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을 구한 건 파이브한테 너무 당연한 일이었을 거 같음

종말에서 남매들이 죽은 것도 직접 목격한 거에 더해서 바냐 자서전에서 벤이 맞은 이른 죽음까지 알게 된 파이브 그때 난생처음으로 공포 절망감 무력감이란 걸 알게 되지 않았을까? 레개비가 주는 과제마다 항상 별 다섯 개씩 받는 파이브였으니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신이 해내지 못할 일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을 거 같은데 종말은 말 그대로 파이브가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왔고 그탓에 뭐 손쓰고 할 시간조차 없었겠지
게다가 가족의 죽음은 해내야 할 일에 실패했다 정도를 떠나서 파이브한테 그 이상의 충격이었을 거 같음 그러니 가좍 성애자에 가족들만 구할 수 있다면 종말튀?ㅇㅋ 하는 영감 됐겠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하는 동안, 그리고 핸들러가 총 쐈을 때도 초 단위로 시간을 돌리면서 파이브한테는 몇 번이나 가족을 다시 구할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옴 그리고 실제로도 다 구해냈고ㅇㅇ 그 과정에서 파이브 본인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거기서 유일하게 벤만은 제외된 거지 형체도 없는 유령을 구할 방법 같은건 없는 데다가 남아있던 벤의 영혼마저도 다시 자신을 희생해서 빛 너머로 건너갔으니까 그렇게 벤은 파이브한테 평생을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뻔했겠지 파이브가 참새벤을 만나기 전까지는

파이브 처음엔 참새벤을 우산벤이랑 똑같은 인물이라고 생각 안 했을 거 같다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자기가 알던 벤이랑은 얼굴을 제외한 모든 게 달랐으니 믿기 싫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참새벤의 존재 자체가 파이브의 트라우마를 다시 자극했겠지 어찌 됐던 자기 옆에 벤이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까 지금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13살의 어린 벤 얼굴이 지금 참새벤 얼굴 위로 오버랩됐다가 다시 흐려졌다가 했을 듯

그러다 다시 터진 쿠겔블리츠가 하그리브스 저택을 삼키는 순간 파이브의 이성이 마비됐겠지 아니 누구보다 이성적인 상태긴 했겠지 그 상황에서 빠른 판단을 내리고 능력을 써야 했으니까 근데 그 판단을 내리는 근원에는 이번엔 어떻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벤을 구해야 한다는 감성적 사고가 있었을 거 같음 지금이 아니면 파이브가 벤을 구할 일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안거지

겉으로 보기엔 파이브가 벤을 구한 거지만 실상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파이브를 벤이 구한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냐 그러니까 이 시점에 파이브벤은 이미 쌍방구원잉거임ㅇㅇ 그러니까 브벤 다시 헤어지지 말고 영사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