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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4:38
펄럭패치 노란장판 감성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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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는 한국 사람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술병으로 죽었다는 울아빠도 한국 사람인데, 울오빠네 아빠는 다른나라사람이랬다. 근데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고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마 미국 사람일까? 어차피 내가 아는 나라 이름이 그것 뿐이지만.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울엄마를 양공주라 부른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그게 칭찬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안다.

그리고 또... 울오빠는 눈이 푸른색이다. 바다를 닮은 색. 신기해서 오래도록 쳐다보면 내가 그렇게 신기하냐며, 이러다 자기 닳아 없어지겠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럼 나도 같이 따라 웃곤했다. 나는 그 바다같은 눈이 참 좋았다. 바다 가까이에서 평생을 살았는데도 겁이 많아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그 바다같은 눈 속에선 영원히 잠겨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울오빠는 인기가 참 많았다. 양공주 딸년이라고 욕을 먹는건 늘 나였고, 사람들은 다들 이국적인 외모을 가진 오빠만을 좋아했다.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은 오빠를 원망하곤 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 푸른 눈이 좋았다. 오빠를 미워할 수 없었고, 오히려 우릴 남매로 태어나게 만든 하늘을 남몰래 원망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즈음부터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걸 차츰 깨닫게됐다.

방송국에서 일을 한다는 사람이 느닷없이 울오빠를 찾아왔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누가봐도 도시 사람인 남자가 이 촌구석까지 찾아 온 이유는, 이번에 새로 제작할 방송에 출연시킬 혼혈같은 생김새를 가진 아역배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울엄마는 처음엔 금쪽같은 내새끼 딴따라로 키울 생각 없다며 거절했지만 생각보다 돈을 많이 주는 모양이었다. 결국 울오빠는 그렇게 이 거지같은 촌동네, 거지같은 집구석을 벗어날만한 아주 합당한 핑계를 얻어냈다.

테레비에 나온 오빠는 여전히 멋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제일 처음으로 좋아한 그 푸른 눈에 시선을 빼앗겼다. 근데 그때부터 뭔가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점점 바빠지고 많은 돈을 버는 오빠가 집에 전화를 거는 횟수가 눈에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오빠가 이 집구석을, 정확히는 나를 영영 잊어버릴 것만 같아 미칠듯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같아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지같은 동네였지만, 울오빠만큼은 예외이길바랬다. 바라고 또 바랬다. 나는 참 이기적인 년인가보다.

그러다 결국은 오빠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엄마의 저금통을 몰래 뜯고, 아주 예전에 오빠를 만나러 왔던 방송국 직원의 명함을 챙겨들고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빠가 눈 앞에 있었다. 오빠, 울오빠. 내가 꿈에도 그리던 저 푸른 눈. 그래서 나는 무척이나 기뻤는데 이상하게도 오빠는 썩 기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엄마도 알고 계시는 거야? 하는 물음에 웃기만 했더니 뜬금없이 나에게 지폐 몇 장을 쥐어주고는 말한다.

- 빨리 집에 돌아가. 엄마 걱정하셔.
- 나도 오빠가 걱정돼서 온 거야.
- 그럼 전화 하면 되잖아.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 전화 안 받잖아... .

정말 울지 않으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오빠가 또 당황한 얼굴을 하고선 날 바라봤다. 저 푸른 눈이 오늘따라 참 밉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빠가 쥐어준 돈을 몽땅 던져버리고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그렇게 지리도 잘 모르는 낯선 동네를 한참이나 헤매다 정신을 차렸을때, 나는 어느 이름모를 테레비 가게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많고 많은 테레비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오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흑백 테레비에선 오빠의 눈동자도 나와 같이 어두운 색으로 보였다. 여전히 멋있고, 아름다웠다. 나를 한평생 돌아버리게 만든 그 완벽한 모습에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등신같은 네모난 상자 속에 들어간 오빠를 얼른 끄집어내고 싶었다. 아니면 나도 함께 들어가던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못할 바램이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축제기념 약간의 수정재업
노잼 ㅁㅇ..
2024.05.05 10:13
ㅇㅇ
모바일
크아ㅏ아아 센세 어나더ㅠㅜㅠㅠ
[Code: f56f]
2024.05.05 13:5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맴찢....
[Code: 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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