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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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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원래 계획에서 무려 두달 가까이 런던에 있었다. 그러다 광고 미팅이 생겨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도 찍어둔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프레스를 돌기 위해 미국으로 가야만 했다. 허니에게 광고 일정이 끝나면 미국으로 올 건지 물어보고 싶은데. 허니에게 그 집이 어떤 의미일까. 곱씹고 싶은 추억으로 가득한 곳일까. 외로워 덮어버리고 싶은 곳일까. 후자라면 그런 곳으로 와달라 하는 것이 이기적인 게 아닐까. 일단 짐부터 싸야겠다.

드디어 주인한테 갔네. 

허니가 마지막으로 미국 집을 나서던 날, 그녀가 챙기지 못한 자기 물건은 버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절대 버릴 수 없었다. 허니의 물건들만이 생기없는 집에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으니까. 그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나는 미국에서 런던으로 올 때 짐을 챙기면서 허니가 좋아하던 홈웨어를 가장 먼저 챙겼다. 좋아하는 옷이 헤질까 아깝다면서도 자주 입었었는데. 분명 허니는 그 옷을 챙기지 못한 걸 후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 옷이 유일하게 허니의 온기를 주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주인에게 갔으니, 그리고 그 주인이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온실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직도 주인을 찾고 있는 물건도 캐리어 깊숙히 담아두었다.



**



"허니! 광고 촬영 다 끝났어?"

"응. 닉은?"

"난 인터뷰 대기 중이야"

"아, 어 그럼 빨리 말할게. 집 아직 거기 맞지?"

"어???"

"당신 집. 아직 거기 맞냐고"


허니가. 나에게. 아직 거기 사냐고 물었다. 그렇단 얘기는


"닉? 여보세요?"

"어! 완전 완전 거기야! 그대로야!"

"ㅎㅎ 완전 거기는 뭐야. 알았어. 나... 가도 되지?"

"당연하지, 베입! 언제와? 내가 공항으로 갈게!!"

"당신 일은 어쩌고. 내가 알아서 갈게. 인터뷰 열심히 해"


세상에. 허니가. 온다. 나에게 온다고도 말해주고. 정확한 시간은 안 알려줬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리고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허니 매니저 번호가 나한테 있다. 




**



허니가 올 때가 됐다. 그녀의 매니저가 알려준 도착 날짜와 시간은 불행히도 라디오 일정과 겹쳐 공항으로 가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집에서 기다릴 수 있는 스케쥴이었다. 허니가 초인종을 누르면 나는 문을 열고 외로움이 닿지 않게 힘껏 안아줘야..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허니!!"

"아, 깜짝이야. 집에 있었네?"

그녀의 손에 집 열쇠가 들려있었다. 버리지 않았구나.


"아... 파우치에 넣고 다녔는데... 그걸 그대로 챙겨서... 열쇠라 막 버리기도 그렇고.... 그래서..."


미국 열쇠를 한국에서 버린다고 큰 일이 나지 않을거라는 걸 허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눈물이 날 거 같아 허니를 꽈악 안았다.


"고마워. 와줘서. 간직해줘서 정말 고마워 허니"

"...무거워. 저리가"


나는 허니에게 가볍게 입 맞추고 허니의 짐을 들고,


"여기다 둘까?ㅎㅎ"

"그러든지. 여기 미국이야. 호텔이고 호스텔이고 널렸어"

"허니이이이이이"

"ㅎㅎ방으로 가자"


이 집에서 허니가 다시 웃는다.



**



허니가 나의 왼팔에 안겨있고 우리는 가쁘게 찼던 호흡들을 안정시키며 서로의 뜨거워진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니는 나의 왼손을 잡더니 손목에 있는 팔찌를 유심히 봤다.


"나는 내가 미쳐서 도둑질하고 장물을 숨겨뒀나 했잖아"

"뭐?"

"못 보던 게 있으니까. 혹시 수면제 부작용 때매 내가 훔치고도 몰랐나 그랬다니까?"

"수면제 먹어?"

"지금은 안 먹어. 그때... 먹었었어"

"..."

"이거 발견하고... 나 많이 울었다고 하면... 불쌍하게 봐줄거야?"

"..."

"허니가 나는 아무리 먹고 자도 붓지도 않는다고 신기했잖아? 나 다음날 엄청 부었었다. 눈이 막 이렇게 됐었어"


내가 실눈을 뜨고 얼굴을 들이대자, 허니는 웃으며 손으로 내 얼굴을 밀어냈다. 이런게 너무 그리웠는데. 


"허니... 미안해... 그렇게 허니 혼자 둬서... 그런 식으로 허니가 알게 해서...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응"

"나 많이 미웠지"

"밉다는 말로 정도를 다 할 순 없지"

"내가 잘못했어..."

"지니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당신을 잊게 해달라고 하고 싶었어"

"..."

"그리고 또 다시는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게 해달라고도"

"허니..."

"근데 있잖아. 지니는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잖아. 그래서 나는... 나는 대관람차에서 만난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어"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대문 앞에서부터 간신히 참은 눈물이 광대를 타고 흘러내리자 허니가 닦아주면서


"나 내일 당신 부은 거 볼 수 있는거야?ㅎㅎ
너무 미웠는데 난 당신을 미워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어. 지금도 몰라. 말하고 보니까 조금 억울한 거 같"


나는 허니에게 길게 입을 맞췄다. 


"사랑해, 허니"

"...내가 더"


이제 내 눈물샘은 고장났다. 멈출 수 없게 눈물이 나는데도, 눈 앞에 있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진하게 키스를 했다.


"...짜"

"미안, 하지말까?"


허니는 내 목을 끌어당겼다.

마침내.



*


"왜, 또 뭐"

"응, 난 잘지내, 너도 잘 지내는 것 같네"

"뭔데, 나 운동하다 받았어"

"니콜라스도 잘 지내지?"


헨리는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닉의 안부를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서론이 이런 건지.


"서론이 특이하네. 본론이 뭘까?"

"ㅎㅎ그래 알았어. 본론만 말할게. 네 마음 부정하면서 괴로워 하고 있을 거 같아서 전화했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훨씬 편할거야. 그리고 그게 맞아"

"뭐..라는거야.."

"본론 끝. 운동 열심히 해"


이 사람은... 역시 연륜인가... 그와 만나면서 지금까지 그에 대한 내 감상은 뭐랄까... 카운슬러 같달까. 항상 몇 수를 내다보고 상대의 마음도 잘 캐치하는 사람이다. 내 마음에 대한 진단을 내려놓고는 전화를 끊은 그는 아마 알고 있겠지. 정확한 진단에 운동이고 뭐고 집중 못할 나를. 광고촬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집중해야 한다고. 아 진짜 헨리.



*



"허니 달링!"

"마사. 촬영은 잘하고 있어?"

"피곤하고 사투 중ㅎㅎ 미국 오면 연락해줘!"

"응응 알았어"

"닉도 좀 내가 만나봐야겠어"

"...어어?"

"아주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던데, 이번에는. 꼭. 같이 만나."


결연한 마사의 목소리가 찜찜했지만 알았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런던에 있을 때 그곳에 마사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닉은 아마...

티켓이나 예매하자.



*



새벽에 끝난 촬영의 피로는 뒤로하고 닉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보내자마자 울리는 진동. 귀여워. 받자마자 반기는 목소리가 나 또한 반가워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닉은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 중이기에 바로 그의 미국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먼저 집이 아직 거기가 맞는지 알아야 했기에 물었더니 한동안 말이 없었다. 수신 상태가 안 좋은가...


"닉? 여보세요?"

"어! 완전 완전 거기야! 그대로야!"


귀여워222 빨리 보고 싶다.



*



집 앞에 도착해 공항에서부터 쥐고 있던 열쇠를 바라봤다. 차마 버릴 수 없었던 물건이다. 그 사람의 물건이어서 버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만난다면 이게 딸려왔었다며 말이라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개수작을 닉이 알아채고 웃어주지는 않을까 싶어서.
잡생각은 치워두고 빨리 들어가야겠다. 그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허니!!"


깜짝이야. 그가 집에 있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욱 반가운 사람이었다. 그때 그의 눈이 내 손에 있는 열쇠를 바라보고 있는 걸 알았고 순간 민망하여 주절주절 했는데, 그가 날 안았다.


"고마워. 와줘서. 간직해줘서 정말 고마워 허니"


기분 좋은 무게감이었지만 부끄러워 밀어냈다. 보고싶었어, 닉.



*



짐을 풀면서 본 집의 모습은 일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마치 사용을 하지 않은 것처럼. 내가 버리라며 떠민 짐들도 그대로였다. 버릴만도 한 쓰다 남은 핸드크림, 립밤, 칫솔도. 심지어 냉장고에 붙여둔 손으로 쓴 장보기 리스트까지... 내가 그토록 벗어나려 발버둥친 그날에서 그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것 같았다.



*


그의 따뜻한 품에 안겨 그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유심히 보았다. 스치듯 보아도 자세히 보아도 내가 준비한 그것이 맞았다. 


"나는 내가 미쳐서 도둑질하고 장물을 숨겨뒀나 했잖아"


가만히 보고 있자 그가 실없는 소리를 했다.


"못 보던 게 있으니까. 혹시 수면제 부작용 때매 내가 훔치고도 몰랐나 그랬다니까?"


수면제라니. 만나면서 그가 그런 걸 먹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는 안 먹는단다. 그때는 먹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젠 내가 옆에 있으니까. 닉은 나에게 그날 일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그래서 나도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신이 미치도록 미웠으나 그 방법을 몰라 할 수 없었다고. 지금도 모른다고. 내가 원했던 건 당신을 다시금 만나는 것이었다고. 

이윽고 똑똑 흘러내린 그의 눈물이 나의 입술에도 닿았고, 


"사랑해"

"...내가 더"


나는 내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노잼글 끝나간다

닉갈너붕붕



 
2024.06.29 07:16
ㅇㅇ
모바일
자고 있는동안 센세ㅏ 왔어ㅠㅠㅠㅠㅠㅠ아 둘이 한발씩 가까워져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
[Code: 6546]
2024.06.29 11:12
ㅇㅇ
모바일
센세오셨다
[Code: 5c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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