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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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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SD








"내가 무스와 다람쥐, 그 허우대만 멀쩡한 모지리들의 생떼를 들어주는 건 결코." 60억년간 해저 깊은 바닥에 잠들어 이젠 화석이 되어버린 위대한 고대 신의 촉수를 늙은 사냥꾼의 손에 쥐어주기 바로 직전, 지옥의 왕은 몹시 극적인 어투로 운을 뗐어. "그 애들이 예뻐서가 아니야. 네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지."

그리곤 제 앞에 선 남자의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음. "알겠어?"

여전히 유물은 악마의 손 안에, 건네줄 듯 말듯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어. 바비 아저씨는 대답하는 대신 장갑 낀 손을 조심스럽게 뻗었지. 전고의 유물과 악마의 손끝을 한 손에 그러쥐자 크라울리는 눈썹을 꿈틀했지만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음.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더니 생긴 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보잘것 없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던 바비 아저씨가 툭 내뱉었어. "그렇게 심술 떨면 기분이 더 낫나?"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이 무심한 늙은이야." 분위기 깨는 농담에 아니나 다를까 악마가 대번에 발끈했지. 남자의 만면에 장난기 그득한 웃음이 어렸어. 크라울리는 구둣발로 바비 아저씨의 운동화 끄트머리를 꾸욱 힘 주어 밟았음.


"불의 흡혈귀의 유해를 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이 조약돌 때문에 너는 감히 상상도 못할 만큼 막대한 돈과 인력, 그리고 얄팍하면서도 그럴듯한 명분을 낭비해야했다고. 얼굴만 반반한 멍청이들의 말 같지도 않은 부탁을 왜 들어줬게? 걔들이 맘에 들어서 그랬을까? 천만에. 그 애들이 어디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내 무디고 퉁명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사냥꾼이 쓸 데 없는 죄책감에 빠지기 때문이거든! 세상에, 나는 도대체가....." 장황하기 짝이 없는 넋두리가 끝도 없이 쏟아졌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남자는 냉큼 고개를 내밀어 그의 입을 틀어막아버렸음. 입술로 입술을 부드럽게 문지르다가 갈라진 살 틈새로 혀끝을 밀어넣자, 크라울리는 입 속으로 꿍얼거리면서도 충실하게 바비 아저씨를 받아주었어.


"네가 아니면 윈체스터 형제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 해.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이젠 잠잠해졌으려나 싶어 고개를 조금 뒤로 물렸으나 크라울리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여전히 잔소리를 늘어놓았어. "명심해 두는 게 좋을 거야, 바비 싱어." "분부대로." 토라진 기색이 역력한 악마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남자는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음.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남자는 매캐한 연기와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퍼뜩 깨어났어. 여전히 자신은 불 붙은 오두막 안에 있었고 새까맣게 그을린 대들보가 오른쪽 무릎을 짓누르고 있었지. 나무토막을 밀쳐내고 다리를 억지로 잡아끌어보아도 꼼짝 할 수가 없었어. 으아아악! 남자는 어쩔 줄을 모르고 고함소리를 토해냈음.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득하게 숨통을 틀어막아버릴 것만 같아서.


"바비!!"


익숙한 목소리가 연기를 뚫고 들려왔음. 남자는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지.

지옥의 왕이 마귀처럼 타오르는 불길 한 가운데에 서 있었음. 깔끔 떨기가 유난스럽던 녀석의 코트 끝자락이 불에 그을려 얼룩덜룩 빛나는 광경이 어찌나 비현실적이던지. 바비 아저씨는 울부짖던 것도 잊고 멍하니 악마를 쳐다보았어. "로버트, 얼른 여기서 나가야해." 한 걸음에 달려온 크라울리가 바비 아저씨의 손을 잡아챘지. 살이 닿는 느낌에 단박에 정신을 차린 남자가 마구 몸부림치며 소리쳤음.


"애들부터 구해, 크라울리! 지하창고에 딘과 샘이 있어!! 나 말고, 나보다 애, 애들 먼저......"


쿵, 우지직! 그 순간 천장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열기에 뒤틀리기 시작했어. 불이 붙은 지붕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만 같았지. 바비 아저씨와 크라울리의 시선이 마주쳤음. 1초를 영원으로 나눈 것만큼이나 짧은 찰나의 순간, 악마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튕겼어. 그리고......

그리고 이내 등판에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이 닿는 것이 느껴졌지. 맑고 차가운 공기를 훅 들이키자 몸이 반사적으로 폐 속을 가득 메운 연기를 밀어냈음. 켈룩켈룩! 바비 아저씨는 오두막 앞마당을 뒹굴며 정신 없이 기침을 뱉어냈어. 숨을 헐떡이던 악마가 외쳤지. "내가 금방......"



쾅, 콰앙!!



다 쉬어터진 목소리가 또 한 번 가스가 폭발하는 소리에 파묻혀 버렸어. 새빨간 빛줄기가 폭력적인 열기와 함께 훅 밀려들었고 악마는 몸을 날려 남자의 몸뚱이를 덮었음.


온 세상이 고요했어. 다만 이명만이 가득했을 뿐.


뇌가 열기에 익어버렸는지 바비 아저씨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어. 폭발의 여파로 귓구멍은 여전히 먹먹했고 잘 보이지도 않는 눈 앞에는 빛덩어리가 빼곡히 어룽지고 있었지. 불꽃이 훑고 지나간 자리가 따끔거렸음. 타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했고 혀 끝에는 비릿한 쇠맛이 말라붙어있었음.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걸까? 1초? 1분? 그도 아니면 1시간이나 1일, 일주일...... 한달, 일년, 10년, 100년?



그도 아니면 영원.



"......비, 바비! 제발 정신 차려!" 극한까지 좁아졌던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천천히 시야도 회복되었어. 최고급 코트 소맷단에는 여전히 불씨가 너울대고 있었지. "바비 싱어!!"


'명심해 두는 게 좋을 거야, 바비 싱어.'


제 몸뚱이 위에 올라앉은 악마를 올려다보던 남자는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어.




잔뜩 겁에 젖은 악마의 눈동자를 마주 보고서야 겨우.










오랜만에 내가 보고싶어져서 재ㅡ업!
크로비 슈내
2024.05.05 08: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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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Code: 76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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