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 일본연예
https://hygall.com/524446924
view 1233
2023.02.06 19:10
https://hygall.com/523981640
노부유키의 아버지는 우동을 포장해준 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오늘만 총 세 번 받았다. 아들에게 한 번, 케이의 인사를 전해 받은 게 두 번이었다. 왜 했던 말을 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케이가 그렇게 하랬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의 첫인상대로 케이가 예의 바른 애라는 건 둘째치고, 아들의 낯선 변화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날 노부유키의 일이 끝날 때쯤 케이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도 집에 와서 잘 거면 내일 입을 옷을 챙겨오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아무 준비도 없이 왔다가 자기 옷을 입고 타카하시를 만나러 가는 모습은 보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애초에 오늘까지 케이의 집에 가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노부유키였지만, 얼른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쨌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으니까.
사실 타카하시가 노부유키와 케이의 옷을 구분할 수 있을 리 없는데도, 케이는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번 비 오는 날의 우산 같은 일도 그렇고. 그래서 말과 행동을 자꾸만 조심하게 됐다.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일을 남들도 알게 되는 건, 나중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노부유키는 케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를 데리러 왔다. 원래는 먼저 집에 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가게 쪽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케이의 말대로 옷을 챙겨 왔다며 손에 든 가방을 들어 보였다. 내일 입을 옷 한 벌이 들어 있다기에는 너무 큰 크기의 가방이었다.
무슨 옷이 이렇게 많아?
매일 챙겨오기 귀찮아서요. 안 돼요?
무심코 가방을 넘겨받아 지퍼를 열었던 케이는 가방 끝까지 꽉 찬 옷가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부유키가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가방 안을 살피는 케이의 손을 빼내고 지퍼를 닫아버렸다. 케이가 가방을 놓아둘 만한 곳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자기가 가방을 베고 자는 한이 있더라도 케이의 집에 옷을 보관해야겠다고 우겼다. 정 그러면 케이 옷을 그만큼 자기 방에 두면 되지 않냐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헛웃음이 터진 케이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딸기는 어디 있어요?
아, 놓고 왔다. 잠깐만 기다려.
맨손으로 가게를 나섰던 케이가 노부유키를 남겨두고 딸기를 찾으러 내려갔다. 노부유키는 가방을 든 채로 혼자 우두커니 서서, 건너편 길가에 정차한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택시도 아닌 차가 왜 저기에 서 있는지 의심이 드는 찰나, 케이가 올라와 그의 등을 툭 쳤다.
노부, 이제 가자.
케이, 저기 이상한 차가…
차? 없는데?
노부유키가 케이를 돌아보며 반대편을 가리켰다. 케이가 노부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을 때, 이미 차량은 자리를 떠난 뒤였다. 케이는 대수롭지 않게 자기는 차를 못 봤다고 말하며 딸기가 든 쇼핑백을 노부유키의 손에 쥐여주었다. 순식간에 짐이 늘어난 노부유키가 힘든 척 미간을 찌푸린 채 가방을 어깨로 끌어올렸다.
이거, 엄마가 케이가 마시고 간 커피라고 줬어요.
노부유키는 집 쪽으로 몇 걸음을 떼다 말고 가방 앞쪽 포켓을 열어서 뭔가를 꺼냈다. 하나씩 포장된 드립백 커피였다. 물만 부으면 되는 거래요- 케이가 커피 포장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그가 굉장히 간단하게 말했다. 케이는 생각했다. 아까 차를 내릴 때 어떻게 하셨더라. 노부유키의 엄마는 포트로 물을 끓였었다. 케이의 난감한 표정을 본 노부유키가 물었다.
아, 케이 집에 주전자 없었던 거 같은데…
없어… 하나 살까?
냄비로 조심해서 부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는 케이의 단출한 살림을 다 봤으면서도 흔한 주전자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리고 냄비로 물을 부을 때는 조심하라고 아직 상처가 가시지 않은 제 손을 들어보였다. 케이가 오늘은 연고를 잊지 말고 발라주겠다며 그 손을 잡아 그대로 자신의 겉옷 주머니에 넣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냄비로 커피 물 붓기는 실패했다. 케이는 아직 노부유키가 잠든 사이 혼자 커피를 내려 보려다가, 식탁을 넘어 발치까지 떨어지는 뜨거운 물 때문에 온몸을 파닥거리다가 노부를 깨우고 말았다. 다행히 물이 직접 발에 닿지는 않았지만, 아침부터 주방 바닥은 물바다가 됐다.
노부, 그거 내 옷이야!
어? 미안해요.
잠이 덜 깬 얼굴로 비척비척 주방까지 걸어온 노부유키는 발에 걸리는 케이의 티셔츠로 물기를 닦으려다 제지당했다. 그 사이 케이가 어제 썼던 타올을 가져와서 바닥을 닦았다. 노부유키가 케이보다 한 발짝 늦게 욕실로 향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여전히 졸음 가득한 눈에, 머리카락은 전부 붕 뜬 채였다. 케이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제가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래도 케이가 조리도구를 다루는 실력보다 노부유키의 실력이 좀 더 나았다. 노부유키는 손을 약간 떨면서도 정량의 물 붓기에 성공했다. 평소에 즐겨 마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하필 오늘 아침 굳이 커피를 내리고 싶었는지, 노부가 완성한 커피를 받아 마시는 케이도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케이, 우리 낮에 뭐 할까요? 료헤이는 저녁에 만나잖아요.
음… 몰라. 일단 좀 더 잘래.
일어나면 주전자 사러 가는 거 어때요?
케이는 옆에 있던 노부유키 전용 베개를 던지며 크게 웃었다. 노부유키가 가볍게 베개를 피해 케이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사는 게 싫으면 집에서 안 쓰는 주전자를 가져와도 된다고 했다. 한결같은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 케이가 또 웃음을 터트렸다. 겨우 웃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 케이는 집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건 이제 금지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노부유키는 여전히 다음에 집에 가면 엄마의 수납장을 뒤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노부유키의 아버지는 우동을 포장해준 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오늘만 총 세 번 받았다. 아들에게 한 번, 케이의 인사를 전해 받은 게 두 번이었다. 왜 했던 말을 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케이가 그렇게 하랬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의 첫인상대로 케이가 예의 바른 애라는 건 둘째치고, 아들의 낯선 변화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날 노부유키의 일이 끝날 때쯤 케이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도 집에 와서 잘 거면 내일 입을 옷을 챙겨오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아무 준비도 없이 왔다가 자기 옷을 입고 타카하시를 만나러 가는 모습은 보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애초에 오늘까지 케이의 집에 가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노부유키였지만, 얼른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쨌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으니까.
사실 타카하시가 노부유키와 케이의 옷을 구분할 수 있을 리 없는데도, 케이는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번 비 오는 날의 우산 같은 일도 그렇고. 그래서 말과 행동을 자꾸만 조심하게 됐다.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일을 남들도 알게 되는 건, 나중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노부유키는 케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를 데리러 왔다. 원래는 먼저 집에 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가게 쪽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케이의 말대로 옷을 챙겨 왔다며 손에 든 가방을 들어 보였다. 내일 입을 옷 한 벌이 들어 있다기에는 너무 큰 크기의 가방이었다.
무슨 옷이 이렇게 많아?
매일 챙겨오기 귀찮아서요. 안 돼요?
무심코 가방을 넘겨받아 지퍼를 열었던 케이는 가방 끝까지 꽉 찬 옷가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부유키가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가방 안을 살피는 케이의 손을 빼내고 지퍼를 닫아버렸다. 케이가 가방을 놓아둘 만한 곳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자기가 가방을 베고 자는 한이 있더라도 케이의 집에 옷을 보관해야겠다고 우겼다. 정 그러면 케이 옷을 그만큼 자기 방에 두면 되지 않냐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헛웃음이 터진 케이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딸기는 어디 있어요?
아, 놓고 왔다. 잠깐만 기다려.
맨손으로 가게를 나섰던 케이가 노부유키를 남겨두고 딸기를 찾으러 내려갔다. 노부유키는 가방을 든 채로 혼자 우두커니 서서, 건너편 길가에 정차한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택시도 아닌 차가 왜 저기에 서 있는지 의심이 드는 찰나, 케이가 올라와 그의 등을 툭 쳤다.
노부, 이제 가자.
케이, 저기 이상한 차가…
차? 없는데?
노부유키가 케이를 돌아보며 반대편을 가리켰다. 케이가 노부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을 때, 이미 차량은 자리를 떠난 뒤였다. 케이는 대수롭지 않게 자기는 차를 못 봤다고 말하며 딸기가 든 쇼핑백을 노부유키의 손에 쥐여주었다. 순식간에 짐이 늘어난 노부유키가 힘든 척 미간을 찌푸린 채 가방을 어깨로 끌어올렸다.
이거, 엄마가 케이가 마시고 간 커피라고 줬어요.
노부유키는 집 쪽으로 몇 걸음을 떼다 말고 가방 앞쪽 포켓을 열어서 뭔가를 꺼냈다. 하나씩 포장된 드립백 커피였다. 물만 부으면 되는 거래요- 케이가 커피 포장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그가 굉장히 간단하게 말했다. 케이는 생각했다. 아까 차를 내릴 때 어떻게 하셨더라. 노부유키의 엄마는 포트로 물을 끓였었다. 케이의 난감한 표정을 본 노부유키가 물었다.
아, 케이 집에 주전자 없었던 거 같은데…
없어… 하나 살까?
냄비로 조심해서 부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는 케이의 단출한 살림을 다 봤으면서도 흔한 주전자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리고 냄비로 물을 부을 때는 조심하라고 아직 상처가 가시지 않은 제 손을 들어보였다. 케이가 오늘은 연고를 잊지 말고 발라주겠다며 그 손을 잡아 그대로 자신의 겉옷 주머니에 넣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냄비로 커피 물 붓기는 실패했다. 케이는 아직 노부유키가 잠든 사이 혼자 커피를 내려 보려다가, 식탁을 넘어 발치까지 떨어지는 뜨거운 물 때문에 온몸을 파닥거리다가 노부를 깨우고 말았다. 다행히 물이 직접 발에 닿지는 않았지만, 아침부터 주방 바닥은 물바다가 됐다.
노부, 그거 내 옷이야!
어? 미안해요.
잠이 덜 깬 얼굴로 비척비척 주방까지 걸어온 노부유키는 발에 걸리는 케이의 티셔츠로 물기를 닦으려다 제지당했다. 그 사이 케이가 어제 썼던 타올을 가져와서 바닥을 닦았다. 노부유키가 케이보다 한 발짝 늦게 욕실로 향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여전히 졸음 가득한 눈에, 머리카락은 전부 붕 뜬 채였다. 케이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제가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래도 케이가 조리도구를 다루는 실력보다 노부유키의 실력이 좀 더 나았다. 노부유키는 손을 약간 떨면서도 정량의 물 붓기에 성공했다. 평소에 즐겨 마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하필 오늘 아침 굳이 커피를 내리고 싶었는지, 노부가 완성한 커피를 받아 마시는 케이도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케이, 우리 낮에 뭐 할까요? 료헤이는 저녁에 만나잖아요.
음… 몰라. 일단 좀 더 잘래.
일어나면 주전자 사러 가는 거 어때요?
케이는 옆에 있던 노부유키 전용 베개를 던지며 크게 웃었다. 노부유키가 가볍게 베개를 피해 케이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사는 게 싫으면 집에서 안 쓰는 주전자를 가져와도 된다고 했다. 한결같은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 케이가 또 웃음을 터트렸다. 겨우 웃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 케이는 집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건 이제 금지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노부유키는 여전히 다음에 집에 가면 엄마의 수납장을 뒤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https://hygall.com/524446924
[Code: c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