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다운로드

2.



소보는 나이 어린 퇴마 수행자였음. 원래 어미가 기녀원 출신이라 그곳에서 나고자랐는데 소보네 마을에 작은 요괴가 난동을 부린적이 있었고 당시 지나가던 어떤 퇴마사가 그 요괴를 처리해주는 일이 있었지.

그때 소보는 멋지게 요괴를 잡는 퇴마사의 모습에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퇴마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음.


"절 제자로 받아주세요!!!"


당시 열살쯤 되었던 소보가 막무가내로 제자로 받아달라고 때를 쓰니 퇴마사는 난감했지만 소보가 은근 도력도 좀 있어보였고 마침 제자 한 명을 들여볼까 하던 중이었어서 알겠다며 승낙하고 소보를 거뒀음.

소보는 그렇게 기녀원을 떠나서 스승을 따라 떠돌이 퇴마사가 됨.

수련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스승님은 우직하고 아량이 넓었고 소보는 꾀를 부리긴 했지만 제법 수업을 잘 따라갔음. 나름 재능도 있어서 열 셋 쯤 되었을때는 충분히 스승의 보조 역할도 해냈겠지. 열 다섯쯤 되었을때는 쥐요괴 같이 작은 요괴들은 혼자서도 잡을 줄 알게 될 정도로 성장했음.

소보는 벌써 난 천재인가봐 히히 웃으며 혼자 우쭐해댔는데, 그걸 본 스승님은 '소보야, 퇴마사는 늘 겸손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단다. 우쭐해하면 방심하게 되고 방심은 항상 큰 화를 부르게되지.'라며 소보를 가르쳤지만 소보는 또 잔소리를 하시는거냐며 툴툴거렸었음.


"애옹...애옹..."
(스승님...)


그리고 이제야 소보는 스승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지. 스승님과 떨어져서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자신의 몸은 인간이 아니라 괭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흘렀음.

거기다 고양이가 되고나서부터는 음식을 먹은것도 없어서 바닥에 고인 빗물만 핥아 마시며 허기를 달랬음. 이러다 굵어죽게 생겼구나 했을때 어떤 곳간에 허문 빈틈 사이로 말린 생선을 달아 놓은게 보인거임.

그걸 본 소보는 눈이 돌아가서 닿지 않는 손을 빈틈 안에 밀어넣으며 어떻게해서든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음.


'닿아라, 닿아라!!'


하지만 틈이 너무 작아서 팔이 더 안 들어갔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낑낑거리던 소보는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낯선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 몸을 휙 돌렸지.

평복이지만 깔끔한 차림새의 기품이 흐르는 남자가 어느새 등뒤로 다가와 있었음. 이렇게 다가올때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니 소보는 너무 놀라서 긴장했음. 괭이의 몸이라서 저절로 털이 일어나며 목에서는 하악질이 나갔음.

근데 남자는 허리춤에서 말린 고기를 꺼내더니 먹으라고 던져주는거임. 설마 남자가 이상한걸 바른 고기를 주는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자동으로 입에서 침이 흐르는걸 막을 수는 없었음. 결국 허기에 지고만 소보는 호다닥 육포를 뺏어들고 입에 우겨 넣었음.

그 후로도 몇개 더 육포를 주길래 받아 먹었는데, 쫄쫄 굶고 있던 소보 배에 그게 성에 찰리가 없지.


'줄거면 다 줄것이지 쪼잔하게 하나씩 꺼내서 주기냐!'


배고픔에 이성을(?) 잃은 소보는 아예 남자의 주머니를 노리고 튀어올랐는데 한번의 손동작에 그만 목덜미가 잡히고 말았음.


'이읶, 이거놔. 나는 위대한 퇴마사라고!! 어딜 잡는거야!!'


남자에게 한번에 뒷목이 잡힌것이 무척 자존심 상한 소보가 허공에 발지르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음.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지금 고양이인걸... 고양이는 힘없고 약한 동물이었음. 또 눈물이 찔끔났지만 남자 앞에서 약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그냥 쒸익쒸익 거리기만 했음.

남자는 나름 상냥한 목소리로 자신과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했음. 배고플 걱정은 없게 해주겠다고도 했지. 소보는 자신을 먹을거로 꼬시는(?) 남자를 가는 눈으로 노려보다가 횡 고개를 돌렸음.


'흥!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난 멋진 퇴마사지 진짜 고양이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곤 몸을 굴려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고 깔끔하게 바닥으로 챡 착지를 했지. '흥이다, 흥!' 콧방귀를 끼며 담벼락을 타고 올라 유유히 사라졌음.



하지만 사흘 후, 소보는 금방 후회했음.


'그냥 모르는척 그 남자를 따라갈걸 그랬나. 남자가 주는 밥만 먹고 몰래 빠져나오면 배고플 걱정은 없이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자 무척 아쉬웠지.

그치만 남자는 자신을 계속 도둑괭이 취급하는 멍청한 사람이었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 난 인간인데! 위대한 퇴마사인데! 소보는 또 흥분해서 흙바닥을 손톱으로 박박박 긁어대다가 금방 풀이 죽어서 한숨을 쉬었음.


'스승님은 어디 계시는거지, 혹시 그 요괴에게 당해서 다치신건 아닐까.'


괭이가 되고 나서 이리저리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은 다 돌아다니면서 스승님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었음. 아니면 자신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었지. 근데 수확이 별로 없었음. 이대로 영영 고양이의 모습으로 살아야하는걸까? 소보는 몸서리를 쳤음.

거기다 낮에 뽈뽈뽈 거리며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다보면 배도 고픈데 동네 꼬꼬마 애들이 냐옹이다~ 냐옹아! 하면서 쫒아다니면서 괴롭히니까 그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음. 정말 심신이 고달파지고 있었지.

오늘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채 처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모여 생긴 작은 물웅덩이를 핥으며 물배를 채우게 된 소보였음.

간혹 마음씨 좋은 시장 아주머니들이 남은 생선 대가리들을 던져주기도 했지만 그걸로 배를 채우긴 택도 없었음.

소보는 우울하게 앞발에 머리를 묻으며 눈물을 삼켰음.


"또 배가 고픈것이냐?"


그때였지.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더니 저번에봤던 그 멀끔하게 생긴 놈이 저를 내려다 보며 웃고 있었음.


'하악, 또 뭐야!! 어디서 나타난거야!'


이번에도 남자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소보는 펄쩍 뛰며 털을 곤두세웠음. 이 남자 이상해. 평상복 차림에 내력도 안 느껴지는데 왜 등 뒤로 올때까지 기척이 안 느껴지는거야? 소보는 남자가 황실에서 무예를 익힌 사람이란걸 당연히 모르니 자꾸 뒤가 잡히는게 자존심 상해서 하악질만 하겠지.


"옜다 여기, 혹시나 또 네 녀석을 보게 될까봐 오늘은 좀 넉넉하게 챙겨와봤다."


남자는 또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육포 서너개와 말린 멸치 같은것들을 소보의 앞에 놓아주었음.

소보는 또 입에서 의지를 배신한 침이 주르룩 흐르는걸 느꼈지.


"애옹, 애오오옹, 아옭!"
(가, 가져온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주는거야!)

"그래, 그래. 뭐가 되었든 어서 먹거라."


희제는 괭이가 뭐라고 또 애옹애옹 울면서 동시에 입 안으로 허겁지겁 육포를 넣는걸 보며 고개만 끄덕였음.

잠행을 나오기 전에 환관에게 간식을 좀 넉넉하게 준비해서 넣어달라고 말해둔게 뿌듯했지.


'육포 좀 넉넉하게 챙기거라.'

'예...?'

'아, 말린 멸치나 생선 같은거 있으면 그런것도 좀 챙기고.'

'멸...치요?'

'혹 괭이가 잘 먹는 음식이 뭐가 있는지 아느냐?'

'괭이...???'


잠행 나가는 황샹의 이상한 요구에도 환관은 물음표를 잔뜩 띄운채 일단 챙기라는대로 주머니 가득 넉넉하게 간식을 챙기긴 했겠지.

잠행 나가서 어디 아는 고양이라도 생기신건가...혹시나 데리고 오실 수도 있으니까 괭이용 방석이라도 만들어놔야하나... 이런 눈치 빠른 생각을 하던 환관이었고.

여튼 희제는 자신이 가져온 간식을 맛있게 먹는 눈 앞의 괭이를 보며 흡족했음.


"천천히 먹거라, 많이 남았다."

"아옭, 챱챱챱!"

"그래, 물도 좀 마시면서 먹으래도."


희제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수통을 꺼내서 뚜껑에 깨끗한 물을 부어 소보의 옆에 놔두었음.

소보는 희제가 보는 앞에서 와구와구 먹방을 하고 겨우 배가 좀 차는 느낌이 들자 고개를 들어서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었음. 얼마만에 배가 차는 느낌인지 모름.

소보의 말랑한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걸 본 희제는 조심스럽게 소보의 등 부분을 만졌음. 손가락 끝으로 살살 긁어주다가 소보가 가만히 있자 아예 손바닥 전체로 소보의 등과 목 부분을 쓰다듬었지.

배고픔을 해결한 소보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희제의 손길을 느꼈음. 다른날 같으면 손이 닿자마자 하악질을 해대며 펄쩍 뛰었을텐데 그래도 먹이를 준 사람이라고 그새 편해졌는지 이정도 쓰다듬쯤은 봐줄 수 있을 것 같았음.


"이거 보거라, 털도 다 엉켰고 아주 먼지에 파묻혀서 털색이 무슨색인지도 모르겠다."

"아옹."

"그러지 말고 날 따라오래도. 짐..이 아니라. 내가 이래 봬도 네 녀석이 살면서 감히 한번도 보지 못할만큼 귀한 사람이니라.'

"헹."

"허, 어디서 콧웃음을 치느냐."


희제는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괭이가 어쩐지 제 말을 다 알아듣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음.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말이야. 근데도 어쩐지 의사소통이 되고 있는 것 같았지.


"나와 함께 가면 매일 이런 육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먀앍?"

"그리고 방도 아주 넓으니 뛰어놀아도 봐주마."


물론 궁이니까 당연한 소리지. 대신 들어가면 다시는 궁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게 문제지만 희제는 그런 말은 쏙 빼놓고 눈 앞의 고앵이를 구슬렸음.

사실 고양이야 궁에도 몇몇 궁인들이 키우는걸 봤었는데 왜 이 꼬질꼬질한 고양이만 자꾸 눈에 밟히는건지 모르겠는 희제였음. 사람 말귀를 알아듣듯 행동하는게 신기해서 그런가.


"어떠냐. 네가 손해보는 일은 아니지?"

"애오옭..."


소보는 털로 뒤덥힌 미간은 찡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음. 조건이 나쁜건 아닌데, 사실 저런 맛난 음식들과 넓은 방이라니 이런 길바닥 생활하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겠지. 혹하는 마음이 없는것은 아니었음. 하지만..


'하지만 스승님을 찾아야해, 내 몸도 원래대로 돌려놔야하고...'


선뜻 남자를 따라가기엔 자신은 진짜 고양이가 아니었음. 이대로 남자에게 길들여져 평생 괭이인채로 살다가 죽을순 없는 노릇임.


"왜,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것이냐...?"


가만히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있는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희제는 드물게 초조함을 느꼈음. 이게 뭐라고. 진짜 이 괭이가 고민을 하고있는게 아닐텐데. 그냥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데려가버리면 그만인것을. 궁에 들어가면 이런 길고양이 생활과는 비교도 안되는 호사를 누리게 해줄텐데. 이 작은 녀석이 뭘 안다고...


"애옹, 애오옹."


그 순간 괭이가 솜방망이를 뻗어 희제의 발을 톡톡 건드리며 울었음.


"결정한거냐?"

"먀옹."


소보는 큰 눈을 깜빡이다가 희제의 무릎에 앞발을 두고 일어나서 희제와 눈을 마주치려고 했음. 희제가 눈높이를 맞춰주려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주자 그제야 같은 높이에 눈이 마주쳤지.


"애옹, 애오옹, 먀앍!"
(평생 네 곁에 고양이 노릇을 해줄순 없겠지만 잠깐은 괜찮을것 같아!)

"...?"

"아옭! 아오옭!"
(내 몸을 되찾을때까지 신세 좀 질게!)

"뭐, 좋다는 뜻인거지?"

"애옹!"
(자, 네 집에 가보자!)


그리고 소보는 희제의 어깨위로 폴짝 뛰어올랐음. 그 사이 고양이 몸에 적응이 됐는지 균형감각이 아주 좋아져서 희제의 넓은 어깨에 안정적으로 올라타는게 가능했지.

소보는 몇밤만 이 남자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이것저것 챙긴뒤에 다시 나올 꿍꿍이가 있었음.

희제는 제 어깨에 올라타서 꼬리를 꼿꼿하게 세운 소보를 보며 옳지 잘 선택했다며 웃었지. 마치 이 괭이에게 간택이라도 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졌음.

그렇게 황샹과 괭이 소보의 동상이몽 동거가 시작되었음.







ps. 황샹은 소보를 임보하게 된것이다.

유덕화양조위 덕화조위 희제소보
2024.06.26 00:19
ㅇㅇ
모바일
하앙 소보 망충하고 커여워ㅠㅠㅠㅠㅠㅠㅜㅠ 퇴마사인거 자랑스러워 하는데 몸뚱이가 냥인걸ㅋㅋㅋㅋㅋㅋㅋㅋ 희제가 소보 안잊고 다시 만날거라고 육포랑 멸치도 챙겨온거 따숩고 ㅋㅋㅋㅋㅋㅋㅋ 냅다 델고갈수 있는데 설득해서 허락받는것도 ㅋㅇㅇ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희제 어깨 위에 올라타서 꼬리 세운 소보 의기양양하고 소보 설득에 성공한 황상희제도 위풍당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보가 임종때까지 보호하는거자나 이제 희제가 소보 임보해줄거야 응!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338]
2024.06.26 00:48
ㅇㅇ
모바일
그치그치 맞지 임종까지 보호니까 임보지 응 이거이거 냥소보가 제발로 들어간거니까 황샹이 안놔줘도 별수잇나 ㅌㅌㅌㅌㅌㅌㅌㅌ 그저 황샹 품에서 예쁨이나 받고 지내야만
[Code: 699b]
2024.06.26 12:21
ㅇㅇ
모바일
드디어 희제 집사로 간택했냐고ㅋㅋㅋㅋㅋㅋ근데 소보 생각이나 행동보면 냥몸에 적응 너무 잘한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타고났는데?ㅋㅋㅋㅋㅋ소보 희제 어깨에 착 올라간거 너무 귀엽다고 희제도 소보냥이 주려고 육포랑 멸치 싸온거 너무 다정하다 집사될 자격이 있다 센세 희제집사랑 소보냥의 궁생활도 보여줘요 어나더
[Code: e811]
2024.06.26 12:30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위대한 천재 퇴마사다 애옹..애옹.... 둘이 티키타카 ㅁㅊ 존귘ㅋㅋㅋㅋㅋㅋㅋ 다 알아듣잖아 코웃음 치지말랰ㅋㅋㅋㅋㅋ 소보 나름대로 바쁜몸이라 잠깐 있어옆에줄게~ 하는거 ㅈㄴ귀엽고 좆냥이같닼ㅋㅋㅋㅋㅋㅌㅌ 소보야 궁은 들어가면 못나오는 곳이니라...( ͡° ͜ʖ ͡°)
[Code: c72e]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