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306173143
view 1615
2020.07.08 23:38
https://hygall.com/304759178


재생다운로드AE55847F-C83F-43CE-99B0-8D5FD41D329D.gif

케빈이 인기척에 눈을 떴을 땐 저녁 무렵이었지.

'왔어?'

입을 벙긋거렸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 하지만 그는 들은 듯이 웃으며 킬그의 머리칼을 쓸어넘겨주었어.

"잘 자길래 깨우기 싫었는데."

케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가브리엘은 침대 머리를 올려 기대기 좋게 도와주었지.

'수술 많이 힘들었어?'

낮과는 달리 잔뜩 헝크러진 머리칼과 수술복 차림에 킬그가 토도독 문자를 쳐 물었어.

"일이니까. 그래도 잘 끝났어."

'다행이다.'

"집도할 수술이 하나 더 있어서 서두르다 보니 갈아 입을 시간이 없었어."

가브리엘은 닥터 가브를 가리키며 말했고 케빈은 작게 웃었지. 그는 침대 발치에서 판을 끌어 올리고 닥터 가브를 그 위에 올렸어. 그리고 수술복 주머니에서 작은 비닐과 가위를 꺼냈지. 수술 방에서 하나 가져왔다며 그는 비닐을 찢고 실을 꺼냈어. 끝에 바늘이 달린 수술용 실이었지. 가브리엘은 찢어진 부분을 보고는 슥슥 바늘을 꿰어 넣었어. 한땀 한땀 정성스레 꿰매지면서 튿어진 부분을 삐죽 비집고 나왔던 솜도 안으로 잘 들어갔지. 귀를 다 꿰매고 가브리엘은 다른 곳은 괜찮나 살펴보았어.

"이제 괜찮아."

케빈은 닥터 가브를 받아들고는 터져 있었던 귀를 살폈지. 감쪽같아진 귀에 입꼬리가 올라갔어.

'고마워.'

그는 이번엔 곰인형 대신 케빈의 머리를 쓰다듬었지.

케빈은 그의 다정한 손길을 받으며 여태 궁금했던 걸 물었어.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처음에도 물었던 그 말이었지만, 어쩐지 지금이면 그가 '진짜' 이유를 말해줄 것 같았어.

"... 당신이 먼저 내게 잘해주었으니까요."

여전히 뜻 모를 말만 하는 그에게 케빈이 더 물으려는 찰나. 가브리엘이 케빈의 휴대폰을 가져갔어.

"오늘 당직이라고 했던 거 기억해요? 잠이 안 오거나 심심하면 문자해요. 제때제때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보면 꼭 답장 할게요."

그는 제 번호를 입력하고 케빈에게 돌려주었지. 케빈은 휴대폰을 돌려 받으며 더 묻는 걸 포기했어. 어쩐지 그가 대답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그 사이 둘 가운데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고 공기가 무가워지려는 차에 케빈이 그의 팔을 잡았지. 그리고 휴대폰을 꾹꾹 눌러 다시 그에게 보여주었어.

'가브리엘 : )'

귀여운 이모지가 이름 끝에 붙어 있었지. 가브리엘은 웃음이 터졌지. 소리 내 웃는 그를 보며 케빈도 따라 웃었어.





재생다운로드71aab5226956cef512a55823769ca8ec.gif

눈을 떴을 땐 병원 천장이 보였지. 익숙한 곳이었지만 이렇게 천장을 보기는 처음이었어. 귀가 울리고 머리가 지끈 거리며 속이 메슥거렸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주위에서 팔이 나타나 그를 눌렀지. 그리고는 버둥거리는 그를 침대에 묶고는 팔에 주사를 찔러 넣었어. 안정제의 약 기운이 돌자 몸에서 힘이 풀렸지. 얼마나 세게 놓은 건지 곧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겁게 되었어. 눈동자만 겨우 굴려 옆을 보았을 때 가브리엘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방금 전까지 제 옆에 앉아 있던 그녀가 피투성이가 된 팔을 침대 밖으로 떨어뜨리고 있었으니까.

안돼.... 안... 돼....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그녀를 부르 짖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무겁게 내리는 눈꺼풀 밖으로 눈물이 흘러 넘쳤지.

상대편 트럭 기사의 음주운전이었지. 2톤 트럭이 사거리를 지나던 그의 차 조수석을 들어 박았고, 차는 빙글빙글 돌아 전봇대에 정면을 박고 멈춰섰지. 둘 다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그녀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가브리엘은 천만다행으로 살았지.

하지만 가브리엘은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았지. 모든 게 다 자기 잘못 같았고 매일 속이 불 타 잠들 수가 없었어. 가해자도 사고 현장에서 즉사했기에 탓할 곳 마져 잃어 그 불길은 사그라지지도 못하고 그를 태우고 또 태웠지.

6798ffde748e6e0f239b06257536705f-1.jpg

그렇지만 산 사람은 산 사람이었지. 가브리엘은 죽지 못해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살아갔지. 그러다 아주 모처럼 날이 맞아 떨어졌어. 응급 수술을 마치고 생긴 오프가 월급 날이자 그날이었지. 그 기막힌 우연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어. 가브리엘은 예약도 안 해 어려우리라는 걸 알면서도 옷을 바꿔입고 머리를 만져 레스토랑으로 향했지. 그날 그녀와 가려했던 그곳으로. 그리고 아주 우연히도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 그것도 그때 예약했던 곳과 같은 자리로. 가브리엘은 맞은 편에 앉은 남자를 봤어. 혼자 식사를 하는 그를 슬쩍 훔쳐보다 그가 일어날 것만 같아 서둘러 주문을 했지. 와인이 나오고 그는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 식사를 이어가야했지.

"여긴 스테이크가 맛있어요."

그녀에게 해주듯 그의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썰었어. 대화가 많이 오간 식사는 아니었지만, 식사를 다 마치고 나자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는 기분이었지. 목을 옥죄이던 것이 풀려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만 같았어.

그녀가 살아 있었다면 오늘이 6번째 결혼 기념일이었겠지...

그는 오랜만에 행복했던 그녀의 얼굴을 선명히 그리며 잠들 수 있었어.

그로부터 얼마 후 응급실에서 그와 재회한 순간 가브리엘은 옛 기억이 오버랩되었어. 하지만 그의 손은 따뜻했고 살아 있었지.

"괜찮아요."

가브리엘은 그를 조근조근 달래 검사실로 보내며 속으로 저도 모르게 다짐을 했어. 그녀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이번엔 그때와 다를 거라고......

케빈은 가브리엘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어.




테넌 4형제 크롤리테닥하경위킬그 테닥킬그가브리엘
2020.07.08 23:45
ㅇㅇ
모바일
미친센세랑동접
[Code: 7d21]
2020.07.08 23:46
ㅇㅇ
모바일
아 가브리엘 ㅜㅜㅜㅜ케빈한테 너무 다정해 ㅜㅜㅜㅜㅜㅜ케빈이 맘이 점점 풀리는거같아서 다행인데 가브리엘 그 한번으로 케빈한테빠진거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가브리엘도 너무 짠하다 진짜 ㅠㅠㅠ어흐흑 ㅠㅠ
[Code: 7d21]
2020.07.08 23:53
ㅇㅇ
모바일
아.... 가브리엘 아 아....아 아 너무 좋다 센세 ㅠㅠ
[Code: c1d0]
2020.07.09 00:15
ㅇㅇ
모바일
닥터가브리엘 설레는데 케빈이 부인에대한 기억 알게되면 또 괜히 땅파는거 아닐까 걱정이다ㅜㅜㅜ
[Code: f909]
2020.07.09 00:18
ㅇㅇ
모바일
가브리엘다정해서너무좋은데 설마 킬그를죽은아내대신하는건아니겠지ㅜㅜㅜㅜㅜㅜ그럼길구가너무안쓰럽쟈나ㅜㅜㅜ
[Code: b8f0]
2020.07.09 01:18
ㅇㅇ
모바일
계기가 아내였지만 케빈과 가브리엘이 쌓아간 시간이 마냥 가브리엘이 아내를 오버랩하면서 만들어간 것들이 아니라면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을거같다ㅠㅠㅠㅠㅠㅠㅠㅠ 둘 다 행복했음 좋겠네ㅠㅠㅠㅠ
[Code: 74b5]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