귀비께서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공주를 병으로 잃은지 얼마 안되셨을때였다. 그분은 다른 아이들보다 기민하고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나를 어여삐 여기시어 친자식처럼 아끼셨더랬지. 혜귀비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나를 다른 궁인들의 질시하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어느 누가 황제의 총비와 황자의 비호를 받는 궁인을 괴롭히겠느냐. 선제의 보살핌 덕분에 고된 궁생활도 벗어났으니 선제께서 내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어. 그 이후로도 종종 영수궁을 찾아와서 안부를 묻는 그분을 뵈면 왜 그리도 가슴이 설레이던지. 하나 미천한 신분의 궁인 주제에 황후 소생의 적출 황자를 은애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더냐. 나 따위가 감히 넘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심으로 그분을 연모했다. 혜귀비께서 내가 성년에 가까운 나이가 되자 몰락한 가문 출신에 조실부모한 나를 안쓰럽게 여기셔서 동향인 시위와 짝을 지어주려고 하셨다. 그 사람과는 몇번인가 같이 붉은 담장 밑을 나란히 거닐었던적도 있었단다. 어느날 그가 내게 청혼을 하더구나. 그 고백에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렸었다. 어차피 평생 보답받지 못할 연심이 아닌가. 이렇게 계속 고통스러워하느니 출궁을 하여 나만을 바라봐주는 사내와 혼인을 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이 나쁘지 않을것 같았어. 하지만 마음에 다른 사내를 품고 어찌 그 사람과 혼인을 하겠느냐. 그래서 고심끝에 청혼을 거절을 하였더니 그이가 내 마음이 돌아설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그와의 연은 거기까지였다.





태후는 영견에 수놓인 도화꽃 자수를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말을 이었음. 선황께서 황위에 오르시고 정식으로 비빈을 들이기 전에 첫 시침을 들 궁인을 선발할때였다. 혜귀비께서 내가 폐하를 연모한다는 것을 아시고는 시침을 들게 해주셨어. 그때는 폐하의 첫 여인이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된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미천한 신분 때문에 잊혀진 여인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폐하께서는 내 처지가 안쓰러우셨는지 답응으로 봉해주셨다. 비빈들중에 제일 낮은 품계였지만 정식 후궁이 된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듯 기뻤다라고 말하고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영견으로 닦아냄. 완의국의 궁녀였던 시절에 고된 노동으로 상했던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 후궁이 되고도 좀처럼 아이가 생기질 않았다. 아주 어렵게 황제를 가졌을때는 다른 후궁의 간계로 인해 중독이 되었던터라 몸이 크게 상해서 더 이상 아이를 가지기 힘들거라고 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이후로도 아이를 두 번 더 가졌지만 두 번 다 달수를 다 채우고 사산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졌던 아이는 폐하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충격이 너무나도 컸던 나머지 상중에 잃고야 말았어. 나중에 태의에게 듣기로는 공주였다고 하더구나. 태후는 회상이 끝나자 선제께서 떠나신지 어언 15년 황궁은 예전과 변함없는데 거울속에 비친 얼굴은 늙고 병이 들어 보잘것 없구나하고 애달프게 웃었음. 상궁이 마마의 춘추 이제 겨우 불혹이 되셨을뿐이고 여전히 아름다우시다고 위로를 하니 태후가 자조섞인 웃음을 지으며 미망인의 용모가 아름다우면 무엇을 하겠냐고 고목의 겉부분을 매만지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음. 그때 후덥지근한 여름 바람이 불어와서 버드나무 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나자 태후가 눈을 뜨고는 황상은 아직 회궁전이냐고 물음. 상궁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연귀비의 가족들이 언제 입궁한다고 했냐고 물어보겠지. 이틀후라는 말을 듣고 황실의 연회가 파하면 연귀비의 조모를 자녕궁으로 부르라고 말함. 상궁이 연귀비의 조모에게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냐고 물었는데 태후가 웃으며 연귀비의 조모 역시 황가의 자손이라지? 군왕의 외손녀라는 이야기에 그럼 그 누구보다 콧대가 높겠군. 상궁이 그로 인해 조모와 외조모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귀띔하는데 태후가 조모에게 줄 선물을 더 많이 준비하라고 말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음.






강징은 객실의 침상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울적한 마음에 배를 어루만졌음. 황제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더니 해가 졌는데도 돌아오지 않아서 식사도 거르고 기다리는 중이었음. 이불을 두르고 있다가 의가에 걸어두었던 의복을 입으려고 하는 찰나에 객실의 문이 열려서 화들짝 놀람. 황제가 무척 상기된 표정으로 품에 종이 봉투를 잔뜩 안은채 안으로 들어오다가 강징의 나신을 보고 당황하더니 급하게 뒤돌아섰음. 강징이 의복을 마저 입고는 어디에 다녀오신거냐고 물었는데 황제가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다탁에 음식들을 꺼내서 늘어놓음. 시전에서 사온건지 만두와 전병에서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었음. 식사를 할때가 지났는데 시장하지는 않냐고 만두를 반으로 갈라서 손에 쥐어주는데 강징은 황제의 태도가 의뭉스러워서 고개를 도리질쳤음. 황제가 그런 강징의 생각을 읽은듯 식사를 끝마치면 사실대로 말을 해줄테니 어서 식사부터 하라는 말을 했고 강징은 그제야 손에 쥔 만두를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 물었음. 강징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 황제는 객잔의 점원이 내온 차를 마시다가 말고 복잡한 표정으로 다완을 만지작거림. 강징이 잠시후에 식사를 끝마치고 영견으로 입가를 닦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곧 낯익은 이가 안으로 들어왔음. 강징이 그 사람의 등장에 놀라서 자네가 여기에는 어쩐 일이냐고 묻는데 노상궁이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인사를 올림. 강징이 생각치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몹시 당황하여 망기를 쳐다보았는데 망기가 그런 강징의 시선을 일부러 피하고는 짐은 잠깐 밖에 나가 있겠다고 상궁에게 고갯짓을 하고 밖으로 나감.







강징은 노상궁이 다가와서 몸이 무거우실테니 의자에 앉으시라고 권하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음. 상궁이 품속에서 서책을 꺼내어서 펼치길래 무엇인가 보았는데 생뚱맞게도 남녀가 교합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음. 강징은 갑자기 춘화를 보여주는 이유가 궁금하긴 했으나 춘궁도가 그려져 있는 서책이라면 제게도 있는 것이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어. 강징이 평소에 부끄러움이 많고 운우지정을 나누는데 다소 소극적이기는 했지만 남녀간의 애락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거든. 강징이 이게 무엇이냐고 묻기도 전에 상궁이 남녀간의 교합에 관한 법도가 쓰여져 있는 교육서라고 말을 꺼냄. 그리고는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 시작하는데 근래에 폐하께서 후궁에 발걸음을 안하시는 것을 알고 계셨냐고 물어봄. 강징은 황제가 다른 여인을 좀처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어서 폐하께서는 예전부터 그러셨다고 대답했음. 상궁이 싱긋 웃으면서 폐하께서 마마는 물론이고 다른 비빈들과도 동침을 하지 않으신지 벌써 석달이 다 되어간다고 하니 강징이 놀라서 혹시 폐하의 용체가 미령하신거냐고 물어봄. 상궁이 폐하께서는 건강하시다고 하니 여전히 영문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럼 왜 비빈들을 찾지 않으시는거냐고 함. 자신이야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서 시침을 들수가 없으니 그렇다치고 서비와 영상재가 있지 않느냐고 했어. 강징은 자신이 잠시 실총을 한 사이에 서비와 영상재가 번갈아가며 황제의 시침을 들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거든.






상궁이 웃으면서 폐하께서는 마마가 상심을 하시면 심신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저어되어 다른 비빈들을 찾지 않으시는거라고 말했음. 강징이 본궁이 투기를 하기 때문에 폐하께서 다른 비빈과 동침을 하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냐고 물었지. 상궁이 고개를 젓고는 은애하는 이가 자신으로 인해 눈물을 짓는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아무리 많은 여인을 거느려도 한점 부끄러울게 없는 분이시지만 궁중의 비빈들은 일평생 폐하 한분만 바라봐야 한다고 했어. 강징이 여인으로 태어나 제왕가에 시집을 온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자 상궁이 폐하께서는 마마를 진심으로 은애하셔서 다른 여인과는 운우지정을 나누고 싶지 않으신겁니다. 쌍생을 회임해 몸이 힘든 부인을 두고 차마 다른 여인을 품으실 수가 없으셔서 그러신거라고 했더니 강징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리에서 일어남.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에 무척 당황했는지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가 놓았다가 입술을 꾹 깨물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지만 회임중에도 태아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운우지락을 나누는게 가능하지 않냐고 물음. 그러더니 본궁의 몸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폐하께서 가까이하지 않으시는거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말함. 상궁이 일전에 마마께서 불미스러운 일로 유산을 하실뻔한 일도 있고 회임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시는데 오직 욕구 해소만을 위해 회임을 한 이와 동침을 하시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셨던 모양이라고 설명함. 강징이 그제서야 지금껏 품고 있던 모든 의문이 풀린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 앉았음.





망기는 빈관의 복도 앞을 한참동안이나 정신없이 서성거리고 있다가 노상궁이 안에서 나오자 어찌 되었냐고 물었음. 상궁이 귀비께는 이해하시기 쉽게 말씀을 드렸다고 하자 노쇠하여 출궁을 한 이를 이곳까지 불러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마차를 준비해두었으니 그것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함. 노상궁은 강징이 입궁전에 훈육을 맡았던 상궁이었고 황제에게 남녀간의 교합에 대해 가르친 사람이기도 했거든. 강징에게는 차마 대놓고 그대와 동침을 하고 싶은데 한순간의 쾌락을 느끼고자 몸도 성치 않은 이에게 동침을 요구하려니 죄책감이 든다고 말하기가 무척 민망하였던 것이었음. 그래서 이 난처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수 있는 이를 생각하다가 노상궁을 데리고 온 것이었어. 상궁이 귀비께서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으셨으니 절대로 삽입을 하셔선 안되고 민감한 부위인 가슴을 만지셔도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어. 자칫 잘못하다가 조산을 하실수도 있다고 하니 망기가 귀끝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끄덕임. 노상궁은 노비가 알려드린대로만 하시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고 하고는 격렬한 방사는 몸에 해로운 법이지만 지나친 금욕도 용체에 해로운 법이니 주기적으로 정을 배출하셔야 한다며 다소 듣기 민망한 말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음. 망기는 문앞에서 길게 한숨을 쉬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은채로 문을 열어젖혔는데 강징이 보이지 않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의가 앞에서 의복을 벗는 중이었음. 강징이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그 여느때보다 해사하게 웃으면서 의복의 매듭을 풀어달라고 부탁함. 규중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랐을게 분명한 여인은 사내의 음욕을 부채질하는 법을 일부러 익히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는 모양이었음.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망기는 초야때보다 더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걸음을 옮겼음.




평소라면 일국의 황제와 귀비가 궁중도 아닌 빈관의 객실에서 운우지락을 나누는 일은 있을수 없는 법이었지만 궁중으로 돌아가서 배운바를 행하기에는 황제의 아랫도리 사정이 매우 급했기에 장소를 따질 겨를이 없었음. 침상에 모로 누운 강징의 허벅지 사이에 향유를 잔뜩 쏟아부은 망기는 잔뜩 성이 난 성기를 집어넣고는 짓쳐올렸어. 정사때 가슴을 만지는게 습관이 된터라 수밀도처럼 뽀얗고 둥근 가슴을 움켜쥐려다가 강징이 가슴을 만지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리는 바람에 부른 배위에 손을 올려두었음. 강징과 태중의 황손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희락을 느껴야 했기에 제한적인 체위로 정교를 흉내내는데 그쳐야만 했음. 향유로 젖은 좁고 여린 허벅지 사이를 빠르게 출납하는 성기의 마찰에 뇌가 녹아버리는것만 같았고 그 때문에 초야를 보낸 날보다 더 흥분했음. 강징은 자신을 끌어안은 황제의 뜨거운 체온과 귓가에 들리는 낯뜨거운 신음성에도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만 있었음. 망기가 절정을 향해 갈때 강징 또한 흥분으로 아래가 조금씩 젖어들기는 했지만 성적인 쾌감을 느끼면 아이들에게 해롭기라도 할까 저어되어 금침을 움켜쥐면서 버텼음. 망기의 커다랗고 뜨거운 손이 강징의 턱을 움켜쥐고 고개를 돌려 열렬히 입을 맞추었을때 강징은 그 접문이 너무나도 기꺼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림. 마지막으로 닿은것인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금욕적인 생활을 한것은 강징 또한 마찬가지였음. 짧은 신음과 함께 황제가 파정하는 순간 정액이 울컥 쏟아져서 허벅지 사이로 느른하게 타고 흘러내림. 망기는 행위 자체가 버거웠는지 숨을 몰아쉬는 강징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한참동안이나 후희를 즐기다가 겨우 몸을 떼어냄. 그리고는 속의를 대충 걸치고는 영견을 물에 적셔와 향유와 체액으로 엉망이 된 허벅지를 꼼꼼하게 닦아냈음.





강징은 침상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영견을 보고는 영상재가 폐하께 선물로 드린 영견이 엉망이 되어서 어쩌냐고 시덥지 않은 걱정을 함. 망기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아끼는 것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했다가 영상재가 영견이 어찌 되었나 궁금해하면 그때도 서예를 하시다가 먹이 묻었다고 하실거냐는 말에 무척 당황스러워 함. 망기가 강징에게 그대가 준 영견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물어볼거야. 강징이 몸을 돌려서 망기를 마주보고는 민망해서 모르는척 하려고 했던것 뿐이지 그날 밤에 폐하께서 무엇을 어떻게 하셨는지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음. 그리고는 잔뜩 붉어진 눈으로 신첩에게 왜 말씀을 안하셨냐고 서운함을 토로함. 신첩은 폐하께서 힘들어하시는 줄도 모르고 온갖 걱정에 폐하를 원망하는 마음까지 품었었다고 입을 삐죽이고는 침상에서 일어났음. 강징이 침상에서 일어나자 망기도 뒤따라서 일어나는데 얇은 명주 속의만 입고는 다탁에 엎드려서 훌쩍훌쩍 울기 시작함. 귀비하고 불렀더니 돌아보지도 않기에 만음하고 이름을 부르는데 그래도 대답을 하지 않음. 부인하고 부르니 그제야 고개를 들고는 폐하의 하나뿐인 아내는 저 뿐이라고 하시면서 어찌 그런 고충을 숨기셨냐고 따짐. 부부는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그게 아니었냐고 하고는 또 엎드려서 울기 시작함. 신첩이 폐하의 결발처가 아니어서요? 한낱 첩실에 불과하니 숨기셨냐고 묻겠지. 그것도 모자라서 천지신명께 해로동혈을 약조한 사이가 아니어서 그러신거냐고 하는데 망기가 순간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함. 강징이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신첩이 잠시 실언을 하였다고 용서해달라고 간청함.




망기가 한숨을 쉬고는 강징의 어깨를 끌어안고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며 그대가 속상해할까 숨긴것인데 이리 서운해할줄 몰랐다고 달램. 결발처가 정실을 뜻하는 말이지만 처음으로 밤을 보낸 상대는 그대이니 그대가 결발처나 다름없다고 했어. 그리고는 지금이라도 천지신명께 맹세하자고 하니 마음이 조금 풀린건지 더 이상 따져묻지 않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냄. 망기는 강징의 옆에 앉고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강징의 머리카락을 묶은 다음에 늘상 지니고 다니는 단도로 결발한 머리카락을 잘라냈음. 그리고는 강징의 얼굴을 보며 악부시집 초중경처에 나오는 시의 구절을 읊었음. 머리를 묶고 잠자리를 같이 하니 저승에서도 함께 합시다. 강징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낭군과 자신의 잘라진 머리카락을 보고는 화답하듯 머리를 묶어 부부가 되니 은혜와 사랑 서로 의심치 않았네하고 시를 읊었음. 그리고는 이번 생에서 진실된 마음으로 폐하를 섬기고 내세에도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함. 망기가 그런 강징을 끌어안고는 그대는 내 삶의 기쁨이고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이니 천하를 버릴지언정 그대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거라고 말했음. 온 천하를 준다고 해도 그대와 맞바꾸지 않겠노라고 했더니 강징이 웃으면서 신첩은 필부의 아내로 살기는 싫은걸요. 만고에 길이 남을 성군의 유일한 아내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자 망기가 강징의 손을 붙잡고는 꼭 그렇게 만들어주리다하고 속삭였음.











망기강징 망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