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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01:26
튜크스베리 후작은 어떤 사람인가?
사람들 입방아에 한 번쯤 올라가는 여느 귀족 도련님들과는 달리 별다른 소문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사실 하나도 없었다. 최근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후작 나리 살인사건이 사실 그의 모친의 범행이었다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12살 무렵, 사교계에 데뷔했을 때도 잠깐 떠들썩했지 그게 다였다. 그는 그만큼 조용하고 사고 치지 않는 의젓하고 잘 배운 고상한 도련님이었으니까. 물론 멀리서 봐도 빛을 발하는 외모가 여타 다른 귀족들은 물론이고 평민들의 마음까지 뒤흔들 정도였으나 정말... 그 흔한 스캔들조차 없었다.
그가 상원 의원으로 취임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게 되었을 때도 이제 슬슬 후작 부인이 탄생할 때가 아니냐며 저들끼리 수군거렸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바로 허니 비라는 존재로 인해. 재산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게 끌어모았으나 남작가 출신. 심지어 어미는 호적에도 못 들이고 남작가 집안 구석 어디에도 발을 딛지 못한 평민. 물에 기름을 섞은 듯 이방인 같은 존재. 번지르르하고 잘난 외모와는 달리 뭐하나 멀쩡한 게 없는 텅 빈 깡통 같은 존재라고, 귀족들은 말했던 '그' 허니 비가 천하의 후작가와 부부의 연을 맺는다니. 젊은 영주가 베타에서 오메가로 발현했다는 소문이 살짝 돌 때부터 다른 귀족가의 알파 도련님, 아가씨들은 내심 설레발을 갖고 기대를 했었다.
후작 부인이든 남편이든 배질 웨더의 영주의 배우자가 되는 건 크나큰 영광이자 다시없을 명예와 부를 거머쥐게 되는 거니까. 왕족과 공작 다음으로 이 나라를 뒤흔들만한 권력도 가지게 되는 것. 권력에 정점에 있는 이들은 늘 그렇듯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했으니까. 어느 누가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하늘은 늘 그렇듯 변수를 보여줬다. 그 권력에 가장 욕심을 가지지 않은,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허니 비를 그 짝으로 내려줬으니.
처음엔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약혼 이야기가 퍼져나가자 다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후작가 모두 제정신이 아닌 거냐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작가에서 먼저 얘기가 나온 건지 후작가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온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혼사는 결정되었다. 그리고 정말 약혼식이 진행되었을 때, 다들 더는 예전처럼 허니 비를 깔아볼 수 없었다. 이제 그는 후작의 남편이었으니까. 성은 여전히 '비'를 쓰고 있었지만 그는 배질 웨더의 사람이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신혼생활은 어떨까?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작위와 지위가 차이 나는 만큼 무시당하려나, 당연히 별거하려나, 서로 이미 첩을 두고 있겠지. 온갖 근거 없는 소문들이 나돌아 다녔다. 물론 겁도 없이 그 얘길 후작가 앞에서 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래도 한통속이라고, 저들끼리 있을 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가 바빴다. 격이 차이가 나는 부부라니 얼마나 이야깃 거리로 흥미가 돋겠는가. 하나밖에 없는 귀하디 귀한 후작가의 외아들과 남작가이긴 하나 평민인 후처의 막내아들.
아무리 소문 없이 조용히 살 만큼 의젓하고 고상한 튜크스베리 후작이라 할지라도 격이 맞지 않고 천하다며 허니 비를 벌레 보듯 하지 않겠어?
물론 그들의 생각은 모두 틀렸다. 튜크스베리는 허니 비를 무시하지도 않았고 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별거할 생각도 없었고, 첩은 무슨... 애초에 그런 것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튜크스베리도 태어날 때부터 귀족가의 도련님으로 자라 혈통과 전통을 중시한 환경 탓에 본처도 아닌 첩의 자식인 허니 비가 자신의 짝이 될 거란 말을 듣고 심란했던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똑똑하지만 직위에도 일에도 관심 없는 한심한 한량이라는 소문까지 있던 사내가 아닌가. 상원 의원으로 취임해 세상과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려는 튜크스베리 후작으로서는 탐탁지 않은 게 당연했다. 어른들이 왜 그를 자신의 짝으로 골랐는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귀족이었어도 오메가는 본디 알파보다 밑인 존재라서 튜크스베리의 자존심도 몹시 상했었다. 뾰로통하게 튀어나온 입을 간신히 꾹 누르고 가기 싫은 발걸음을 떼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역시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지 않나, 실없는 소릴 내뱉지 않나. 최악까지는 아니어도 음, 별론데? 싶은. 그러나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의젓하고 상냥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한량인 줄 알았던 그는 진중한 질문과 답변으로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멀끔한 얼굴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였을까. 마차를 같이 탔을 때도 꽃을 선물 받았을 때도 튜크스베리는 내심 이 남자가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아마 기대를 너무 낮춰서 그런 거일 수도 있었으나, 엄밀히 따져 '마음에 들지 않는'에서 '좀 괜찮은' 사람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초야였던 날 밤. 허니 비는 '좀 괜찮은 사람'에서 '좋은 사람'으로 확실하게 정해졌다. 애초에 오메가로 발현된 지 얼마 안 된 튜크스베리는 아직 첫 히트 사이클도 겪지 않은 상태였다. 보통 오메가는 14-15살이면 발현과 히트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18살이 될 때까지 베타로 살아왔었다. 지금에서야 오메가로 발현된 건 늦어도 너무 늦은 때였다. 그러니 그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건 수두룩했다. 오메가의 몸은 어떤지 알파는 뭔지, 오메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몸가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을 다 새롭게 배워야 함은 물론, ... 성교육도 함께.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그는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고민했었다. 그가 너무 싫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여자든 남자든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영주는 첫날밤이라는 게 그렇게 어색하고 무서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호기롭게 갔었으나 역시나였다.
하지만 여기서 놀랐던 점은 허니와 처음으로 했던 짧은 키스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것과, 그의 배려였다. 초야에 오메가를 배려하는 알파라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처음이라서 더 흥분하고 좋아하면 모를까. 그 배려에 솔직히 감동을 안 할 사람이 어딨을까. 이불을 덮어주며 불이 꺼지고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옆에 느껴지는 인기척과 체온에 튜크스베리는 안정감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이로 만나지는 않았으나, 부부가 된 이 사람과 앞으로 잘 지내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더 다짐하는 밤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튜크스베리에게는 예전부터 남모르게 가져온 꿈이 있었다. 바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정략결혼으로 만났으나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어머니와 아버지. 다정하고 인자하고 상냥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는 언제나 가득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꽃과 나무를 알려주며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는 아버지와 늘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 주시던 어머니. 부부는 이런 거구나, 부모는 이런 거구나, 그는 그렇게 자라왔다.
자신도 언젠가는 부모님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고. 비록 언젠가 정략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아니면, 운 좋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이도 많이 낳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야지. 늘 그렇게 생각했다.
튜크스베리 후작은 아이를 좋아했다. 정말로 좋아했다. 갓난아기부터 어린아이까지 몹시 귀여워하고 애틋하게 예뻐했다. 먼저 결혼한 사촌 형제들의 조카부터 사촌동생들까지 애들을 유난히 예뻐하는 걸 집안사람 모두가 알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더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온전하게 모든 사랑을 쏟아내서 키우고 아껴줄 존재. 내 아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같이 키워갈 존재.
물론 그가 베타에서 오메가로 형질에 변했다고 해서 그 생각까지 변한건 아니었다. 아, 그럼 내가 아이를 낳는 건가? 그 생각만 잠시 했을 뿐, 자식을 낳고 키운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몇 명을 낳을 수 있을까? 였을 뿐. 단지 튜크스베리 후작이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허니 비는 아이를 싫어한다는 것.
두 사람의 신혼생활은 근거 없는 소문들과는 다르게 평범하고 잔잔했다. 아침잠이 많은 허니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의회에 출석하는 튜크스베리를 배웅했다. 보통은 오후 늦게까지 밖에서 일을 보던 튜크스베리는 저녁식사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저택으로 돌아가서 허니와 함께 했다. 대부분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던 허니는 남작가의 업무를 볼 때면 잠시 외출하거나 집에서 해결하기도 했었다. 좀처럼 집 밖에 나가질 않거나 정원에서 하염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기도 했다. 남작가에서 가져왔던 나무들을 돌보고 물을 주고, 가끔 정원사가 정원을 손질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다 잠들기도 하고.
몇 주가 지났을까, 신혼부부가 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모처럼 처음으로 일을 일찍 끝내고 돌아온 튜크스베리는 언제나처럼 집사가 마중을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서다가 문득 이 시간의 허니가 뭘 하는지 모르고 있던 게 생각났다.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지?"
"남작님은 정원 나무에 물을 주고 열매를 살피고 계십니다."
"직접?"
"네. 매일 그렇게 하십니다."
매일 그렇게 한다고? 튜크스베리는 저처럼 특이한 취향을 가진 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저택의 하인들 중 자신이 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이는 극히 일부였다. 어렸을 적부터 돌봐준 유모와 집사 몇 하인 빼고는 모를 정도로. 귀족가의 도련님이 한낱 식물- 그것도 꽃에 빠져있다고 하면 다들 흉보는 세상이니까. 작물을 좋아하나? 고개를 갸웃하던 튜크스베리는 하인들을 물리고 곧장 서재로 향하려던 발걸음 돌렸다.
드넓은 정원으로 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으나 허니는 없었다. 금세 저택 안으로 들어간 건가 싶어 다시 들어가려는 찰나, 거리가 좀 떨어진 포도나무 밭 앞에 앉아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덜렁- 뒤로 누워버리는 모습에 다가가려던 걸음을 멈춰세웠다. 그는 그대로 잠이 든 듯 미동도 없었다. 조금 허탈해졌지만, 그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튜크스베리는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저택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는 혼자 들어오는 주인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못 찾으셨나요? 저택 안에는 아직 들어오시지 않으셨습니다만."
"아니. 낮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아, 역시 그렇군요."
"역시라니? 매일 그랬단 말인가?"
"네. 알파드가 말하길, 본디 아침잠이 많으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저녁에 일찍 잠들어도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신다고 합니다. 후작님께서 저택을 나가시면, 남작님은 다시 잠드시는 편입니다."
튜크스베리가 따로 부탁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지만 허니는 첫날 이후로 매일 아침마다 침실을 나와 문 앞까지 배웅해 줬었다. 튜크스베리는 그제서야 아침마다 왠지 수척해진 얼굴로 자신을 배웅하던 허니가 기억났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그저 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왠지 그는 미안해졌다. 부부의 도리를 다하려고 참고 말도 안한 그의 행동에 조금은 감동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남편은 이상하게 다정한 구석이 있는 거 같았다.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개운한 얼굴로 눈을 뜬 허니는 문득 '어 이렇게 개운할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에 용수철처럼 상체를 일으켰다.
"...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시네요."
"... 엇, 좋은 아침입니, 다?"
그 기세에- 먼저 일어나 앉아 신문을 읽고 있던 튜크스베리는 깜짝 놀란 얼굴로 옆을 돌아보았고, 뜨헉! 하는 얼굴로 일어났던 허니는 조금 멋쩍은 얼굴로 인사했다. 그러다 다시 뜨헉! 하는 얼굴로 시계를 찾았다.
"뭐..."
지금 내가 눈을 제대로 뜬 게 맞는 건가? 저 시간이 맞는 건가?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하는 생각이 0.3초 만에 스쳐 지나갔다. 허니는 흔들리는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자신의 배우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10시 맞나요?"
"네, 그러네요. 아침식사를 준비하라고 할까요?"
"10시가 맞다고요?"
"네."
근데 그렇게 태평하게 있어도 돼?라고 얼굴에 써져있어서 튜크스베리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뻔했다.
"오늘 의회 출석 안 하려고요."
"네?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출석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정치에 깊게 관여 안 하는 나도 그 정도는 아는데. 벌써 나태해지는 겁니까, 영주님?
"농담이에요. 오늘 의회가 취소됐어요. 그리고 이제 매일 아침 일찍 나가는 건 그만두려고요."
이건 사실이었다. 사실, 매일 아침 그렇게 일찍 나갈 필요는 없었다. 태생이 부지런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일찍이 상원 의원으로 취임한 탓에 남들보다 더 배울게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굳이 남들보다 더 일찍 출석해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선견지명이었고 도움이 되었지만, 자신의 배우자는 나날이 죽을 맛이었다는 게 미안했으니까.
"그럼요?"
"이제부터는 오후에 나가야죠. 저도 좀 피곤하거든요."
허니가 티 나지 않게 안도하는 것을 지켜본 튜크스베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
"그러니까 아침에 좀 더 자도록 해요. 나는 원래 일찍 일어나는 게 익숙해서."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 짓는 얼굴에 아침 햇살이 반짝, 빛났다.
허니는 잠이 덜 깬 조금 부은 눈으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여전히 튜크스베리를 배웅했다. 저녁에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마차 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마중을 나갔다. 두 사람 모두 쉬는 날에는 똑같이 일찍 눈을 떠도 튜크스베리는 좀 더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심심하고 좀이 쑤셔도 잠귀가 밝은 허니가 부은 눈으로 일어나지 않게 최대한 길게 누워있었다.
피크닉을 좋아하는 허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바구니 안을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와인까지 직접 골라 하인들도 없이 튜크스베리와 함께 저택 부지에 있는 호숫가로 나갔다. 하얀 천막이 크게 쳐져 있는 그곳에서 점심부터 늦은 오후가 될 때까지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거나, 낮잠을 잤다. 특별히 하는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휴식만 취하는 것이었지만 허니는 몹시 만족했다. 경치가 끝내주게 예쁘니까. 게다가 군말 없이 같이 따라와 주는 튜크스베리에게도 고마웠다. 처음에 같이 나갈 거냐고 물어봤을 때만 해도, '거절당하면 혼자라도 가야지!' 했던 허니였는데 막상 '알겠다'라고 대답하는 걸 듣고 답지 않게 버벅였으니까.
꽃을 좋아하는 튜크스베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정원에 두 번씩 나가 모든 꽃을 한 번씩 둘러보았다. 허니는 그런 그의 취미를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그가 정원으로 향할 때 소리 없이 옆에 따라붙어 같이 정원을 거닐었다. 그중에서도 허니의 마음에 쏙 든 것이 있었는데, 꽃잎 끝이 분홍색으로 물든 하얀 장미였다. 저걸 백장미라고 해야 할까, 분홍장미라고 해야 할까? 그런 궁금증이 생기면서 몹시 예쁜 자태에 저절로 눈이 갔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는데 따라붙는 시선에 멈칫했다.
"꺾으려던 거 아니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진짠데. 그냥 이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게 마음에 드나요?"
"네, 여기 있는 꽃들 중에 가장 예쁜 거 같네요."
그 말에 튜크스베리는 살짝 미소 지었다. 아, 요새 계속 나한테 저렇게 웃어주네. 왜 그러지. 괜히 사람 가슴 설레게. 문득 허니는 꽃과 튜크스베리를 번갈아 보았다가 마주 보고 웃었다.
"아, 잘못 생각한 거 같아요."
"?"
"두 번째로 예쁜 거 같아요."
"그럼 첫 번째는요?"
"비밀입니다."
"네?"
허니는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튜크스베리는 의문을 잔뜩 가진 채로 출근길에 나서야 했다.
재업
그래서 너네 언제까지 썸탈건데?
원래 내용 더 있는데 분량실패로 여기까지...
암튼 성격은 잘 맞는듯하면서도 성향은 잘 안맞는 두사람...
아 원래 신혼부부가 알콩달콩+위기가 같이 있는 존재아니냐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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