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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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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진짜로 안올줄은 몰랐다구"

맥주를 탁 소리나게 책상위로 내려놓는 쯔요시를 보며 오카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 
이미 얼굴이 벌게진채로 삶은 문어같은 모습이었지만 술잔은 아직 반도 줄어들지않았지

"니가 오지말라고 했다며. 그 사람은 말 잘들은 죄 밖에 없는데 왜그래?"

"오지말란다고 안오냐? 그게 사랑이냐? 그게 사랑이야?"

분하다는 듯 떼를 쓰는 모습에 오카다는 그냥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마른 안주를 뜯을 뿐이었어. 
하여튼 제멋대로라니까. 이미 이런 쯔요시의 모습에는 익숙했지

"명함도 받았다며. 정 그러면 먼저 연락해"

"야 어떻게 그래! 그렇게 단호하게 연락하지 말라고했는데!"

오카다가 손에 든 마른안주를 뺏어먹은 쯔요시는 금새 퉁퉁하게 볼을 부풀린채로 테이블 위로 엎드렸어. 
분명히 단호하게 거절했을땐 괜찮았는데, 일주일정도 가게 근처에는 코빼기도 비치지않는 걸 보니까 마음이 불편해지는거야. 
엄청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던게 꿈이었던것처럼 사라지다니. 나흘정도는 그럴거면 그렇게 패기넘치는 척은 왜한거람, 역시 별볼일 없었던거야 하면서 의기양양하기까지했었어 
그 이후부터는 괜히 코이치에게 못할짓을 한것같고 또 그사람이 정말 진심이었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기까지했어. 매번 오던 시간에 텅 비어있는 매장은 오히려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게 했지. 그냥 딱 한번만 얼굴 보여주면 괜찮을텐데 싶기도했지. 
그렇게 이번주 일요일이 되자 오히려 화가나기까지하는거야. 분명 날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인데 왜 내가 이렇게 그사람 생각에 하루종일 전전긍긍하는건지. 그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는데 괜히 내가 휘둘리고있는것같아서 스스로가 바보같기까지했지.

이것봐! 결국 별거 아니었다니까? 내가 만만했던거냐고오! 엎드린채로 웅얼거리는 쯔요시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어준 오카다는 매번 있는 일인듯 남은 맥주를 들이키곤 맥주를 한잔 더 시켰어.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오늘 밤이새도록 찡찡거릴게 분명했거든. 수십번쯤 반복되는 이야기를 들어넘기려면 술을 왕창 먹어놓는게 편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였겠지.

쯔요시는 항상 애정을 갈구하는 편이었기때문에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항상 많이 꼬였어. 예쁘장한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행동들. 주변에 날파리가 꼬이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지. 이상한 사람인걸 알면서도 자기를 좋아해주면 금새 사랑에 빠지기때문에 상종못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상처도 많이 받았었어. 그래서 이렇게 술자리로 불러낼때마다 항상 군소리 없이 어울려줬지. 

금방 사람한테 마음주는거 어떻게 좀 해보라고했더니 의기양양하게 안그래도 한사람 차고 오는 길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오카다는 드디어 쯔요시가 놈팽이를 거절하는 법을 터득했구나! 하고 기뻐했어. 하지만 이후 건네받은 명함에 땅이꺼져라 한숨을 내쉬었지. 그 도모토 그룹의 이사였어. 진짜 창의적인 방법으로 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히 쯔요시의 기분을 해치고싶진않았지.

사실.. 사실 마음에 들었단말이야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오카다가 하! 하고 웃었어

"그럼 왜 찼는데. 너 원래 거절도 못하던 애였잖아"

"분하잖아! 그 사람은 세상을 다 가졌구.. 인생에 시련이라는게 있었겠냐구.. 그렇게 꼬시면 여자들이 다 홀라당 넘어왔겠지!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걸 보여주고싶었다고"

그래서 너같은 사람이 뭔데 이 모태 금사빠야.. 오카다는 뒷말을 맥주 한모금과 함께 삼켰어. 

"진~~짜 잘생겼구, 진~~짜 돈도 많구.. 그리고 성격도 좋아보였단말이야. 그리고 눈빛이 진짜 따뜻했어"

"참내, 그냥 내가 전화 걸어줘?"

"하지마하지마!!"

오카다가 뻇어든 폰을 후다닥 뺏어든 쯔요시는 제 가방안에 휴대폰을 소중하게 쑤셔넣곤 귿로 오카다의 팔 위로 폭 이마를 기댔어. 
술기운이 도는건지 외로움에 사무친건지. 오카다는 그런 쯔요시가 안쓰럽기만했지.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지~"

"아니야 이제 그냥.. 아무도 안만날거야"

훌찌럭거리는 쯔요시에게 휴지 몇장을 뽑아준 오카다는 갑자기 강한 악력으로 쥐어잡힌 어깨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손을 털어냈어. 그바람에 기대있던 쯔요시가 휘청 의자에서 떨어질뻔했지. 그런 쯔요시를 받아든 남자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오카다를 노려보고있었어.

각잡힌 정장과 단정한 넥타이, 칼로 쑤셔도 빈틈하나 찾을 수 없을것같은 어딘가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 같이 들어온 우글우글한 양복군단들. 그리고 진~~짜 잘생겼구 진~~짜 돈도 많아 보이는 이사람이
도모토 코이치겠구나.

"쯔요시씨와 무슨 관계시죠"

엎어질뻔한 쯔요시를 일으켜 앉힌 코이치가 한껏 경계하는 눈빛으로 쯔요시를 품에 꼭 안은채로 오카다에게 물었어. 이런일이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어서 오카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

"그쪽은 무슨관계신데요"

되묻는 말에 코이치는 크게 당황한 듯 보였지. 쯔요시는 저를 받치고있는 코이치의 다리에 기댄채로 헤롱거리고있었어.

"..."

"쯔요시, 이리와"

오카다가 부르자 느리게 고개를 든 쯔요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카다쪽으로 엉덩이를 붙여앉았지.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오카다에 코이치는 이를 빠득 갈았어. 

"쯔요시씨, 저예요 코이치"

느릿하게 제 쪽을 바라보는 쯔요시에 코이치는 어쨌든 걱정스러웠겠지. 술도 많이 취한것같고, 옆에있는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고. 

"앗, 코이치씨다아.."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먹였습니까? 몸도 못가누게"

와- 진짜- 억울하다는 듯 아직 찰랑거리는 쯔요시의 술잔을 흔들어보인 오카다는 이게 첫 잔이라며 덧붙였어. 답답한 마음에 코이치는 완벽하게 세팅되어있던 제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며 한숨을 내쉬었지. 그 와중에 웅성거리며 가게안으로 들이닥친 양복군단 가운데서 한 거대한 남자가 코이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어.

"뭐야, 무슨일인데"

"..아니야, 개인적인 일"

"그럼 일단 나중에 하면 안돼? 저쪽 안쪽 방에 자리 났는데"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린 코이치가 알겠다며 나가세를 돌려보내려했어. 하지만 나가세는 팔짱을 끼고 코이치의 옆을 떠나지않았지. 

"쯔요시씨, 정신 좀 들어요? 집에가면 연락 줄 수 있겠어요?"

어느새 테이블 위에 엎어진 쯔요시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너무나 다정해서 아까 저를 잡아먹을듯 노려보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았지. 오카다는 가만히 코이치가 하는 양을 바라보았어. 평소같았으면 꺼지라고 으름장이라도 놨겠지만 정말로 좋은사람같아보였거든

"내가.. 내가 왜 코이치씨한테 연락을 해욧..!"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동그랗게 뜬 쯔요시가 코이치를 올려다보자 코이치는 당황한 듯 몸을 물렸어. 

"걱정이 돼서요. 오늘 회식이 있어서 가봐야하는데 걱정되니까.."

"난.. 난 전화 안할거야..!"

후- 입으로 앞머리를 불어넘긴 코이치가 수트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쯔요시에게 내밀었지. 그러자 쯔요시가 흥 소리를 내며 휴대폰을 밀어냈어.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요. 나같은건 장난이잖아 다 잊었잖아요"

"..왜 말을 그렇게 해요, 나 상처받아."

힘을 줘 찌푸린 미간을 엄지로 꾹꾹 눌러 펴준 코이치가 꽉 쥔 쯔요시의 손을 펴 제 휴대폰을 쥐어주었어.

"전화번호 가르쳐줘요, 나중에 지울테니까. 응? 걱정돼서 그래"

"안가르쳐줄끄어야 코이치씨도 나때문에 맘고생 좀 해바요 내가 집 들어갔는지 길바닥에서 자고있는지도 모를걸"

여기서 더 맘고생을 하라고? 자조적으로 웃는 코이치를 보며 오카다가 쯔요시손의 휴대폰을 뺏어들었어. 빠르게 전화번호를 찍어주고는 전화를 코이치에게로 돌려주었지. 

"어지간히 제가 못미더우신가본데 이제 가보시죠. 얘 이러는거 한두해 겪는것도 아니라서 전문가거든요?"

입을 꾹 문채 전화기를 내려다보던 코이치는 고개를 들고 오카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어.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직접 확인하지않으면 안되는 성격이라. 제가 못빠지는 자리라 대신 부탁 드리겠습니다" 

급하게 저를 이끄는 손길에 코이치는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테이블을 떠났고 오카다는 피식 웃었지. 남자친구도 아직 아니면서 대신은 무슨 대신. 아무것도 모르는채 테이블에 팔을 괴고 잠이 든 쯔요시의 뒷통수를 보며 혀를 쯧쯧찼어.

"잘못걸린것같은데 너"



킨키kt
2020.07.31 21:13
ㅇㅇ
모바일
센세 나한테 잘못걸린것 같은데
[Code: 7652]
2020.08.03 12:24
ㅇㅇ
모바일
이런 대작을 이제야 보다니 존잼ㅠ
[Code: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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