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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06:32
알못/노잼/급전개/캐붕 등등 다 주의












[토마스 : 민호오우ㅠㅠㅠㅠ]
[토마스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
[토마스 : 나 가족행사 소환당햇서ㅠㅠㅜ]
[토마스 : 내일 못갈거같아ㅠㅠㅠㅜ]
[토마스 : 미아뉴ㅠㅠㅜㅠㅠㅠ미안해ㅠㅠㅜㅠ]
[민호 : 어쩔 수 없지 맘대로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뉴트 : 미안해, 민. 이번엔 나도 못 갈 거 같아.]


"와, 새끼들... 너한테만 사과하는 것 봐라? 나는? 난 투명인간이야?"


갤리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황당한 어조로 투덜거렸다. 민호는 대답대신 작게 웃음소리를 내곤 벤치에 앉아 음료수 캔을 땄다. 오랜만에 바깥에서 쬐는 햇볕은 따뜻했고, 탄산은 목을 차갑게 자극했다. 캐스팅이 완료되기 전까지 민호는 하루를 이틀처럼 살았다. 주인공 비쥬얼의 변화와 함께 대본에 수정이 들어가면서 겸사겸사 주조연, 조연의 디테일도 다소 첨삭된 부분이 생긴 것이다. 덕분에 며칠을 뉴트, 프라이와 갑론을박해야했고, 민호는 아예 회사에서 퇴근을 하지 않았다. 당장 책상에 줄지어 세워진 빈 에너지음료캔과 커피캔이 그가 지샜던 시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정확한 갯수를 굳이 헤아리지 않고도 갤리가 요절하고 싶어서 환장을 했다며 질색팔색을 할 정도로. 어쨌든, 민호는 적어도 이번주의 남은 날 만큼은 널널한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민호는 초췌해했지만 표정만은 썩 밝았다. 그런 민호를 빤히 보던 갤리가 캔을 들고 그의 옆에 앉았다.


"어떻게 할래?"
"뭐를?"
"내일."
"뭘 어떡해. 그냥 둘이 만나는 거지."
"그런가."
"그렇지."


갤리가 음료를 몇 모금 삼키고는 무언가를 헤아리는 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와, 존나 오랜만이네. 작은 탄식처럼 내지른 말에 민호가 잘 못들었다는 제스쳐를 해보였다. 갤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둘이서 마지막으로 마신 게 언젠지 기억나냐?" 그 말에 민호가 금방 대답하려다말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간 숱했던 술자리를 떠올리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달이 넘어가고 연도가 가뿐히 넘어갔다. 민호가 확실하지 않은지 더듬 입을 열었다.


"4..년 전 아닌가. 토마스랑 뉴트랑 만난 뒤로는 꼭 한 명씩은 꼈으니..."
"그렇지? 와, 존나 오래됐어."


되감기가 멈춘 지점은 이 단체 채팅방 멤버가 만나기도 전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멤버가 모인 후로 뉴트와 토마스는 번갈아 빠질지 언정 둘 다 뺀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민호도 새삼스레 그 사실을 깨달았다. 4년 만에 갤리와 단 둘이서 만나는 술자리. 다른 말로 뉴트와 토마스, 둘 다 없는 모임. 순간적으로, 왜인진 모르겠지만 민호는 갑자기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느슨해진 입새로 자신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잘 됐네." 맥락없는 답변에 갤리가 되물었다. "뭐가?" 민호가 말실수를 했다는 마냥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표정을 풀곤 말했다. "그냥, 오랜만에 동갑끼리 마시면 좋고, 또..." 민호가 잠깐 망설이다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마치 지나가는 투로 마저 말을 이었다. "그냥, 요즘 걔네가 좀 불편했거든." 갤리가 음료를 마시다 말고 민호를 되돌아봤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어쩐지 착잡해 보이기까지한 표정에 갤리가 잠시 고민하다 되물었다. "왜? 걔네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걔네가 잘못한 건 없는데... 내가 이상한 거 같아. 아니, 내가 이상한 게 맞아. 걔넨 항상 똑같은데." 아- 나도 잘 모르겠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덧붙인 문장에 갤리가 입을 다물었다.

또. 너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또' 피하는구나. 갤리가 입을 다셨다. 설탕덩어리 음료의 끝맛이 씁쓸했다. 괜히 캔을 만지작 거렸다. 너를 파헤칠까, 묻어둘까. 겨우 삼킨 것을 다시 토해낼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괴로울 건 나뿐일텐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가 자신이 아니면 그런 얘기할 사람이 있나 싶었다. 어쨌든 함께 하기 위해서 남은 게 아닌가. 그 본분을 다해야했다. 생각을 마치자 절로 한 숨이 나오려는 걸 음료를 털어 넣으며 막았다. 갤리가 물었다. "이유도 없이 걔네가 불편해?" 민호가 의외로 곧장 대답했다. "아니. 그냥 걔넬 보면...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이상하게 죄책감이 든단 말이지, 이유도 없이." 영 시원찮은 표정에 시원찮은 답변이었지만, 그 알맹이 만큼은 익숙한 것이었다. 쯧, 갤리가 속으로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자세한 얘기는 내일해. 지금 다 말하기엔 시간도 없고."
"뭐.. 나도 모르겠는데 무슨 더 할 말이 있다고?"
"난 네가 그렇게 눈치없는 새끼가 아니란 걸 알거든."
"..."
"먼저 올라간다."


민호는 갤리를 잡지 않았다. 갤리가 뉴트와 토마스를 떠올렸다. 사랑에 눈이 먼 시건방진 애송이들, 그런데도 미운 생각이 들지 않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예전의 자신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리라. 갤리는 알고있었다. 민호는 결코 눈치없는 둔탱이과는 아니다. 다만 민호를 둘러싼 환경이 민호에게 무던해질 것을 강요했다. 숨쉬듯 받아온 인종차별, 비웃음, 모멸감 등 민호를 위협하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도록 방어기제를 세운 것이다. 뒤에서 자신을 욕하는 말을 들어도 제 얘기가 아닌 것처럼,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면 역으로 그 상황을 무시하고 제 할 말을 다한다. 그건 거의 무의식에 가깝지 않을까, 갤리가 추측했다. 눈치가 빠르기에 무의식 중에 길러진 눈치없음. 그 모순은 민호가 어디서도 주눅들지 않게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갤리에겐 결국 제 마음을 비추는 일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민호는 일과 성취에 집중했고 그만큼 자기자신을 채찍질했다. 그 속에 연애를 비롯한 기타 '사치스러운 관계'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자신을 단련하는데 사랑같은 달콤한 감정은 독이라고 판단한 거겠지. 그 때, 민호는 자신의 마음을 눈치챘을 거다. 아니, 분명히 눈치챘다, 무의식 중에. 그쯤부터 민호는 알게 모르게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단 말을 더 자주 뱉었으니까. 그래서 친구로 남았다. 미안하다는 말보단 고맙다는 말이 훨씬 듣기 좋았기에.

그런 민호가 아주 오랜만에 다른 이의 호의에 '미안해서.' 라고 대답했다. 미세하게나마 그 형체없는 방어막을 뚫고 민호에게 닿은 것이다. 갤리는 민호가 훨씬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뉴트와 토마스를 응원했다. 민호의 벽을 허물고 어루만져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늘 자신을 몰아세우고 채찍질하는 민호에게 쉼터가 되어줄 사람이 생기길 바랐다. 난 실패했으니까, 누군가 한 명, 둘 중 누구라도.




-




할 일 없나. 민호는 괜히 세 번, 네 번 검토한 서류를 뒤적였다. 더이상 작업할 서류가 없는 걸 확인하자, 이번엔 업무용으로 내선 연결된 채팅 프로그램을 실행해 도착한 메세지가 없는지 살펴봤다. 있을리가 없었다. 이미 퇴근시간이 지났으니까. 민호는 시침이 8을 가리키는 걸 감흥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오늘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손가락을 하염없이 책상 위에서 튕기다가 쌓아둔 캔을 정리하고, 캘린더에 일정을 새로 표시하고, 책상 위의 서류와 책을 정갈히 정돈했다. 그러고서도 시침은 여전히 8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의자에 걸쳐둔 자켓을 팔에 걸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민호가 생명체인 이상 끊임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 매일 운동만 하는 선수들도 휴식은 필수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사람도 잠은 자야한다. 하지만 민호는 요즘들어 쉬는 것을 못견뎌했다. 몸이 편해지니 찾아온 여유에, 평소에 묻어뒀던 기억들이 스믈스믈 기어들어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 기억의 주인공이 뉴트와 토마스여서 더 불편했다. 애써 그 둘의 얼굴을 지우려는데 불쑥 갤리가 했던 말이 자신을 가로막았다.

'네가 눈치없는 새끼가 아니란 걸 알거든.'

왜? 내 눈치가 무슨 상관인데? 왜 네가 상처받은 눈빛을 하는 거냐. 나에 대해서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
...아니, 사실... 사실, 뭐? 무슨 가정을 하려는 거야. 민호가 고개를 털었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래서 딴 생각은 하지도 못하게 정신을 쏙빼놓을 정도로 바쁜 게 낫다. 몸이 갈릴지언정 정신이 갈리는 건 사양이다. 돌려진 차는 헬스장 지하에 주차됐다.

생각을 비우는덴 뛰는 게 최고다. 민호는 하염없이 뛰었다. 뛰다보면 긴장하며 대본을 건네던 뉴트도 울면서 대사를 토해내던 토마스도 오늘 어딘가 이상했던 갤리조차도 모두 기억 저편으로 지나쳤다. 생각을 하지말자. 하지만 억지로 무시하려 할수록 메아리가 울렸다. 무시하지마, 외면하지마. 비참하게 만들지마. 뉴트는 왜 그런 대사를 썼지, 토마스는 왜 날 보면서 외쳤을까. 나는 왜 당연하게 W가 동양인이라고 생각했을까. 민호는 러닝머신의 속도를 높혔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떨쳐내고 싶었다. 민호는 폐가 고통을 호소할 때까지 무자비하게 뛰었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골아 떨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




민호와 갤리는 모처럼 예전에 자주 갔던 한국식 포장마차를 찾았다. 다 허물어 가던 가게였는데 새로 리모델링을 한 건지 내부가 말끔했다. 여기 맞나, 잠시 두리번거리는데 민호와 갤리를 알아본 오너가 다가와 뿌듯하게 말했다. 「야, 이 자식들아! 야, 너희 안 온 사이에 우리 돈 많이 벌었어~!」 갤리가 한 쪽 눈썹을 쌜쭉 올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민호가 통역했다. "돈 많이 벌어서 리모델링했대." 갤리가 웃으며 조금 어색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축하드립니다.」 오너가 호쾌하게 웃었다.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도 의자도 모두 바꼈지만 장소가 장소다 보니 익숙했다. "사장님 여전하시네." 갤리가 말했다. "그러게. 보니까 사모님도 계시던데." 민호가 턱 짓으로 주방쪽을 가리켰다. 갤리가 살짝 일어나 안쪽을 흘긋 바라보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뭘 시켜도 실패는 없겠군." 민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풀리는 대화에 안도감이 들었다.

사실 민호는 어제의 대화를 여전히 신경쓰고 있었다. 결코 그런 어조가 아니었음에도 갤리가 자신을 책망하는 것만 같았기에. 안주보다 먼저 나온 소주를 따며 갤리의 잔에 따랐다. "뭐 나온 것도 없는데 벌써 따."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면서도 갤리는 병을 건네 받고 민호의 잔을 채웠다. 민호가 피식 웃으며 제 멋대로 갤리의 잔에 건배를 하더니 그대로 쭉 들이켰다. 갤리가 기가 찬 눈으로 민호를 바라봤다.


"오늘 작정했냐?"
"어. 집까지 캐리 좀."
"취하면 여기가 오늘부터 너네 집."
"똘추새끼."
"캐리는 호의지 의무가 아니거든요."
"크, 개너무하네, 진짜."


말하는 사이에 민호는 또 한 번 잔을 비웠다. 점심 때 깨작거리며 먹던 걸 떠올린 갤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컵에 물을 따랐다. 저러다 훅가지. 컵을 민호의 잔 옆에 놔주면서 넌지시 물었다. "기분이 좋아서 마시냐, 더러워서 마시냐." 갤리가 채워주는 잔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대답했다. "반반." 민호는 세 번째 잔을 갤리는 첫 잔을 비웠다. "오늘 나 예산 늘어났어." 덤덤히 뱉어진 말에 갤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들갑을 떨었다. "뭐야! 예산 예산 노래를 부르더니 잘 됐네!" 민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갤리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왜, 늘려준다면서 막 꼽줬냐?"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각본이 뉴트고 주연이 토마스라니까 바로 늘려주던데."

아. 갤리가 그제야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반반이구나. 늘어난 예산은 민호의 능력이 아닌 뉴트와 토마스의 명성에 기대를 건 것이다. 민호가 킥킥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 됐지, 뭐. 출연료나 제대로 줄 수 있을까 걱정했던 차에." 근데도 조금 쪼달려서... 토마스가 반만 받겠다더라. 민호가 덧붙이며 다시 잔을 비웠다. 갤리가 짜증을 섞어 대답했다. "내친김에 돈 더 달라 그래! 아주 뽕을 뽑아서 스케일 크게 제대로 보여줘!" 민호가 갤리에게 술을 받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진짜 그럴까? 촬영용으로 쓸 건물 좀 세워달라고 해?" 갤리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어, 아예 방송국 기둥을 싹다 뽑아!" 민호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다. 안주가 나오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식사도 했다. 상사 욕을 주거니 받거니, 요즘 신인 중에 누구가 괜찮게 연기를 하더라, 드라마 오에스티 작곡가를 찾고있다는 말에 알고있는 정보도 공유하고, 유튜브의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얘기 등 화제는 끊이지 않았다. 주제가 돌고돌아 어쩌다 연예인 찌라시까지 다다랐을 때는 민호는 혼자 세 병 반을 비운 참이었다. 그마저도 갤리가 물을 따라줘가며 페이스 조절을 한 결과였다. 어지간히 취하고 싶었나보다. 갤리가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자신은 이제야 한 병 반을 조금 넘었다. 민호는 만취 상태까지는 아니었으나 빙구같은 웃음을 짓는 걸보니 꽤 취하긴 취한 것 같았다. 이래서야 뭔 얘기를 못하겠네. 마음을 굳게 먹었어도 결국 대화의 주도권을 늘 넘겨주게 된다. 언젠가 다시 또 그 속내를 털 기회가 있겠지. 얼굴에 잔뜩 패인 인디언 보조개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남 연애하는 거에 뭐 그렇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어."
"원래 사람들 남 사랑얘기에 환장하잖아~ 그래서 로맨스 영화가 잘 팔리고~"
"넌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나야 당연히! 관심없으니까!"
"이번에 찍는 거 로맨스 아니냐?"
"그건 뉴트가! 그 대본을 줬으니까!"


웃으며 얘기하던 민호가 이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민호의 잔에 물을 채워넣고 오락가락하는 민호를 표정을 보며 갤리가 잔을 들었다. 뉴트말이야...

"그 대본을 쓸 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참담했을가, 아니면 설렜을가...?"

순간 사레가 들릴 뻔 한 걸 참아내며 갤리가 되물었다. "뭐?" 민호의 고개가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짝사랑이란 게 다 그렇잔어... 그래, 토마스. 토마스도... 걔는 왜 그르케까지 하지..? 내가 걔한테 뭘 해줬다고..." 하여간 갤리 너도 이상해... 난 그만큼 돌려줄 자신이 업는데... 결국 민호의 머리가 테이블에 닿았다. 갤리는 할 말을 잃었다.




-




"민! 아니, 뭔 술을 이렇게... 민! 민호!"
"좀 말리지! 이 갈매기 눈썹!"
"쟤가 많이 마신 게 내 탓이야?!"


뉴트와 토마스는 잘 정돈된 머리에 누가봐도 귀티가 나는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한국식 술집과 이질감이 오는 차림새는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이목을 끌었다. 어떻게든 민호를 일으켜 세우려는 뉴트와 토마스를 보며 갤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호가 잠든 후에, 갤리는 혼자서 한 병을 더 비웠다. 그래, 역시 모를리가 없지. 눈치채고 있었겠지. 확신하고 있었지만 막상 확인사살을 받고나니 제 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원망은 들지 않았다. 민호가 제 마음을 모른 척을 하든 거부하든 그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줘야할 의무는 없거니와 제 마음이 민호에게 짐과 부담이 된다면 이쪽에서 사양이니까. 하지만... 머리로는 알지만... 갤리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로는 아는데. 솔직히, 아주 조금은 원망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착잡한 마음에 마른 세수를 하는데 뉴트가 말을 걸어왔다.


"민이 무슨 말.. 했어?"


눈치 빠른 새끼. 뉴트의 말에 토마스의 시선도 갤리로 옮겨왔다. 갤리가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냥. 너희는 민호 만취될 때까지 마시게하지 마라."
"제대로 말해, 갤리."
"그런 게 있어. 일 때문이야. 너흰 알 거 없어."


대충 둘러대곤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알고 싶으면 민호랑 친구가 되면 된다. 하지만 너흰 그걸 바라지 않을테니.

갤리는 택시에 오르며 눈가가 살짝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이제야 제대로 차인 것 같았다. 늘 마음으로 외쳤던 고백은 입 밖으로 나와보지도 못한채 고통스럽게 시들어갔지만, 오늘 그 고통을 끝냈다. 한편으론 그래, 차라리 속 시원했다. 다만, 다만 딱 한 가지. 민호는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게 못내 비참했다. 그러다 고개를 젓고 다짐하듯 주먹을 꾹 쥐었다.

내일 눈을 뜨면 나는 다시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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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좀 전체적으로 손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감이 안잡혀서 그냥 왔다,,




토민호뉴트민호갤리민호톰민늍민갤민
2018.06.22 (06:57:0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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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아아아악 내 선생님 입햎🎉🎉🎉 다시 봐도 갤리 순정 오진다고 진짜 ༼;´༎ຶ ۝༎ຶ`༽ 민호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제 감정 누른 채 친구로 남는거 ㄹㅇ 트ㅡ루러브 아니냐 광광...... 역시 갤벤츠라고 할 수 있겠으요ㅠㅠㅠㅜㅜㅜ 알고 싶으면 민호와 친구가 되면 된다. ㄹㅇ 이 문장만큼 완벽하게 갤리민호의 관계를 정리할 수 없다 ༼;´༎ຶ ۝༎ຶ`༽ 내일 눈 뜨면 다시 친구가 된다는 부분도 습습... 갤리...갤벤츠....갤보르기니....
[Code: e4d6]
2018.06.22 (06:58:3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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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갤벤츠....민호도 다 알고있었구나
[Code: 7c95]
2018.06.22 (09:30:0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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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센세오셨다 ㅠㅠㅠㅠㅠㅠㅠ
[Code: 0b34]
2018.06.22 (09:54:0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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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리야 ㅠㅠㅠㅠㅠㅠ 아침부터 센세의 글을 보고 안떠지던 눈을 떴어요 ㅠㅠㅠㅠ 갤리 때문에 저마저도 가슴이 아파요 ㅠㅠㅠㅠㅠ
[Code: af8b]
2018.06.22 (11:26:16)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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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글은 이미 수정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서 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 센세 글은 완벽해요ㅠㅠㅠㅜ 센세의 작품은 이미 완벽한데 더 다듬으려하시다니ㅠㅠㅠ 센세는 천재인데다가 노력까지 하시는군요ㅠㅜㅠㅜㅜ 갤리민호의 관계성 묘사가 너무 와닿아요ㅠㅠㅠㅠㅠㅠ 센세의 표현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도 경험한 것으로 만들어버려요ㅠㅠㅠㅠㅠㅠ 센세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성은이 망극합니다ㅜㅜㅜㅠㅠ 제가 센세의 일거수일투족이 평안하도록 하나하나 신경쓰겠습니다ㅠㅠㅠ 센세는 작품에만 신경쓰세요!!!
[Code: ec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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