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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8:36
유산할 뻔 하고 계속 입원 퇴원 입원 퇴원 반복하다가 겨우 브렛 하나 낳고 그리고 또 한동안 입원했으면 
루스터는 행맨 쏙 빼닮은 브렛 예쁘지 예쁜데...행맨만큼 소중하지도 않고 행맨만큼 예쁜것도 아님. 행맨의 어린시절을 쏙 빼닮은 민들레 홀씨같은 머리털과 녹색 눈동자가 아니었으면 루스터는 브렛을 미워할 뻔 했지. 그나마 행맨을 꼭 닮아서, 행맨을 꼭 닮아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아기 여우여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종종 수인화한 상태로 지낸적도 있겠지. 어쨋든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량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거든. 그런데 지금 행맨은 그 작은 소량의 에너지도 모자란 상태인거야. 평소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온갖 빡센 훈련을 받았어도 한 번도 수인화를 한 적 없던 그 행맨이 말이야. 

수인화 한채로도 거의 하루종일 잠을 자느라 수유는 당연히 못 하고. 어차피 간간히 인간 상태로 돌아올 때 미리 젖을 짜놓으면 되긴 해서 행맨과 루스터는 틈틈히 젖병을 채워두었지. 하루종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이불에 파묻혀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여우를 볼 때마다 루스터 마음은 타들어갔을것 같다. 한 달 정도 내내 거의 여우로 살다시피 한 행맨임. 행여우는 루스터의 말은 알아들었지만 루스터는 행맨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잖아. 루스터는 곰수인이거든. 불면 날아갈까 세게 쥐면 깨질까, 수인형태로 치자면 저보다 한참은 작고, 인간 기준으로도 여우는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기에 루스터는 행맨의 잠을 깨울까 내려간 이불조차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 하고 아주 천천히 덮어주었을거 같지.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자는 행맨을, 육아휴직을 낸 루스터도 온종일 지켜보고 싶었지만 브렛 때문에 루스터는 그러지 못 했을것 같다. 본의 아니게 독박육아 하게 된 루스터지만 독박육아 따위 얼마든지 좋으니 행맨이 얼른 눈 떠주길 바랐음. 병원에서는 수인화를 한 상태로 한동안 기력 보충을 하면 알아서 사람으로 돌아올거라고 했지만,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는 행맨 때문에 루스터는 점점 초조해져갔겟지. 하루종일 여우 상태일 때도 있고, 컨디션이 좋으면 가끔씩 한두시간 정도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가 다시 잠든 사이에 여우로 돌아간 적도 있었음. 행맨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루스터는 매일같이 아침과 밤으로 사랑한다고, 굿모닝과 굿나잇 인사를 했고.


브렛은 본능적으로 저와 똑같은 여우수인인 행맨의 품을 찾아 자주 울었을텐데 곰수인의 루스터의 냄새가 낯선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포식자임을 알아차렸던건지 베이비시터 경험이 많은 루스터가 아무리 달래도 브렛의 울음이 그치지 않아 이걸 데리고 나가야 하나, 이러다 행맨의 잠을 다 깨우겟다 싶어서 루스터가 정원으로 데려가려고 마음을 먹었을때즈음, 루스터 발치에서 캥, 하는 울음소리가 났을거다. 정신을 차려보니 행맨이 루스터의 발목을 앞발로 툭툭 치고 있었지. 브렛을 달란 소리였어. 하지만 아직 인간화도 못 한 행맨이 브렛을 안아올릴수도 없을거고. 루스터는 내가 브렛을 재울테니 넌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지만 행맨의 태도는 강경했어. 또 캥, 하고 한 번 짖더니 이번에는 뒷발로 딛고 서서 앞 발 두개로 루스터의 배쯔음을 툭툭 쳐댔지. 브렛을 달란 소리였어. 할 수 없이 루스터는 칭얼거리는 브렛을 쇼파위에 올려두었을거야. 그럼 행맨은 브렛을 몸통 옆에 딱 붙이고 몸을 말았음.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을까? 아니면 저와 같은 여우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던걸까? 내내 칭얼거리며 무슨 짓을 해도 잠들지 않던 브렛이 거짓말처럼 잠들었지. 



졸린지 행맨은 입을 크게 벌리고 두어번 하품을 한 다음 마찬가지로 브렛의 옆에서 잠들었어. 브렛은 여전히 새근새근, 태양을 닮은 금빛 솜털같은 머리카락 저도 모르게 행맨의 배쯤에 비볐고. 배부분의 하얀 털이 보드라운지 브렛은 몇 번 꺄르륵 웃다가 잠들었을거야. 그러다가 어느날 루스터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행여우의 옆에서 잠들었던 어느날. 새벽에 얼굴이 간지러운 느낌에 손을 더듬어 얼굴을 만졌지. 벌레가 기어가나? 요즘 여름이라 모기가 무나? 그러나 손에 잡힌건 작은 벌레의 감촉도, 머리카락도 아닌...따뜻한 피부의 살갗이었을거야. 정신이 번쩍 든 루스터가 잠이 확 달아난채로 눈을 떴지. 비몽사몽도 아니야. 그냥 눈이 확 떠지더라니까.



"음...아직 새벽 네시니까 굿모닝이라고 하기엔 좀 이른데. 어쨋든 일어났으니까 굿모닝, 루."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가라앉은 목소리지만 분명 그리워하던 행맨의 목소리였어. 못 알아들을리가 없었지. 행맨이 때때로 인간의 모습을 한 적이 있지만 그건 자는 동안에 벌어졌던 일이라 목소리를 듣지 못 했었거든. 오랜만에 듣는 행맨의 목소리와 손가락의 감촉, 그리고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보는 올리브색 눈동자. 


"...오랜만이야, 행이."
"오랜만이긴. 맨날 네 인사 듣고 있었어. 못 돌려줬을 뿐이지."
"그래? 그랬어?"
"응. 그랬어."



옅은 수면등의 불빛에도 반짝거리는 녹색눈동자가 사랑스러워서 루스터는 행맨의 눈꺼풀에 그만 입을 맞춰버림. 하하하, 간지러워. 여우일 땐 따뜻하던 체온이 사람으로 돌아오니까 저볻 조금 서늘한 체온으로 바뀐게 좀 아쉽지만 뭐. 내가 따뜻하니까 데워주지 뭐. 루스터는 오랜만에 행맨 끌어안고 푹 잠들었을것 같다. 한 달 동안 루스터 사실 자는것도 자는게 아니었을듯 언제라도 행맨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서 신경 곤두세우느라, 거기다 브렛 낮밤 아직 뒤바뀐 상태라 계속 울어대서....

행맨이 사람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바톤터치하듯 루스터는 겨울잠이라도 자듯 잠만 한 일주일 내도록 잘텐데, 그게 다 행맨이 어느정도 기력 회복해서 사람 상태로 돌아온데다가  브렛이 어느정도 살짝 낮밤 안정되서 안심하고 잠든거...자기도 눈 뜨고 나니까 날짜 훅훅 가있어서 행맨 돌아왔는데 정작 대화도 별로 못 해보고 잠들어서 엄청 서운해함. 근데 행맨이 그런 루스턱 귀엽다는듯이 여름에 겨울잠을 자네, 우리 곰돌이는 이래가지고 우웅...이러고 산만한 등치로 꾸깃꾸깃 행맨 품에 억지로 앵김ㅋㅋㅋ






루행

 
2024.06.22 18: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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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수인화 상태로 잠만 자는 행맨 안쓰러운데 루스터가 매일 굿모닝 굿나잇 인사해주는 거 기억하네ㅠㅠㅠㅠㅠ루스터 쉬는 동안에는 행맨이 인사해주자!
[Code: 3d45]
2024.06.22 19: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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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수와요....... 행맨 루스터 아니엇으면 자기가 이렇게 약해질수 잇다는 것도 모르고 살앗을텐데 어느순간 자신보다 루스터랑 아가브렛이 더 소중해진거 아니냐고.. 이 가족의 몽글몽글한 사랑땜에 숨막혀요 센세ㅠㅡㅠ
[Code: 6610]
2024.06.22 19: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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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좀 서늘했는데 센세가 따뜻하게 해주시네...좋다
[Code: 1353]
2024.06.22 2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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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ㅈㄴ따수워... 행맨 눈 떴을 때 내가 다 울컥ㅠㅠㅠㅠㅠ
[Code: b340]
2024.06.23 19: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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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아름답다..
[Code: d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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