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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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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하치, 하치 정신차려요!”

모건이 앰뷸런스 쪽으로 실려가는 하치를 따라오며 소리쳤다.
괜찮아, 한 마디를 하려는데 왜 입이 안 떨어지는지.
하치는 괜찮다는 의미로 왼쪽 손목만 살짝 위로 젖혀 손을 휘저었다. 그보다 더한 것도 겪어봤다. 치명적인 부위에 맞은 것도 아니지만, 타고난 반사신경과 훈련으로 다져진 사격 실력 덕분에 몇 년 동안 칼은 몰라도 총에는 맞아본 적 없던 팀장의 어깨에 총알이 박혔으니 팀원들 모두가 패닉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관통상이었으면 상황이 나았을텐데, 맹관이어서요. 오래 걸렸지만 당분간 오른팔은 사용하지 않으면 나중에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 없을 겁니다.”

1시간 뒤, 의사가 마취가 깨지 않은 상태의 하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하치한테 말하면—”
“절대 안 들을걸.”
“압박 붕대 감으니까 괜찮다고 우길거야.”
“퇴원 못 하게 해야겠지?”

에밀리의 주도 하에 팀원들은 하치의 당일 퇴원 의사를 차단하기로 했다.

“하치, 좀 어때요?”
“괜찮아. 내 옷이 어디 있지?”
“안 돼요.”
“뭐가. 왜?”

하치의 손짓이 꽤 억울했다. 왼손도 아니고 오른손인데, 총을 잡지는 못 하겠지만 서류 처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치, 우리가 하루이틀 봐요? 또 퇴원하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이번엔 안 되겠어, 애런. 의사 말이 적어도 5일은 있어야 된다는데.”
“데이브—”
“가르시아 말이, 사건이 있다네요.”
“그 연락은 나도 받았어.”
“급한 사건이라니까 저희는 가볼게요. 가르시아가 올 거에요!”

팀원들은 하치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하치는 닫힌 문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지만, 곧 아파오는 어깨 때문에 호출벨을 눌러야했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하시라니까요. 더이상 정보 제공이 안 되면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집을 다시 뒤집어 엎어서라도 찾아다주세요. 아, 영장...그러면 그때 안 된다고 했던 목격자한테 연락 해보세요. 저 병원에 있어도 재판까지 남은 시간은 계속 지나간다니까요. …네, 부탁드려요.”

진통제 때문인지, 깊게 잠들었다가 막 깨어난 하치의 귓가로 짜증이 잔뜩 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또다른 목소리가,

“옆에 환자분 깨어나셨으니까 조용히 해주셔야 돼요.”
“아....죄송해요. 조심할게요.”

쉴 틈 없이 통화 상대를 몰아붙이더니 간호사의 한 마디에 순순히 대답하는 모습에 끌린 건지, 하치는 간호사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옆 침대를 가려주는 커튼을 젖혔다.

“저기요,”
“ㄴ, 네? 아, 저기, 떠든 건 죄송해요. 저 혼자 있는 줄 알았어요. 다시 안 그럴게요, 정말 죄송—”

하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이, 변호사일 것 같다는 하치의 짐작을 어느 정도 뒷받침 해주었다. 하지만 아까 전화할 때와 지금 그의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지 않은가. 그 차이에 장난기가 살짝 올라와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꾸했다.

“괜찮아요. 근데 그렇게 대하면 의뢰인 다 떨어져 나갈텐데.”
“제 의뢰인은 떨어져 나갈 일 없어요. 변호사 아니고 검사거든요. 연방, 검사.”

미처 예상치 못했던 범주의 대답에 놀란 하치는 그의 말에 반박하느라 동그랗게 커진 까만 눈이 꽤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아, 검사에요?”
“그렇게 안 보인다는 말 많이 들어서 괜찮아요.”

하치가 왼손을 살짝 저어 미안하다는 손짓을 해보였다. 이상하게도, 그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검사에 대해서 여전히 궁금증이 가시지가 않았다.

“그럼 연방요원들을 그렇게 다루는 거에요?”
“일을 제대로 안 한 건 사실인걸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무것도 못 건져요.”
“그건 맞는 말이긴 하죠. 아무리 그래도 그 고집 센 연방 요원들이 협조해줄 리가 없는데.”
“제가 몇 번 볶았더니 이 정도인 거에요. 연방 재판 좀 아시나봐요?”
“연방 검사였어요. 지금은 연방 요원이고.”

아, 그렇구나.
저쪽에서는 손을 내밀 것 같았지만 계속 몸을 기울이고 있자니 어깨가 슬슬 아파왔다. 그래서 하치는 꼭 악수를 하기 싫어하는 리드 마냥 손을 마주 내밀지는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리드와는 다르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멋진 커리어네요. 그래서, 병원에는 왜, 아니, 방금 깨어나신 거면 자꾸 저랑 말 하면 안 되죠!”
“괜찮아요. 총 맞은 건 목이 아니라 어깨니까.”
“총...”

피해자가 총을 맞는 사건이 흔하디 흔할텐데, 검사의 시선이 바닥으로 조금 떨어졌다.
그러는 검사님은 왜, 라고 물으려는데,

“Sir!"

하는 가르시아 목소리가 쨍하니 들려왔다. 몸이 둔해진 하치는 금방 자세를 돌리지 못 하고, 대화 상대 쪽으로 상체를 살짝 기울인 자세 그대로 가르시아랑 눈을 마주치게 됐다.

“좀 어떠— 아니, 계속 얘기하세요. 잘 계신 거 같으니까 저는 그만 가볼—”
“가르시아,”
“네?”

한쪽으로 올라간 가르시아의 입꼬리가, 금방이라도 모건한테 전화를 걸어서
‘초콜릿 썬더, 내가 방금 뭘 봤는지 알아? 하치가 병원에서 옆 침대에 있는 사람이랑 플러팅을—’
로 시작하는 말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치는 옆의 검사가 곤란해지는 일은 막고 싶어서 사건 얘기로 가르시아의 주의를 돌렸다.

“사건은?”
“아, 정보 보내드릴까요? 아니지, 절대 안정이신데—”
“가르시아, 괜찮아.”
“그럼 보내드릴게요. 뭐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입꼬리를 평소처럼 끌어올린 가르시아는 뒷말로 ‘굳이 안 불러도 만족하실 거 같지만요...’하는 사족을 달고 높은 구두가 바닥에 경쾌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걸어나갔다.

“워커홀릭이신가봐요.”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그게 연방이니까요.”
“그게 연방이죠.”

고개를 끄덕인 하치는 습관적으로 검사를 가만히 관찰했다.

“뭐 때문에 병원에 있는 거에요?”
“피고인이 법원 계단에서 저를 밀어서요. 발목이 좀...이상하게 부러져서 병원 신세에요.”

검사가 다리를 살짝 들어보였다.

“안 좋네요.”
“괜찮아요. 재판 준비 시간이 줄어든 것만 빼면 이것 때문에 형량이 더 나올 것 같거든요.”

얼마 안 가 다시 돌아온 가르시아가 하치에게 태블릿과 파일 몇 개를 건네주고 사건에 대한 업데이트를 전했다. 하치가 파일을 펴는 것에 맞춰서 옆의 검사도 브리프케이스에서 서류를 꺼내들었다.
옆 쪽에서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자 검사가 급하게 시선을 돌린다.

“왜요?”
“아뇨, 아니에요...잠깐 생각 중이었어요.”

검사가 긁적이는 뺨이 살짝 붉었다. 하치는 살짝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더러 워커홀릭이라더니, 검사도 그 못지 않게 노트북과 서류를 끼고 지냈다. 둘이 나란히 반쯤 누워서 일을 하는 동안 병실에 맴도는 침묵이 꽤 하치의 마음에 들었다. 가끔 흘러나오는 일에 대한 탄식을 들어주는 건 덤이었다.
이따금씩 통화를 하면서 잔뜩 말을 쏟아내던 검사는 하치와 만나고 이틀 뒤에 퇴원했다. 팀원들이 그를 병원에 두고 출발한 사건도 동시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하치의 어깨에도 통증이 점점 줄어들었다.
하치는 비어있던 그의 옆 침대에 새로운 남자가 들어온 것을 보면서 그제야 검사에게 이름도, 연락처도 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중에 뭐 하나라도 물어볼걸,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가르시아한테 DC 연방 검사실에 있는 검사들 중 지금 사건이 진행 중인 검사들을 찾아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연락한다면 분명, 연방 요원들은 다 그런 식이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굳히게 될 거다. 하치는 검사에게 ‘그런 식’의 요원으로 분류되고 싶지 않았다.


**

아쉬움도 잠시, 하치의 퇴원과 함께 그의 일상은 바쁘게 굴러갔다. 하치의 걱정 아닌 걱정과 다르게, 모건이나 다른 팀원들에게서 그의 어설픈 플러팅—가벼운 대화였지만 가르시아라면 충분히 과장하고도 남을 것이다—에 대한 놀림은 듣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자 병원에서의 기억은 머릿속 저편에서만 남게 되었다.
평소처럼 사무실에 몇 시간 째 앉은 채로 검토가 들어온 사건들에 의견을 적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SSA 하치너입니다.”
“하치너 요원님, 안녕하세요. BAU 팀장님 맞으시죠?”
”맞습니다만.”
“DC 연방 검사실인데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전문가 증인이 필요해서 연락 드렸어요.”
“연방 검사실이요.”

여느 때처럼 사건 전화이겠거니 했던 하치의 머릿속에 한 달 전의 기억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네, 저희 검사님이 말씀하시길 재판정에서 특별히 범죄심리 관점으로 피고인을 분석할 것을 요청했대요. 검사님은 연방수사국 행동분석팀을 원하시고요.”

연방 검사실이라는 말에 끌려서였을지, 하치는 더 묻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자료 보내주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보내드릴게요.”
“검사가 누구죠?”
“허니 비 검사님이요. 검토해보시고 의향이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무슨 이름이 허니 비.
미간을 한 번 좁힌 하치는 잡히는 종이에 이름을 대충 휘갈겨 적고 자료를 보낼 곳을 알려주었다.

“연락 주시면 저희 검사님이 찾아가실 거에요.”
“네.”


서류를 검토해 본 하치는 증언을 승낙했다. 다만 BAU에게 증언을 맡기겠다고 했지, 특별히 하치더러 해달라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보이는 강박성 범죄 특성을 고려해서 모건한테 증언을 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팅을 하겠다며 찾아온 검사를 본 순간, 하치는 살면서 그렇게 빨리 마음을 고친 적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마음을 바꿨다.

“하치너 요원님?”
“비 검사님.”
“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요.”

병원에서와 다르게, 하치는 이번엔 검사와 멀쩡하게 악수를 나눴다. 허니가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동안 동굴에서 나온 가르시아가 불펜 저 뒤쪽에서 혼자 나름대로 조용히—하지만 하치에게 다 들릴 정도로—환성을 질렀다.

“증언은—”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하치가 허니에게 손짓을 해서 그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이끌었다. BAU의 팀장은 꼭 사건이 아니어도 평소에 워낙 바쁜 직책이라, 하치는 외부 사람을 만날 일이 생겨도 사무실에서 최대한 용건만 간단히 주고 받았었다. 하지만 허니한테는 자기도 모르게 사무실 문 닫히기도 전에,

“점심 먹었어요?”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미팅은 11시였기 때문에 정부 기관에서는 당연히 아직 점심을 먹지 않을 시간임을 알면서.

“어…아뇨, 부장 검사님이랑 미팅하고 바로 온 거라서요. 근데 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이거 그렇게 오래 걸릴 거 같지도 않고—”

또 빠르게 쏟아내는 말에 하치가 살짝 미소를 띄웠다.

“나도 안 먹어서, 같이 먹으면서 얘기할까 했죠.”

아.
허니는 금방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치가 마주 고개를 끄덕여주고 브리프케이스 안에 서류를 넣었다. 불펜을 빠져나가는 동안, 하치와 허니는 브리프케이스를 각자 한 손에 들었고, 하치의 왼손은 허니 등 아래쪽에 자연스럽게 살짝 대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본 팀원들은 서로 휘둥그레해진 눈알만 굴리면서 의문 어린 시선을 보냈다.

“베이비걸, 그 사람이야?”
“...맞아.”

가르시아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에밀리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


플러팅 아니라는 건 하치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

믣 크마 하치너붕붕

2024.05.06 00: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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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너 맙소사 이건 되는 플러팅이다! 된다 센세! 어나더!!!
[Code: 7ea5]
2024.05.06 0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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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미쳤어ㅜㅜㅠ 하치ㅜㅠㅠㅠ 누가 봐도 플러팅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요ㅜㅜㅠㅠ 센세ㅜㅠㅠ 억나더!!!!!!!
가르시아 너무 귀여워ㅜㅜㅠㅠㅠㅋㅋㅋㅋㅋ
[Code: c933]
2024.05.06 01: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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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모건한테 시키려다가 재빠르게 맘바꾸는 하치 너무커여워ㅋㅋㅋㅋㅋㅋ워커홀릭 커플 더보고 싶어요 센세ㅠㅜㅠㅠ어나더 기다릴게요ㅜㅠㅜㅠㅠ
[Code: b83a]
2024.05.06 0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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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엉 센세 너무조아
[Code: 9a4e]
2024.05.06 17: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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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진짜 너무좋아서 이게 꿈이아닌지 눈비볐잖아
[Code: a866]
2024.05.15 11: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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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정말 고맙다는 말 하고싶어 정말 최고야
[Code: 7d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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