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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23:31

ㄴㅈㅈㅇ
날조 주의
약캐붕주의
풀네임이 아니라 이니셜 새겨진다는 설정








“혼자 아들 키우려면 일이랑 병행하기 버거울텐데, 퇴직을 하고 싶다면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러 왔네. 당연히 연금은 평생 지급될테니까 생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아내를 죽인 연쇄살인범을 맨 주먹으로 죽이고도 콧잔등에 난 상처 외에는 뼈 하나 부러지지 않은 하치는 스트라우스 부장의 말이 귓구멍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놔두었다. 충혈된 눈은 손목 안쪽에 새겨진 금빛 이니셜—H.B.—에 머무르고 있었다. 가이드의 이니셜은 사망한 이후에도 색이 안 바래는지, 색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게 이상했다.

스트라우스는 동료 요원의 제압으로 겨우 폭주를 참아낸 센티넬이자 부하 직원의 옆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아무리 국가 소속 특수 요원인 S급 센티넬이라지만, 거의 평생을 의지하고 지낸 가이드가 바로 그 특수 업무 때문에 살해 당한 이후에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FBI의 입장에서는 능력과 이성을 겸비한 뛰어난 인재를 일반인 신분으로 놓아주는 것이 아까운 선택이었지만 국가의 부름을 받고도 제대로 된 임무 하나 없이 훈련만 받는 센티넬은 많았다. 더구나 BAU에는 하치를 제외하고도 거의 모두가 센티넬이었으니, 팀장직을 당장 다른 사람이 맡아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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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놓아주실 생각은 있으시고요?”

“그래야겠지. 자네가 원한다면.”


하치는 지켜지지 않을 약속에 비웃음으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내리눌렀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제안 사항이 적힌 서류야. 여기 두고 가겠네. 될 수 있으면 빨리 답을 줬으면 좋겠군. 정말 유감이야.”


제안을 위해 연방 건물을 나서기 전부터 스트라우스는 자신의 제안에 대한 하치의 답을 알고 있었다. 퇴직이라는 단어에 말려들어가던 주먹도 분명히 봤다.


“하치너 요원과 파장 일치율이 가장 높은 가이드가 있는지 최대한 빨리 찾아봐.”




 

하치의 의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이혼 이후로 두통은 대수였다. 그럼에도 그가 2년을 버텨왔던 건 헤일리를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과 불규칙하지만 이어졌던 가이딩 덕분이었다. 이제 그의 곁에는 그 사랑의 결실인 잭 하나밖에 없었다. 그 작은 희망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리퍼처럼 가족의 평화를 찢어발기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박살내는 놈들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잭에게는 아빠가 최고의 영웅이라는 사실도 한 몫했다. 사직서 대신 복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사무실로 출근하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장례식 이후로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두통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자 문이 열리며 스트라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런,”


그리고 마법처럼 두통이 사라졌다. 스트라우스의 뒤에는 그보다 작은 체격의 낯선 여성이 서있었다. 날카롭게 치켜올라간 눈썹이 그 존재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하치너 요원, 이쪽은 아카데미를 이제 막 수료한 허니 비 요원이야. 자네랑 파장이 일치하는 가이드고.”


하치는 눈 앞에 쌓여있는 서류로 순식간에 시선을 돌렸다.


“가이드 필요하다고 한 적 없습니다.”

“복직 조건이야. 자네 같은 S급 센티넬이 가이드 없이 근무할 수는 없어.”

“그럼 필요할 때만 연락하겠습니다.”


아직 하치의 손 끝에는 헤일리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냉기가 남아있었다.


“비 요원은 이제부터 BAU 소속이야.”


헤일리가 아닌 다른 가이드도 거부감이 드는데, 그가 승인하지 않은,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갓 불러올린 요원이라니.
하치가 이를 으득 갈았다.


“제가 알기로는 아직 아카데미 과정이 끝나지 않았는데요.”

“특수한 케이스야.”

“다른 요원 받을 여유가 없습니다. 그것도 경험 하나 없는 신입은 더욱더.”

“애런, 자네를 위해서만 올린 게 아니야. 파장이 유연해서 다른 요원들을 가이드 할 수도 있어. 그 중에서 자네랑 일치율이 가장 높고. 아카데미에서도 최고 성적이었네.”


하치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의자에 기댔다. 날선 시선이 저를 향하자 허니가 움찔했다.


“최선의 선택지야. 출장 갈 때도 함께 가게.”


하치의 반박을 차단하려는지, 스트라우스는 허니를 두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허니가 하치에게 한 발 다가가 아카데미 성적이 담긴 파일을 건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요원님.”


잘 부탁드립니다, 도 아니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꼭 그의 팀에서 업무를 같이 수행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듯한 말과 함께 내밀어진 손을 맞잡은 하치가 인상을 구겼다. 처음 이니셜이 새겨졌을 때 외에는 단 한 번도 아픈 적 없던 손목 안쪽이 찔리는 듯이 아려왔다. 눈 앞의 요원도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기를 누르듯 허니에게 줄곧 꽂혀있던 시선이 마주하기 싫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셔츠 아래에서 낯선 빛이 흘러나왔다.


“젠장,”


일터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욕설이 하치의 심정을 대변했다. 하치는 데인 것처럼 손을 빼내고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니 비 요원이라고 했나?”
 

H.B.

그가 반평생을 Haley Brooks라 굳게 믿었던 이니셜이 사실은 Honey Bee를 가리키고 있었을 줄이야.

평생의 진리가 그녀에 의해 부정 당한 듯한 차가운 시선과 말투로 던지는 질문과 정 반대로, 새로운 사실을 몸소 깨닫자마자 하치의 형질이 공격적으로 허니의 것을 휘감았다. 하치가 빈 집에서 습격을 당한 날부터, 헤일리와 잭이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간 시간을 거쳐, 헤일리와 리퍼가 죽고 하치가 복직하기까지의 날 동안 단 한 번도 진정되어보지 못 했던 형질이 거칠게 날뛰었다.


“파장이 유연하다니까 다른 요원들한테 도움이 되겠네. 내려가서 앤더슨 요원 맞은편 자리를 쓰도록 해.”

“하지만 요원님,”

“난 가이드 필요 없어.”


허니는 피가 비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인 뒤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작은 소리에도 하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허니는 제 취향에 꼭 맞게 빚어놓은 듯 잘생긴, 서류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한 얼굴이 자신을 달갑지 않게 쳐다보던 순간을 머릿속에서 떨쳐내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매칭 센티넬을 만나는데다 꿈 꿔오던 부서에 배정된다는 것 때문에 들떠있던 마음도 진정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한없이 이성적이고 침착한 사람이니 가이딩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 침착함은 오히려 독이 되어 허니를 날카롭게 찔렀다. 애초에 가이드와 사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특수 요원의 매칭 가이드가 아카데미 훈련생이라는 것부터가 운명의 장난이나 다름 없었다. 더군다나 몇 십 년을 나타나지 않던 소울메이트라니, 웃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두겠다고 하기에는 처음 아카데미에 들어올 때 작성했던 서약서가 허니의 발목을 옥죌 게 뻔했다. 어떻게든 BAU에서 버텨야했다. 수많은 생각과 함께 불펜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철제 계단을 밟은 허니는 바쁘게 돌아가는 불펜 상황을 보고 얼어붙었다.

앤더슨, 앤더슨이 누구지.


“뭐 도와드릴까요?”


어두운 금발이 짧게 정돈된 FBI 머리 스타일을 하고 정석대로 정장을 입은 남성이 허니를 향해 걸어왔다.


“저, 하치너 요원님의, 아니, 아카데미에서 막 BAU로 배정 받은 요원입니다. 하치너 요원님이 앤더슨 요원님 맞은편 자리를 쓰라고 하셔서—”

“제가 앤더슨이에요.”


앤더슨이 미소를 지으며 허니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허니에게로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


“하치너 요원님이 따로 설명 안 해주셨어요?”

“…네.”

“보통은 소개까지 해주시는데 이상하네요. 여기에요.”


허니가 자리에 앉자마자 꼭 호기심 넘치는 어린아이 마냥 대여섯 명의 요원들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새로운 요원이 들어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하치도 이제 막 복직했으니까.”

“SSA 데릭 모건입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BAU에 들어온 걸 보면 우리 프리티 보이 뺨치는 천재인가본데.”


허니의 책상에 자연스레 걸터앉으며 악수를 나눈 모건이 턱짓으로 허니와 나잇대가 비슷해보이는 다른 요원을 가리켰다.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움직임에 허니도 미소와 함께 똑같이 답했다.


“닥터 스펜서 리드에요.”

“허니 비 요원이에요. 허니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저는 제니퍼 자로, JJ라고 불러도 돼요. 여기는 에밀리 프렌티스, 저 위에 오른쪽 사무실은 데이비드 로시가 사용해요. 오늘은 외부 강연 때문에 안 들어올 건데, 내일은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허니, 아카데미에서 바로 올라온 거라고 하지는 말아줘요.”

“어, 오늘 바로 올라온 거에요. 그러니까, 제가, 하치너 요원님의 매칭 가이드라고…”

“하치의 매칭 가이드라고? 헤일리가…매칭 아니었나?”


모두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깔렸다.


“매칭 가이드가 두 명 이상이었던 경우는 센티넬-가이드 관계가 처음 발견된 이후로 단 하나도 없었어요. 가이드로 판단되는 사람이 여러 명 있더라도 한 명 빼고는 다 일치율이 낮기 마련이에요. 진짜 매칭이 아닐 때는 가이딩 능력이 떨어지거나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 하죠. 진짜 매칭이 나타나면 어쨌든 그쪽으로 다 떠나게 되니까요.”

“얜 원래 이래요.”
 

모건이 리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씩 웃었다.


“만약에 하치의 진짜 매칭이라면…왜 저 위에 안 있고 여기에 혼자 있는 거에요?”


하치너 요원님이 저를 거부해서요, 라는 말을 하기에는 생각만 해도 어딘가가 아파오는 듯 해서, 허니는 다른 이유를 댔다.


“제가 파장이 유연해서요.”

“통계에 따르면 파장이 유연한 가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10% 정도 된다고 해요. 매칭 센티넬 외에도 다른 센티넬도 가볍게 가이딩해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국가 기관 소속이 많죠.”

“그래서 제가 여기 있잖아요.”


팀원들 모두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 빼고 뭐 때문에 웃는 거야!”

“베이비 걸— 이쪽은 오늘부터 같이 일할 허니 비 요원이래. 허니, 이쪽은 페넬로페 가르시아, 우리 테크 여왕님이에요.”


가르시아가 환하게 웃으면서 허니를 일으켜 품에 안았다.


“정말 반가워요! 우리 언제 걸스나잇 한 번 해요!”


BAU가 가족처럼 끈끈한 팀이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허니는 센티넬 외에는 가까워지기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원래 가족 같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폐쇄적이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은 허니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센티넬 빼고 모두가 허니를 환대했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지금 이 상황이 훨씬 나빴다.

 

일방적으로 흘러나오던 방사 가이딩이 있었다가 사라진 사무실에서, 하치는 평소보다 오감이 훨씬 예민해진 채로 있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불펜을 내려다보자 팀원들에게 둘러싸여서 미소를 짓고 있는 허니가 보였다. 평생의 사랑과 믿음을 비웃듯 그의 눈 앞에 거슬리게 나타난 가이드인데, 이상하게 시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에밀리가 허니의 손을 끌어다 잡고 미소를 지었다. 하치는 한숨과 함께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서 난간을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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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을 뒤늦게 발견한 팀원들이 후다닥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동그랗게 커진 허니의 눈만 뜨겁게 타오르는 하치의 눈과 오랫동안 얽혀있었다. 겨우 먼저 시선을 떼어낸 허니가 건너편 앤더슨을 불렀다.

턱에 힘을 바짝 주고 책상 앞에 다시 앉은 하치는 허니가 내밀었던 서류를 펼쳤다.

스트라우스의 말대로 아카데미 평가 항목 거의 대부분의 지표에서 센티넬 집단을 제외하고는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센티넬과의 매칭율이 99%였다. 그가 헤일리와 몇 번 검사를 했어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 했던 결과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헤일리의 몸에는 어떤 이니셜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H.B.가 새겨지자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던 똑같은 이니셜을 가진 헤일리에게 다가간 건 너무나 편리한 착각이었다. 아무 이름도 안 새겨져있던 헤일리가 그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준 것도 필연이 아닌 지극한 우연이었다. 헤일리는 그의 매칭이 아니었다.

허니는 그의 매칭 가이드가 맞았다.

하치는 그 모든 사실이 끔찍하게 싫었다.

 











믣 크마

2024.05.22 23: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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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센세 후회닦개가 되는 과정까지 함께 해........!!!!!!!
[Code: 5108]
2024.05.22 2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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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센세 우리 앞으로 억나더로 보는거야 약속햐
[Code: 696e]
2024.05.23 00: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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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허니는 모르는걸 ㅠ_ㅠ 모든게 처음인데..
[Code: 1f9a]
2024.05.23 01: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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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마에 센가물이라니 미쳤다....
[Code: d278]
2024.05.23 06: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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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미쳐따...
[Code: 420b]
2024.05.23 17: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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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진짜 근처에 HB가 있으니 당연히 헤일리라고 생각하고 일평생 살아왔는데 편리한 착각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쳐돌아간다 후회잔뜩하고 싹싹닦개하는 것 까지 억나더로 풀어주새요 센세༼;´༎ຶ ۝ ༎ຶ༽༼;´༎ຶ ۝ ༎ຶ༽
[Code: b6ed]
2024.05.25 09: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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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나더 억나더 억나더 ㅜㅠㅠㅠㅠ 대작
[Code: 7651]
2024.06.15 1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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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 겹치는 걸로 네임버스 설정한 거 진짜 신의 한 수였다... 센세는 천재야 ㅠㅠㅠㅠㅠㅠㅠ 하치 철벽 치면 오지게 철저하게 칠 거 같아서 벌써 무섭고 좋아서 떨림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d6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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