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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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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벤 현실적인 파이브와 짝사랑하는 벤 6

벤은 파이브와 미팅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변했을까. 내가 알던 다정한 네가 맞을까? 벤은 걱정이 됐다. 다 식어버린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파이브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렇다고 아직 그 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벤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건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는데...

-

-안녕하세요, 감독님. 시나리오 정말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아요. <너른 못>도 정말 좋았는데.
-안녕하세요. 파이브,씨. 고마워요. 저도 얼마전에 하신 <삼총사> 잘 봤어요.

벤의 장편독립 데뷔작인 <너른 못>을 언급하며 인사하는 파이브는 철저하게 공적이었다. 마주잡은 손의 감촉이 낯설었다. 정갈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어색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짙은 녹빛의 눈동자는 그대로였지만 스물여덟의 파이브는 어딘지 조금 대하기가 어려운 모습이었다. 벤은 살짝 실망했지만 스스로도 그 실망감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파이브의 태도는 꽤 타당했다. 오기 전부터 공적으로 대하리라 마음먹은 것이 무색하게도, 먼저 선을 긋고 나오는 파이브가 못마땅한 것 같았지만, 그게 당연했다. 8년의 공백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솔직히 자상했던 파이브가 조금쯤 그리운 것 같았다. 야속한 파이브.

-미팅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아뇨, 바쁘긴요. 아직 신인인데요.

파이브가 살짝 웃었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걸까. 벤은 웃어오는 파이브에 마주 웃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파이브도 연기를 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배우라서 그런지 감쪽같이 은은하고 온화한 아무렇지 않은 듯 처음본 사람 같은 미소였다. 벤은 묻고 싶었다. 왜 모른척해? 선을 긋더라도 과거에 대해 한 두 마디라도 나눌 수 있는 거 아니야? 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대해? 그래도 우리 모른척할 만한 사이는 아니었잖아.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너른 못> 보셨다구요..
-당연하죠. 엄청 좋아해요.

이야기는 벤의 영화이야기로 흘렀다. <너른 못>은 벤이 단편만 쭉 찍다가 처음 독립영화로 극장에서 개봉한 장편 영화였다. 철저한 완벽주의자 변호사형과 살인마인 동생의 우애를 그린 영화로 형은 동생을 원망하면서도 그 애를 변호한다. 잘못된 것을 알지만 납득하려 애쓰는 형의 이야기는 결국 동생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자살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어느..장면이 좋았는데요?
-마지막에 톰이 머리에 권총을 겨누지만 쏘지 못하는 장면이요.

톰은 <너른 못>의 변호사 형이었다. 파이브는 좋아하는 장면을 말했지만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벤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

고백이 있고 난 다음날 벤은 내내 고열에 시달렸고 그날 있었던 대학면접을 불참했다. 파이브가 붙은 그 학교였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K대학의 합격발표날이었고 벤은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벤은 졸업식 날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은 파이브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파이브는 대답할 수 없었다.

파이브도 벤도 그 밤이 둘의 학창시절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될 줄 몰랐다. 파이브의 기억 속에 눈물이 맺힌 벤이 뚜렷하게 남았다. 파이브는 후회인지 모를 감정을 곱씹었지만, 8년 내내 바뀌지않은 벤의 번호를 누르는 일은 없었다. 벤은 어렴풋하게 파이브를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게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

수번의 회의 끝에 이번 벤의 영화 주인공으로 파이브가 확정됐다. 영화의 제목은 <꿈결같이>로 한 남자가 반복된 시간을 살아가며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였다. 마지막까지 후보에서 경쟁하던 다른 남자배우가 있었지만 벤의 고집으로 파이브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 이야기는 파이브의 귀에도 들어갔지만, 벤의 입에서 그 말이 증명되는 일은 없을 예정이었다. 흔한 영화판의 카더라로 남을 소문, 딱 그정도였다. 어제까지는.

-이번 영화에 주연이 파이브씨라면서요? 둘이 동창이라고 하던데!

벤이 잠깐 출연한 어느 작은 예능 프로에서 파이브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독립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이야기를 많이 풀어주는 예능이라 그쪽에서는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프로였고, 그러니만큼 진행자도 어느 정도 소소하게 뜨고 있는 배우에 대해서, 감독에 대해서 정보가 있는 상태였다.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진행자는 파이브와 벤이 학창시절 꽤나 절친했다는 사실까지 알아내어 질문하고 있었다.

-어, 뭐 그렇죠...

벤은 그냥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그럼 파이브씨를 캐스팅할 때 조금의 인맥빨도 없었나요?
-하하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이미지가 너무 찰떡이라.
-파이브씨와 친했다고 들었는데요~!
-친..했죠, 대학가서 못 보긴 했지만

벤이 파이브가 친절하고 자상한 친구였다는 이야기까지 한 후에야 녹화가 끝났다. 벤은 아직 촬영이 들어가기도 전인 영화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했다. 영화라는게 언제 엎어질지 모르는 일인데. 벤은 진행자의 말솜씨에 혼을 쏙 빼앗긴 기분이었다. 파이브가 자상했다는 이야기는 하지말걸, 하고 후회했지만. 그 방송분에서 그 이야기는 캡쳐가 되어 파이브의 영업짤로 쓰이곤 했다. 파이브가 그 방송을 보게 되는 것은 아주 손쉽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파이브와 벤은 같이 술을 마실 일이 생겼다. 파이브가 조연출과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다.

-

-감독님! 여기요!

서른살의 조연출 진은 밝고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파이브와도 쉽게 친해졌다. 다가가기 어려워 보인다고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벤의 시선에서 본 파이브였고 사실 파이브는 꽤 열려있는 사람이라는게 더 맞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객관적으로 볼때는 벤이 더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벤이 술자리에 도착했을때는 다들 어느정도 술을 마신 상태였다. 파이브 조차 살짝 볼이 달아올라 있었다. 정갈한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뭐야, 왜 나빼놓고 친목다져.
-에이, 감독님이 먼저 빼셨잖아요~ 저는 물어 봤습니다?
-삼세번몰라? 삼세번? 너무하다 진. 정 없어-

벤이 진에게 장난을 치며 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에 파이브가 있었지만 맞은편에 앉아 눈동자를 마주하느니 이게 낫다고 생각했다. 파이브가 술기운을 밖으로 빼듯 후하고 숨을 내쉬었다. 벤이 힐끔 쳐다봤지만 눈치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감독님! 파이브씨랑 인사하세요! 아 하셨구나. 아니 친구시라고 왜 말씀안하셨어요!
-됐어. 너 취했다. 야, 집에 가 가.

벤이 손을 내저었다. 아 싫어요! 진이 그렇게 말하더니 술집 테이블에 털썩 업드렸다. 잘 모양이었다. 벤은 파이브와 남은 제 처지를 생각하니 다시 진의 목을 짤짤 흔들어 깨우고 싶은 심정이되었다. 뭐라고 하지.

-벤, 오랜만이야.

파이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낮았다. 술자리의 분위기라는데 원래 한순간에 가라앉기 쉬운 것이었다. 조연출이 조용하니 테이블에 남은 둘은 그저 조용했다.

-응. 안녕.

조용한 테이블에 웃음소리가 났다. 파이브가 웃은것이었다.

-벤, 벤, 보고싶었어. 정말. 정말로.
-나도.
-벤 진짜, 미안해. 정말이야. 미안해.

파이브와 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벤이 성큼 다가갔지만 파이브는 고개를 돌렸다. 벤의 얼굴이 수치스러움으로 달아올랐다.

-미안.
미안, 가봐야겠다. 여자친구가 기다려서.

진짜 시발. 벤이 생각했다. 파이브는 옆에 놓인 자켓을 챙겨 서둘러 일어났다. 홀로 남겨진 벤은, 그러니까 자리에 분명히 남아 있지만 존재감은 없는 조연출을 빼면 어쨌든 혼자남은 벤은. 오랜만에 끔찍하게 수치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왜 눈을 마주쳤을까. 그 녹빛 눈에는 분명히 애정과 비슷한 게 있었다.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했다. 벤의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벤은 파이브와 같이 작품을 하기로 한 것을 그때 가장 후회했다.

-

다음날 진에게 듣기로 파이브의 여자친구는 파이브와 사귄지 7년째라고 했다. 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생각보다 더욱 쪽팔렸다. 아직도 첫사랑을 못잊다니. 나 너무 순애보다. 벤이 자조했다.







벤 짠내길 그만 걸어...
파이브가 바람피는 그날까지...
2020.10.27 07:44
ㅇㅇ
모바일
파이브 존나.맘고생하는거 보고싶다 (˃̣̣̣̣︿˂̣̣̣̣ )
[Code: abc1]
2020.10.27 09:04
ㅇㅇ
모바일
벤 짠내ㅠㅠㅠㅠㅠ 파이브 너어어...ㅜㅠㅠ 센세 어나더ㅠㅠㅠ
[Code: f400]
2020.10.27 09: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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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줄 읽고 심장 박살나는 줄 알았어요... 진짜 찌통.... 벤 마음 접었다곤 하지만 계속하는구나ㅠㅠ 이 죽일놈의 짝사랑ㅠㅠ 파이브 넌 왜 갑자기 나타나 애를 뒤흔들고 그러냐ㅠㅠ 엉엉응어러어우ㅜㅜㅜㅜ 센세 벤 행복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제바류ㅠㅠㅠㅠㅠ
[Code: 9116]
2020.10.27 10: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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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이놈아.. 짠내 오지는구만.. 센세 억나더 부탁해요
[Code: 6294]
2020.10.27 1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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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어... 파이브 너어........ ㅠㅠ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ㅜㅜㅜㅠㅠ센세 너무너무 재밌어욥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006]
2020.10.27 12: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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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직도 만나고 있었던 거야...?
[Code: c684]
2020.10.27 13: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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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다음편 주세요 센세
[Code: 3b3f]
2020.10.27 14: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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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파이브..따라와봐...진짜...너.....ㅅㅂ...
[Code: 3291]
2020.10.27 14: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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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내가 다 상처받네..
[Code: 3291]
2020.10.28 07: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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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ㅠㅠㅜㅜㅠㅜㅜㅜㅜㅜㅠ 아 진짜 마상이다ㅠㅠㅜㅜㅠㅜㅡㅠㅠ 벤이 행복해질 때까지 어나더!!!억나더!!!!
[Code: f8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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