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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19
전편







5.

공작가 후계자인데, 영애들이 가만 두겠어?

칼럼은 오늘 아침 제 동생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제 동생이 이번에도 맞았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자신을 오스틴 버틀러라고 소개한 소공작은 정말이지 무도회의 최고 인기스타였다. 영애들은 어떻게든 그에게 한 마디라도 더 붙여보려 노력했고 어떤 영애들은 부채를 필사적으로 펄럭이며 그의 시선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공작새들이 따로 없구만."


그런 영애들을 보며 칼럼의 동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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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1년만 버틀러 경이 빨리 사교계에 나왔다면, 네가 낚아챘을텐데. 그치?"


그렇게 말을 하는 칼럼이 킬킬 웃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이었다. 그리고 칼럼의 동생 또한 제 오빠가 장난을 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야 칼럼의 동생은 고작 작년에 남편을 찾고 결혼을 하게 된 아주 따끈따끈한 신혼부부였으니까. 

심지어 칼럼의 동생은 사교계에 찾아보기 그렇게나 어렵다는 연애 결혼의 주인공이었다. 항상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 한다는 제 부모님의 입버릇처럼, 동생은 사교계에 데뷔를 했던 바로 그 첫 해에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사실대로 말을 하자면, 칼럼은 지금까지 그런 제 동생이나 제 부모님의 말을 딱히 이해하지 못 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 짧은 시간만에 사랑에 빠진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칼럼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제가 오스틴을 보고 잠시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별 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저렇게 생긴 사람을 처음 봐서, 그래 그래서 놀란 것 뿐이라고 칼럼은 생각했다.


"뭐, 잘생긴 건 맞으니까."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칼럼의 정신을 다시 일깨운 것은 다름 아닌 옆에 있던 동생의 말이었다.

그리고 칼럼은 그 말에 다시 한 번 오스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여러 영애들 사이에 서서 수줍은 듯 미소를 짓고 있는 버틀러 소공작. 그 미소가 잘생겼다기보다는 예쁜 것에 더 어울린다고 칼럼은 생각했다.

물론, 그 말을 직접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6.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도회가 여전히 한참이었지만 칼럼은 무도회장을 빠져나와 정원을 거닐었다.

터너 가문의 소유의 정원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칼럼은 이곳을 잘 알았다. 매년 사교 시즌이 되면 한 번씩은 오는 곳이었으니까.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까지 새로운 영애들을 제 앞에 데려다 놓으며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이 영애와 5분 이상 대화하지 않으면 칼럼을 죽여버릴 것이라고 말을 하던 터너 후작부인의 손에서 겨우 빠져나온 참이었다.

하여튼, 아직 결혼 할 생각은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후작부인은 별로 듣지 않았다. 제작년, 제 형이 드디어 아내를 맞이하자 후작부인은 이제 타겟을 칼럼으로 옮겨온 참이었다. '네 형도 결혼을 했으니 너도 어서 해야지.' 이제는 칼럼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여기서 코너를 돌면 작은 분수가 나올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칼럼은 자신도 모르게 '어?' 하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버틀러 경?"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분수대에 의외의 인물이 기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달빛을 받아 더 찬란히 빛을 내는 듯한 금발, 입이 벌어질 때면 가장 먼저 마중 나오는 두 앞니. 거기까지 칼럼이 생각했을 때 오스틴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앉아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터너 경, 제가 일어나겠,"
"조심하세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던 오스틴은 이내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걸 본 칼럼이 오스틴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눈 앞에서 누군가가 넘어지기 직전인데 신사된 자로서 어떻게 손을 뻗지 않을까.


"어어?"


하지만 칼럼이 빠르게 손을 뻗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틴은 이내 분수대 뒤로 넘어가 물 속에 빠져버렸다.

차라리 오스틴만 빠졌으면 다행일텐데, 뻗어진 칼럼의 손을 맞잡았던 오스틴의 힘에 의해 칼럼까지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다.

칼럼은 순간 당황했다. 어딜 가서 힘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칼럼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잡아당기는 오스틴의 힘이 강했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간단하게 그의 손길에 끌린 이유가 무엇이지...? 


"죄, 죄송합니다."


오스틴 또한 적지 않게 당황한 듯 해 보였다. 잔뜩 젖은 머리카락이나 옷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엎친데 또 덮치는 격이라고, 오스틴은 제 몸을 빠르게 일으키지 못 했다. 다름 아닌 그의 커프스 버튼에 걸린 칼럼의 단추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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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오스틴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귀 끝까지 잔뜩 붉어진 채였다.

그런 오스틴의 얼굴선을 따라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보며 칼럼은 입을 열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역시, 이건 제 동생이 틀렸다. 칼럼이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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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아요."


이 남자는 잘생긴 것이 아니고 예쁘다.



7.

첫 무도회의 설렘은 언제나 남다르죠.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할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예상 못 한 사랑을 마주할 수도 있고 말이죠.

어제의 첫 무도회는 확실히 남다른 성과가 있었을 겁니다. 적어도 영애들에게는 말이죠. 

그야 베일에 싸여있던 버틀러 가문의 장남, 오스틴 버틀러 소공작이 드디어 사교계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화사한 금발에 어여쁜 미소. 그 미소에 가슴 설렌 영애들이 아마 한 둘이 아니었을 겁니다.

또한 버틀러 소공작의 등장에 칼럼 경이 별로 기뻐하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제 생각이 틀렸던 것 같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무도회 중간에 사라졌던 둘이 갑자기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돌아오지 않았을테죠. 어디서 물놀이라도 즐기고 왔나요? 여름이 다 지나가버린 지금?

뭐, 확실한 것은 버틀러 소공작이 그 아름다운 미소로 영애들만의 마음을 훔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마 다른 영식, 특히 칼럼 경의 마음까지도 훔친 것 같다는 거죠.

그렇지 않고서야 둘이 함께 무도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수줍은 미소가 칼럼 경의 얼굴에 걸려있지 않았겠죠?

영애들, 칼럼 경께서 버틀러 소공작의 마음을 훔치기 전에 발 빠르게 움직이셔야 할 것 같네요.


18xx년 x월 x일.
레이디 클레븐.







칼럼오틴버 칼틴버
2024.05.22 00:43
ㅇㅇ
모바일
미친 존나 설레 ;;;;; 센세ㅜ억나더요
[Code: 3bee]
2024.05.22 00:53
ㅇㅇ
모바일
하 안자고 있던 나 칭찬해... 센세 진짜 필력 미쳤어요... 그 시대 살고있는것 같음 칼틴버 빨리 사궈 알콩달콩 연애해
[Code: 4bab]
2024.05.22 00:58
ㅇㅇ
모바일
꺄아앙아아앙아ㅏ악너무재밌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dea]
2024.05.22 00: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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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친미친 개설레;;;;;서로 반한거 아니냐고ㅠㅠㅠ 달빛 받으면서 분수대에 앉아있는 오스틴 상상하고 극락감😇
[Code: 435d]
2024.05.22 01: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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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클레븐 정체도 궁금하고 하 센세 너무 재밌어요ㅠㅠ
[Code: aeb3]
2024.05.22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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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틴버 진짜 운명이다ㅠㅠㅠ 레이디 클레븐은 누굴까 설마 오스틴이라면 계략텀으로도 먹을 수 있잖아ㅌㅌㅌㅌㅌㅌ
[Code: 6791]
2024.05.22 01:33
ㅇㅇ
모바일
아 존나 좋아.....억나더 제발 헉헉
[Code: f8da]
2024.05.22 1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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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클레븐 칼럼 동생아녀ㅋㅋㅋㅋㅋ 칼럼이 남들 다 보이게 처신하진 않았을거 같은데 칼럼 반응 저렇게 빨리 캐치하는건 가족이나 가족급 친구친지 일듯ㅋㅋㅋㅋㅋ
[Code: c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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