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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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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화ㅈㅇ + 개연성 없음 ㅈㅇ + 썰체 ㅈㅇ + 노잼 ㅈㅇ + 두서없음 ㅈㅇ 

그날 스모크스크린으로부터 선물받은 꽃을 들고 돌아온 너붕은 하루종일 뛰는 심장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어.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만은 막을 수가 없었겠지.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에도 하루종일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가질 않아서 하나같이 너붕을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떤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처음이 어려웠을 뿐이지 스모크스크린과의 첫 데이트 이후로 함께 외출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는가 싶더니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이 함께한 시간이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어.

그리고 이 말인 즉슨 메가트론의 즉위식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지. 애써 잊어보려고 했지만 얄궂게도 메가트론의 즉위식에 참석해야 하는 날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을거야. 와... 진짜 가기 싫다... 하루가 다르게 얼굴 표정이 죽어가는 너붕의 모습에 스모크스크린이 만날 때마다 너붕의 안부를 걱정할 정도였을거야. 너붕이 이토록 질색하는 데에는 메가트론의 얼굴을 보기 부담스럽다는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들도 있었어.

메가트론은 너붕 덕분에 제국이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싶어했고, 옵티머스도 적합한 절차를 거쳐 너붕이 작게나마 보상을 받기를 원했거든. 하지만 너붕은 사람들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도무지 달갑지 않았던 데다가 자신 혼자서 해낸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메가트론의 의견에 거의 경기를 일으키다시피하며 필사적으로 반대 의견을 꾸준히 피력한 결과 메가트론의 계획은 무산되었겠지. 그래도 즉위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너붕은 내친김에 가서 왕궁 구경이나 실컷 하다 오자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어. 이런 기회가 몇번이나 찾아오겠어? 애초에 왕궁에 자주 들락날락할 일 자체를 만들면 안되겠지만... 어쨌든 즉위식에 참석하는 것 자체는 확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붕은 되도록이면 편하게 마음을 먹고 있자며 다짐을 해 보았을거야. 게다가 스모크스크린도 옵티머스의 호위를 위해 참석하는 것이 확정되었으니, 운이 좋으면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너붕은 당연히 자신이 사용인의 신분으로 참석하게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스모크스크린과의 관계가 점차 안정화됨과 동시에 본업에 복귀한 이후로 어느정도 너붕의 일상생활이 안정궤도에 오르고 있던 터라, 요 근래 1년간은 정말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겠지.

게다가 옵티머스가 메가트론을 도와 제국의 재건 사업을 도우면서 업무량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탓에 더 이상 너붕에게 개인적으로나마 교양을 가르칠 시간조차 낼 수 없어 옵티머스와의 예법교육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거든. 사실 옵티머스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때려치우고도 남았을 지루한 내용들이어서 너붕은 옵티머스에게는 미안한 소리이긴 하지만 마음속으로 쾌재를 내질렀을거야.

하지만 추가적으로 너붕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가끔씩 찾아오는 라쳇의 숙제 검사는 변함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너붕의 순 공부량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겠지... 사실 너붕이 회복중이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라쳇과 함께 보내야만 했던 바람에 그때도 특별히 지금과 다를 바는 없었을거야. 처음에는 지루해하던 너붕에게 라쳇이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책이라도 다시 잡아보는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했을거고,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생각한 너붕이었을거야. 하지만 그 생각이 지속된 것은 딱 하루뿐이었지.

이건 환자 학대라며 너붕이 울부짖어도, 라쳇에게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 같다며 꾀병을 부려도 라쳇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다시 외우라며 너붕에게 시험지를 건네줄 뿐이었을거야.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지. 잔뜩 죽상인 표정으로 시험지를 받아든 너붕이었지만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보낼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스모크스크린과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라쳇에게 쓴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매 순간순간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

그래서 너붕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스모크스크린과의 즐거운 시간, 라쳇과의 공부, 매일같이 이어지는 업무시간 중에도 특별히 뭔가를 더 나서서 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어. 아무런 걱정도 없는 평화로운 이 일상이 너붕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소중한 데다가 이 이상으로 행복한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 너붕이 옵티머스의 호출을 받은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을거야. 게다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집무실이 아니라 응접실로 너붕을 불렀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겠지.

사실 응접실로 발걸음을 옮길 때까지만 하더라도 멈췄던 예법공부를 다시 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려는게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예상을 하고 있던 너붕이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자신을 부를만한 이유는 그것뿐이었으니까. 으으... 좋은 날도 다 끝났네... 진짜 싫은데...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또다시 열심히 배우면 어딘가 다 쓸모가 있을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인 너붕은 응접실의 문을 두드렸어. 그리고 곧 문 너머에서 들어오라는 옵티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너붕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았지. 

그런데 응접실의 안에는 옵티머스 외에도 처음보는 여성 한 명이 자리에 앉아있었을거야. 막연히 옵티머스 혼자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너붕은 아주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어. 공작이라는 옵티머스의 작위 때문에 다른 귀족들이 찾아와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가는 경우는 많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거든. 그리고 당연히 손님이 방문하셨으니 그녀를 접대하기 위해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 상황 파악을 마친 너붕이었지.

그렇기에 당연히 너붕은 차를 준비해달라던가, 뭔가 필요하다던가 하는 옵티머스의 지시를 기다리기 위해 손님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린 뒤 얌전히 자리에 서 있었을거야. 그런데 그 뒤를 이은 옵티머스의 설명을 들은 너붕은 더더욱 의문이 담긴 표정을 숨기지 못했어. 왜냐하면 옵티머스의 소개에 따르면 눈앞에 앉아있는 여성은 너붕도 몇 번인가 다른 하녀들의 입에서 언급되는 것을 들었을 정도로 유명한 여성복 디자이너였거든.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들었다면 너붕도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자리에 굳어있는 일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았을거야. 너붕이 당황한 것은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였어. 그녀는 너붕의 모습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이 친구인가요?" 라며 옵티머스에게 물었고, 옵티머스는 고개를 끄덕였거든. 그리고 이게 무슨 대화내용인지 너붕이 알아챌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응접실 안에 디자이너와 단 둘이 남겨졌어.

그리고 그 다음으로 너붕은 디자이너의 손길 아래에서 속옷만 남긴 채 옷이 홀딱 벗겨져서는 순식간에 모든 신체부위의 사이즈를 측정당해야만 했지. 그리고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디자이너는 가지고 온 스케치북을 몇 개씩이고 너붕에게 들이밀며 이런 디자인은 어떠냐며 쉴새없이 질문을 쏟아부었어. 하지만 이런 분야에 도무지 눈이 밝지 않은 너붕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만을 반복할 뿐이었고, 결국 디자이너는 옵티머스와 함께 너붕에게 어울릴 만한 옷 디자인 스케치 몇 장을 추려내고는 가봉할 때 다시 찾아오겠다며 휑하니 응접실을 빠져나갔을거야.

그렇게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그제서야 너붕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옵티머스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어. 바로 곧 있을 메가트론의 즉위식 때 너붕이 입을 드레스 때문에 모셔운 분이라는 이야기였지. 그 이야기를 들은 너붕은 당연히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을거야. 

"저, 저... 사용인으로 따라가는거 아니었나요?... 드레스가 왜 필요한건지..."

그런데 너붕의 질문에 옵티머스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어. 옵티머스의 입장에서는 그런 대단한 일을 한 너붕을 그저 사용인의 신분으로 참석시켜 병풍마냥 덩그러니 남겨두는 짓을 하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참이었거든. 그렇지 않아도 너붕에게 작게나마 보상을 해주고 싶었지만 너붕은 이곳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 데다가 치료까지 무상으로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극구 사양을 했기 때문에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거였을거야.

그날만큼은 신분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너붕이 뭐라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주는 선물이라는 옵티머스의 이야기에 너붕은 뭐라 대답도 못하고 속으로 비명만 지르고 있었을거야. 왜냐하면 옵티머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마저 거절했다가는 진짜 옵티머스가 얼마나 속상해할지 눈에 훤히 보여서 그랬겠지... 심지어 너붕이 잠시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니 옵티머스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너붕이 원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취소하겠다고, 먼저 너붕에게 물어보고 결정을 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너붕이 견딜 수 있을 리가...

결국 너붕은 좋지 않은게 아니라 지금까지 충분히 받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이런걸 자기 주제에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야기를 했어. 게다가 어떻게 보면 옵티머스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이나 다름없는 데다가 너붕이 의식주를 해결함에 있어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매번 회귀를 반복할 때마다 이곳에서 삶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옵티머스 덕분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비싼걸 그냥 선물로 준다고?... 너붕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겨주는 옵티머스에게 미안한 마음이 반, 너무 비싼 선물을 받는다는 부담감이 나머지 반을 차지하고 있었을거야.

그런데 옵티머스가 가만히 너붕이 너붕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싶더니, 그렇지 않아도 너붕에게 할 이야기가 많이 있다고, 이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으니 오늘 근무가 마무리되면 자신의 방으로 와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어. 어... 이 상황에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단 말이에요?... 그런 의문을 품은 너붕은 당연히 옵티머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냐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보았어.

하지만 돌아온 것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겠다는 옵티머스의 미소였지. 그러면서도 시간을 뺏어서 미안했다고, 어서 돌아가보라는 옵티머스의 이야기에 결국 너붕은 더 이상 캐묻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응접실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을거야. 그렇게 폭풍과도 같은 시간을 응접실 안에서 보낸 너붕은 어정쩡하게 문 앞에 서 있다가도 이내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중얼거리며 남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의 담당 구역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을거야. 
 
---***---

고된 하루의 업무가 전부 마무리되고 취침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너붕은 옵티머스의 방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잠옷 차림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뒤였지. 그리고 도착한 옵티머스의 개인실의 문을 두드리자 방 안에서 들어오라는 옵티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너붕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 문을 열자 평소의 각 잡힌 제복차림이 아닌 편한 일상복 차림의 옵티머스가 너붕을 반겼을거야.

옵티머스는 근무복 차림의 너붕을 보더니 편하게 입고 와도 괜찮았다고 웃어보이며 자연스럽게 너붕을 방 안쪽으로 안내했어. 그러고보니 옵티머스와 주로 만났던 곳은 집무실이나 응접실이었지 옵티머스의 방에서 개인적인 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잖아? 그 사실을 의식하고 나니 괜스레 긴장이 되며 몸에 힘이 들어갔을거야. 덕분에 너붕은 어째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뻣뻣해진 자세로 옵티머스의 안내에 따라 방 한켠에 마련된 테이블의 의자에 착석하게 되었지.

테이블 위에는 미리 준비된 듯한 티세트가 놓여져 있었고, 너붕이 자리에 앉자마자 옵티머스는 너붕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었어. 수면에 도움이 되는 허브로 끓인 차라는 그의 설명과 함께 종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좋은 냄새가 나는 연한 주홍빛의 찻물이 찻잔을 채우는 것을 너붕은 각잡힌 자세로 바라보았지. 그리고 옵티머스가 자신의 몫의 찻잔에도 같은 것을 따르는 것을 얌전히 기다리다 이내 하실 말씀이 무엇이었냐는 식으로 대화의 운을 떼었어. 

그러자 옵티머스는 한 눈에 보더라도 긴장한 티가 역력한 너붕의 모습을 보더니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며 너붕을 부른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갔을거야. 그저 그동안 바빠서 너붕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너붕의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부른 것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 

아무래도 반년 가까이 누워있다 일상으로 복귀한지 이제서야 1년정도가 된 셈이니까. 몸은 괜찮은지,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이 너무 바빠서 너붕을 그다지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던지...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옵티머스가 나지막히 중얼거렸어. 그 이야기에 너붕은 손사레를 치며 옵티머스가 아니었다면 자신도 이곳에서 태평하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을거라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의 마음을 전했지.

그런데 옵티머스가 그 이야기에 조용히 웃으면서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너붕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거라는 투로 이야기를 꺼냈어. 에이,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제가 뭘 했다고...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너붕이 이야기를 둘러대려 했지만 옵티머스는 이 모든 평화는 너붕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이런 부분에서도 겸손할 필요는 없다며 너붕을 격려했어. 진심이 담긴 그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너붕은 뭐라 대답을 하면 좋을지 몰라 괜스레 찻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했지. 

그 모습에 옵티머스는 이야기의 화제를 바꿔보려는 듯, 다른 질문을 던졌어. 그런데 그 질문을 들은 너붕은 하마터면 들어올린 찻진을 떨어트릴 뻔했어. 왜냐하면 옵티머스가 던진 질문의 내용은 바로 스모크스크린과 요즘 사이가 어떻냐는 질문이었거든. 

...일단 침착하자, 허니. 원래 세계에서도 직장 안에서 인사팀이 직원들 사이가 어떤지 확인차 불러서 물어보기도 하잖아? 그런 목적으로 하시는 말씀이시겠지. 애써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마음먹은 너붕은 라쳇 다음으로 오래 시간을 보냈던 데다가 나이대도 비슷해서 어울리는 시간이 많은 편이긴 하다며 적당히 이야기를 둘러댔어. 그런데 옵티머스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곧바로 너붕에게 직구를 날렸을거야.

"이번에야말로 스모크스크린과 교제중이라고 직감했네만... 내가 또 틀린건가?"

그 이야기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더니 이내 너붕이 조심스럽게 옵티머스에게 물었어.

"...저 이제 잘려요?"

그러자 옵티머스는 화들짝 놀라며 무슨 말을 하는거냐며 황급하게 손을 내저었어.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오히려 그 반대였지.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함이었다며 너붕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거야. 그러면서 메가트론의 즉위식 날에 있을 연회에서도 스모크스크린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볼테니 그날만큼은 온전히 너붕만을 위한 시간을 즐겨줬으면 한다는 이야기에 너붕은 어안이 벙벙했을거야.

그... 감사하긴 한데, 그거 제 입장에서는 직무유기 아니에요?... 저 그냥 사용인으로 따라가면 안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런 너붕의 이야기에 옵티머스는 어딘지 모르게 거절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주는 선물 정도로 생각해달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을거야.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너붕의 근황을 알고 싶었던 것인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른 특별한 일들은 없었는지에 대한 것들이었어.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상적인 주제로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너붕에게 옵티머스는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보는 것이 좋겠다며 너붕을 배웅해주었지. 그리고 너붕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정말 감사하다고,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지 않으셔도 자신은 너무나도 당신에게 받은게 많다고, 자신은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어. 그런 한결같은 너붕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작게 미소지으며 다음부터는 고려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너붕을 보내주었지.

그렇게 너붕이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가 멀어졌을 때, 너붕이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옵티머스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을거야. 사실 너붕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옵티머스는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은 저택 내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 너붕이 조심한다고 열심히 숨기는 듯 했지만 1년을 사귀는 동안 그걸 쭉 숨길 수 있을 리도 없는 데다가 너붕이 스모크스크린과 사귀며 업무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으니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모르는 척 해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너붕만이 모르고 있었어. 무엇보다 이 저택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자가 옵티머스나 다름없는데 그걸 숨길 수 있을 리가...

그런데 옵티머스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너붕을 불러 굳이 직접 물어본 이유는 당연하게도 너붕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기 위해서였을거야. 너붕이 스스로를 희생하겠다고 말하기 전에, 술기운에 취해있던 옵티머스가 너붕에게 고백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던 사건이 완벽하게 마무리지어지지 않은 것도 있었고, 옵티머스가 지금 너붕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는 너붕이 옵티머스의 진심을 받아들여서가 아닌, 책임감과 자신 때문에 힘을 잃은 옵티머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거든.

그렇기 때문에 너붕과 자신에 대한 관계, 그리고 스스로가 너붕에 대해 품고 있떤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직접 너붕의 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던거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붕의 입에서 스모크스크린과는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랬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옵티머스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너붕이 앉아있었던 테이블의 자리를 가만히 손으로 쓸어보았어. 너붕이 절반정도 비운 찻잔은 미약한 온기만을 남긴 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을거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옵티머스는 너붕이 자신에게 정말 일말의 사랑, 혹은 애정이라는 감정이 남아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뒤에야 간신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어. 그런 옵티머스가 너붕에게 메가트론의 즉위식 날 입을 옷을 선물한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옵티머스가 너붕에게 남기는 마지막 미련과도 같은 것이었겠지.

스모크스크린과 같은 훌륭한 남성이 너붕의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그 옆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자신은 가질 수 없었다는 사실에 옵티머스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너붕은 영원히 알 수 없을테지. 옵티머스는 남성이 여성에게 옷을 선물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을테고, 너붕도 옵티머스가 그 사실에 대해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는 그저 고용주가 사용인에게 베푸는 친절 정도로 여길 것임이 분명했어.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다를테지. 너붕이 이 사실을 스모크스크린에게 전하지 않을 리가 없을거고, 스모크스크린은 아마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릴거야.

자신에게 있어서 그 누구보다 충성스럽고 강직한 젊은 기사에게 이런 식으로 경쟁심을 표현하다니, 스스로가 꼴볼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옵티머스는 그날 드레스를 입은 너붕의 모습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가슴이 뛰는 것을 멈출 수 없었을거야. 그 옷을 입고 그 입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 마음에 담긴 것이 자신을 향한 감정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어나서는 안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경우를 떠올리며 미련을 감추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서, 옵티머스는 한참을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을거야. 

트포, 트포너붕붕
2024.05.02 22: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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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센세프라임이시여 오셨군요
[Code: 78ab]
2024.05.02 22: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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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댓글후정독
[Code: 78ab]
2024.05.03 0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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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로 센세가 너무 좋아........
[Code: 392c]
2024.05.03 00: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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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지어주면서 자기 미련 정리하는 옵티머스 마히따......
[Code: f545]
2024.05.03 0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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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센세.......옵티머스가 알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알고 있었구나ㅠㅠ마음 정리하는 방식마저 너무 프라임 같다...
[Code: 42e2]
2024.05.03 06: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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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 다 너무 젠틀해 ㅠㅠㅠㅠㅠ 참된 어른들의 사랑이드
[Code: fa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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