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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1:52
제길!

레너드는 씩씩거리며 브릿지에서 뛰쳐나왔다. 짐이 또다시 사고를 친것이다. 그놈의 외계인들을 뭘 믿고 주는걸 덥석 만진 건지 도저히 모를 일이었다.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혼쭐을 내줄테다. 그는 다짐했다. 물론 자신이 타고 있는 엔티의 함장이자, 상관이 짐이라는건 레너드한텐 그리 중요한게 아니었다. 함장인게 뭐, 상관인게 뭐? 빌어먹을 짐 커크가 또 제 목숨으로 저글링을 하고 왔다는데. 게다가 자신은 그 자식의 3할을 제가 키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충분히 짐을 '제대로' 혼낼 자격이 있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트랜스포터실에 들어선 뒤 호흡을 가다듬고 한쪽 벽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열이 받았어도 죄 없는 크루들에게 화풀이를 할 인성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지 않는다면 벌써 허공에 욕지거리하고 있었겠지. 레너드의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크루들은 열 받은 상태의 CMO가 CMO로서는 과분한 팔뚝으로 팔짱을 낀 채 빈 트랜스포터기를 부실 듯이 노려보고 있는걸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쯤되자 크루들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부함장과 함장의 조속한 귀환을 기도했다.

위치설정완료. 에너자이즈. 

떨리는 목소리로 페릴 소위가 보고를 끝내자 밝은 빛이 모였다 사라져간다. 오늘은 홉고블린이 말리든 말든 상관없어 혼부터 낼 거야 레너드는 그리 다짐하며 턱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에너자이징되고 있는 한 사람의 형체가 좀 이상했다. 돌아올 두 사람이 모두 엄연한 성인이란 점에서 저 작은 사이즈는 말이 되질 않았다.

엇, 본즈!
...짐?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에너자이징을 지켜보다 밝은 금발에 놀랄 정도로 새파란 눈의 꼬맹이가 자신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자 얼이 빠졌다. 아니 가끔 짐을 꼬맹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쟨 진짜 꼬맹이었다. 6살쯤 될법한. 얼빠진 얼굴로 짐의 이름을 부른 것은 금발벽안이 자신을 본즈라 부르면 나오는 자동반사적인 반응일뿐이었다. 이 세상에 자길 본즈라 부르는 꼬맹이가 짐밖에 더 있을라고? 과거의 레너드는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지 않는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인간이 발을 딛고 살 수 있는 건 오로지 행성 위, 그것도 웬만하면 지구일 뿐 일거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반드시 사람의 발 밑에는 흙이 있어야 했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낮엔 해가 떠오르고 밤엔 달이 떠야했다. 

엔터프라이즈의 몇 년의 경험 이후로는 어느정도 수비범위가 넓어지긴 했으나 얼마 전까지 성인이던 사람이 지금은 6살 어린아이라고? 이건 수비범위 밖이었다. 그것도 아주 경기장 밖이었다. 그래서 레너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 채하며 같이 돌아온 스팍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논리의 벌칸. 나 좀 도와줘봐

신원확인이 필요한 거라면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이 아이는 제임스 T 커크가 맞습니다.

이 정도의 확인사살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레너드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역시 벌칸들은 자비가 없었다. 레너드가 믿고 싶지 않는 현실을 쓰게 삼키고 있는 동안 스팍은 허리를 숙여 꼬맹이, 그러니까 짐을 닮은, 아니 짐을 번쩍 들어 안았다.

뭐야?
지금 그의 이동속도라면 메디베이까지 13분 37초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그를 제가 안고 이동한다면 5분 10초로...
아니 걜 왜 네가 안아?

레너드는 바보같이 얼이 빠져있던게 거짓말인 것처럼 어느새 짐을 받아들려고 손을 내밀며 다가왔다. 일단 아이를 안고 있는 스팍이라니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라 생각했고 게다가 안고 있는 아이가 짐이라니 차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던 것이다.

이리 줘

레너드가 요구했다.

..함장님은 물건이 아닙니다.
누가 뭐래? 내가 CMO잖아. 그 꼬맹이 이리 내놔

마치 납치범과 같은 말투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은 CMO이다. 함장의 건강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고 그러려면 저 이상 현상을 먼저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냐, 충분히 논리적이지.

닥터, 저도 규정상 검진을 위해 메디베이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즉 닥터 맥코이와 저는 같은 경로이므로 제가 함장님을 이동시켜도 결과적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레너드는 침묵했다. 스팍의 저 벌칸식 대화법이 지긋지긋했으나 그는 침묵하며 반박할 말을 찾고 있었다. 너 이 새끼 너무 맞는 말만하면 인기없어요. 레너드는 이 따위 말밖에 생각이 안나는 자신의 머리를 증오했다. 답답한 마음에 팔짱을 끼고 스팍에게 안겨있는 짐을 훑어보았다. 어려진 짐은 보통 저 나이 때 아이들보다 말라 불안정한 느낌을 줬다. 희고, 마르고 당황한 눈으로 저와 스팍을 번갈아 보고있다. 사실 레너드가 굳이 시간을 허비하면서까지 짐을 직접 안고가려 했던건 그것이 자신에게 필요해서였다. 숨막히는 브릿지에서의 세 시간은 레너드를 테디베이가 필요한 아저씨로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평상시 저희 둘의 이동속도를 고려해 계산한다면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제길, 난 의사지 통계학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저 녀석한테 할 수가 있겠어. 짐을 안고 이동하면 좀 마음이 편할 거 같아, 알지? 나 이 새끼한테 죽고 못 사는거. 안돼, 차라리 죽고말지. 결국 레너드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소리높여 자신의 직업을 되새겨주는 걸 택했다. 어쩐지 패배감이 밀려온다.

너희 내가 진짜 테디베어인줄 아는건 아니지?

그 순간 말을 꺼낸 건 이 묘한 대립관계를 만든 장본인 짐 커크였다. 처음엔 제가 본즈에게 지은 죄도 많고(안전하다니까 본즈? 스팍도 같이 가는데 뭘) 미개발 행성에서 꼬인 일 수습하게 만든 스팍에게도 좀 미안한 마음에 얌전히 듣고 있었는데 점점 가관이다. 아무것도 아닌 거에 고집 부리고 있는 제 함선의 CMO와 부함장이라니. 

나 다리 다친 거 아니니까 내려놔

함장다운 카리스마를 뽐내며 짐이 명령했다. 물론 성인일 때와 똑같진 않았지만.

함장님 하지만-
너희 둘이 이 별 희한한, 제 1회 캡틴 옮기기 대회 이딴 것만 안했어도 벌써 도착했겠다. 안 그래?

함장의 말에 둘은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짐은 작은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곧 몸을 돌려 짧은 다리로 총총총 트랜스포터실을 빠져나갔다.




2017.03.30 01:56
ㅇㅇ
허미 센세 도입부부터 존잼의 스멜이 납니다 셋다 캐릭성 존나 확실하고요
[Code: d6da]
2017.03.30 01:56
ㅇㅇ
1회라니 2회도 3회도 더 있는거겟죠 아이가 된 컼함댱님 이리저리 옮겨주라
[Code: d6da]
2017.03.30 01:57
ㅇㅇ
미친 대존잼 센세 제 1회가있으면 2회도있고 그럼 당연히 어나더도 있을거라고 믿어요 어디가지말고 지하실에서 평생함께해요
[Code: 0298]
2017.03.30 01:59
ㅇㅇ
대작의 시작에서 내아내와 찰칵v 본즈랑 스팍 신경전 존잼꿀잼
[Code: ca57]
2017.03.30 02:02
ㅇㅇ
모바일
센세 1회가 있으면 2회가 있고 2회가 있으면 3회가 있지만 끝은 없죠. 그러니 얼른 끝없는 어나더를 쪄와조우
[Code: 3684]
2017.03.30 02:02
ㅇㅇ
모바일
너무 커여워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8d41]
2017.03.30 02:15
ㅇㅇ
모바일
허미 완전재밌어ㅋㅋㅋㅋㅋㅋㅋ 꿀잼이라 스크롤 쭉쭉내려왔다 센세 어나더어나더
[Code: 221c]
2017.03.30 02:22
ㅇㅇ
모바일
목숨으로 저글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함장님 어떻게 되나요???????
[Code: 4987]
2017.03.30 06: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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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대존잼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인트 개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65f3]
2017.03.30 15: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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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억나더만 기다릴게요
[Code: ac31]
2017.03.31 01:07
ㅇㅇ
모바일
존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억나더!!!!!
[Code: 9353]
2017.03.31 08:02
ㅇㅇ
모바일
다비켜 이센세는 내센세야!!! 센세 나붕네 지하실로 모실게요ㅠㅠㅠㅠㅠㅠㅠ어나더ㅠㅠㅠㅠ
[Code: 4d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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