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걍 내가 보고싶은 거... 나열...





솔직히 말을 하면 루크는 마음에 안 들었어. 분명 제 잘못인 게 맞는 것 같았지만 그걸 또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 그야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으니까. 제다이에게 있어 애착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루크 본인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 그 누구도 아닌 제 아버지가 그 애착이 강해 문제가 되었던 경우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자신의 말은 틀리지 않았어. 특히나 그로구처럼 벌써부터 포스가 강한 자일수록 더욱 조심해야했지. 안 그래도 그로구는 수련도 늦게 시작한 거라서 더욱 애착을 지우는 게 어려우니까 말이야.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 어떻게든 자신과 말을 섞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저 만달로리안도 예전에는 식사나 차 한 잔 정도는 하고 갔는데 이제는 도망치듯 가버리는 그 모양새도.

저 망할 베스카 헬멧 안에 감춰진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건 또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어. 분명 예전에는 저 헬멧도 제 앞에서 잘 벗고 눈을 마주하며 희미하지만 웃기도 했지. 평소 헬멧을 쓰고 다니는 탓인지 묘하게 모든 생각이 표정에 드러나는 그 모습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는데, 마지막으로 그걸 마주한 게 꽤나 오래 되었지.

짜증이 조금 밀려오는 기분이었어. 그렇지만 루크는 그 기분을 애써 무시했지. 그래봐야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잘 알았거든. 제다이니까. 큰 감정의 동요는 갖지 않는 것이 맞아. 그렇게 생각하며 루크는 다시 명상에 들어갔어.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을 때, 딘이 다시 그로구를 찾아왔어. 딘의 비행선이 착륙하는 것을 보며 루크는 조금 불만스러운 듯 눈썹 하나를 치켜올렸지. 솔직히 이번에도 평소보다 조금 더 늦었어. 어디서 또 뭘 하다가 이렇게 늦은건지. 평소 그가 오는 기간보다 조금이라도 더 늦어지면 그로구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알거면서...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했던 루크의 생각이 뚝 멈췄지. 다름 아닌 비행선의 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너덜거리며 나오는 딘 때문이었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번 달에 왔을 때보다도 더욱 너덜거리는 모습이었겠지. 어쩐지 걷는 모양새도 평소보다 더 힘이 없는 것만 같았어. 그 와중에 딘을 보고 팔을 뻗으며 달려가는 그로구를 보자마자 딘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로구를 받아주었어.

딘은 그리고 또 주머니에서 뒤적거리더니 그로구에게 줄 선물을 내놓기 시작했지. 하여튼 뭘 또 저런 걸 들고 왔는지 모를 일이야. 그래봤자 딘버지 바라기 그로구는 100만개의 선물보다 제 아빠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걸 백 배는 더 좋아할텐데.

그리고 딘이 이내 다시 일어나서 떠나려는데, 이번에는 루크가 더 빨랐겠지. 도망가려는 딘의 앞을 막아선 루크가 말했지.


- 치료 받고 가세요.
- 아... 다시 가 봐야할 곳이 있어서...
- 치료. 받고. 가세요.


루크가 단호하게 말을 하자 결국 딘은 어쩔 수 없이 루크의 말대로 했지. 

루크가 딘을 포스로 치료해주는 내내 그로구는 딘의 곁을 떠나지 않았어. 뽀압뽀압 하는 소리를 내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딘의 팔에 매달렸지. 그리고 딘은 당연하게도 그 손을 뿌리치지 못 하고 그로구를 다시 안아주고 있었어.

그게 또 루크의 마음에 크게 들지는 않았을거야. 안 그래도 아픈데 좀 자기 몸이나 먼저 챙기지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 지내는 그로구를 먼저 챙기는지. 

하지만 루크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어. 대신 정적을 깨기 위해 스몰톡을 시작했지.


- 요즘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오시네요.
- ...
- 저번에도 네 달이나 지나서 오시더니. 이번에도 조금 늦게 오셨잖아요.


그리고 이내 루크는 딘에게 헬멧도 벗으라고 말을 하겠지. 그 말에 딘은 조금 망설이다가 이내 헬멧을 벗었어.

루크는 피가 묻은 손을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내며 딘에게서 시선을 돌렸지. 그리고 최대한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어.


- 그렇게 불규칙적으로 오시면 오히려 그로구에게 독이 됩니다. 특히 이렇게 다쳐서 오시면 그로구가 딘 씨께 애착을 더 형성하기 쉬워요.


길게 이어지는 루크의 말에도 딘은 아무 대답도 없었어. 루크는 딘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또 다시 제다이에게 있어 애착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길게 늘어놓으려고 다시 딘을 마주하는데 정작 입을 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지.





다름 아닌 딘이 아무 소리도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걸 봐버렸거든.

그 순간 루크는 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지. 어떻게 행동해야하지? 달래줘야하나? 왜 그러냐고 물어보기라도 해야하나?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루크는 아무 행동도 하지 못 했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딘자린의 행동이 더 빨랐거든.

그리고 그런 딘의 뒷모습을 보며 루크는 제 심장이 쿵쿵 뛰는 걸 느꼈지.




별전쟁 ㅇㅇ딘 루크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