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잨너붕붕으로 모든걸 희생하려던 너붕붕을 테잨이 간파하는게 삼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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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대의 이야기는 참으로 듣기 어려워.”

 

난데없는 이야기였다. 일리악 공저의 배정된 방에서 평화롭게 쉬며 그림을 그리던 허니는 테일러의 갑작스런 방문에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언제쯤 그대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텐가?”

어떤 이야기를 말씀하시는지요.”

그렇게 나오긴가. 피차 서로 사정 다 알게됐는데 이리 정없이 굴면 재미없어, 백작.”

 

테일러는 허니를 백작이라고 불렀다. 일리악 공저에서 머물던 지난 며칠간 빈젤과 소피유의 처분이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허니는 공식적으로 아라크레나 백작이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건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허나 궁금하니 한번 해보게. 나는 그대가 궁금해. 그대의 지나온 일생이.”

 

테일러의 말에 허니는 잠시간 침묵했다. 망설였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

.

 

허니 비 소피유 아라크레나의 일생은 단조롭다면 단조로웠고, 복잡했다면 복작했다. 긴 이야기의 첫 시작은 아라크레나의 성을 가진 허니가 라이오네 남작저에서 태어난 날부터 시작했다. 아라크레나 백작의 딸. 그러나 아라크레나 백작저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생아. 그것이 허니였다.

허니에게 형제나 자매같은 존재는 낯설고 먼 존재였다. 허니는 따지고보면 외동이 아니지만 사실상 외동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라이오네 남작저에도 또래의 사촌형제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생아인 허니를 동등한 가족으로 취급해주지 않았다. 허니는 라이오네의 얼룩이었다.

만약 허니가 진짜 외동이었다면 더 이상 형제자매에 대한 환상은 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허니에게는 언니가 있었다. 피를 나눈 실제의 혈육이. 그 존재만으로도 허니는 안식을 느꼈다.자신이 진정한 아라크레나가 되면, 진정 피를 나눈 언니를 만나게 되면 자신은 더 이상 라이오네의 오점이 아니라 아라크레나의 가족이 될 것 이라고. 이넬린은 존재만으로도 수렁에 잠겨가던 허니를 구해준 존재였다. 그래서 허니에게 이넬린은 특별했다.

이넬린을 처음 만났던 날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햇살이 눈부신 오후, 광활하고 아름다운 아라크레나 백작저, 그보다도 더 아름답고 빛났던 이넬린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연하게 박혀있었다. 소피유가 정식으로 백작부인이 되어서, 허니가 적통 공녀로 인정받게 된 몇 달간은 허니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다. 빈젤과 소피유가 세간의 눈 때문에 당장에 이넬린을 내쫒지 못하던 때였으니까.

다가올 앞날도 알지 못한채 허니는 언니와의 행복한 나날을 즐겼다. 이넬린은 꿈속에서 상상하던 이상속의 자매 그 자체였다. 그녀는 선했고, 상냥했고, 자애로웠으며, 자비로웠다. 그녀는 제 어머니를 죽게 만든 남자와 그 아내의 자식에게도 한없는 사랑을 베풀었다.

두사람의 관계에 이변이 생긴 것은 의외로 허니에 의해서였다. 허니는 진실을 알아버렸다. 이넬린이 누구의 딸인지. 그녀의 어머니와 허니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어떤 관계였는지. 허니의 부모가 이넬린의 어머니에게 어떤 짓을 했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소피유가 어떻게 아라크레나 백작부인이 될 수 있던 것인지도 말이다.

허니는 이넬린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죄스러웠다. 이넬린에게, 이넬린의 어머니 오리실라에게 그때만큼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끄러웠던 순간이 없었다. 이넬린에게 죄책감을 가진 허니는 그날부터 이넬린을 멀리했다. 그녀에게 면목이 없어서, 그녀를 멀리하고 만나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빈젤과 소피유는 그것을 달리 해석했다. 아니,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말해야 맞을 것이다. 허니가 이넬린을 따랐기에 그녀를 내쫒지 못하고 망설였지만 허니가 이넬린에게서 등을 돌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소피유는 허니가 이넬린을 보기 싫어한다며 그녀를 낡은 별채로 내쫒았다. 허니는 사생아 출신이고 이넬린은 적통 공녀였음에도 말이다.

빈젤은 소피유의 모든 것을 묵인했다. 어쩔땐 그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넬린을 학대했다. 어느날부터 이넬린이 사는 별채로 가던 식재료의 품질이 떨어져갔고, 양마저 줄어갔다. 아라크레나의 공녀는 허름한 별채에서 헤진 옷을 입고 말라비틀어진 빵을 먹으며 하녀의 도움도 없이 살게 되었다. 허니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무려 한달이나 지나서였다.

 

?”

이넬린 그것은 별채로 내쫒아 버렸단다.”

우리 허니 그동안 이넬린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 허니가 보기싫어하는 그런 계집애는 엄마가 허니 눈에 안보이게 치워버렸으니 괜찬단다.”

 

허니는 절망했다. 이넬린에게 너무나 죄스러웠고, 사랑하는 부모가 더 이상 부모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추악했다. 그러나 어렸던 허니는 이넬린을 어떻게 구제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허니는 그저 빈젤과 소피유 몰래 이넬린의 별채를 찾아가 먹을 것, 입을 것을 두고 나오는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곧 허니의 행동은 빈젤과 소피유에게 들켜버렸고, 그 결과로 눈이 쏟아지는 날 이넬린이 잠옷 차림으로 후원에 끌려나와 찬물을 뒤집어썼다. 허니는 그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 이넬린은 허니를 꾀어냈다는 이유로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젖어야했다. 허니는 그때 알았다. 그들은 허니를 위해서 이넬린을 학대하는게 아니었다. 이넬린을 학대하기 위해서 허니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보기 싫어요!”

 

빈젤이 추하게 웃으며 이넬린에게 마구간의 구정물을 끼얹으려던 순간이었다. 허니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애써 감추며 소리쳤다.

 

아버지, 저 저런 더러운 것은 보기 싫어요. 우리 이제 그만해요. 우리 셋의 아름다운 아라크레나가 구정물로 더러워지잖아요.”

허니.”

저것에게 먹을걸 가져다준건 그저 비쩍 골은 해골같은 여자가 아라크레나에 있는게 보기 싫어서에요. 이제 저런 여자한테는 얼씬도 않할게요. 전 그저 저 여자를 동정해서 그랬을 뿐이에요.”

오 허니, 착한 것. 마음씨마저도 아름답구나.”

, 어머니. 우리 집으로 들어가요. 들어가서 따듯한 거실에서 아버지와 카드게임을 하며 놀아요. 여기는 너무 추워요.”

 

허니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을 안으로 이끌었다. 이날 허니는 백작저의 거실에서 따듯한 코코아를 마시며 카드게임을 했고, 이넬린은 젖은 몸을 이끌고 별채로 돌아갔다. 그날부터 허니의 고요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더러 이런 질 낮은걸 먹으란 말이야? 이런건 별채의 이넬린따위에게나 던져줘!”

어머니, 이 드레스는 너무 촌스러워요. 이런 저급한 디자인은 별채의 언니에게나 어울리겠어요.”

난 이런 재미없는 책은 안읽어. 별채에다 버려버려.”

 

허니는 자랄수록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영애로 자랐고, 이넬린은 별채에 갇혀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고 단아한 미인이 되었다. 허니의 투정을 받아먹고 자란 덕에 이넬린은 그 별채에서도 근근히 살아남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넬린은 자랐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웠기에 빈젤은 그녀를 높은 값을 부르는 사내에게 팔아버리려 하고 있었다.

처음 빈젤이 이넬린을 팔아버리려던 곳은 훌렌다의 늙은 자작이었다. 예순을 넘긴 그 작자는 아내에 첩에 여자를 수두룩히 두고도 아들을 낳지 못하자 후계자를 낳아줄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이넬린을 지목했다. 그 대가는 산림이 울창한 유렌 영지였다.

허니는 조급해졌다. 이넬린을 그런곳에 보낼 수는 없었다. 선택을 해야했다. 그때부터 허니는 왕성하게 파티에 나가며 이넬린을 맡길 만한 상대를 물색했다. 그곳에서 찾은 것이 바로 휘스턴의 공작, 조지 브란스턴 맥카이였다. 지체높고 부유하며 권력이 있고 무엇보다 동정심이 가득한 남자.

허니는 그를 만난 자리에서 곧장 그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선 빈젤에게 휘스턴 공작에게 청혼을 받아내달라고 졸랐다. 빈젤은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무엇이든 들어줬다. 그렇게 아라크레나 백작가에서 휘스턴 공작에게 청혼을 요구했고, 허니는 휘스턴 공저에 초대받았다.

허니는 그 자리에 이넬린을 대동하고 갔다. 물론 휘스턴 공작은 거절을 표하고자 자신을 초대했겠지만 그런 것은 상관 없었다. 허니는 이넬린에게 자신의 하녀들과 같은 옷을 입혔다. 그러면서도 이넬린의 가슴에 아라크레나 백작가를 상징하는 브로치를 달아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남들이 본다면 아라크레나의 적통 공녀임에도 하녀와 같은 취급을 받는 수치를 느끼게 하는 걸로 보였겠지만, 실상은 휘스턴 공작의 눈에 이넬린이 들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공저에서 허니는 안하무인처럼 굴었고, 이넬린에게 심한 짓을 해댔다. 휘스턴 공작이 도착해고 그런 행동들은 끊이지 않았다. 허니의 바람대로 휘스턴 공작은 이넬린이 백작의 딸임을 눈치챘고 이넬린에게 가해지는 허니의 모진 대우에 참지 못했다. 공작은 허니의 청혼 요청을 거절함과 동시에 이넬린을 휘스턴 공저에서 보호했다. 허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작에게 으스대며 외쳤다.

 

이넬린 그깟 것에게 반하기라도 하셨나요? 아쉽지만 이넬린은 훌렌다의 늙은 자작에게 시집갈 몸이에요. 홀대받는 구박데기에게 청혼이라도 하지 않은 한 이넬린을 손에 넣기 어려우실텐데요!”

 

다분히 의도적인 말이었다. 그가 이넬린에게 청혼해주길 바래서. 그녀를 훌렌다 자작의 마수에서 건져주기 위해서. 아라크레나라는 지옥에서 그녀를 구원해주길 바래서. 휘스턴 공작은 정말 놀랍게도 허니의 바람대로 움직여주었다. 허니를 공저에서 쫒아낸 그날 공작은 아라크레나 백작저에 정식으로 혼서를 넣었다. 물론 그 상대는 이넬린이었다.

집에 돌아온 허니는 빈젤을 구슬려 그 혼담을 받아들이게 했다. 직접 만나보니 그 남자는 아주 품위없고, 폭력적인 남자더라. 그런 작자에게는 이넬린 따위가 가장 잘 어울린다. 볼것없는 사내라도 휘스턴 공작이니 훌렌다 자작이 주기로 한 유렌 영지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장사일거다. 허니는 빈젤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를 속삭였다.

드디어 이넬린은 휘스턴 공작의 아내가 되어 지옥같은 아라크레나의 별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아라크레나 백작저를 떠나는 이넬린의 손에는 낡은 트렁크 하나 뿐, 그 안에는 이천 달랑크에 불과한 돈에 낡고 닳아서 여기저기 기워입은 허름한 드레스, 종이가 흩어지는 초라한 책 몇권 뿐이었다.

휘스턴 공작은 예상대로 아주 많은 지참금을 안겨주었다. 허니는 그 돈으로 끝없는 사치를 해댔다. 나중에 아라크레나 백작가가 벌을 받을 수 있게. 그래서 이넬린에게 조금이라도 속죄할 수 있게 끔. 이넬린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허니는 조금씩 아라크레나의 비리를 휘스턴 공작에게로 흘려보냈다. 굳이 찾으려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빈젤의 횡령은 대단했다. 그러나 빈젤은 치밀하게도 그것이 아라크라네 바깥은 넘어갈 수 없게 조치해두었다.

빈젤과 소피유가 단죄받은 날은 허니가 인생에서 가장 바라던 날이었다. 이넬린과 오르실라에게 속죄할 수 있었던 결전의 날. 그 어떤 변수도 존재해선 안되는 아주 치밀한 날이었다. 그러나 그때 허니는 몰랐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아라크레나라는 지옥에서 자신을 건져올리는 변수가 나타날 줄은 말이다.

 

.

.

 

그대를 볼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

참 재미없어, 그대. 알아?”

중요한가요, 그게?”

 

허니의 태연한 되물음에 테일러는 혀를 차며 웃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만은 고요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희생을 감수한 사람의 눈. 그렇기에 누군가를 맹렬히도 사랑하는 자의 눈. 공작부인은 자신을 향한 그녀의 애타는 사랑을 알고있을까?

 

후회하지 않나?”

무엇을요?”

그대로 눈감고 있었으면 그 모든 부귀와 영화가 영원토록 그대의 것이었을 텐데.”

…….”

 

테일러의 물음에 허니는 답이 없었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테일러는 초조함을 느꼈다. 마음이 답답했다. 그녀에게 던진 질문이 실은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니라 고국의 형님들을 향한 것이었다는 것을 눈치채서 였을까.

 

후회합니다.”

무엇을?”

조금 더 빨리 언니를 구해줄 것을 하고요.”



테잨너붕붕

2024.05.17 22:46
ㅇㅇ
모바일
허니 착해 ㅠㅠㅠ
[Code: 1f09]
2024.05.19 01:52
ㅇㅇ
모바일
센!!!! 세!!!!!!! 모든 부귀영화가 센세꺼이길....
[Code: 2bf6]
2024.05.20 12:24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두 자매가 고생했네ㅠㅠㅜ
[Code: 05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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