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8597065
view 682
2024.06.29 21:44
IMG_2409.jpeg

https://hygall.com/598513104

**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여러 매체와 하는 대여섯 시간이 넘는 인터뷰 일정도, 많은 sns에 올라갈 조각 영상 촬영도, 화보 촬영도, 비오는 날 프리미어도 모든 게 아름다웠다. 허니로 시작해서 허니로 끝나는 나날들은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내 고민은 아직도 주인에게 가지 못한 물건을 언제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였다. 타이밍을 잘못 타다간 허니가 또 멀어질까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생각에 생각을 더하기를 반복했다. 혼자 있으면 내내 그 생각 때문에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ㄴ ㅣㄱ?”

“...”

“닉? 니키!”

“...허니! 어! 불렀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잠깐 멍 때렸어”

“...그래?”


멍 때린다는 핑계도 한두번이지 자꾸만 허니의 목소리를 놓치는 것에 되지도 않은 핑계들만 늘어 놓게 됐다.

그래 지금 이렇게 고민하는 건 성급한 일이다. 성급하게 할 문제가 아니니, 뉴욕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천천히 다시 생각하자.



**



“니키, 내일 스케쥴 언제 끝나?”

“내일 밤까지는 계속 인터뷰야 베입. 근데 오후 세시까지는 시간 있어!!”

“...흐음. 아니야. 닉 내일 온종일 바쁜 걸로 해”

“베입... 그게 무슨 말이야...?”

“내일 점심에 마사가 만나자고 그래서. 근데 닉도 꼬옥 데려오라잖아. 그래서 내가 하루종일 바쁘다고 해뒀어”

“왜...?”

“마사를 만나면... 아마... 닉한테 좋을게 있을까?”

“아... 으응... 알았어... 베입”


마사는 행사가 겹칠 때면 도끼눈을 뜨고 날 바라보았고 나는 도끼를 피해다니기 바빴다. 마사... 아직은 널 대면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조금만 더 피할게...



**



“닉!”


또. 뉴욕 스케쥴을 끝내고 진득히 계획을 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다시 잠식됐다.


“어! 베입!”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요새 계속...”

“아니아니 피곤해서 그래. 오랜만에 여유있게 아침 햇살 맞으면서 커피 마시니까. 막 긴장이 풀리고... 어...”


허니랑 같이 있는데 피곤이란게 성립할리가 없다. 근데 허니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급하게 허니의 손을 잡... 았는데 허니가 돌려 빼며


“나 이제 나가본다고. 그 말 하려고 했어”

“나간다고... 나가?? 허니 가??”

“...마사 만난다고 했잖아.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차. 나는 허니의 입에서 ‘간다’라는 말이 나오면 겁부터 먹어서는... 내가 창의적인 변명을 짜낼 때 허니는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호텔을 나섰다.



**



아주 늦은 밤 드디어 뉴욕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리고 내 생각도 끝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는 나의 멍청함으로 허니를 놓친 날, 그니까 허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반지를 준비했었다. 그때는 그냥 커플링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허니에게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다.

뉴욕으로 오기 위해 짐을 싸면서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허니가 받아줄까?’, ‘허니가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허니가 날 밀어내면 어쩌지?’ 등이 가득찼었다.

그렇지만 모든 게 정리되었다. 영국으로 돌아가, 처음 허니에게 고백했던 그 대관람차 안에서 프로포즈를 할 것이다.

반지야 이제 주인에게 가자.



*



요즘 그가 정말이지... 이상했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일이 반복되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멍 때리는 중이었다, 인터뷰 내용 생각하는 중이었다, 말 실수 한 거 없나 되짚어보는 중이었다는 얘기로 날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렇기엔 다크서클도 더 진해지고 한숨을 폭폭 내쉬는 것이... 무슨 일이 있어도 작은 일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 불안 레이더는 아직 작동하지 않았다.



*



닉의 미국에서의 마지막 일정들을 위해 뉴욕으로 가는 길. 그는 창문만 내다보며 또 생각에 잠겨있었다. 전에는 내 어깨에 기대서 자기도 하고 게임도 같이 하고 영화도 같이 봤는데... 뭐지... 그와 함께 있는 나날에 시나브로 익숙해지면서 이런 사소한 일에도 신경 쏟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친숙한 답답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레이더에 전원이 들어가려 한다.



*



“닉, 나 마사 만나고 올게”

“...”

“니키?”

“...”

“닉!”

“어! 베입!”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요새 계속...”

“아니아니 피곤해서 그래. 오랜만에 여유있게 아침 햇살 맞으면서 커피 마시니까. 막 긴장이 풀리고... 어...”


말이 길다. 지어내니 길어지는 말들. 그가 내 손을 잡자 이내 미워져 손을 빼버렸다.
이젠 정말 뭔지 모르겠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되는데, 무서워서 그건 또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닉이 또 떠나면 어쩌지.



*



“허니!! 달링!!”

“마사!”

“오랜만이야!”

“보고싶었어”

“아주 니콜라스를 꽁꽁 숨겨두고오?”

“숨기다니. 스케쥴 있다니까”

“좋아. 넘어가준다 내가. 대신 영국에서 지미랑 오랜만에 뭉치는 거야 알았지?”


가능할까? 닉이 그때도 나와 함께 할까?


“응”


저 한 음절에 내 바람도 실어보냈다.



*



닉이 없는 호텔로 돌아와 간신히 씻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아직도 해가 중천인데 돌아다닐 기운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닉이 꼬리를 흔들면서 ‘허니!’, ‘베입!’하며 날 부를 것 같았다. 아니 불러줬으면 좋겠다.

내가 쉽게 질리는 타입인가?라는 생각이 도달하자 청승맞게도 눈에 열이 났다. 나는 그냥 고개를 베개에 묻어버렸다.



*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닉이 악몽을 꾸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 돼... 가지마... 허니..잠깐만...”


??? 내가 할 소리를 왜 네가???


“니키! 일어나!”

“으어어... 허니... 흑... 가면 안 돼... 흑흑”

“니키!!”

“헙! 허억...허억... 베입...?”


나는 숨을 고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가 미워 짜증이 났다.


“너 뭔데”

“허..허니??”

“너 뭐냐고. 요즘 왜... 왜 사람이 불러도 대답도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베입...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뭐”

“그게...”

“...그냥... 난..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냥... 익숙해. 괜찮아...”

“...뭐가 익숙해???”

“...헤어지는 거”

“뭐????”


한번 말을 트니 줄줄 나왔다.


“그래 뭐... 내가 질릴 수도 있어.. 사람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난... 난 괜찮아. 그니까”

“허니!! 잠깐...잠깐만 기다려줘..!”


닉은 부리나케 캐리어를 열더니 무언갈 열심히 찾았다. 그러더니 침대 위에서 내 옆에 무릎을 꿇더니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근데 이게 생긴 게...


“이렇게 멋없게 줄게 아니었는데... 허니... 베입한테 이걸 언제어디서어떻게 줄까... 계획을 이제야 다 세웠는데... 이게... 하아..”

“...”


거대한 몸을 꾸겨서는 쩔쩔매던 그가 떨리는 손으로 케이스를 열자 반지 두 개가 나란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허니... 저번 생일에 주지 못한 거 이제 줘서 미안해... 아니 이게 아닌데! 아니 저번 생일에 못 줘서 미안한 건 맞아. 근데 더 중요한 건... 나... 후우.. 나 허니랑 평생 같이 하고 싶어. 나랑 결혼해줄래?”


닉이 눈 앞에 있는데 흐릿하게 보였다. 긴장이 풀리자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감정은 눈으로 흘러내렸고 닉은 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날 진정시켰다.


“베입... 질리다니... 허니가 나한테 질릴 수는 있어도 내가 허니를?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나도야! 너를 어떻게 질려해!! 나는!! 나는.. 네가 또...(훌쩍) 가버리는 줄 알고... 또... 그렇게...(훌쩍)”


마음 고생한 게 서러워 나는 그에게 안겨 울고 말았다.


“베이비.. 미안해. 내가 허니를 불안하게 했구나(훌쩍)”


우리는 한참을 부둥켜 안고 울다가, 그래서 그가 꾼 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니키, 근데 무슨 꿈을 꾼거야?”

“...”

“나보고 가지마ㅠㅠ 이러던뎈”


슬슬 웃음이 났다.


“내가... 프로포즈 했는데... '너 같이 부담스러운 남자는 처음이야' 하고는 가버렸어...”

“푸하하하하하”

“웃지마아아아아. 나 진짜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어어어”

“푸흐흐. 근데 닉, 그거 알아? 꿈은 반대래”

“응. 허니가 말해준 거 기억나”


나는 아직 케이스에 있던 반지를 꺼내 내 손가락에 끼고 다른 하나를 닉에게 끼워주면서,


“니키. 나랑 결혼해”

“허니이이이”

“원래 반지 준비한 사람이 껴줘야 하는 건가? 뭐 어때. 나랑 하자. 결혼”


닉은 나에게 안겨 울었고 나는 그의 너른 등을 토닥토닥 달래주었다.


“(훌쩍)허니 고마워(훌쩍) 정말 고뫄워어어어어어”

“ㅎㅎ마음 고생은 당신도 만만치 않게 했구나”

“흐어어어어엉 허니이이이이”


우리 내일 눈을 뜰 수 있을까?



*



“풋”

“큭ㅋ흐큭”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 서로를 바라보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서로의 양쪽 눈이 붕어 입술이 되어있어서. 이럴줄 알았지.

성공한 적 없는 내 연애에 닉이 들어오던 날. 나는 너무 두려웠다. 이 사람도 ‘이번에도 실패한 연애 목록’에 들어가게 될까봐. 그리고 닉도 관성처럼 그 목록의 멤버가 되었다. 평소처럼 그를 잊으려 했으나 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난번 연애처럼 자연스레 그도 추억이 되겠거니 했으나, 닉과의 추억은 그와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변해 소용돌이치기만을 반복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는 나의 성공한 연애 목록의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었다.

아마 우리에게 평탄한 길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덕도 벽돌길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에. 이 사람도 나를 사랑하기에,


“닉, 사랑해”

“내가 더”


실패한 연애는 이제 없다.



-끝-





노잼글 끝! 읽어줘서 너무 코맙!!ㅠㅠ

근데 유치뽕짝외전 하나만 더...


닉갈너붕붕
2024.06.29 21:58
ㅇㅇ
모바일
센세 완결지어준 것도 고마웅데 외전까지ㅠㅠㅠㅠㅠㅠㅠ둘이 행복하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8be9]
2024.06.29 22:22
ㅇㅇ
모바일
센세 덕분에 행복했어!!!
[Code: e287]
2024.06.29 22:46
ㅇㅇ
모바일
덕분에 행복했어!!!
[Code: e093]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