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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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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추위가 가고 금새 날이 풀렸다. 바깥은 초록 물이 들고 볕이 따뜻해졌는데, 카잔스키 저택은 그 어느때보다 음산했다. 어르신이 체포된다 만다 하면서 어수선했던 것은 둘째 치고 집안을 어슬렁 거리는 군인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보초를 선다며 하루 대부분을 어슬렁 거리면서, 괜히 사용인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예쁘장한 애들한테 추파를 던졌다. 아무리 할 일 없이 돌아다녀도 그들은 총을 찬 군인이었고, 존재만으로 우리를 긴장하게 했다.

대령의 도주 이후로 경비가 삼엄했지만, 이들은 대령 만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카잔스키 제독을 감시하러 왔다. 어르신은 몇 주 째 출근을 하지 않고 저택에만 계신데, 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면서 저택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전쟁 통에 군인을 떼거지로 보내서 저택을 지키게 하는 게 흔한 일인가? 제독님 만큼 점잖은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누가 보아도 그 고약한 중장이 어르신이 맘에 안들어 벌인 일이다. 어르신은 내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군인들조차 자기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궁시렁 거리기 일쑤였다.



한 가지 변한 것도 있다. 이제 어르신은 거의 매일 대령을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대령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고는 싶은데, 그 분이 직접 대령의 방에 찾아가 독대하는 것이 좋아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 분이 어떤 혐의를 뒤집어 썼는지 생각하면 마땅한 처사였다.

그래도 두 분은 전처럼 으르렁 거리고 싸우지는 않았다. 나는 그 분이 대인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도련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면, 이 번에는 정말로 대령을 때리거나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게 대령을 대할 뿐이었다. 어찌보면 그 분 다웠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주로 상투적인 안부 인사가 오갔다. 사실 둘이서 주고 받을 대화가 뭐 있겠는가. 그저 형식적인 확인 절차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확실히 이상한 일이 있었다. 어르신은 저녁 식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분은 저녁 내내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직접 부엌으로 내려와 술을 찾더니, 밤 늦게 위스키 한 병과 잔 두 개를 가지고 올라갔다.



다음 날 아침에 대령에게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러 갔는데, 술병과 술잔이 그 방에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곧장 그에게 물어보았다.

“어제 두 분이서 드신거에요?”

그가 별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 술잔과 대령을 여러번 번갈아 보다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언제 그렇게 친해지셨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많이도 드셨네.”

꽤 남아있던 술병이 완전히 비어있었다. 잔을 치우면서도 둘이 오붓하게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은 떠올리기 어려웠다. 이젠 대령이 망상증까지 겪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분명 어르신이 가지고 간 술병이 맞았다.

“앞에 군인들이 수상하게 보지 않던가요?”
“매우 수상하게 보더군. 그렇다고 술에 취한 준장에게 대거리할 만큼 용기 있는 자는 없었지.”
“취해있었다고요? 그 분이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카잔스키 제독이 술에 취한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애주가이긴 했지만, 남들 앞에서 주정을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별 일이네.” 대령은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참 의심쩍다.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들이 마주 앉아 술잔 기울일 사이는 아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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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은 행각은 그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계속되었다. 대령은 식사 시간에 맞추어 식탁에 앉았는데, 어르신은 한 이십 분 쯤 늦게 나오셨다. 절대 늦는 법이 없는 분인데! 그 분은 상당히 긴장한 표정으로 나타나서, 대령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앉아서 생선만 썰고 있었다. 그를 유심히 보던 대령이 말했다.

“어제 드물게 말이 많던데, 오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작정인가?”

어르신은 물을 마시려다가 그 말을 듣고 사레가 들렸다. 한참 켁켁 거리던 그는 얼굴이 귀까지 빨게져서 횡설수설한다.

“어제는 미안했소.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셔서… “
“그럴 것 없네. 오히려 취하니까 친구로 삼을만 하던데.”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떠올랐다. “앞으로는 몇 잔 마시고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군.”

제독은 다시 얼굴을 푹 숙이고 생선을 자르는 데 집중했다. 같은 부분을 얼마나 많이 썰던지 접시까지 썰 기세였다. 곧 어르신은 그들을 감시하고 서 있는 군인의 눈치를 보았다. 그가 주방에서 일하는 언니를 훔쳐보느라 정신이 팔린 것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내일 주니어가 올 거요.”
“그 애는 학교에 간 것 아니었나?”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친척집에 맡겨두었소. 이제 정말 학교에 가야하니 가방과 짐을 챙기러 들를겁니다. 당신 방에도 뭘 두고 왔다던데, 그 애가 가면 친절하게 대해주시오.”

그러자 대령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는 두 사람이 평화롭게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대령은 한 술 더 떠 안쓰럽다는 듯 말한다.

“그냥 그 애를 보내지 말지. 아버지를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런 난리통에 애를 둘 수는 없지 않소.” 그가 여전히 정신이 팔려있는 군인을 흘겨보았다. “괜한 꼴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나랑 떨어져 지내는 게 나을거요.”
“그 '손님' 이지, 아닌가?”

제독이 썰던 칼을 멈칫했다.

“자네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오.” 그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자가 조만간 저택에 올 겁니다. 당신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소.”
“자네가 유죄이기를 바라는 것 같던데.”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사실입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자네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나도 그게 궁금합니다.”

그리고 다시 평소처럼 시시콜콜한 안부를 묻더니 아예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계속했다. 나는 식당의 구석에 서서, 눈 앞의 싱겁고 단조로운 대화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둘의 대화가 이렇게 평화로이 끝날 수 없는데.





*


어르신 말씀대로, 다음 날 도련님이 저택에 도착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그 애를 청소 바구니에 넣어서 대령의 방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대령님!”

꼬마가 외치면서 뛰쳐나오자, 대령이 쉿 하라고 손짓했다. 도련님은 목소리를 낮추고 웅얼거렸다.

“전에 인사도 못 드리고 헤어져서 서운했어요.”
“그래. 그동안 잘 지냈고?”
“네. 할아버지 집에 있었어요. 학교를 못 가서 심심하긴 했지만요…”

뻔뻔하게 꼬맹이랑 대화하는 꼴을 보라지. 도저히 아니꼬아서 들으라고 헛기침을 했더니, 대령은 멋쩍은지 입을 꾹 다물고 웃어보였다.

“도련님, 필요한 것만 빨리 챙겨서 나가야 해요. 들킬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대령님을 오랜만에 만났는걸요.”

그 애가 입을 불퉁 내밀고 웅얼거렸다.

“이야기는 다음에 해도 된다, 얘야. 다음 휴일에도 나는 여기 있을테니까...”

그제서야 도련님은 밍기적거리며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 번 조사 때 방을 마구 뒤집은 후에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서 물건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엔 나랑 대령까지 합세해서 도련님의 방학 숙제를 찾아야 했다. 도련님을 그 자와 같은 방에 두는게 꺼림직해서 자꾸만 초조해졌다. 삼십 분은 더 지나서야 도련님이 종이 뭉치를 손에 쥐고 나타났다.

“찾았어요, 여기 서랍 안에 있었어요!”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그 애의 물건을 챙겨넣었다. 도련님은 아쉬운지 입술을 불퉁 내밀고서, 예의바르게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하고,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청소 바구니에 올라탔다. 대령은 끝까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도련님을 배웅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눈에 비친 복잡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

도련님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차라리 다행일까? 그 꼬마를 위해서 어느 것이 최선일지 알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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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떠나고 며칠 후 J 중장이 집에 찾아왔다. 조용하고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

자정이 넘은 밤 중에 심부름 하는 아이가 잔뜩 긴장해서 찾아왔다. 손님이 오셨다면서 빨리 나와 보시라고, 급박하게 말하는 탓에 대령은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않고 응접실로 향했다. 카잔스키 제독과 J 중장, 그의 부관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대령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카잔스키 주니어가 그 방에 있었다.

J 중장은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꽤 다정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아이는 불안한지 덜덜 떨면서 제 아버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카잔스키도 갑자기 불려왔는지 실내복 차림이었는데, 흐트러짐 없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음에도, 그의 몸이 분노로 떨리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J는 그가 온 것을 보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아, 드디어 왔군.” 그의 의기양양한 태도가 거슬렸다.

“포로 주제에 사람을 귀찮게 하기는. 내가 당신 때문에 작성할 서류가 몇 개인지 아나?”

대령의 세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그의 절반 뿐인 주먹에 힘줄이 돋았다.

“카잔스키의 아들이 왜 여기에 있지?”

그러자 그가 능글맞게 웃더니, 아이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방금 준장도 같은 질문을 하던 참이었는데.”
“그 손은 떼지 그래.” 대령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내가 이 애를 붙들고 자네를 협박하기라도 할까봐.” 그가 빈정거렸다.

“용건이나 말하십시오.” 카잔스키가 억지로 분노를 삼키고 말했다.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눈알은 잔뜩 곤두서서 그의 아들을 잡은 손을 노려보았다.

중장은 품에서 가지런히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어딘가 눈에 익은, 빛이 바랜 미색 종이였다.

“자네 아들의 가방에서 이 편지가 발견됐네. '손님방'에서 가져왔다더군.”
“내 아들을 수색했습니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거지, 그런데…”
“약속과 다르지 않습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준장.”

그는 편지를 펼쳐 제독의 눈 앞에 들이민다. 카잔스키는 무표정하게 편지를 읽는다. 대령은 그 편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가 남겨놓았던 카잔스키의 편지였다. 등이 쭈뼛 서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나 싶던 순간, 카잔스키는 되려 다분히 불쾌하다는 표를 내면서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자네가 몰래 그의 가족들을 만나게 해줬다는 명백한 증거잖나. 누가 보아도 대령의 아내에게서 온 편지인데, 자네의 필체로 쓰여있어. 자네가 친히 대필까지 해다 바쳤다는 거지. 자네를 통하지 않고 이 자가 어떻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겠나?”

그가 승리감에 들떠 떠벌렸으나, 제독은 여전히 태연했다.

“이 편지의 어디에 그의 아내가 썼다고 나와있습니까?”
“여기에, ‘사랑하는 내 남편에게’라고ㅡ”
“그건 내가 대령에게 쓴 편지입니다.”

카잔스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대령을 포함한 모두가 놀라 카잔스키 제독을 주목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명히 남편에게 썼다고 ㅡ” 그는 횡설수설 하다가, 뒤늦게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오.”

중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대령과 제독을 번갈아 보았다. “자네가, 그러니까, 자네랑…” 대령은 제독이 무슨 말을 한건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거짓말 말게!” 충격에 빠진 J 중장의 부관이 소리질렀다. “증명할 수 있나?”

“... 불쾌하군.”

카잔스키는 그 꽥꽥거리는 자를 한 번 노려보고, 대령에게 가서 손을 잡았다. 대령은 하마터면 손을 뿌리칠 뻔 했다. 그는 놀라서 얼어있는 대령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방 안의 모두가 경악에 차서 그를 보았다. 주니어까지도 말이다.

“이러면 됐나?”
“아, 아니, 그걸론 부족한데,”
“뭘 더 바라는 건가? 내 알몸이라도 보자는 건 아니겠지.”
“내가 자네 알몸을 왜 보나!” 그가 버럭 소리질렀다. “망측한 소리 그만하게! 준장, 이건 간단한 사안이 아니야! 어떻게 남자랑, 그, 그것도, 포로랑ㅡ”
“나를 체포라도 하려고?”

카잔스키가 빈정거렸다. 보다못한 중장이 끼어들었다.

“그만하게!”

그는 머리가 지끈지끈 한지 몇 번이나 얼굴을 쓸어내리고, 겨우 평정을 유지한 채로 말했다.

“제정신이 아니군, 카잔스키. 상부에 보고하겠네. 자네의 처분은 그 후에 논의하도록 하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제 아주 막 나가는군.”
“먼저 약속을 어긴 것은 당신입니다.”

카잔스키가 이를 아드득 갈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카잔스키 주니어가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중장은 잔뜩 당황해서 충격에 빠져버린 아이를 밖으로 서둘러 내보냈다. 그제서야 카잔스키는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쉰다. 한동안 방에 정적이 흐르다가, 중장이 침묵을 깨고 대령에게 물었다.

“그의 말이 사실인가?”

대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카잔스키를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이오.”

그러자 J 중장은 경멸스런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믿을 수가 없군. 아내에 대한 의리가 어쩌고 하더니, 다 내숭이었나? 오랜 포로 생활에 몸이 동했나보지?”
“말을 가려서 하십시오.” 카잔스키가 나섰다.
“꼴에 남편 앞이라고 사내 흉내를 내고 싶은가?”

그는 대령과 제독을 번갈아 보더니, 세상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얌전히 처분을 기다리게. 야반도주할 생각은 말고.” 그는 턱짓으로 카잔스키를 가리켰다. “자네에겐 실망했네. 뇌가 아랫도리에 달린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카잔스키는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중장은 혀를 몇 번 차더니 부관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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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방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카잔스키 제독은 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뒤로 젖혀버렸다. 그는 탁자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했고, 애꿎은 소파를 으스러트리기라도 할 것처럼 꽉 쥐고 있었다. 애써 감정을 삼키느라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일은 그의 계획에 없었다. 그는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는 것을 견딜 수 없었고, 특별히 ‘대령’과 관련된 일에는 한없이 예민해졌다.




“카잔스키, 방금 그건…”

먼저 대화를 시도한 것은 대령이었으나, 그도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허공을 노려보던 카잔스키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되묻는다.

“그 편지는 왜 여태 가지고 있었습니까?”
“태우고 싶지 않았네.”
“가짜 편지를 어째서요.”
“가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대령은 솔직하게 답했으나 카잔스키는 점점 더 괴로워했다. 그는 아예 얼굴을 손에 파묻어버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괴로운 듯 읊조렸다.

“웃기지 마시오. 그건 내가 쓴 겁니다. 당신 아내를 흉내내서, 당신을 속이기 위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 친구의 편지를 태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네.”

그의 말에 카잔스키가 고개를 슬며시 든다. “친구요?” 대령은 그제서야 눈을 맞추고 그를 들여다 보았다.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탄식인지, 희미하게 비친 자조는 잘못 본 것인지. 그의 눈에 여러 감정이 얽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대령은 순간 상념에 빠져들 뻔 했으나,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 황당한 사태를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방금 그건 도대체 뭐였나?”
“더 나은 수가 있었습니까?” 그가 음울하게 말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에게도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그래, 위기는 겨우 모면했지만… 이제 어쩔셈인가. 그 자는 이 일도 문제 삼을텐데.”
“걱정 마십시오. 그가 나를 군사재판에 넘기기라도 한답니까? 그저 나를 자기 맘대로 휘두를 구실이 필요한 것 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대령은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믿기지 않는군. 자네가 완전히 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왜 대낮이 아닌 밤 중에 조용히 나를 찾아왔겠소?“

대령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뭐가 불만이시오? 당신 가족들이 더 이상 이 일에 휘말리지 않게 될텐데.”
“그럼 자네는?” 대령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 자가 자네를 휘두르게 두겠단 말인가.”
“당연히 아니오. 그가 먼저 선을 넘었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지.”

그가 회색 눈을 번뜩였다. 대령은 톰 주니어의 어깨에 얹혀 있던 손을 떠올렸다.

“그저 시간을 번 것 뿐이오. 전처럼 조사를 핑계로 나를 옥죌 수는 없을 테니까.” 그가 말했다. “단순한 명령 불복종과는 다릅니다. 이 전시에 군 장성이 동성애자라고 떠벌려 보아야 득될 것이 뭐 있습니까? 나는 그 자를 잘 압니다. 이런 귀찮은 일에 발 들일 만한 그릇이 못 되오. 두고 보시오… ”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달려들 기세더니, 순간 말을 멈추고 대령을 보았다. 그는 숨을 내쉬고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합니다, 대령. 졸지에 나와 연인이 됐군.”
“그래. 황당하지만 어쩌겠나. 자네 아들이나 잘 달래보게.”
“… 아.”

제독은 잊고 있었다는 듯 탄식하더니 급하게 방을 나섰다. 대령은 막막한 상황에 한숨이 나왔지만, 카잔스키의 곤란하고 기 막힌 표정을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이 났다. 오래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부디 제독이 카잔스키 주니어를 이해시킬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시니어슈슈 아이스매브
2024.05.22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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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 세 오셨다!!!!!!!!!!!!!!! 센세 사랑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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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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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와 동접!!! 센세 사랑해 제목보고 무릎으로 기어 들어왔다 이제 감상하러 달려갈게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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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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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개존잼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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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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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쳣다 시니어 돌직구 질러버리는 것좀 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실 분위게 자체는 웃으면 안될 심각한 상황인데 너무 간단하고 묵직한 방법으로 정면승부해버려서 위기를 넘긴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주니어마저 경악에 빠져버리지 않을 수가 없는 충격적인 수였닼ㅋㅋㅋㅋㅋ 하지만 붕키는 그저 좋읍니다 슈슈를 당당히 남편이라고 칭하는 시니어.....대뜸 뽀갈부터 해버리는 상남자 시니어.....(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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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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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악 내 센세 오셨습니까 진도다운 진도 빼기도 전에 남들 앞에서 슈슈 소주해버리는 시니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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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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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게 이렇게 되네 ㅁㅊ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혐화요일 센세 덕분에 행복하게 마무리한다ㅜㅜㅜㅜㅜㅜ 사랑해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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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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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그의 계획에 없었다. 그는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는 것을 견딜 수 없었고, 특별히 ‘대령’과 관련된 일에는 한없이 예민해졌다.

크아아아ㅏ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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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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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재미있어요 센세ㅠㅠㅠㅠㅠ애기어름이 어쩌냐
[Code: ec30]
2024.05.22 0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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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재밌다 센세가 이 이야기를 토지만큼 길게 억나더로 해주면 좋겠어 시니어와 슈슈가 점점 친구가 되는게 보여서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갑자기 남편과 볼뽀뽀가 휘몰아치네 너무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니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시니어는 어떤 식으로 중장에게 복수할지 궁금한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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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2: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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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독은 대령에게 감겼는데 자각을 못하고 있는 상황일까? 왜 시니어가 슈슈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건지 궁금해 센세 사랑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이 안 올 것 같아 센세는 천재다 💦💦💦💦💦💦💦💦💦💦💦💦💦💦💦
[Code: 801e]
2024.05.22 06: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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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와 이렇게 시작도는거같아서 더 좋다 센세 만세 음쪽쪽
[Code: ca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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