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별전쟁 아는 거 없음
고증 주의
캐붕 주의
다 ㅈㅇ






5.

솔은 파다완 시절의 제 첫사랑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당연하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다시 만나기는 커녕 시신이라도 되찾을 수 있으면 그나마 운이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허니를 다시 만나게 된다고? 그것도 허니와 죽었던, 아니 죽은 줄 알았던 바로 그 나이의 허니를?

아무리 우주는 넓고 제다이 마스터로서 상상할수도 없는 일들이 매일같이 우주 어디선가는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이건 솔의 예상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다.

솔은 다친 허니를 급하게 치료실로 옮겼다. 당황스러운 머릿속은 여전했으나 그의 몸은 허니를 끌어안고 착실히 움직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그 몸짓은 마치 허니를 한 시라도 빨리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처럼 보였다.

투명색 물 속에 잠긴 허니를 마주하며 솔은 그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부정할 수 없었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어도 솔은 그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허니가 맞았다. 허니 비. 제 친구. 제 첫사랑. 제 가족. 어쩌면 솔에게 있어 그 이상의 무언가.

죽은 줄 알았던 그 날의 얼굴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은 허니. 

그 얼굴에 솔은 손을 뻗어 허니의 얼굴을 따라 박타탱크 벽을 쓸었다.

허니가, 돌아왔다. 20년 가까이의 시간을 넘어. 솔의 곁으로.



6.

마음 같아서는 허니가 눈을 뜰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상황은 솔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주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허니의 존재. 뭐가 됐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에 제다이 카운슬은 당연하게도 솔을 호출했고 솔은 그 자리에 나가 허니가 위험한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느라 진을 뺐다.

하, 솔의 입에서 작게 한숨이 터져나왔다. 허니에 대한 기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마지막 기록은 임무 중 사망이었으니 제다이 카운슬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허니를 사원에 두냐고 주장했다.

그때 그 허니 비가 맞다. 필요하다면 허니가 일어나는 대로 심문을 통해 증명해보일 수 있다. 몇 분 째 도돌이표마냥 같은 말을 반복하던 솔은 이내 자신도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슬슬 짜증도 밀려오는 것 같아, 솔은 헝클어진 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
"혹시라도 허니가 문제가 되는 일을 한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잠시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러다 다시 카운슬 중 하나가 질문했다.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질거지, 마스터 솔?"
"..."
"만약 파다완 허니 비가, 지금 제대로 된 마스터도 없는 그가 정말 문제라도 된다면? 마스터 솔께서 직접 죽이기라도 할 건가?"


차분하게 질문을 해 오는 카운슬의 목소리가 솔의 귀에 거슬렸다.

죽이라고? 허니를? 지금도 겨우 숨결을 붙어있는 상태로 제 품 안으로 돌아온 허니를? 

솔은 깊게 숨을 쉬었다. 감정을 절제해야 했다.


"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제가 책임지고 허니를 죽이겠습니다."


그리고 진심 한 점 담기지 않은 말이 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7.

회의가 끝나고 솔은 다시 허니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솔의 발걸음이 평소 그의 걸음과 달리 빨랐다. 마치 조급한 그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제키를 허니의 곁에 남겨두고 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했다. 허니도, 제키도 서로를 아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허니가 깨어났을까? 가능하면 허니가 눈을 뜰 때는 제가 옆에 있어줬으면 싶었다. 설명할 것도 많을테고 허니에게서 들을 이야기도 많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니가 있을 치료실의 문을 열렸을 때, 솔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순간 몸이 굳었다.

제 항복을 표하는 듯, 양 손을 하늘 쪽으로 올리고 있는 제키와 그런 제키을 향해 제 라이트세이버를 겨누고 있는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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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그리고 조심스럽게 허니의 이름을 솔이 부르자, 그제서야 둘의 시선이 일제히 솔에게 향했다.


"...솔?"


확신이 없이 솔의 이름을 부르는 허니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8.

"허니, 허니 나 맞아. 나야 솔."
"...진짜 솔이야?"
"그래, 정말 나야."


솔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허니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였다.

허니에게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목소리였던 탓에 솔은 제 자신도 조금 어색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지금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허니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솔의 노력이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키에게 향해있던 허니의 라이트세이버가 천천히 거두어졌다. 그리고 솔을 마주보며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던 허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왜이리 늙었어...?"
"하... 허니..."


조금은 순수한 허니의 질문에 솔은 자신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말로 실감이 나는 것을 솔은 느꼈다.

정말로 허니가 제 곁으로 돌아왔다. 죽음에서부터, 제 품으로.







솔너붕붕 애콜라이트
2024.06.14 2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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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죽이겠다는 말 허니에 자기자신도 포함한 거 같아서 엄청난 진심이 느껴진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2ae]
2024.06.14 23:51
ㅇㅇ
왜 이렇게 늙었냐니... 괜찮아 솔! 이제부터라도 관리하면 되지
[Code: 2727]
2024.06.15 01: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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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f566]
2024.06.15 01:45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성실수인이라니,,,, 행복해요 센세
[Code: 606b]
2024.06.15 08:42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
[Code: e4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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