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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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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읽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의인화ㅈㅇ + 개연성 없음 ㅈㅇ + 썰체 ㅈㅇ + 노잼 ㅈㅇ + 두서없음 ㅈㅇ 

잠깐만 쉬다가 돌아가자는 너붕의 의견이 무색하게도 너붕은 결국 연회가 거의 다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을거야. 옷매무새를 가다듬어보긴 했지만 오늘 오전에 이곳으로 오기 전보다 흐트러진 너붕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걱정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지. 

너붕은 애써 산책을 나갔다가 넘어진 것을 스모크스크린이 도와주었다고, 별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대었지만 옵티머스의 곁에 서 있던 메가트론은 밀회는 적당히 하고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내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을 당황하게 만들었어. 물론 옵티머스의 눈빛에 자기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모습에 너붕도 덩달아 매서운 눈초리로 메가트론을 쏘아보았지만 그 뿐이었을거야.

그렇게 너붕은 어마어마한 일을 겪은 것 치고는 제법 침착해보이는 태도로 옵티머스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어. 몸에 두른 장신구들을 떼어내고, 거추장스러운 옷과 신발을 벗어던지고 이제 좀 쉬어볼까 했지만 다른 동료들이 너붕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지. 연회는 어땠는지, 스모크스크린과는 얼마나 관계가 진전되었는지와 같은 것들이 질문의 대부분이었어. 그 나이대의 여성들에게 있어 가장 흥미있는 이야기 주제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연애 이야기일테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

질문의 종류들을 곱씹어보던 너붕은 해탈한 듯한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어. 결국 다 알고 있었구나... 나만 몰랐던거니... 하지만 너붕이 정신을 부여잡을 틈도 없이 다른 동료들은 연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털어놓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너붕은 그들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지. 

사실 그렇게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연회는 정말 근사했고, 왕궁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했다고, 너붕은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묘사들을 섞어가며 그곳에 있던 다른 귀족들이 입고 온 의복과 장신구들의 화려함, 연회의 웅장함을 표현해주었지. 그리고 스모크스크린과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는 식으로 대충 흘려 넘기려고 했어. 하지만 너붕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주던 동료 한 명이 장갑을 벗기다 너붕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하고 말았지. 

당연히 오늘 오전에만 하더라도 없던 물건이 떡하니 손가락에, 그것도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것을 발견한 동료는 호들갑을 떨며 반지의 출처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이야기에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던 동료들의 질문세례가 다시금 거세지기 시작했지. 설마 스모크스크린 기사님에게 받은거냐, 프로포즈인거냐, 하는 류의 질문들이 쏟아졌고, 결국 너붕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아마도?..." 라는 대답으로 말을 흐렸어. 

그 이야기에 다들 마치 자신이 그 일을 경험하기라도 한 것처럼 볼을 붉히며 어쩔줄을 모라했어. 그러더니 오늘 잠은 다 잤다고, 그동안 궁금했던 일들에 대해 전부 물어볼테니 각오하라며 너붕을 향해 눈을 반짝였을거야. 결국 너붕은 밤 늦게까지 동료들에게 붙들려 스모크스크린과의 첫만남부터 시작해 오늘 있었던 프로포즈 이야기까지 전부 털어놓게 되었을거야.

그런데 그 와중에 나온 이야기가 너붕에게 또 다른 종류의 고민을 하게 만들었어. 프로포즈도 받았는데 결혼식은 어떻게 할거냐는 애나의 질문이었지. 어...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런데 스모크스크린이 결혼식을 하고 싶어할까? 그냥 반지 받고 내가 고개 끄덕였으니까 그걸로 끝난거 아니야? 그런 너붕의 대답에 애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무서운 눈빛으로 너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어. 결혼식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남녀의 최대 규모의 이벤트인데 그걸 그냥 날려보낼셈이냐고 말이지. 

"아니, 결혼식에 돈이 한두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애나 너는 특히 남동생 결혼식도 다녀와봐서 알잖아."
"그러니까 더 이야기를 해봐야지! 허니, 꼭 기사님이랑 이야기 해봐! 알았지? 꼭이야!"
"으, 응..."
 
---***---

몇 번씩이고 너붕에게 약속이라도 받아낼 것처럼 굴었던 애나와 다른 동료들의 압박에 너붕은 결국 프로포즈를 받은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그에게 결혼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어. 프로포즈를 받았으니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결혼식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자 스모크스크린의 표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해지는 것을 너붕은 쉽게 눈치챘어. 그러더니 그답지 않게 잠시 뜸을 들이며 너붕의 생각은 어떠냐고 역으로 질문을 돌리기까지 했지.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에 너붕은 괜한 것을 물어보았구나, 싶은 마음에 손을 내저으며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고, 결혼식이 부담스러우면 우리 둘이서 소소하게 기념일만 챙기는 식으로 넘어가자며 이야기를 덧붙였어.

"결혼식 준비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돈이 안들어가는게 없다더라! 그거 아껴서 나중에 살림에 보태면 되는건데 뭐! 난 안해도 괜찮아!"

그렇게 너붕은 스모크스크린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열심히 난 결혼식 필요없어! 괜찮아! 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애를 썼을거야. 그런데 스모크스크린은 그런게 아니라며 황급히 너붕의 이야기를 가로막았어. 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고, 너붕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중 하나인데 그런식으로 넘기는건 자신이 용납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지. 

"음... 아니, 그게... 너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여서... 나는 네가 결혼식이 부담스러워서 그러는줄 알았어."
"아니야, 그게, 그러니까..."

그 말에 스모크스크린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어. 다음 휴일에 시간을 내달라는 것이었지. 그게 뭐 어렵냐는 너붕의 이야기에 스모크스크린은 하루가 아니라 이틀 정도 휴가를 낼 수 있는지를 물었어. 그동안은 하루정도 시간을 내서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시내에 나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고, 스모크스크린도 조금 아쉬워하는 티를 내긴 했지만 그 이상을 너붕에게 요구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거든.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요구가 당황스럽다기보다는 의아했던 너붕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스모크스크린은 너붕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다보니 하루만으로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는 설명이 이어졌어. 그 이야기에 아무리 눈치가 없는 너붕이어도 대충 상황을 눈치챘을거야. 너붕은 자신을 낳아준 생물학적인 부모가 있긴 하지만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고(애초에 자신을 이용해먹으려고 낳은 이들을 부모라고 생각도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고아원에서 보내왔으니 부모라고 부를 이가 없는 상황이었어. 

한마디로 피가 연결된 가족이 없는 셈이었지. 그것을 스모크스크린도 알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스모크스크린의 상황을 잠시 잊고 있었던 너붕이었어. 그래, 스모크스크린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니까 당연히 가족이 있겠지!... 그동안은 연애라고 하는 관계였으니 서로의 가족관계에 대해 깊게 파고들 필요도, 이유도 느끼지 못한 너붕이었지만 이제는 다르잖아? 당연히 스모크스크린의 부모님에게 너붕을 소개하는 관문을 지나쳐야만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너붕은 이제서야 실감하게 되었을거야. 

어, 어떡하지?... 잘 키워놓은 아들래미를 출신이고 뒷배경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여자애가 채간다고 쓰러지시는거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이 만남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너붕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당연히 가능하다고, 우선 휴가를 받아낸 날이 확정되면 다시 이야기해주겠다며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겠지. 
 
---***---

돌아오는 자신의 휴일에 생각보다 쉽게 이틀간의 휴가를 받아낸 너붕은 스모크스크린이 부탁한대로 하룻밤을 보낼 정도의 간단한 짐을 챙기고 약속장소로 향했어. 기차를 타고 내려서 한참을 걸어간 이후에야 도착한 곳은 제국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는데, 스모크스크린이 너붕을 안내한 곳은 마을 안에 위치한 고아원이었어. 

정원에 나와 뛰어놀던 아이들은 스모크스크린을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스모크스크린의 품에 뛰어들기까지 했는데도 스모크스크린은 익숙하다는 듯이 아이들을 받아내었을거야. 그리고 몇몇은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너붕을 향한 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내왔지. 너붕도 고아원에 있을 때 어린 아이들을 자주 돌보긴 했지만 이런 경험은 너무 오랜만인지라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그 때, 누군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어. 

하얗게 변한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올리신, 자상한 인상의 나이가 지긋한 여성분이었지.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 시설의 책임자와 같은 느낌에 너붕은 황급히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어. 그리고 그런 너붕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을거야. 스모크스크린이 여성분을 향해 원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거든. 원장님은 다정한 인상만큼이나 상냥하면서도 인자한 어조로 아이들을 돌려보내시더니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을 따스하게 맞이해주셨어. 

"처,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허니 양, 맞죠? 먼길 오느라 피곤했을텐데, 우선 안으로 들어와요."

저, 저를 아세요?...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너붕의 이름을 알고 계신 원장님의 이야기에 당황한 너붕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어. 그 모습에 원장님은 작게 웃으며 스모크스크린으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대답을 돌려주셨고, 그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너붕의 시선은 스모크스크린을 향했을거야.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너붕의 시선에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며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앞장서기 시작했지.
 
---***---

그렇게 너붕은 스모크스크린과 함께 고아원 안에 마련된 손님용 응접실로 안내되었어. 그리고 그제서야 너붕은 생각났다는 듯, 준비해온 답례품인 과자상자를 가방에서 꺼내 원장님께 건내드렸지. 원장님은 아이들의 간식시간에 내주겠다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너붕과 스모크스크린 몫의 차와 다과를 준비해주셨을거야. 그리고는 자신은 나가있을테니 젊은이 둘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라며 자리를 비우셨어.

그리고 응접실에 단 둘이 남겨진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의 사이에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어. 왜 스모크스크린이 이곳에 자신을 데려온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뾰족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너붕은 스모크스크린이 먼저 자신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어.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뜸을 들이던 스모크스크린이 드디어 입을 열었을거야.

"...허니, 나는... 아니, 나도... 고아원 출신이야."

스모크스크린은 그 뒤를 이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어. 아주 갓난아기시절, 얼굴도 모르는 부모가 자신을 이곳에 버리고 갔던 일부터 시작해서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기사단에 들어갔었다는 이야기까지. 너붕은 먼저 스모크스크린에게 가족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과는 다르게 정상적으로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을거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스모크스크린을 향한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었지.

이토록 구김살없고 다른 이의 아픔을 품어줄 정도로 속 깊은 청년이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털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을까.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것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던 네가 이렇게까지 털어놓기를 어려워하는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너붕에게 털어놓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의미인 것만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조이듯 아려오는 너붕이었지.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친 스모크스크린은 아무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너붕의 모습을 바라보다가도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너붕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힘겹게 이야기를 마쳤어.

"그게 왜 숨긴거야? 그냥 내가 물어보질 않아서 그동안 네가 말을 안한것 뿐이지."
"그치만..."
"그리고 가족이랑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는 사람이 어딨어. 이렇게 솔직하게 나한테 말해준 너에게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와 동시에 너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아원 시절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려주었을거야. 아무래도 너붕이 처한 상황이 조금 특수했던지라 고아원에 있던 어린 친구들은 자신을 어려워했고, 그것은 자신이 있던 고아원의 원장님도 마찬가지였다고 말이지. 다들 자신을 친구라고 여기기보다는 나이 많은 언니나 누나, 다른 한 명의 보호자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고, 다들 무슨 일이 생기면 원장님 다음으로 자신을 찾고 의지했지만 어린아이답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아원 안에서 묘하게 배척당하는 일이 잦았다는 이야기까지. 

그래서 너붕은 자신을 거둬주고 길러준 고아원의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몇 번의 죽음을 반복하는 그 과정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 그저 갈 곳 없던 자신을 거둬준 보호자의 개념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었지. 그런데 스모크스크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이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표현하고 있었어. 특히 원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스모크스크린의 표정과 어조를 통해서 그분이 스모크스크린에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을거야. 

굉장히 좋은 분들이라고, 이런 분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어서 스모크스크린 네가 훌륭한 어른으로 자란 거라는 너붕의 이야기에 스모크스크린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잠시 입을 가만히 다물어야만 했어. 특히 너붕이 '가족'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이야기를 해준 부분이 그러했지. 그리고 잠시 감정을 가라앉힌 뒤에야 스모크스크린은 너붕에게 고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어. 너붕은 그런 스모크스크린을 진정시키려는 듯,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이렇게 소중한 이들을 자신에게 소개시켜줘서 너무 고맙다고, 나중에 결혼식을 하면 꼭 인사드리러 오자며 이야기를 꺼냈어.

그렇게 훈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려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묘하게 문 너머가 소란스러운 듯한 분위기를 너붕과 스모크스크린 둘 다 감지해냈을거야. 무슨 일이 생긴걸까, 하는 생각에 너붕이 문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우당탕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린아이들이 방 안으로 떠밀리듯 들어왔어. 

넘어진 것이 아프지도 않은지 금새 서로 티격태격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으려다 방으로 들어오게 된 모양이었지. 스모크스크린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야!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 라며 원장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가라며 아이들을 돌려보내려 애를 썼어. 하지만 그런 스모크스크린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아있는 너붕을 향해 쉴새없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지.

"누나는 형 여자친구에요?"
"언니, 스모크스크린 오빠하고 결혼할거에요?"
"형 좋아해요?"
"얼마나 좋아해요?"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다소 짓궂은 아이들의 질문들에 스모크스크린은 행여라도 너붕이 당황해할까봐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응접실을 빠져나가려 했을거야. 그런데 그 질문에 너붕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답을 해주었지.

"응, 너무 사랑해. 너무 멋지고 자상한 사람이어서, 꼭 결혼하려고."

그 말에 스모크스크린의 얼굴을 터질 것처럼 빨개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스모크스크린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떠들기 바빴을거야. 괜히 창피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스모크스크린은 아이들 중 한 명을 번쩍 들어올리고는 "가자!! 오늘 형이 제대로 놀아준다!!" 라며 밖으로 뛰쳐나가버렸고, 아이들은 금새 스모크스크린을 따라 정원으로 놀러가버렸을거야. 

음... 나도 따라가야하는건가?... 스모크스크린 혼자서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을것이라고 판단한 너붕은 자신도 스모크스크린을 도와주기 위해 뒤를 따라가려 했어. 하지만 그런 너붕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을거야. 바로 원장님이었지. 원장님은 손님으로 왔으니 조금 더 쉬고 있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너붕을 다시금 응접실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서 앉아있기만 해서는 도무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았기에 너붕은 뭐라도 좋으니 일을 돕게 해달라고 고집 아닌 고집을 피웠을거야.

결국 너붕의 태도에 원장님은 저녁식사 준비를 조금 도와달라며 너붕을 부엌으로 안내했고, 너붕은 천연덕스럽게 "제가 감자하나는 정말 기가막히게 깎아요!" 라고 대꾸하며 원장선생님의 뒤를 졸졸 쫓아갔지. 
 
---***---

저택에서의 업무 난이도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쉽기 그지없는 난이도에 너붕은 금새 일거리들을 해치우는 중이었고, 원장님은 손님에게 일을 시켜서 어쩌냐며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계셨지. 하지만 너붕 입장에서는 가만히 차나 홀짝이고 앉아있는 것보다야 차라리 이렇게 활동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편이 나았기에 신경쓰지 마시라며 더 시키실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시라고, 이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며 기운차게 대답을 돌려드렸지. 

그런 너붕의 모습에 원장님은 스모크스크린으로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참한 아가씨인줄은 몰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을거야. 다른 이에게 칭찬을 듣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너붕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는 그정도는 아니라며 말을 흐리고는 애써 부끄러운 감정을 숨기려는 듯 재료 손질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어. 그 모습을 보던 원장님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더니 평소 스모크스크린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셨지. 

한번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이뤄내고야 마는 아이였고, 그 열정을 쏟아내고자 하는 곳을 옵티머스 공작 산하의 기사단으로 목표한 이후로는 정말 쉴새없이 달려왔다고 말이야.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동안 스모크스크린이 주로 털어놓던 이야기의 주된 주제들은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대단함, 자신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어.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보이던 스모크스크린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가씨라길래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오늘 이렇게보니 스모크스크린이 사람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라며 다시 한 번 너붕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지. 그 이야기에 너붕의 얼굴은 이미 새빨개져서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애써 "스, 스모크스크린이 대단한거죠..." 라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애써 작업에 집중하려 시선을 내리깔았어. 

그리고 저녁식사 준비가 모두 마무리 되었을 때, 아이들을 불러달라는 원장님의 부탁에 너붕은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어. 배가 고픈 것도 잊은 채 서로 뒤엉켜 흙투성이가 된 채 정신없이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과 스모크스크린을 바라보던 너붕은 누가 애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 쉬면서도 입꼬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걸린 채였겠지. 

너붕은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밥먹기 전에 손과 얼굴부터 씻어야겠다며 익숙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수돗가로 향했을거야. 그런데 스모크스크린은 그런 너붕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제자리에서 굳어버렸을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너붕의 질문에 스모크스크린은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어.

"그냥... 너무 좋아서..."

그 이야기에 너붕은 스모크스크린이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라고 생각했기에 스모크스크린의 손을 꼭 잡으며 "스모크스크린 어린이,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밥을 먹겠죠?" 라며 장난스럽게 대꾸하고는 스모크스크린을 수돗가로 데려갔지. 그 모습에 스모크스크린은 차마 이 생활이, 마치 너붕과 가정을 꾸렸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는 말은 목 너머로 꾹 삼킨 채 익숙한 손놀림으로 아이들의 손을 씻겨주고 물기를 닦아주는 너붕을 바라보았을거야.

트포, 트포너붕붕, 스모크스크린너붕붕
2024.05.09 2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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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셨다!!! 선설리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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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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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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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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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접속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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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2: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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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떻게 이렇게 달콤한 무순을 쓸 수 있어요 스모크스크린너붕붕 최고다ദ്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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