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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9 00:11
#밥이행맨목소리에반응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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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다.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생소한 느낌이었으나 밥은 지금 전해지는 이 감각이 행맨의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제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그것 하나만은 확신했다.

 

하지만,

 

불안한 확신.

 

'확신'보다 '불안한'에 더 가까운 까닭이 있다. 행맨이 절 원하는 걸 느끼면서도 그만하게 느껴지는 다른 무언가가 더 있었으니까.

 

 

 

부정하고 거부하는 수많은 마음들이 높게 치는 파도처럼 밥을 압도하며 머릿속으로 들이쳤다. 제어할 수 없는 그것들은 분명 스스로 떠올리는 생각들이 아니었다. 남의 것을 억지로 삼키는 듯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으니. 견디다 못해 바싹 마른 목구멍 사이로 결국엔 헛구역질을 내뱉었다. 온몸으로 번진 불길 속에서, 그렇게 불에 타는 것 같은 고통과 희열이 밀려드는 중에도 밥은 행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앞에 있는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간절하게 말하고 싶었으니까.

 

이렇게 너를 원한다고, 다름 아닌 너를. 다른 누구도 아닌 행맨, 너를.

 

그가 주먹을 꽉 쥐고 떨고 있다. 아프겠지. 손톱이 연한 살을 파고들고 긴장한 근육이 죄 아리겠지. 밥은 그 순간 죽을 지경인 제 몸 상태보다도 어쩐지 핏물이 배어나올 것 같은 그의 손이 더 안쓰럽고 안타깝기나 했다. 행맨, 그러지 마. 버티지 마. 죄가 있다면 내가 널 부르고, 너는 들은 것 뿐인 걸. 그렇게 죽을만큼 견디지 않아도 난 네 탓 같은 건 안 할 거란 말야. 그러니까 그냥 나 좀 살려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밥이 행맨을 향해 팔을 뻗었을 때, 행맨은 지독하기 짝이 없는 욕정으로 젖은 녹안을 빛내다 이내 눈을 감고 한 뼘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몸짓이 밥에게 아픔을 심어주는 지 몰랐던 게 분명하다. 굳게 감긴 그의 눈에 힘겹게 뻗어진 손이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애처롭게 떨어지는 장면이 담아지지 않았을 테니까.

 

 


 

 

 

 

...


 

 

 

 

 

 

밥이 다시금 정신을 똑바로 차린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끝을 모르고 샘솟는 열기에 정신이 혼미한 사이, 몸이 번쩍 들렸다는 것과 침실로 향했다는 것, 단단한 품에서 신음을 흘리며 몸부림을 쳤다는 것은 느꼈었다. 흐릿한 눈에 빛이 돌았을 때 제 입에 물컵을 대주고 있는 행맨이 보였다. 미지근한 물이 억지로 목구멍을 넘어가자 기침이 마구 터져나왔다. 물에서 이상한 쓴 맛이 나 도저히 마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게 컵을 밀어내려는데 뭔가에 막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의문스럽게 머리 위를 올려보았다. 침대 헤드 쪽 양 기둥에 각기 수건으로 매여있는, 두 손목...? 이게 무슨. 밥은 황당한 얼굴로 행맨을 돌아보고는 입을 뻐끔거렸다. 왜냐는 물음은 나오지 않았다. 신음 외에는 이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으므로. 쉬운 단어 하나조차도 만들기 어려울만큼 혀와 머리가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안 그래도 허벅다리 사이에 뜨거운 기운을 참지 못하고 비비적하며 몸을 뒤틀고 있는데, 그런 제 상태를 낱낱이 보면서도 행맨이 절 묶기까지 하는 이유를 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속 깊이 치미는 울분, 혹은 분노. 그것들을 언어로 만들지 못하니 그저 울 수 밖에. 끊임없이 눈물이 새어나왔다. 그 어떤 것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찰랑이는 감정, 흘러넘치는 눈물, 줄줄이 새는 욕망 덩어리들. 그탓에 뺨은 엉망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그러다 뺨 위로 행맨의 손끝이 닿을 즈음 굳건하게 지켜오던 심장까지 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힘이 들어간 제 손아귀에 혹시라도 제 말간 피부가 다칠까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선연히 느껴진 까닭에.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행맨….

 

 

 




 

 

말하지 못한 것을 들은 걸까. 아님 내 속을 빤히 들여다본 걸까. 한참 얼굴 위를 겉돌던 행맨의 손길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둥그마한 턱에 머물러 만지작대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목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고, 아까전 단추가 거칠게 뜯겨나가 드러난 빗장뼈를 섬세하게 쓰다듬었다. 빠르게 박동하는 심장 부근에 양감있는 살집 위로 닿았을 땐 밥은 허리가 휠만큼 감각했다. 그의 뜨거운 손 끝을, 그리고 그 이상의 모든 것들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손이 이젠 다른 한 손까지 더해 거침없이 목덜미에 올라갔다. 맨살이 닿는 영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푸른 눈 속 동공이 확장했다. 짙게 내려앉은 어둠에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지나치게 예민했다. 살결 하나 하나, 그의 손가락 끝 지문까지 느껴질만큼. 굳은 살이 배겨 거칠은 손바닥의 피부 너머로 그가 전해졌다. 혈관에 흐르는 뜨거운 피도, 피를 내보내며 격렬하게 박동하는 심장 소리가, 전기가 튀는 그의 모든 신경들이, 섬세하게 얽힌 그의 모든 감정들이, 나를 원하는 그의 마음도. 심지어는, 내 목을 조르고 싶어하는 그의 살기까지도.

 

 

 

 

 

 

 

 

 

 

 

 

 


 



 

 

 

 
 

밥을 침대 위에 묶어둔 채로 행맨은 방을 뛰쳐나왔다. 그건 도망치는 거나 다름없었다. 부술 듯이 방문을 닫은 뒤에 밥이 그랬던 것처럼 입과 코를 틀어막고는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탁자에 손을 얹고 기침과 헛구역질을 반복하다 이내 허리가 꺾이고, 무릎이 꺾이며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엎드린 채 바닥을 내려보는 행맨이 두 눈동자가 속절없이 젖어들었다. 하얗게 질릴 만큼 꽉 쥔 두 주먹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제 손등을 내려다보며 행맨은 혼란스러운 생각을 이었다. 대체 왜? 내가 왜? 의미 모를 질문이었으나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사실은 처음부터였을 것이다. 내 인생은, 그놈의 인생이라는 바다는 그 아래 무엇을 삼켰는지 모를 만큼 깊고 컴컴했고, 무난하게 흐르는 잔잔한 물결이 모든 비밀을 고요히 숨겼으니. 그 상태 그대로, 누구도 나의 심해에 들어오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잔잔하고 고요하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너울이 인다. 방향을 잃은 검푸른 물결이 맞부딪히며 폭풍을 만들어낸다. 몸과 마음이 죄다 잠식당하고 난 뒤 옭아매진 발목이 수면 아래로 끌려내려간다.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어지러움을 견뎌내듯 행맨은 이를 악물었다.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욕설이든 신음이든 목소리가 튀어나갈까 싶어 행맨은 목을 두 손으로 쥐었다. 성대를 조여 무엇도 터져나오지 않게. 숨도 못 쉬도록 세게. 그러자 터져나온 소리는 굳게 닫힌 방 너머에서였다. 목이 졸리듯 꺽꺽 거리는 소리.


피가 몰려 새빨게진 얼굴을 한 행맨이 힘을 풀자마자 방 안의 소리는 멈춰들었고, 행맨은 이번에도 역시 밥이 그랬던 것처럼 바닥을 기었다. 머리를 있는대로 털며 생각하지 않도록,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멀어지자, 오로지 그 생각만 해야 했다. 밥에게 먹이느라 물에 타 넣은 몇 알을 제외하고 여전히 바닥에 흩어져있던 녹색의 알약들을 발견했을 때 행맨은 기적처럼 힘이 솟는 걸 느꼈다. 그것들을 손에 가득 쥐고 밥이 먹은 것 배 이상으로 입에 털어넣었다. 입 안 한가득 채운 약을 씹어 삼키며 행맨은 얼굴을 찡그렸다. 쓴 맛 때문에, 혹은 이래야만 하는 쓰디쓴 삶 때문에. 와그작, 하는 소리가 그의 입 안에서 바스러지고 있었다.


더러운 욕구와 함께 약을 모두 삼키며 행맨은 관사를 떠났다. 여전히 입은 굳게 다문 채였다. 어떤 소리도 제 목구멍에서 터져나오지 않게 참고 또 참으며 행맨은 거의 달리듯이 걸었다.

 

 

 


 

 
 


 



 

 

 

 

“어딨는데… 행맨, 흐, 어디…”

 

 

어디로 간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목소리가 내게 영향을 준다는 걸 눈치챘을 때 군생활이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을 떠났어야 했나. 그어둔 선을 고이 지키려면 그정도 각오는 해야 했던가.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그가 여기 없다. 나를 떠났다. 외로이 버려져 수면 아래로 침전하는 기분이 드는 까닭에 밥은 참을 수 없이 서러웠다. 서러운 건 그뿐이 아니었다. 아까전 그의 생각과 그가 느끼던 것들이 생생하게 차올라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슬픔에 몸부림 치는 몸짓이 처절하기까지 했으나 밥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밥의 두 손목이 천에 짓물려 붉어지기만 했다.

차라리 죽고 싶어. 이게 뭐야. 이게 뭔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날 왜 이런 꼴로 만들어. 맞잖아. 너도 날 원하잖아. 죽을만큼 원하잖아. 차라리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나를 원하는 게 맞잖아. 폭포수처럼 머릿속에 들어차는 원망의 말들에 밥은 정말로 혀를 빼물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소되지 않는 열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막힌 숨통을 트이게 했던 그가 사라진 까닭이었다.



얼마 전의 늦은 밤, 젖은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잘게 떨리는 어깨와 구석진 바닥을 동그랗게 적실 때에 행맨이 누군가와 벌이던 언쟁을 떠올렸다. 그토록 분노하는 행맨의 소리를 들으며 밥은 어쩐지 그가 절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 그들의 대화에서 언급되던 대상이 자신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도망치듯 집에 돌아간 후에도 떨림이 멈추지 않아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면서 생각했다. 행맨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들려올 때마다 가는 실 위를 타고 전해지는 위태로운 감정들이 마치 그의 것 같았다. 어딘가 처절한. 그러니까 그건 바로 조금 전 행맨이 절 만졌을 때 뜨거운 피부와 혈관을 통해 느껴지던 것과 같았다는 얘기다. 

말 따위나 행동보다 더 진실되게 느껴지는 그 감각. 밥은 그게 싫었다. 왜 그딴 것들을 느껴야 하는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또 싫지 않았다. 싫을 수가 없었다. 제 몸과 마음이 그것들을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므로.





이젠 힘이 죄 빠져 눈물과 땀, 여러 축축한 액들로 온통 젖은 몸둥아리가 침대 위에 늘어져 있었다. 줄곧 긴장하고 몸부림 친 탓에 모든 신경과 근육이 욱신욱신 저리고 아팠다. 이대로 열기가 사라지지 않으면 몇날 며칠이고 고통스러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열이 섞인 숨이 가쁘게 내뱉어지고 반쯤 열린 셔츠 사이의 맨 가슴이 그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러던 어느 즈음, 스위치가 켜지듯 머리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약하나마 선명해진 시야에 밥은 시선을 위로 올려 묶인 한 쪽 손목을 바라봤다. 

이 관사는 처음 지어진 그대로의 건물에, 처음 놔둔 가구들이 그대로 십수 년간 방치되었다. 잠시 파견된 군인들에게 임시로 제공되던 숙소인 만큼 방치되어도 크게 고치거나 교체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행맨이 부순 문짝도 이음새가 낡을 대로 낡은 탓이었으며, 지금 이 나무 침대도 너무 낡아 지난 몇 주간 편하게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삐그덕 댔다는 얘기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일 때마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나던 요란한 소리와 또 엊저녁엔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침대 위로 기절하듯 쓰러졌을 때 어딘가에서 나던 묵직하게 무너지는 소리를 밥은 기억해냈다.

결심한 듯 푸른 눈을 빛낸 밥은 손목에 매인 천을 슬금슬금 위로 올렸다. 작은 틈새에 천이 걸리자 밥은 세게 당겨 손을 빼낼 수 있는 공간을 금세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 쪽 손이 자유로워지자 밥이 처음 한 행동은 나머지 한 쪽을 푸는 일이 아니었다. 무릎을 세우고는 허리춤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 일, 그게 우선이었다. 도저히 가시지 않는 흥분을 어떻게든 해결하긴 해야 했으니까. 아무리 그에게 애원하고 몸부림쳤어도 절 만져주고 안아주지 않았으니까.

 

바짝 세울대로 세운 성기를 붙들고 밥은 손짓을 재촉했다.

 

 

“흐…흐으…아, 응…”

 

 

서툰 손짓으로 만지니 도로 어설프게 흥분이 올라온다. 더 미칠 것 같고 괴롭기나 하다. 개자식… 행맨, 이 개자식아…. 서러움에 못 이겨 마침내 욕설이 튀어나왔다. 누군가가 봤다면 착하고 재미없기나 한 너드의 입에서 그런 욕지기가 튀어나오는 광경에 놀랐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울면서, 화를 내면서, 신음을 내면서 몸을 뒤틀어 스스로를 만지던 밥은 얼마 안지나 먼 발치에서 삐그덕하는 소리를 들었다. 문이 열리는 아주 반가운 소리를 말이다. 

아까만치 순식간에 튀어오르는 몸의 반응은 없었지만, 밥은 알 수 있었다. 부끄러움보다 반가움이 앞섰다. 그리고 서러움과 불안을 단번에 잠재우는 안심. 행맨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밥은 희미한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행맨은 급한 걸음으로 관사에 도착했으나 예상치 못한 광경에 머뭇거리다 다가오는 속도를 한풀 늦췄다.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였다. 이를 악무는 듯 턱이 움찔거렸다. 

녹색의 집요한 시선이 밥의 몸을 훑었다. 땀으로 젖은 밥의 이마에 몇가닥 머리카락이 붙어있었다. 바지춤이 슬쩍 내려가 드러난 말간 살갗과 울긋불긋 달아올라있는 목과 가슴팍 들에 시선을 두며 행맨은 멀찍한 곳에 걸음을 멈추고 가만 서있기만 했다.

다시금 시야가 희미해지려 하자 밥은 눈에 힘을 주어 행맨과 시선을 마주치려 노력했다. 머리가 맑아진 덕인지 굳었던 혀가 유연해졌고 말 다운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행...맨..."


울고불고 소리친 탓에 목소리가 잔뜩 갈라져 있었다. 행맨은 반응하지 않았다. 잘 안들리는 걸까, 밥은 더 힘을 실어 목소리를 냈다.

 

“안아줘... 안아줘, 행맨.”

 


아이처럼 팔을 뻗어 칭얼대듯이 말하는 밥을 행맨은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지만 그 사이로는 결국 아무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행맨은 잠시 눈꺼풀을 닫고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크게 울렁이는 사이, 밥은 행맨의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눈으로 좇았다. 행맨의 양감있는 몸둥아리도, 절 단번에 무너트릴 수 있는 목소리가 흐르는 목도, 움찔거리는 그의 주먹도 시선으로 훑을 때마다 소름이 일었다. 선연한 기운이 뒷덜미를 스쳐지나갔다. 못 견디겠어서 뻗은 팔을 가져와 제 몸을 비비며 웅크리는 데 그게 추운 것 같아 보였는지 행맨이 다가와 시트를 끌어올렸다. 아무리 안아달라고 졸라도 그렇게 거부하더니. 포옹하듯 시트를 몸에 둘러주는 행맨에 밥은 심술이 차올라 입술을 삐죽였다. 

 

“이거 말고오…”

 

 

무슨 말인지 알잖아. 나아… 네 맘대로 해도 되니까, 응? 밥은 행맨의 목에 잽싸게 팔을 두르며 귓가에 바짝 입을 대어 속삭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사실은 밥 자신도 몰랐던 거다. 본능대로, 그저 머리속 어딘가에서 절 간지럽히던 말들을 내키는 대로 지껄였을 뿐이었다. 지금은 인간으로서의 수치란 걸 전혀 모르겠으니, 오메가 답게 달달한 향을 풀풀 풍기고는 그보다 더 달큰한 향이 돌아오길 제멋대로 바라며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내뱉고 나니 귀 끝이 눈에 들어왔다. 밥은 웃음을 흘렸다. 행맨의 붉어진 귀가 왜 그리도 재밌는지 치아를 드러내고 상체를 젖혀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는 새 행맨을 붙잡아 제 쪽으로 당기면서 말이다. 

어이없게도 밥의 맑은 웃음소리에 순간 넋이 빠진 행맨은 별 거 아닌 힘에 끌려 밥 위에 엎어지고 말았다. 

밥은 행맨의 손을 끌어 제 뺨에 올리고는 마구 뺨을 부비고 입술을 얹어 살 냄새를 맡았다. 행맨은 그러는 밥을 묵묵히 보다 자세를 고쳐 그의 몸 위로 올라갔다. 묵직한 무게에 맹하니 행맨을 올려다보며 밥은 기대에 찬 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드디어, 그런 생각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그다음 행맨이 밥을 다시 안는 일도, 너무 울어 퉁퉁 불은 볼을 쓸어주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행맨이 한 것은 붙잡힌 제 손을 슬며시 빼내고 밥의 어깨를 천천히 다독이다 무게를 실어 밥을 제압하는 일이었다. 다시금 결박이 이뤄졌다. 밥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 쳤지만 행맨의 힘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행맨은 주머니를 뒤져 얇은 주사기와 약병 하나를 꺼내고는 익숙하게 한 손과 입을 사용해 주사기 뚜껑을 열고는 약병에 꽂아 주사에 약을 채워넣었다. 그리곤 단숨에 밥의 목에 꽂아넣는 것이었다.

빠르게 투약을 마치자마자 행맨은 주사기를 침대 밖으로 던졌다. 소리를 지르며 우는 밥을 달래기 위해 나머지 한 손을 풀어준 뒤 절 때려도 상관없다는 듯 밥을 힘껏 끌어안았다. 온몸으로 밥을 감싸고는 그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쉬쉬, 달래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행맨밥

2023.03.29 00:15
ㅇㅇ
ㅁㅊ 내 센세가...! 며칠 전에 복습하면서 우엥우엥 울고 있었는데...!! 와주셨어ㅠㅠㅠㅠㅠㅠ
[Code: 3249]
2023.03.29 00:18
ㅇㅇ
모바일
개쩐다...순식간에 다읽었어 행맨 인내심 무슨 일이야...밥이 이렇게까지 유혹하는데도ㄷㄷㄷ 행맨 이악물고 참는 게 느껴지는데 텐션 무슨일 센세 천재예요...??
[Code: a198]
2023.03.29 00:20
ㅇㅇ
모바일
와씨 행맨 존나 개발린다 진짜... 진심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거 텐션이 진짜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7ffe]
2023.03.29 00:24
ㅇㅇ
모바일
와 세상에 텐션 진짜 너무 미쳤다 숨도 못쉬고 읽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행맨 인내심 진짜 무슨일이냐 저걸 참다니..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efb8]
2023.03.29 00:25
ㅇㅇ
모바일
센세 진짜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fb8]
2023.03.29 00:36
ㅇㅇ
크아아아아앙 센세 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6b7]
2023.03.29 00:48
ㅇㅇ
모바일
아니 내센세가! 오시다니
그 김에 정주행하고왔어ㅠㅠ 와씨 행맨이랑 밥 텐션뭐야..진짜...글이 너무섹시한데..와..
[Code: 5b05]
2023.03.29 08:42
ㅇㅇ
와 내 센세 오신거 실화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복습 정주행갈겨ㅠㅠㅠㅠㅠㅠㅠ
[Code: e265]
2023.03.29 09:10
ㅇㅇ
와.... 와... 진짜 아무짓도 안하는데 이렇게 숨못쉬게 텐션 넘칠수있나 밥은 끝없이 행맨을 원하는데 그걸 행맨도 느낄거같은데 손톱이 손을 파고들정도로 눈은 꽉 감은채로 밥 한테서 한걸음씩 떨어지고 그런데 완전히 사라지지는 못하고 ㅌㅌㅌㅌㅌㅌㅌ 찰랑이는 감정, 흘러넘치는 눈물, 줄줄이 새는 욕망 덩어리들. 이거 밥이 느끼는 이거 다 행맨 감정들이 넘어오는거 아니냐 근데 도대체 얼마나 참고있는거야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fcc8]
2023.03.29 09:12
ㅇㅇ
밥 스스로 결박 풀고 혼자 해결하려할때 들어온 행맨이랑 마주쳤는데 부끄럽기보다는 반갑고 행맨향해서 희미하게 미소까지 지었다는게 진짜 개미쳤다 이제는 안아달라고 직접 말하기 까지 했는데 밥이 먹은거보다 더 많은 약을 쥐어삼키고 온 행맨이 결국 밥 목에도 주사 꽂아넣는거 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억눌러야하는 더러운 욕구라고 생각하는거지 ㅠㅠㅠㅠㅠㅠ
[Code: fcc8]
2023.03.29 09:52
ㅇㅇ
와씨 세상에 너무 미쳤다 진짜.. 둘이 뭘 한것도 아닌데 텐션이 이렇게 미친걸 수가 있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534]
2023.03.29 09:53
ㅇㅇ
아니 진짜 행맨 인내심 무슨일이야.. 그렇게나 간절히 밥을 원하고 있으면서 심지어 죽이고 싶을만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진심 무릎 다 갈렸어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534]
2023.03.29 09:55
ㅇㅇ
띠발 존나 미친 거 아니냐고 진짜 ㅌㅌㅌㅌㅌㅌㅌ 하 제정신 아닌 밥이 본능만 남아서 유혹하는데도 그걸 버티고 약을 찔러넣다니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4a41]
2023.03.29 09:55
ㅇㅇ
하 진짜 행맨이 언제까지 억누르고 참을지 궁금하면서도 밥이 느끼는 서러움 분노도 엄청 이해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밥이 제정신 차리면 어떻게 반응할지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a41]
2023.03.29 09:55
ㅇㅇ
센세는 진짜 천재만재야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a41]
2023.03.29 10:31
ㅇㅇ
모바일
와 행맨쉑 이걸 참냐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c5be]
2023.03.29 10:39
ㅇㅇ
모바일
ㅅㅂ 본능만 남아서 행맨한테 안아달라고 애처럼 칭얼거리는 밥 너무 고자극이잖아 ㅌㅌㅌㅌㅌㅌㅌ 근데 이걸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밥한테 약을 꽂는 행맨이라니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0c82]
2023.03.29 11:05
ㅇㅇ
아 밥 잔뜩 애타서 기대했다가 ' 마침내? 드디어?' 이랬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니 ㅠㅠㅠㅠㅠㅠ 하 근데 행맨 진짜 엄청나 인내심으로 자기 욕구 억누르는 거 섹텐이 너무 미쳐서 그게 또 개발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7c4]
2023.03.29 11:07
ㅇㅇ
그런주제에 또 너무 다정해서 온몸으로 밥 감싸고 달래주는 것도 개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7c4]
2023.03.29 11:21
ㅇㅇ
소리를 지르며 우는 밥을 달래기 위해 나머지 한 손을 풀어준 뒤 절 때려도 상관없다는 듯 밥을 힘껏 끌어안았다. 온몸으로 밥을 감싸고는 그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쉬쉬, 달래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이거 진심 개발리고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기 욕구는 참아내고 밥 달래주는 거 존나 너무.... 너무 유죄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04b]
2023.03.29 11:21
ㅇㅇ
하 근데 진짜 밥이 약기운 돌고 정신차리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되면서도 걱정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04b]
2023.03.29 11: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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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션 진짜 개도라버렸다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fe3b]
2023.05.09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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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이걸 참네.. 세러신 대단해 어나더 기다릴게 센세ㅠㅠㅠㅠ밥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 행맨을 원망할까 궁금하다
[Code: bad4]
2023.06.21 0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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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이 행맨 인내심 기네스북에 올라야함
[Code: 64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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