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기요 실례지만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이게 그 유명한 사이비인가.
보통 심리검사를 해준다던가 길을 물어본다거나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일 줄이야

"저 종교 있어요"

고개도 들지 않고 대충 대답하자 저 이상한 사람 아니라는 뻔한 대답이 들려온다.
암요, 그러시겠죠. 원래 이상한 사람들은 자기 이상한 거 잘 몰라요, 
눈에 힘을 주고 최대한 위협적인 얼굴을 만든 핀은 고개를 들자마자 입을 벌린 채로 굳었다. 뭐야 존나 잘생겼어

"생일이 언제예요?"

예쁜 녹안과 눈이 마주치고 핀의 머릿속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 정도 잘생겼으면 그냥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아냐 잘생긴 또라이면 어떡해 생일 그렇게 쉽게 알려주는 거 아니야
멍한 얼굴을 한 핀이 여전히 고민 중일 때 남자가 또 입을 열었다.

"제가 그쪽한테 첫눈에 반해서 그래요."



이거봐 또라이 맞잖아.

핀은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2.

딸랑- 한가한 카페 안, 종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안녕하..."

자리에서 일어난 핀은 손님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때 그 잘생긴 또라이잖아

"...와 이 정도면 운명인데, 안 그래요?"

"네 안 그래요. 주문하시겠습니까 손님?"

"음, 뭐가 제일 맛있어요? 추천해주시는 김에 생일도 알려주면 더 좋고"

빙글빙글 웃으며 계산대 앞을 서성이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사장님 계신데 욕을 할수도 없고 씨이발...

"으므르크느 츠츤흡느드"

이를 악물로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들자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린다.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남자는 그럼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하고 주문을 했다.

"근데 진짜 생일이 언제예요?"

생일타령과 함께.


핀은 대답 대신 커피머신으로 향했다.

내가 또라이한테 인생의 쓴맛은 못 보여줘도 커피의 쓴맛은 뭔지 보여줄 수 있지



3.

"핀 너 오늘 생일이었니? 말을 하지..."

평소와 같이 카페에 출근하자 알 수 없는 축하가 핀을 반긴다.
생일..? 저 오늘 생일 아닌데요? 어리둥절한 핀이 해명하자 사장님은 케이크를 보여주셨다.

HAPPY BIRTHDAY FINNLEY

이게 뭐지? 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생일이 아니라는 말만 했다.
배달된 거예요? 잘못 온 건가...? 오배송을 의심하자 그건 아닐거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본인이 직접 주고 갔어 꼭 너한테 전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하던데?"

"네? 도대체 누가요???"

이어지는 사장님의 설명에 핀은 뒷목을 잡았다.
키 크고 잘생긴 화려한 장발의 남자. 어제 계산대에서 한참 실랑이했던 그 남자.


핀의 생일에 환장한 잘생긴 또라이











해숙백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