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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2:23
원래 운심부지처가 워낙 깊은 산중이니 한여름에도 서늘하고 한겨울은 영력으로 단련된 몸도 살이 아려올 정도라고는 하지만, 요즘 수사들이 느끼기에 그 서늘함의 정도가 심했다. 그러다 야렵 중 한 수사가 저지른 작은 실수에 함광군의 답지않은 크고 날카로운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수사들은 이 북풍한설의 서늘함의 근원을 파악하고 알아서 거북마냥 목 사리기 바빴다.

일이 있어 며칠 자리를 비웠다가 겨우 날에 맞춰 돌아온 남희신은 수사들의 묘하게 움츠러든 모습과 저를 맞이하는 동생을 보며 눈을 굴리며 빙긋 웃었다. 평소보다 더 서늘한 정실에도 아랑곳않고 차를 우리기 시작한 남희신은 어째 평소보다 살짝 들떠보였다. 찻잎을 다기에 넣은 남희신은 가져온 자개함을 내밀었다. 남희신이 뭘 하든 옥장식마냥 가만히 있던 남망기가 그제야 형장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탄일을 축하한다, 망기."
"...제가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래도 받아두거라, 탄일인데 이리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가긴 아깝지 않느냐."
"...감사히 받겠습니다, 형장."


감사히 받겠다면서 열어보지도 않고 옆에 밀어두는 태도에도 남희신은 기분나쁜 티도 없이 차를 마셨다. 차의 향기와 함께 정실에 피워진 향에서 겨울의 건조함을 달래줄 포근한 향내가 올라왔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이라. 남희신이 향로를 힐끗 보다가 입을 열었다.


"최근 운몽을 흐르는 작은 강들에서 수귀 출몰이 잦다는구나."
"...수귀요?"
"그래, 나도 그 일 때문에 다녀온 것이란다. 어린 수사들이 여럿 다쳤다는구나."
"...처음 듣는 일입니다만."
"나도 채의진 인근까지 수귀가 흘러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길게 뻗은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걸 보며 남희신이 살풋 웃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남망기는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 저렇게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전히 귀엽게만 보이는 어린 시절의 동생인데. 눈 앞의 동생과 아까 준 선물을 생각하며 남희신은 함을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남망기 손에 쥐어주었다. 손에 쥐어진 봉투에 남망기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형장...?"
"이걸 들고 가거라. 도움이 될 것이다. 후일 네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
"다시 한 번, 탄일을 축하한다, 망기."



연이은 야렵으로 어수선한 선부를 겨우 정리한 강징의 손길이 분주했다. 시간이 없어 며칠만에 들어온 제 처소에서 쉬어보지도 않고 야렵 결과와 피해상황을 담은 보고서만 대충대충 훝고는 온 몸에 뒤집어쓴 요수의 피며 체액의 역한 향을 빨리 벗겨내보려 돈 아깝다고 잘 쓰지않는 향유를 들이붓다시피 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그와중에 어린 수사들을 감싸느라 살짝 스친 옆구리 쪽 상처가 이제 쓰라렸다. 급하게 씻느라 씻을땐 미처 확인을 못한 자잘한 상처들도 마찬가지였다.


"허, 나도 늙었구나. 그깟 수귀에..."


여전히 부족하구나. 자조섞인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아무리 고강한 수사라도 절대다수의 요수와 맞서 홀로 싸우면 멀쩡할리가 없는데, 핏줄 하나 의지할 곳 없이 홀로 가문을 일으킨 독한 삼독성수의 사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강징은 이를 악물고 영견으로 상처를 거칠게 짓눌렀다. 강징은 늘 상처를 조심스레 다루는 법이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처치하고 최대한 통증을 줄여 움직임에 지장이 없게 하는게 최우선이라 대충 거칠게 치료한 수많은 상처들은 그대로 짙은 흉터로 남아 아문 듯 아물지 않는 계편흉과 함께 강징의 16년 동안 겹겹이 쌓여 그의 보이지는 않으나 벗겨지지도 않는 옷이 되었다. 상처에서 대충 피가 멎어가자 이어 붕대라도 감아두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서랍을 여는도중 갑자기 찬 바람이 훅 끼쳐들어와 붕대가 날아가 버렸다.


"무,"
"강만음?!"


여기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 뒤도니 백옥같은 얼굴은 어디가고 찬겨울 바람에 시달린 발간 얼굴의 남망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저 이가 왜 여기 있지? 강징은 그제 헤어진 남희신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놀라 엉거주춤 선 채 남망기를 보았다. 상처도 가릴 새가 없었다. 이미 희고 큰 손이 그 상처를 대신 덮었기에. 찬 손이 열오른 상처에 닿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왜 여길..."
"지금 그게 궁금한건가? 이게 무슨...!"


누가봐도 화난 노성에도 강징은 평소처럼 맞받아 치지도 못하고 급히 상비약을 뿌리는 남망기만 멍하니 쳐다봤다. 위무선이 본 바 있는 계편흉을 빼면 강징의 몸에 있는 수많은 상처는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기에 정인이라는 남망기 역시 본 적이 없었다. 약을 뿌리고 붕대를 감는 손길에 화가 실려서인지 거칠었다. 강징의 몸이 그 손길을 못 이기고 끌려갈만큼.


"아...!"
"어찌 수귀에 대한 것도 말하지 않았어! 이 상처는 뭐고! 형장이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몰랐을거다! 그것도 모르고 난 강만음 네가 내 탄일까지도 연통도 없서서 서운...!"


따져묻던 남망기가 평소처럼 화도 내지않는 강징에 잠시 말을 끊고 놀라 강징을 살폈다. 위영이 말한대로 살구를 닮은 눈이 저를 쳐다보고만 있으니 덜컥 겁이 났다. 너무 거칠게 다뤘나? 다친 곳이 또 있나?


"...만음?"
"...내가 연락이 없어서 서운했어?"


그제야 남망기는 저가 답지않게 너무 말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본심이 튀어나온다더니. 저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창피해 급히 몸을 일으키려는데 강징이 급히 붙들어 주저앉히려 당겼고, 그 실랑이에 흐트러진 남망기 품 속에서 종이봉투가 강징의 손에 툭 떨어졌다.


"...이게 뭐야."
"...형장께서 주신 탄일선물이다. 나도 아직 안 열어봤어."


그래? 종이면 땅문서라도 주신건가? 방금 전의 말로 남망기가 창피해하는 걸 알고 장난기가 돈 강징은 빠르게 봉투를 뜯어버렸다. 가연도 야렵회도 청담회도 다 재미없기 짝이없는 고소 남씨의 탄일선물은 과연 뭘지 궁금했다. 장난스러운 얼굴로 내용물을 훝는 강징을 보고 헛기침을 하던 남망기는 제 실언이 저 선물로 잠깐 잊힌 듯 해 안도하고 있었다.


"...허."
"왜?"


그런데 내용을 확인한 강징이 갑자기 헛웃음을 치자, 남망기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뭐지, 형장이 정말 땅문서라도 넣어두셨나. 기껏해봐야 금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차용증이나 될 줄 알았는데. 강징을 보고있으니 왠지 강징은 종이와 남망기를 계속 번갈아보기만 했다.


"...이게, 탄일선물?"
"땅이 많이 큰가?"
"...그래, 어..."


땅이 좋은 건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크긴 크네. 강징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종이를 남망기에게 건냈다. 종이를 받아든 남망기는 고소 소유의 땅들을 떠올리며 종이를 눈에 담았다.


"...사주단자와, 청혼서?"
"...봐, 진짜 크고 귀한 땅이네."


천천히 종이를 내려놓은 남망기가 강징과 눈이 마주쳤다. 얼빠진 눈을 바라보는 살구눈이 이내 곱게 휘며 접혔다. 이거였나, 남종주가 말한 게.


"만음, 난..."
"어때? 운몽땅이 조금 덥고 습하긴 해도 호수도 크고 산지도 많아."


무엇보다 내가, 위무선이 사랑하는 땅이고. 네 입장에서 좋은건진 모르겠지만, 크기는 진짜 크지? 강징의 장난스러운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다가온 큰 품에 파묻혔기 때문에. 상처가 아플 새도 없었다. 어느새 찬 기운은 다 날아간 품은 한여름마냥 뜨거웠고, 쿵쿵거리는 심장소리에 강징의 심장도 덩달아 빠르게 뛰었다.


"남망기..."
"내겐 그 어느 땅보다 귀하고, 갚진 땅이다. 아니, 과분하지."


너의 몸 위에 얹혀진 그 수많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난 이 땅을. 남망기는 강징의 머리에 입술을 묻고 천천히 강징의 등을 쓸어내렸다. 등 위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손길이 간지러웠지만 항부로 밀어낼 수 없는 많은 말들이 담겨져 상처를 덮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남망기가 강징의 고개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물기가 서린 살구눈을 살살 보듬었다. 다시는 울리지 않겠다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리라. 이 젖은 살구눈을 보는게.


"...남망기, 그럼..."
"써줄건가, 허혼서."
"..."
"써 줘, 허혼서."


꿈뻑이는 살구눈이 이내 부끄럽다는 듯 다시 품으로 꼼지락 파고들었다. 허나, 그것으로 되었다. 자신은 생에 최고의 탄일선물을 받았으니까.

창 밖에 굵은 눈송이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눈이 드문 운몽에 십수년만에 아주 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차갑지만 포근하고 아름다운 함박눈이.











+ 남희신과 강징의 대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강종주."
"아닙니다, 애초에 운몽이 잘 처리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들인데."
"그런 소리 마십시오, 이 많은 수귀가 이정도만 흘러든게 강종주가 미리 손을 써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 아, 그나저나."
"예?"
"곧 망기의 탄일 아닙니까. 선물은 준비하셨는지요?"
"아뇨, 아직..."
"하긴, 강종주가 요새 바빴던지라 얼굴만 봐도 기뻐할테니 따로 선물을 준비할 필요는 없을지도..."
"남종주...!"
"하지만 그냥 넘어가긴 아깝지요. 그래서, 제가 준비한 선물에 강종주도 동참 해주셨으면 합니다."
"예?"
"곧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제가 망기의 탄일까진 다 준비를 해놓을테니."
"허나..."
"그럼, 나중에 뵙지요."



망기강징 망징 싸섹비
남망기 생일 축하한다ㅋㅋㅋㅋㅋ
2022.01.23 2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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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형장 밖에 없다 형장 최고시다ㅠㅠㅠㅠㅠ 망기 생일에 강징이 연락 없다고 삐친 거 넘 커엽ㅠㅠㅠㅠ 그래서 둘이 혼인하고 신혼생활하는 건 어나더로 보여주시나요 쎈세?
[Code: e8b2]
2022.01.23 22: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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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역시 형장은 다르구만
[Code: 3a63]
2022.01.23 23: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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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형장이 초ㅣ고다
[Code: 4faf]
2022.01.23 23: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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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달달하고 좋다ㅠㅠㅠㅠㅠ역시 동생 챙기는건 형장이 최고지 망기야 혼인하고 형장한테도 잘해라
[Code: 05cd]
2022.01.23 23: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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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기 생일 축하해!!!! 강징 사랑스럽고 망기 든든하고 귀엽네ㅋㅋㅋㅋㅋ
[Code: 6e44]
2022.01.23 2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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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기야 생축♡
[Code: f1ce]
2022.01.24 0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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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Code: 0298]
2022.01.24 0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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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기 탄일에 강징 연락 없어서 찬바람 쌩쌩이었던거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형장이 최고다 그치 망기야ㅋㅋㅋㅋㅋㅋ
[Code: 3605]
2022.01.24 17: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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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a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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