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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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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푸린로즈들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애초부터 주인이란게 없는 존재들. 떠돌이. 방황하는. 역마살. 사람들이 피하는. 상종하기 싫은. 그 이유는 당연했다. 속히 말하기로는 푸린로즈들 머릿속엔 음탕한 짓거리 뿐이라느니, 그들의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이라느니 말이 많았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잠에 빠졌고... 그 후에 눈에서 깨면 몸 중요부위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애액들이 흥건했으며 그들은 감쪽같이 사라지는게 그 이유였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들을 싫어할 수 밖에.

퓨리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진 후부터는 푸린로즈가 그 오명을 벗기도 했으나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존재로 남아있다.


생과일 케이크 사왔는데.
...
눈 뜨자마자 놀래켜주려고 몰래 다녀왔는데.



나는 손가락 한 마디가 겨우 들어갈만큼 벌어진 옷장 틈새를 모른척하며 말했다. 분명 또 혼자 오해를 하고선 땅굴에 파고 들어간게 분명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날 찾아 울며 집안을 돌아다녔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이 나쁜 버릇은 대체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난 한참이나 분홍색 벽지에 온통 분홍색 천지인 넓직한 방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있었다. 침대 위 어지러운 캐노피가 그의 현상황을 대신 말해준다. 그의 머릿속은 뻔하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내가 다가가면, 사람들은 눈을 감아. 다들 미워해.

너도 그렇지?

그는 단 한 번도 내게 육성으로 물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젠 눈만 봐도 안다. 날 내려보는 새파란 눈동자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뺨을 쓸어주며 아니라는 말을 대신했지만, 아무래도 확신을 주기엔 부족했던 걸까. 내가 이 방을 나가면 또 숨죽여 울겠지. 하지만 머무르면 지금처럼 숨도 꾹 참고 있어야 할테니까. 일단 물러나자. 내가 방을 나가 문을 닫자마자 역시나 문 너머로 흐느끼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난 한참이나 그 앞에 서있었다.

사람들의 중요부위에 흥건한 애액은 그들 특유의 미끌미끌한 눈물이었고 며칠을 제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려도 눈을 뜨지 않는 사람들에 미련 가득한 걸음을 떼고 자리를 뜨는게 그들의 역사였다. 그게 몇 세기를 걸쳐오며 푸린로즈들은 극심한 우울증을 유전적으로 앓게 됐다.

몇 세기동안 단 한 번도 '주인'이라는 걸 가져본 적 없는 그들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에게 사랑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내 사랑에 겁을 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일부러 사랑을 주지 안은 적도 있었다. 그가 무서워하는게 싫었고 겁을 먹은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일부러 보란듯이 새로운 퓨리볼을 샀고, 다른 퓨리를 구하려 입양센터에 동행까지 했었는데 그때 그는 어땠던가. 그때 일은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을만큼 끔찍하다. 하마터면 나는 정말 그를 잃을 뻔했다.


키쉬.
...
이리... 이리와요. 나쁜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제발 키쉬.
허니.



안돼. 나는 필사적으로 그를 끌어내고자 했지만 내가 뻗은 손은 끝끝내 시린 바람만 맞아야 했다. 그는 알아채기 어려울만큼 희미한 미소를 지은채 그대로...

내가 눈을 떴을 때엔 이미. 도심 한복판에서 사이렌 소리가 멎질 않았다. 그는 왜 나를 재웠을까. 알 수 없다.

난 평생 남에게 애원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내 아버지를 대신하여 내 앞까지 무릎 꿇고 기어와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을만큼, 난 손에 피를 묻히고 닦을 생각도 않는 아버지의 밑에서 손에 물 한 방울 닿지 않고 자랐다. 그랬던 내가 아버지의 발목을 붙잡고 울며 빌었다. 제발 그를 살려달라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그가 눈을 뜬 건 자그마치 반 년이나 지난 후였다. 난 그의 병실에 들어서서 가만히 책을 읽다가 묘한 기시감에 눈을 돌렸고, 그때 다시 푸른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
...화 많이 났구나.



그는 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난 그저 꽤 화가 단단히 났다고만 생각했는데 멍청했다. 그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 날 보고싶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면 그의 입이 열렸을까.

목에 이상이 생긴 것도, 실어증에 걸린 것도 아닌 완전한 자의. 그게 진단이었다. 몇 년 전 의사와의 긴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난 텅 빈 집안을 침착하게 훑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 그의 방 앞에 섰다. 날이 시작이었다. 그가 옷장 속에 들어간게.

그 후로는 내가 집을 비우면 매번 그 속에 들어갔다. 그래서 난 매사 그를 챙겨 다녀야 했다. 그가 숨죽여 나 몰래 우는 모습은 더이상 바라지 않는다.

그는 분홍색을 좋아했다. 음식 취향도 비슷했는데 특히 딸기를 좋아해서 나는 항상 사람을 시켜 냉장고에 딸기 조각케이크를 채워 넣었다. 그는 입이 매우 짧은데 딸기 케이크 만은 꼭 하루에 한 조각 정도는 꾸준히 먹었다. 물론 이쪽 야금 저쪽 야금 하면서 하루종일 겨우 먹어치우는 거지만 그것만으로도 난 좋았다.

얼마 전 푸린로즈가 인간에게 첫 각인을 한 사례가 발표된 후 푸린로즈의 입양이 한창 뜨거운 감자였다. 푸린로즈는 야생에서는 마주치기 힘들만큼 개체 수가 적었기에 특정 센터에서 예약을 해야만 몇 달, 몇 년 후에야 입양이 가능했으니 현재 내가 사는 주에서 푸린로즈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은 한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리고 그 각인된 푸린로즈의 주인과는 몇 주 전에 만날 수 있었다. 키쉬와 함께 채비를 하면서 슬쩍 그의 안색을 살피기로는 정말 오랜만에 화색을 띄고 있었다. 그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되었던 걸까.

하지만 그 희망이 무색하게도. 그들을 만나자마자 키쉬는... 울상을 지었다.

그 푸린로즈는 정말 예뻤다. 키쉬보다는 조금 어렸는데 정말 낯빛도 좋고 눈알도 깨끗한게 관리를 잘 받은 티가 났으나 그 주인은... 보기 힘들 정도로 피폐했다. 당연하다. 푸린로즈를 버티려면 매일 수면제를 복용해야 했을테니까.

돌아오는 길에서 키쉬는 내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차창만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난 그의 손을 애써 어루어만졌지만 나중엔 그것조차 허락해주지 않으며 내 손을 피했다.












그에게 화를 내기도 해봤다. 각인한 푸린로즈를 만나고 난 후 몇 주 간이나 날 애써 피하기에 나쁜 버릇이 또 하나 생기는 건 지극히 싫어서 그를 붙잡고 미간을 구겼다. 내가 눈썹을 구기자 그의 눈썹이 아래로 기울어졌다.


말을 해요.
...
그렇게 쳐다만 보면 어쩌라는 거야.
...
할 말 없어요? 나한테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어?



그는 더이상 나를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눈을 마주하는 건 또 아니었다. 나는 그를 붙잡고 화를 낸 걸 후회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곧바로 따라 일어나 내 뒤를 졸졸 따라왔으나 이전처럼 내 눈을 들여다보거나 옷깃을 스치거나 내 스킨쉽에 응해주질 않았다. 다른 방식으로 날 거부하기 시작한 거다.

하지만 슬슬 나도 화가 나서. 난 예전처럼 먼저 그를 쓰다듬어주거나 손 뻗기를 그만뒀다. 마음이 식은 건 아니었지만 더이상 모든 것에 우쭈쭈하며 그를 예뻐해주면 더 나쁜 버릇을 들인다는 거엔 확신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 방법도 실패였다. 그는 이제 내가 옆에만 있어도 숨을 몰아 쉬다가 풀썩 엎드릴 정도로 앓기 시작했고 결국엔 당분간 나와 격리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공황. 우울증. 푸린로즈가 앓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끌어 안은 그였고 나는 잠에 들 시간에나 겨우 동침하여 그를 볼 수 있었다. 눈을 뜨면 나는 또 방을 나가 그에게 멀찍이 떨어진 별채에서 생활한다. 보고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홈카메라를 둘까. 난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몰랐다. 정말 몰랐는데.

그가 매일밤 뜬 눈으로 있다는 걸 몰랐다. 잠시 뒤척이며 나를 살피다가 후에는 아예 내게 몸을 향한채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는 것, 또 그 후에는 입술을 오물거릴 때도 있다는 것까지. 그 장면은 몇 번이나 돌려봤다. 하지만 입모양 만으로 그의 말을 유추하기엔 어려워서 그 날 바로 음성녹음까지 가능한 새로운 카메라를 구입했고 드디어 그 날 밤. 난 그의 목소리를 정말 몇 년 만에 들어볼 수 있었다.


어디 갔었어...?

왜... 왜 밤에만 와...

왜 자꾸 다른 냄새 묻혀서 와...?

이제... 이제 키쉬가 싫은 거지. 내가... 내가 허니한테 대답 안 해서... 그래서...

별채에, 별채... 별채에 또 다른 수인 데리고... 다른 수인이랑 사는 거지. 그런 거지. 키쉬 또 버리고... 또...



매일밤 그렇게 서럽게 운다는 걸 알았을 때엔 머리가 아플만큼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반가웠지만 그만큼 오랜만에 마주한 그의 눈물은...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는데.


이제, 이제 키쉬가 아픈 것도 신경 안 쓰는 거지? 나 아픈 것도 모르지?

케이크도... 케이크도...



이젠... 없어... 그 말을 끝으로 키쉬는 내 단전에 얼굴을 파묻은채 숨죽여 울었다.

그 날 부로 나는 매일 녹화본을 돌려보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의 바람대로 이젠 별채를 비우고 다시 그와 함께 저택에서 지내지만 하루종일 서재에서 생활하며 의사의 당부는 지키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꽤 만족을 했는지 그는 이제 밤새 울지 않았다. 조금씩은 울었지만... 그거라도 좋다. 냉장고에 다시 딸기 케이크가 채워진 첫 날, 그는 욕심껏 홀케이크 한 판을 하루에 다 해치웠는데 다음날 녹화본을 보니 새벽 내내 속을 게워내기에 지금은 조각 케이크 한 세조각 씩만 채워넣고 있다.

그가 언제 입을 열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마음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특히 그 각인한 푸린로즈와 그 주인을 본 날 후로 완전히 달라진 태도 또한 그 이유를 안다. 날 아프게 하기 싫은 거구나.

하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걸 어젯밤에 알았다.

그는 한 마디도 않고 베개에 얼굴을 괸 채 날 가만히 바라보다가 대뜸 엉뚱한 짓을 했다. 집게 손을 들어 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더니 한숨을 크게 쉬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몇 시간을 보냈다.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엔 베개가 움푹 젖어있었고 그의 눈 역시 붉었다.

내가 잠드는 게 싫은 거구나. 홀로 깨어있는게... 싫었구나. 홀로 남아있는게 싫어서.

그래서 그때도 뛰어내린 거야.

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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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종의 치료와 연구를 받은 몇 년 후, 그때의 우리는 꽤 행복해진다. 아주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두번째 기억이기도 하고.

물론 더 오래전, 키쉬가 뛰어내렸던 때의 기억은 내게 최악이었다면 이때의 기억은 키쉬에게 최악의 기억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를 완전히 포기해버린 유일한 때였으니까.





















빵발너붕붕 키쉬너붕붕
2022.05.15 15:44
ㅇㅇ
ㅁㅊ 센세!!!!!!!!
[Code: f47b]
2022.05.15 16:55
ㅇㅇ
모바일
ㅁㅊ 실화야?????
[Code: f752]
2022.05.15 21:16
ㅇㅇ
모바일
와시발시밧시발센세 이거 진짜야???????????센세!!!!!!!!!!!!
[Code: da5b]
2022.05.15 21:17
ㅇㅇ
모바일
와나진짜 너무좋아 심장떨려 정주행간다ㅠㅠㅠㅠㅠ센세 진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a5b]
2022.05.15 21:41
ㅇㅇ
모바일
내센세입갤허미!!
[Code: 7665]
2022.05.15 22:24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
[Code: 5ef9]
2022.05.15 22:47
ㅇㅇ
모바일
미친 실화야 이거 센세....센세!!!!!!!나 울어 나 울어 보고싶었어 보고싶었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으으아앙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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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0:14
ㅇㅇ
모바일
센세 정말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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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01:30
ㅇㅇ
모바일
센세 없는 시간이 제게 얼마나 길었는지 상상도 못하실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어쩜 이런 소중한 글을 가져오실 줄이야... ㅡ지금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해욥...
[Code: c5ca]
2022.05.17 0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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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진짜 엄청 기다렸는데 다시 보고 눈물날뻔했어 센세 고마워 엉엉
[Code: bb13]
2022.05.21 08: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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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ㅠㅠㅠ센세가 돌아왔다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ㅠㅠㅠㅈㄴㅈㄴ존잼이야... 1편부터 정주행해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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