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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0:50
헨리가 바다를 안 가봤겠냐만은 그래도 해수욕장에서 모르는 사람들 지천에 깔아놓고 노는 건 해본 적 한 번도 없겠지. 알렉스도 헨리도 경호가 필요한 몸이라 그건 못 해도 별장 앞 사람 적은 바닷가 가서 지인들 불러놓고 놀긴 했을 듯. 헨리는 사실상 그런 데서 노는 게 딱히 취향은 아니라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했음. 그게 싫었다기보다는 그럴 만한 환경이 갖춰진 적이 없었겠지. 굉장히 프라이빗한 해변에서 정말 가까운 측근들만 몇 부를 수 있으니 재미가 있을 만한 분위기가 있었던 적이 딱히 없었을 거임. 근데 이번에는 퍼시랑 노라도 오고 베아도 부르고 알렉스 가족들과 친척들 친구들이 다 모였을 거야. 그것만 해도 꽤 시끌벅적했는데 다들 알렉스 측근들인 걸 증명하듯 활발했음. 그러자 처음으로 헨리도 바다에서 노는 게 재밌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한 거지. 튜브도 안전장비도 아무것도 없이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옆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물을 뿌리고, 서로 목마를 태워서 싸우기도 하고. 진짜 너무 재미있었음. 그렇게 제일 더울 낮에 나가서 저녁 먹기 전까지 신나게 놀았음. 그리고 밥도 먹고 잠깐 방에 들어왔는데 헨리가 알렉스를 붙잡고 울상을 지음.

"알렉스. 나 여기 목 뒤가 이상한 것 같아. 좀 봐줄래?"

그리고 냅다 옷부터 벗고 뒤도는데 알렉스 히이이이익 하고 놀램. 새빨갛게 화상 입어서 부어오른 게 대충 넘어갈 만한 정도가 아님. 게다가 어깨까지 그대로 타고 내려온 썬번은 헨리의 몸 곳곳을 말 그대로 태웠을 거임.

오마이갓. 썬번. 맞아 너 백인이었지. 그걸 까먹고 있었네. 괜찮아? 긴옷을 입힐 걸 그랬어. 이거 많이 아프겠는데. 물론 난 그런 경험이 없긴 해. 근데 우리 엄마가 따가워 하더라고. 너 완전 빨개. 이거 뭐 좀 발라야 하겠는데.

그러더니 뛰쳐나간 알렉스임. 헨리는 멍하게 방에 남겨져서 썬번...? 하고 되뇌임. 그런 걸 들어본 적은 있지. 근데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본 적은 없단 말임. 근데... 이게 그거라고? 사실 헨리가 그런 걸 보거나 겪을 일은 없었음. 헨리가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는 건 대부분 사교를 위한 스포츠가 전부였음. 그럴 땐 왕실에서 옷과 자외선 차단제를 미리 알맞게 제공을 했음. 특히나 이렇게 강한 햇빛 밑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일은 사실 아예 없었지. 그래서 이럴 줄 몰랐던 거임. 바다에서 놀 때 대충 썬크림을 바른 뒤에 그렇게 오래 놀면 이렇게 탄다는 걸.

알렉스가 문을 쿠당탕 열고 들어오고 그 뒤로 엘렌이 같이 들어옴. 헨리는 윗옷 벗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팔로 가슴을 가림. 엘렌은 그런 헨리를 보고 괜찮다며 손에 든 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음.

"화상 입었다고? 누워 봐."

그러더니 옆에서 호들갑 떨고 있는 알렉스 치워두고 헨리 등에 열심히 뭘 발라줌. 시원한데 따가운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차갑고 시원하고... 헨리는 납작 엎드려서 웅얼거림. 이게 뭐예요? 엘렌이 대답하겠지. 알로에야. 그 와중에 알렉스는 여전히 호들갑 떨고 있음.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떡해? 흉터 생기는 거 아니야? 많이 아파? 오마이갓 내가 왜 널 그냥 바다에 내보냈지? 긴옷을 입혀야 했던 건데. 그럼 엘렌이 헨리 상반신에 고루 바른 알로에젤 통을 알렉스 가슴팍에 턱 갖다대겠지.

"괜찮을 거야. 좀 아프긴 하겠지만. 나중은 네가 알아서 발라주고. 저러고 놀기 힘들 테니까 그냥 방에서 쉬어."

그러고 나가면 알렉스가 헨리 옆에 딱 붙을 거임. 그리고 베이비 괜찮아? 를 남발하며 호들갑 떠는데 헨리는 화끈거리는 몸 때문에 알렉스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거임.

저러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끙끙 앓겠지. 다음 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냥 알렉스랑 방에 있는데 새삼 속상해서 한 마디 할 듯.

"너는... 섹시하게 더 태닝이 됐는데 나는... 그냥 익어버렸네."

알렉스는 같이 신나게 놀고 더 섹시해졌는데 자기는 병약한 도련님처럼 침대에 엎드려 있는 게 속상해서 한 말임. 근데 알렉스는 그 말 듣고 쟤 귀여워서 어쩌지 씹어먹어버릴까 라는 생각하면서 웃을 듯.


알렉스헨리 레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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